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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이론적 논의

2. 갈등의 유형

이상의 사회갈등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을 기반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갈등은 다음 과 같다. 희소한 자원을 소유하려는 집단들 간의 갈등으로서 권력 갈등, 경제적 갈등이 하 나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다른 가치관을 억압하거나 통제하려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가치관 갈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변증법적 변화로서 사회구조의 변화를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갈등해 소 과정을 사회변화의 유익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갈등해소를 위한 메커니즘을 찾을 것 인가의 방법론적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갈등의 유형을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갈등의 당사자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 조직, 국가와 같은 갈등 사안의 당사자가 누군지에 주목하는 구분이 다. 둘째, 갈등이 일어나는 주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원, 가치나 신념, 선호나 관 심, 관계, 정체성 영역으로 갈등의 주제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Menkel-Meadow, 2003;

김영욱, 2015, p. 22 재인용). 셋째, 갈등의 성격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사실관계 갈등, 이해관계 갈등, 구조적인 문제 갈등, 관계 갈등, 가치 갈등으로 나눌 수 있고, 이러한 갈등 은 발전 단계에 따라 잠재 갈등, 떠오르는 갈등, 명백한 갈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Moore, 2003; 김영욱, 2015, p. 22 재인용).

갈등을 분명하게 유형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갈등이 가진 성격을 명확하게 파악 하는 것은 효율적인 갈등 해소 방법을 탐색하는데 있어 필요한 작업이다(김영욱, 2015, p.

23). 갈등의 실체를 파악해야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갈등, 보다 정확하 게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갈등 지점이 어디에 있으며, 얼마나 심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 한 이유이다.

이와 관련하여 갈등의 내용은 서로 조금씩 혼재되어 있고, 그래서 갈등의 본질적 속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갈등 내재화 모델(A Nested Model of Conflict)은 갈등을 크게 쟁점 중점, 관계 중점, 하위 시스템 중점, 그리고 시스템 중점 갈등으로 구분한다 (Dugan, 1996; 김영욱, 2015, p. 23 재인용). 각각 하위 단계의 갈등이 상위 단계의 갈등 에 내재화되어 있는 방식이며, 이에 따르면 갈등의 표면적 사유보다는 관계, 조직구성, 사 회 맥락 등과 관련지어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김영욱, 2015, p. 24). 이는 직접적인 쟁점과 관련한 갈등도 살펴보면 그간의 지속된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

며, 이는 다시 하위 조직 시스템이 이러한 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의 문제, 그리고 더 크게는

자료: Deutsch, M. (1973). The resolution of conflict: Constructive and destructive process. pp. 12-15.

첫째, 실재적(veridical) 갈등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문제 상황에 대해 A와 B 모두

12). 그래서 앞서의 실재적 갈등에서 다른 대안이 존재할 경우, 우발적 갈등이 된다.

즉, 다른 대안이 존재함에도 갈등 당사자들이 이를 파악하지 못하여 갈등 상황이 벌어 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의 문제에서 부부에게 집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을 경우에 갈등 상황은 쉽게 해결된다. 우발적 갈등은 충돌하는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할 때 사라지지만,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자원 이 충분하지 않거나, 과도한 감정적 긴장 상태에 따라 갈등 당사자의 시각이 편협하거 나 완고한 경우에 해결되기 어렵다(Deutsch, 1973, p. 13).

셋째, 치환적(displaced) 갈등은 충돌하는 당사자들이 잘못된 것을 가지고 갈등하 는 것을 말한다(Deutsch, 1973, p. 13). 즉, 갈등의 주제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이다.

경험하고 있는 갈등은 나타나고 드러난 상태로서 갈등이며, 수면 아래 있는 갈등은 직 접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드러난 형태의 갈등은 보통 상징적, 관용적 형태로 나타나 며, 이러한 간접적 방식이 직접적인 문제 제기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활용된다. 드러난 형태의 갈등은 감춰진 갈등이 해결되거나, 감춰진 갈등과 드러난 형태의 갈등이 구분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시적으로만 해결될 수 있으며 언제든 갈등이 재발될 수 있다.

