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보육정책과 출산율
2.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요인
전통적인 경제이론에서는 자녀 출산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가구의 효 용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것은 소득, 내구재 소비, 시간 등을 소요하는 활동이며, 자 녀양육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일과 여가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각 가구는 주어진 예산제약과 자녀에 대한 선호하에 자녀양육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여 자녀 출산 여부를 결정한다 는 것이다. 가구의 효용 극대화를 위한 비용-편익 분석에서 고려되는 자녀 양육비용은 직접적 비용과 간접적 비용으로 구분된다.
먼저, 자녀양육의 직접적 비용에는 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주거 비, 음식비, 의류비, 보육․교육비 등이 포함된다. 다른 조건(예: 가구 의 예산제약, 자녀에 대한 선호)이 동일한 상황에서 자녀양육에 필요한 직접적 비용의 상승은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육료 및 양육수당 및 지원 대상 및 금액을 지속 적으로 확대해 온 것은 자녀양육의 직접적 비용 완화를 통해 출산율을 제고하고자 하는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 자녀양육의 직접적 비용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자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자녀 출산의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와 더불어 자가주택 마련 의 어려움도 미래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여 출산을 늦 추거나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자녀양육의 간접적 비용은 기회비용으로 부모(특히, 자녀의 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포기해야 하는 가치를 지칭한다. 기회 비용에는 자녀의 출산 및 양육을 위해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으로 일을 그만두거나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초래되는 소득상실액뿐만 아니라 경력 단절로 인한 미래소득 감소 등이 포함된다. 최근 여성의 학력수준
증가는 여성의 시장임금을 높임으로써 출산 및 자녀양육으로 인한 경 력 단절이나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기회비용을 증대시킨 바 있다. 자녀 출산에 대한 기회비용의 증가는 1970년대 이후 OECD 주요 국가에서 출산율의 하락을 초래한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OECD, 2011).
자녀양육의 간접적 비용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다른 조건은 비슷하되 자녀의 존재 유무에서만 차이가 있는 여성의 일생 동안의 임 금격차를 비교하는 방법이 있다. 자녀가 있는 여성과 자녀가 없는 여성 의 평생소득 격차를 ‘family gap’이라 지칭하는데, 이는 여성의 경제활 동참가율이 높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북유 럽 국가와 미국에서는 매우 낮은 수준이나, 출산 후 노동시장으로의 복 귀가 원활하지 않거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40~50% 수준으로 높게 나타난다(OECD, 2011). 양질의 값 싼 보육시설을 제공하거나 유연한 근로환경 조성을 통해 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은 여성의 조기 노동시 장 복귀를 가능케 함으로써 자녀양육의 간접적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OECD 국가의 여성 고용률과 합계출산율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 림 Ⅴ-6]은 자녀양육의 간접적 비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 에서 대체로 출산율도 낮게 나타나 두 변수 간에 부(-)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였으나, 2010년에는 그 관계가 정(+)의 상관관계로 변화하였다.
즉, 최근 들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국가에서 출산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북유럽 국가, 프랑스, 영국, 네덜란 드에서는 높은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이 동시에 나타나는 반면, 한국, 그리스, 이탈리아는 여성 고용률도 낮고 출산율도 낮은 공통적인 국가 이다. 높은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의 대표 적인 특징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하는 정책을 통해 어머니로서의 역할과 근로자로서의 역할 중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양자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데 있다.
[그림 Ⅴ-6] OECD 주요국의 여성 고용률과 합계출산율 간의 관계 변화
자료: OECD(2011)
3. 선행연구
자녀 출산 결정이 자녀양육의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여 가구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고 보는 경제적 모형에서 출산 율을 제고하기 위한 주요한 정책도구는 자녀양육의 비용을 감소시키는 것이며, 이는 다시 자녀양육의 직접적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간 접적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구분된다. 자녀양육의 직접적 비 용을 경감시켜 출산을 제고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출산장려 금 및 현금수당 제공, 보육료 지원, 자녀 관련 세제지원 등을 들 수 있 다. 한편, 자녀양육의 간접적 비용 경감을 꾀하는 대표적인 정책에는 자녀를 안심하고 보육시설에 맡기고 노동시장에 조기 복귀할 수 있도 록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정책들이 포함된다.
