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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기후변화와 환경의 사회학적 고찰

2) 기술적 극복 가능성

기후변화대응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 현상의 실체에 대한 찬반입장이 나 기후변화의 원인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실질적인 대응을 해야한다는 데는 공통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롬보르(2008)는 “궁극 적인 목표는 온실가스 감축이나 지구온난화를 막는 그 자체가 아니라 삶의 질과 환경을 개선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현재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삶을 영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술적이고 정책적인 접근이 이루어지 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앞절에서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불 확실성을 언급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으나 이들의 주장은 현재의 기후변화 정책과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 특히 이산화탄소 의 감축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지 기술적 극복 가능성 자체에 대한 불신은 아니었다. 또한 다음절에서 논의 되는 프로메테우스주의자들의 주장과도 비슷하지만 여기에서는 과학기술로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인류 문명이 온전한 발 전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기술해 보고자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환경운동과 환경사회학의 시각은 대체로 이중적(ambivalent)

산업화와 물질적 및 문화적 풍요성, 생활의 편리성 증대를 위한 현대소비사회의 필수요건으로 역할해오고 있기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대사회의 환경문제는 인간의 감각기관으로 즉각적으로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이론과 공식의 형태로 예측하고 분석해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에 환경문제의 부각과 이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역할 역시 크게 증대하고 있다(박희제, 2008: 184)9). 바로 과학기술은 환경문제의 원인제공 자 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현재 기후변화 를 극복하고자 하는 산업계의 기후변화대응은 온실가스 감축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기술의 개발과 분배·적용이 핵심적인 사항이다.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입장은 UNFCCC의 파리협정, IPCC 보고서,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본 논 문에서는 이하 SDGs라고 칭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2015년 일명 파리총회 로 불리는 COP21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전지구적인 노력이 어떤 식으로 이루 어질 것이며,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의미있는 시간 이었다. 여기에서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 우리 인류가 견지해야 하는 방향은 극복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UNFCCC의 파리협정(2015)은 교토의정서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으로 삼았던 온실가스 감축의 범위를 확장하여 포괄적 기후변화 대응으로 감축(mitigation), 적응(adaptation), 재정(financial), 기술(technology), 역량강화(Capacity-building), 투명성(transparency)의 6가지를 주요내용으로 구성하였다. 여기에서는 특히 온 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기술 개발과 더불어 기존 기 술의 배치 및 보급 노력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특히 기술 개발과 이전에 대한 실 천적인 행동으로 ‘기술 메커니즘’10)의 역할을 강조한다.

9)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 자료를 제시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도 과학기술이고, 이를 극복 하기 위한 대안도 과학기술이다. 이일수(2016)는 이러한 과학기술을 기후변화 예측 및 분석을 위한 기술,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기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 온실가스 대응을 위한 기술 등으로 설명한다.

10) 기후변화협약에서 기후기술에 대한 논의는 COP16에서 ‘기술 메커니즘’을 설립하기로 결정하면 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기술 메커니즘의 구성기관으로는 정책기구인 기술집행위원회 (Technology Executive Committee: TEC)와 이행기구인 기후기술센터 및 네트워크(Climate Technology Center and Network: CTCN)가 있으며, UNFCCC 당사국 총회(COP)와 TEC,

다음으로 IPCC(2014)는 5차 보고서에서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나아가 야할 방향에 대해 4가지의 큰 틀을 제시하였다. 첫째,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 둘째, 저탄소/무탄소 에너지 이용 확대, 셋째, 탄소 흡수원 확충, 넷째, 생활양식 과 행동의 변화이다. 여기에서는 기후변화 논의에서 전반적으로 합의에 이른 화 석연료 시대의 종말과 재생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할 수 있다. 기후변 화 대응의 4가지는 탄소와 관련되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행동과 탄소를 저 감하는 기술의 개발로 구분할 수 있으며,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은 궁극적으로 에 너지 효율 증대와 재생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유엔에서 수립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향, 목표, 수단을 설정하 는 SDGs는 17개의 목표 대부분이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7개 각 각의 목표들은 과학, 기술, 혁신, 연구 등과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169 개 세부 목표들 가운데 총 24개 세부목표가 과학기술혁신11) 항목들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일차원에서 다루고 있지만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혁신이 중요한 핵심 적인 수단이며, 파리협정에서와 비슷하게 ‘기술촉진메커니즘’12)을 설립하였다(이 우성·강희종·이향희·임재민·고인환. 2016: 5-6). 국제사회의 과학기술에 대한 시각 은 기후변화 대응과 SDGs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능성 있는 도구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기술 개발과 함께 결합되어 있는 기술이전은 분배와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쟁점이다. 국제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의 관계에서 개도국은 현실적으로 선진국과의 공동의 협력이 아