넷째, 비속성적(misattributed) 갈등은 잘못된 당사자 간의, 그래서 잘못된 이슈에 대한 갈등을 말한다(Deutsch, 1973, p. 14). 즉, 두 갈등 당사자 간에 경험해 본 갈등 은 존재하지 않는데, 인식적으로 갈등한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할 때 백인과 흑인 노동 자 사이에 협력하지 않고 어려움을 산업구조나 정부의 책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 른 인종 그룹과의 경쟁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 비속성적 갈등의 예이다. 그래서 비속성 적 갈등은 갈등 당사자 간의 동맹이 이뤄진다. 사회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경우에는 권력이 약한 집단들 사이에 이러한 비속성적인, 잘못된, 분열적인 갈등을 줄이고, 효과 적인 협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Deutsch, 1973, p. 14).

다섯째, 잠재적(latent) 갈등은 갈등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일어나지 않은 갈등이다 (Deutsch, 1973, p. 14). 갈등이 억압되어 있거나, 치환되어 있거나, 그 원인을 잘못 찾았거나 등의 이유로 아직 갈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즉, 갈등 상황은 존재하는데 갈등을 경험한 사람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갈등의 표출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갈등에 대해 오해하거나, 갈등 동맹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이 남성우월의 가치를 거 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기 전까지는 여성 권리를 주장하는 집단의 일원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사회개량 운동에서의 관심은

잠재적 갈등을 인식된 갈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회개량 운동은 한 개인의 ‘아이덴티 티’를 자각하게 하는 의식적 고양(consciousness-raising)이 나타나며, 그 아이덴티 티를 폄하하는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부각시킨다(Deutsch, 1973, p. 14).

여섯째, 허위적(false) 갈등은 객관적인 근거 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잘못된 상황인식을 통해 나타난다(Deutsch, 1973, p. 14). 이러한 갈등은 오해나 잘못된 이 해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갈등이 허위적 갈등으로 시작하였더라도, 새로운 동기나 태 도에 이끌려서 실제의 갈등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협력하고 진실된 상황 보다는 경쟁하고 의심하는 환경에서 보다 잘 일어난다(Deutsch, 1973, p. 15).

Deutsch(1973)는 이러한 갈등 유형 구분이 상호배타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치환적 갈등, 비속성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지되지 못한 또는 잠재적인 갈등이 존재함을 의 미한다. 또 갈등 당사자 간의 상호 작용이 갈등 유형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실 제의 갈등은 매우 복잡해서 여러 이슈가 여러 당사자 간에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이슈를 가지고 갈등하는가? 앞서 예를 들었던 부부는 집의 공 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와 관련한 이슈로 갈등하였다. Deutsch(1973)는 크게 다섯 가 지 이슈가 있다고 밝혔다. 첫째, 자원에 대한 통제를 둘러싼 이슈이다. 자원은 공간, 돈, 소 유권, 권력, 우선권, 음식 등이 있다. 둘째, 선호와 뉘앙스에 대한 것이다. 셋째, 가치에 대 한 것이다. 넷째, 신념에 대한 것이다. 다섯째, 두 당사자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Deutsch(1973)의 갈등 모델은 양자모델로 발전하여 다섯 가지 갈등 해소 형태로 분류 되어 쓰이는데, 경쟁, 수용, 회피, 타협, 그리고 협력의 갈등 해소 형태가 그것이다(김영욱, 2015, p. 25). 갈등 해소의 큰 두 가지 접근은 경쟁적인 접근과 협력적인 접근이 있다. 경 쟁적 접근은 상대방을 굴복시킴으로써 나의 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고, 협 력적 접근은 기존 가치를 분배하려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편익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갈등 당사자가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접근이다(김 영욱, 2015, p. 25). 최근의 갈등 해소 방식은 협력적 접근에 더 가까울 것이며, 이를 위해 서는 특히 당사자 간의 인간적인 유대, 지속적인 교류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