이론적으로는 자녀 양육비용의 감소가 출산율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 고 예측할 수 있지만, 정책을 통한 자녀 양육비용의 감소가 실질적인 출산 증대로 이어질 것인지는 실증적으로 파악해야 할 문제이다. 현금
지원을 통한 출산장려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분석한 선행연구들의 결과 는 일관되지 않다. 출산장려정책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연구에서 빈번하 게 발생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이 동시에 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특정 정책의 효과를 독립적으로 분리하여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대부 분의 연구에서는 무작위 실험방법(randomized experiment)이 아닌 관 찰연구(observational studies) 방법을 이용하므로 출산 결정과 관련한 내생성을 통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한편, 국가 간 비교를 통 한 연구는 각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적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기 힘들 고, 정책이 시행된 맥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예컨대, 가족정책이 발달된 북유럽 국가의 경우, 양성평등 추구나 자녀가 있는 가구에 대한 소득보전을 목적으로 시행한 정책의 부산물로 출산율 제 고가 나타난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표 Ⅴ-1>과 <표 Ⅴ-2>는 각각 거시자료와 미시자료를 이용하여 금 전적 지원을 통한 자녀 양육비용의 감소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 석한 국외 선행연구들의 주요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거시자료를 이용 한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자녀가 있는 가구에 제공되는 금전적 지원은 출산율에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그 크기는 매우 작은 수준이 다. 예컨대, D'Addio & d'Ercole(2005)과 Luci & Thevenon(2011)은 현금급여 및 세제지원을 통해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10% 증가할 때 합 계출산율은 0.02명 정도 증가할 것이라 추정하며, Gauthier & Hatzius (1997)의 연구에서는 가족수당을 25% 증액할 경우 출산율 증대효과가 0.6%로 추정된다. 반면, 미시자료를 이용한 연구들은 일관되지 않은 결 과를 보인다. Vikat(2004), Laroque & Salanie(2005), Milligan(2005) 등의 연구에서는 현금지원이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그 효과 는 출생순위에 따라 상이하다. 호주의 출산장려금과 보육료 지원의 효 과를 분석한 Parr & Guest(2010)의 연구에서는 정책 변수보다 개인 변수(교육, 소득, 직업, 결혼 여부, 나이)의 영향이 훨씬 더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저자대상국가정책변수결과 Gauthier & Hatzius (1997)OECD 22개국 (1970∼1990)가족수당
- 출산율에 긍정적인 효과 - 가족수당을 25% 증액하면 단기적으로 출산율 0.6% 증가(여성 1명당 0.01명 출산 증가), 장기적으로 출산율 4% 증가(여성 1명당 0.07명 출산 증가) - 북미 국가에서는 효과 없으며, 북유럽 국가에서 효과가 가장 큼 Luci & Thevenon (2011)OECD 18개국 (1982∼2007)
육아휴직, 보육서비스, 현금지원
현금지원과 보육서비스 제공은 출산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나, 육아휴 직 기간이나 급여의 영향은 불확실 Blanchet & Ekert-Jaffe (1994)
서유럽 8개국 (1969∼1983)가족수당출산율에 작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침 Mork et al. (2009)스웨덴스웨덴의 보육개혁(2001년)에 의한 보육비용 감소
- 보육개혁 이후 18개월 동안 출산율 4∼6% 증가 - 젊은 여성일수록, 시간제 근로자일수록 출산제고 효과가 높게 나타남 Brouillette & Lefebvre (1993)
캐나다 (1984∼1987)세제지원, 가족수당출산율에 긍정적인 효과
<표 Ⅴ-1> 금전적 지원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Macro-level data)
저자대상국가정책변수결과 Zang et al. (1994)캐나다 (1971∼1983)세제지원, 가족수당, 육아휴직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대체출산율 수준으로 끌어올 리기 위해서는 아주 큰 변화가 필요할 것 Buttner & Lutz (1990)독일 (1964∼1987)1976년에 시행된 출산장려정책정책 시행 5년 후 출산율에 긍정적인 효과 Walker (1995)스웨덴 (1955∼1990)
육아휴직, 공보육 시설, 자녀수당
육아휴직 급여, 공보육 시설, 자녀수당은 출산과 관련한 비용을 낮춤으 로써 출산 제고 효과가 있었지만, 여성 임금상승에 의한 부정적인 효과 를 상쇄할만큼 크지는 않음 Ermisch (1989)영국 (1971∼1986)자녀수당자녀수당이 증가할수록 셋째와 넷째 자녀를 낳는 비율이 증가하였으며, 출산연령이 낮아짐 Bjorklund (2006)스웨덴 (1965∼1980)
가족친화정책 (유급 육아휴직, 보육료 지원, 보편적 자녀수당)
- 스웨덴의 가족친화정책은 출산 간격을 좁히고 출산율을 소폭 증가시 키는 데 기여하였지만, 그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 - 가족친화정책이 여성의 학력과 출산율 간에 나타나는 부(-)의 관계를 상쇄하지는 못하였음
<표 Ⅴ-1>의 계속
저자대상국가정책변수결과 Milligan (2005)캐나다 (1991, 1996)퀘벡의 출산장려금- 출산장려금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가구의 출산율 25% 증가 - 출산장려 효과는 가구 특성, 출생순위에 따라 상이함 Vikat (2004)핀란드 (1988∼2000)양육수당양육수당을 받는 가구에서 셋째 자녀를 가질 확률이 높아지나 둘 째 자녀를 가질 확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 Laroque & Salanie (2004) 프랑스 (1999∼2000)자녀수당
- 자녀수당은 셋째 이상 자녀의 출산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나, 자녀수당이 첫째 자녀를 가질 확률을 증가시키는 반면 셋째 자녀를 가질 확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 - 경제적 변수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인구학적 변수의 영향과 혼재되어 독립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움 Laroque & Salanie (2005)
- 자녀수당은 셋째 이상 자녀의 출산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나, 자녀수당이 첫째 자녀를 가질 확률을 증가시키는 반면 셋째 자녀를 가질 확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 - 경제적 변수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인구학적 변수의 영향과 혼재되어 독립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움 Laroque & Salanie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