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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시대 변화에 따라 경제·사회적 상황이 변모하면서 발생하는 집단 간 인식 차이, 분배 구조 변화에 따라 갈등 지점이 다극화하는 현재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여, 한국인의 갈등 유형별 갈등 경험과 갈등 인식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 사회의 증가하고 있는 갈등은 상호 신뢰의 기반을 잠식하여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어렵게 하는 등 사회 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갈 등을 일거에 제거할 수는 없다. 갈등의 여러 지점들은 서로 ‘비지배적 상호의존의 관 계’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박길성, 2013, p. 11). 보수와 진보의 가치 충돌 지점인 자 유와 평등,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은 대립적일 수는 있지만 배타적일 수는 없다. 세 대갈등에서도 산업화 세대의 주된 가치인 물질주의, 성장주의, 국가주의, 권위주의, 집 단주의가 퇴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철저히 배격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사회 갈등 은 서로의 주장하는 바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하며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의 갈등 양상이 일면적이지 않다는 점에 있다. 홍덕률(2003)이 산업화 세대가 물질주의와 성장주의, 반공·반북·친미·냉전의식, 국가주의·권위주의·

집단주의, 보수주의와 같은 특성을 보이는 배경을, 정보화 세대가 탈정치·탈이념의 첫 세대일 배경을 설명하고서도, 세대만을 사회변동의 방향을 결정짓는 변수로 확대해석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 이유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청년 세대를 묘사하면서 경 제적 풍요로움에 기반한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집단이라 표현하는 경향은 줄어들었다.

청년의 현실을 직시하는 이들에게는 청년, 풍요로움, 자유로움의 일반적인 생각의 연 결고리가 작동하기 어렵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러한 생각의 연결고리가 여전 히 작동한다. 세대를 둘러싼 갈등의 양상이 복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한 갈등을 다른 갈등에 비해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반대로 경시하는 태도 도 한국 사회의 갈등 양상의 복합성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세대갈등을 중심

서 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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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으로 보더라도 권력갈등, 이념갈등, 문화갈등의 다양한 지점들이 존재한다(박재흥, 2010). 이에 박길성(2013, p. 63)은 한국의 갈등 양상을 복합(compound), 복잡 (complex), 압축(compressed)의 3C 갈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사회통합이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의 거버넌스 시스템은 사회통합 저해 요인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취약한 상태이다. 일정 정도의 사 회갈등은 창의적인 발전을 위한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힘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고려하 면, 갈등을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2009년 기준 정치적, 경제 적, 민족문화적, 인구스트레스 갈등지수를 고려한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요인지수는 28개 OECD 국가 중에서 9위였음에도, 사회갈등 관리지수는 27위로 나타났다(정영 호, 고숙자, 2014). 한국사회가 민주화되면서 갈등 표출을 억압하던 시기를 지나 갈등 관리의 시기로 접어든 지 오래되었다. 한때는 갈등을 사회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고자 하였던 경험도 있었고, 다른 한때는 서로 다른 가치에 대한 배격과 일방적 가치 전파로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때도 있었다. 그간 정부 차원에서 갈등에 대한 접근은 공공갈 등의 관리, 갈등의 해소 및 통합 도모와 같이 단기적인 특정 사안 중심의 갈등 관리 프 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에 있었다.

사회 인식의 변화에 따라 우리 국민이 판단하는 갈등의 지점도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에서 갈등 현상에 대한 이해 반복되는 이해 시도를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시대 변화에 따른 가치관 변화, 분배 구조의 변화에 따라 갈등 지점은 이전 시기 보다 더 다양해지고, 심도가 깊어지는 상황에 있다. 이에 갈등의 유형별로 양상을 밝히 고, 한국 사회의 각 개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 경험과 그 처리 과정, 그리고 그것이 사회통합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즉, 갈등 해결을 위한 한 걸음 을 위해서는 사회갈등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한국사회의 사회통합 수준 제고를 위한 정책적 방향과 함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매년 사회통합과 이와 관련된 특정 주제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는 사 회통합 정책영향평가 연구사업의 일환이다. 2017년도 사회통합 정책영향평가 연구사 업에서는 심리적·정서적 차원과 사회통합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사회적·개인적 불안 인식이 우리 사회에 대한 공정성 및 부패 인식 수준을 매개로 하여 사회통합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정해식 외, 2017). 그리고 격차의 해소, 물질적 불안정 성의 축소 외에도 사회통합 증진을 위해서 사회제도의 정상적 작동에 대한 믿음을 줄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인이 경험하고 있는 각종 사회갈등의 양상 및 원인을 파

의 한 측면인 소득 및 자산 격차 증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녀 교육의 질 적 차이의 심화, 사회적 지위의 격차 문제, 정보 접근과 활용 등에 있어서의 격차가 경 제적 불평등의 결과임과 동시에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 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격차는 다양한 지점에서 발생하지만 동시에 다중 적이다. 청년 비정규직의 문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의 M자 곡선, 정규 노동시장에 서 퇴출된 중고령 임시·일용직의 문제는 노동시장 내부의 격차를 보여 주는 데서 끝나 는 것이 아니라, 주거 문제, 출산과 양육의 문제, 노후 준비의 문제를 함께 끄집어낸다.

이러한 다차원, 다중의 격차 및 불평등의 원인은 사회구조의 문제에서 찾을 수 밖에 없 다. 즉 사회갈등을 다루는데 있어 구조를 살펴볼 때는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보수되 면서 가져왔던 구조-경제·사회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던 문제를 넘어서 서, 그 구조 자체가 갈등을 내재한다는 관점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