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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의 배경

이 연구는 한국인이 경험하는 불안과 불신, 불만이라는 사고방식의 현상과 관계를 분석하여 한국 사회가 통합 증진을 위한 단초를 쌓아 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 사회의 사회적 불안을 설명하는 데 불안·불신·불만 등 소위 3불을 언급하는 경 우가 많아지고 있다(이상영 등, 2015, p. 11).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불신·불만과 결합 한 불안이다. 여러 연구들에서 정의한 불안을 종합하면, “불안은 원치 않는 상황에 처 해지거나 원치 않는 사건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여건이나 사회적 상황이 앞으로 자신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느끼는 감정적 반응”이다(이상영 등, 2015, p. 15).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말한다. 또는 사회의 지향이 자신이 원하는 바와 다르 다는 것을 뜻한다. 즉 불안은 변화의 방향이 개인에게 부정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 은 것에 대한 우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진행한 사회통합 정책영향평가 연구 사업의 2015년, 2016 년 연구 결과 한국인의 낮은 사회통합 인식에는 사회적 불안(특히 경제적 불안 및 박 탈)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필 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여유진, 정해식 등(2015, p. 181)은 사회적 기대에 비해 성공하지 못하였다는 불안감을, 정해식 등(2016, p. 153)은 저축과 미래 대비 여 력의 부족에 더해 공적 보장제도의 미비에 따라 불안감이 확대되고, 그것이 사회에 대 한 불만과 불신으로 작용하여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특 히 정해식 등(2016, p. 183)은 한국인이 객관적으로 경험하는 현실에 비해서 과도하 게 불안해하는 이유를 파악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한국인은 물질주의적 가치를 강조한다. 세계 가치관 조사를 이용하여 살펴보면, ‘성

서 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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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 ‘경쟁’이라는 시장 지향이 가치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으며, 둘 사이의 거리가 멀 어 서로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알려 준다(장덕진 등, 2015, pp. 86-91). 모두가 성공을 지향하지만 그것이 경쟁이라는 결과의 산물일 수밖에 없음을 동시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과 경쟁에서 실패하여 낙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가진다. 경쟁의 틀에서 성공하는 자가 실패하는 자를 돌보아 야 한다는 가치가 우리 사회에 적은 이유이다.

우리 국민들은 사회이동성을 사회통합의 조건으로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정해식 등, 2016, p. 61). 성공에 대한 강한 지향을 보여 준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분배 결과보 다는 분배 과정의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었다(정해식 등, 2016, p. 181). 분배 과정의 공정성만 확보된다면, 분배 결과의 불평등함을 수용하겠다는 의미이다. 평등(equality) 이 먼저 이뤄진 이후에야 공평(equity)을 논할 수 있다는 태도이다.

성공하고 싶지만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불안해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 불안을 제거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에 대해서는 불신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공 존하는 방식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판단 속에서 공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갈등을 일으킨다. 그래서 사회의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규제력’과 사회를 ‘만 인에게 좋은 사회’로 만들어 주는 통합력에 대해 논할 필요가 있는데, 이 지점에서 공 공성의 원리가 철학적 가치로 빛을 발한다(신진욱, 2007, p. 19). 이렇게 본다면 공공 성의 원리는 사회통합의 원리와 맥을 같이한다.

사회통합에 대한 강조는 새로운 사회질서에 대한 요구이다. 사회통합에 대한 요구는 기존 사회질서의 유지 가능성과 정당화 기능을 저해하는 사회적 불안정 요인의 확장에 대한 대처라 할 수 있다(정해식, 구혜란, 김성아, 2017, p. 373). 사회통합이라는 같은 단어가 정권에 따라 다른 뉘앙스로 사용되는 것은 인정하는 사회질서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통합이라는 단어 안에 각기 다른 지향을 가지는 바를 판 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식 등(2016)은 사회통합에 대한 국민 인식이 집단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실증하였다.

2. 연구의 필요성

한국인의 사회·심리적 불안에 대한 경고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경기 침 체, 고용조건의 악화와 같은 경제적 문제에서부터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 가 재난을 경험하면서 사회적·심리적 불안정성에 노출되고 있다. 또한 국민 개개인의 경우에도 인간관계상의 어려움, 채무관계, 실업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사회·심리적 불 안을 느끼고 있다(이상영 등, 2015, p. 178).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 능력과 책임윤리의 실종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표출하기 보다 억누르기를 강요당했고,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였던 ‘갑질 사태’, ‘금수저, 흙수저’

논쟁은 사회적 약자로서 느끼는 불만을 증폭하였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인의 정서 속에는 ‘불안과 공포’가 자리를 잡았는데, 2016년 9월부터 1년 동안 발간된 소설 에서도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공포, 불안을 다룬 내용이 많았다(이윤주, 2017).

그렇지만 한국인의 심리적 불안이 일순간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한국인의 사회·심리 적 불안은 1990년대 말 이래 반복되는 경제위기의 여파가 누적되면서 나타나는 양상 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회·심리적 불안은 지금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사회현상의 하나 이다. 이러한 사회·심리적 불안은 인간 내면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반응이나, 그 원인의 많은 부분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이상영 등, 2015, p. 291). 예를 들어 사 회적 지지와 사회적 자본 수준이 높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많이 하는 성 인, 청소년은 사회·심리적 불안의 정도가 낮다(이상영 등, 2015, pp. 290-291). 또한 우리 사회는 압축 성장의 피로감과 부작용, 그리고 성장 중심의 발전 전략의 한계로 말 미암은 급격한 사회구조적 환경 변화에 따라 아노미 현상의 하나인 비행, 범죄, 중독, 정신적 문제, 자살 등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회·심리적 불안과 사회적 불만·불신 등 사회적 자본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이상영 등(2015)은 한국인의 구체적인 불안의 수준과 규모를 파 악하고, 불안의 영향 요인을 개인·집단·사회 수준에서 탐색하고자 하였다. 또한 정해 식 등(2016)은 한국인의 사회통합 지향이 집단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음을 제시하였 다. 이런 점에서 사회·심리적 불안의 문제가 사회통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 인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관계는 인과관계일 수도 있고, 상호관계하에 있을 수도 있 다. 그러나 그 관계가 어떠하든지 개인적·사회적 차원의 불안 및 위험 인식 등이 신뢰

및 협력 의식 등 사회통합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 회·심리적 불안은 사회적 지지, 사회적 자본 수준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 또한 신뢰, 유대감의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불안이 횡행하면 사람들은 안정 적인 것을 찾는다. 이때 안정감을 제공하는 한 방법은 그들이 혼자가 아니며 다른 이들 과 더불어 사는 존재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전상진, 2006, p. 230). 또한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의 체계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가도 안정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