CTCN을 통칭하여 기술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11) 과학기술혁신이 중요하게 다루어진 영역들로는 빈곤퇴치를 위한 적정신기술의 역할(1.4), 농업 생산성 증대를 위한 농업연구 및 기술개발, 식물축산 유전자은행(2.a), 질병에 대한 백신/의약 품 연구개발(3b), 과학프로그램 교육(4.b), 여성을 위한 정보통신기술 활용(5.b), 청정에너지 연 구 및 기술(7.a), 기술발전, 혁신과 경제생산성 증대(8.2), 환경친화적인 기술과 산업 프로세스 (9.4), 민간연구개발투자촉진(9.5), 개발도상국에 대한 과학기술 지원(9.a), 지속가능소비와 생산 패턴과 과학기술역량 강화 지원(12.a), 개발도상국에 대한 해양기술이전과 역량강화(14.a), 과학 기술혁신의 남남협력 강화(17.6), 환경친화적인 기술개발, 이전, 확산, 보급 촉진(17.7) 등을 언 급하고 있다(이우성 외. 2016).

12) 기술촉진메커니즘(Technology Facilitation Mechanism: TFM)은 2015년에 설립되었으며, 정부 대표단이 아닌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TFM은 과학·기술·혁신에 대한 유엔 에이전시 팀, 과학·기술·혁신에 대한 다자 이해관계자 포럼, 온라인 플랫폼의 3대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

닌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 는 개발되는 기술의 수준에서 더욱 명확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되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들은 먼저 태양전지, 연료전지, 바이오에너 지 등의 화석연료 대체 기술과 다음으로 이차전지, 전력IT 등의 에너지 생산·소 비 효율화 기술, 마지막으로 온실가스 포집·처리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 등이 있 으며,13) 이외에도 바다 농업(sea water agriculture), 우주 태양광 발전(solar power satellites), 탄소 격리(carbon sequestration), 진전된 지열발전(enhanced geothermal) 등 보다 고차원적인 과학기술이 개발되고 있다.14)

또한 과학기술은 국제사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재원과 시민의 소비 문화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먼저 재원을 살펴보면, 과학기술에 대 한 UNFCCC의 입장은 파리협정에 나와 있는 것처럼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진전된 기술의 개발과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미 개발된 우수한 기술 을 후진국에 이전하는 문제와 더불어 재정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보다 진전 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그리고 개발된 기술을 이전하기 위한 재원의 확보는 기후기술의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이며, 기후변화협약에서 주요 쟁점인 형평성과 연결되는 핵심사항이다. 다음으로 소비문화의 변화이다. 기술의 개발은 시장의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시장에 반영되고, 기술은 시장의 상황에 따라 발전하고 있다. 생산자적 기능을 수행하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프로 슈머(prosumer)는 상품의 개발과 유통에 소비자의 영향력이 증대하였음을 보여 주는 단어이다. 또한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직접적인 환경문제로 미세먼 지, 황사 등이 빈번해지면서 유해환경에 대한 건강과 환경에 관심을 갖는 에코 컨슈머, 그린 컨슈머 등의 용어가 등장하였다. 이러한 일반 시민의 친환경적인 소비패턴의 변화는 기업의 제품 생산과 기술개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나아 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렇듯 현재 전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한 과학기술의 극복가능성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논의 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기후변화 의 실체에 대한 논쟁에서도 주류 기후과학이나 기후변화 회의론이나 기후변화를

13) 관계부처합동. 2015a.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전략 이행계획. 참조.

14) 조선일보. 2008. “바닷물로 농사 짓고 우주서 태양광 발전… SF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