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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추이에 따르는 지배구조 특징

문서에서 일본의 친기업정책과 제도변화 (페이지 79-85)

9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하여 일본형 지배구조의 효 율성 시비가 제기되면서 일본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배구조 관련 제도와 관행이 바뀌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종래의 일본형을 고수하는 기업이 많을 뿐 아니라 서 구식 제도의 채택비율이 낮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표 16>은 최근 일본의 기업관련 법제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보여주고 있다.15)

이처럼 90년대 후반 이후 적지 않은 제도변화가 있었고 이에 대 응하여 기업들의 구조나 행태가 바뀌기 시작하였다. 물론 변화의 폭 이나 정도가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다. 소니의 사외이사제 도입과 같이 자발적으로 서구식 제도를 채택한 경우가 있지만 주류는 아니 다. 또한 캐논, 도요타와 같이 일본적 경영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약 간의 조정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15) 이하에서는 제도변화의 시기를 일률적으로 시행 시점으로 표기한다. 문헌에 따라 시기가 다르게 표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제정 시점이냐 시행 시점이냐의 차이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신회사법의 시기를 20056월로 표기한 것은 제정 시점을, 20065월로 표기한 것은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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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6. 일본의 기업법제 개혁

상법 독점금지법 회계기준

1993 주주대표소송요건 완화, 감사제도 변경 1997 합병절차 간소화(10월)

스톡옵션제도 도입(10월)

독금법 개정(지주회사 설립 해금)(12월)

1998 자기주식 취득소각 요건 완화(3월)

연결재무제표제도 완전 개정, 연결현금흐름 계산서 도입, 세금효과 회계 도입(4월)

1999

주식교환이전제도 신설(10월) 금전채권 시가평가 도입(10월)

독금법 운용기준(합병, 주식보유 등에 관한 기업결합규제) 완화(1월)

금융상품에 대한 시가 평가도입, 퇴직충당금 회계 도입, 중간연결 재무제표제도 도입(4월)

2000 상호보유주식 시가

평가(4월) 2001 회사분할법제 신설(4월)

금고주 해금(10월)

2002

신주예약권제도 신설, 스톡옵션제도 개정, 이중주식제도 개정(4월) 회사관계서류 IT화(4월) 감사역제도기능강화, 주주 대표소송제도 개정(5월) 2003 위원회등 설치회사, 중요

재산위원회 등 신설(4월)

2005 토지/건물/설비 등에 대한

감손회계 도입(4월) 2006 신회사법 시행(5월)

자료: 財務総合政策硏究所(2003)를 바탕으로 추가

<표 16>에서 지배구조 내지 이사회 개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은 세 가지이다. 먼저 1993년 상법개정에서 주주대표소송의 요

제4장 이사회 개혁과 집행임원제도 81 건이 대폭 완화되는 한편 감사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주요 내용 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16)

ㆍ대표소송제기에 필요한 수수료(인지대)를 일률적으로 8,200엔 으로 인하하였다.

ㆍ대표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했을 경우 소송에 관련된 원고의 조 사비용을 회사부담으로 하도록 하였다.

ㆍ회사의 장부열람권이 종래 발행주식총수의 10% 이상 주식보유 주주에 대해서만 주어졌으나 3% 이상으로 인하하였다.

ㆍ사외감사(社外監査役)제도와 감사회(監査役會)제도를 도입하였다. ㆍ社債에 관한 대폭적인 개정을 하였다.

감사제도의 경우 관련 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ㆍ대회사(자본 금 5억 엔 이상 또는 부 채총액 200억 엔 이상의 회사)의 감사는 3인 이상으로 하고(개정 전 2인 이상) 그중 1인은 사외감 사로 한다.

ㆍ감사의 임기는 3년(개정 전 2년)으로 한다. ㆍ대회사에 대해서는 감사회의 설치를 의무화한다.

1993년 상법은 개정범위가 큰 폭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변화와 이사회 개혁의 관점에서 몇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 일본도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법인주주의 주식보유로 소유구조가 안정되어 있는 가운데 경영자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컸던 만큼 경영 자 지배의 성격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종래 고도성장기에 효력을 발휘한 일본형 기업시스템이 90년대 이후 부작용이 드러나게 되면서

16) 이하 상법개정의 주요 내용은 日本經濟新聞社(2003)에서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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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에 대한 감시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나 이사회 기능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외감사와 감사회 설치를 의 무화함으로써 경영자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려 했던 점이 두 번 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주주대표소송의 요건을 완화함으로 써 경영자 감시를 강화한 것 역시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후 2003년 상법개정에서 다시 한 번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었다. 이때의 개정내용은 다양하지만 핵심적인 것은 위원회 등 설치회사 및 중요재산위원회의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각국에서 지배구조 개 선의 일환으로 서구식 이사회제도를 도입하는 추세가 보편화되었으 나 일본은 오랫동안 일본식 시스템을 지속하였고 그에 따른 한계가 가시화되면서 수용한 것이 위원회 등 설치회사이다.

일본이 받아들인 위원회 등 설치회사는 미국식 이사회제도의 변 형이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개정에서 사외감사와 감사회를 중심 으로 지배구조 개선이 시도되었으나 사외이사 및 이사회를 통한 경 영자 감시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였다. 이사회에 외부인을 포함하는 데 대한 반감이나 사외이사 인력풀의 제한 등으로 서구식 이사회제도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2003년 개정에서 일본은 전통적 지배구조 유형인 감사회 설치회사와 함께 서구식 지배구조 유형에 해당하는 위원회 등 설치 회사를 기업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 로 제도개선을 하였다. 위원회 등 설치회사는 대회사(자본금 5억 엔 이상 또는 부채총액 200억 엔 이상의 회사) 및 간주대회사(자본금 이 1억 엔 을 넘는 주식회사로 서 정 관에 감사 등에 관한 특례의 적용을 받는 취지의 규정을 둔 회사)에 적용된다.

상법특례법상 대회사와 간주대회사 중에서 위원회 등 설치회사에

제4장 이사회 개혁과 집행임원제도 83 관한 특례의 적용을 받는 취지의 규정을 정관에 둔 회사는 지명위원 회,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의 세 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위 원회 등 설치회사는 1인 또는 2인 이상의 집행역17)을 반드시 선임 해야 하고 집행역이 2인 이상인 경우 대표집행역을 선임할 수 있다. 위원회 등 설치회사에서는 감사 및 감사회를 두지 않는 대신 각 위 원회는 3인 이상으로 구성하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해야 한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3년 상법개정에서 도입된 위원회 등 설치회사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감사회 설치회사로 할 것인가 위원회 등 설치회사로 할 것 인가는 전적으로 회사의 자유선택에 맡겨진다. 지배구조의 형태를 강제하지 않고 기업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 에 제도개선의 가장 큰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사외이사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일본의 경우 이사회 전체 에 사외이사를 의무화하지 않고 세 위원회에만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적절한 사외이사 후보를 확충하기 어려운 현실에 서 위원회 등 설치회사를 채택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외이사를 의무 화하되 세 위원회에 50% 이상, 즉 2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였고 사외이사는 복수의 위원회에 겸임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최 소 2명만 있으면 위원회 등 설치회사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셋째, 2003년 개정에서 집행역 및 집행임원제도가 처음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1997년 소니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이사회 개혁을 하면서 미국식 임원(officer)제도를 모방한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였 다. 이는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도입이고 제도상으로는 위원회 등 설

17) 집행역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무엇인지 정확치 않다. 取締役은 이사로, 監査役은 감사로 표기하는데 일본의 경우 집행역은 집행임원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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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회사의 경우에 한해 집행역의 선임이 의무화된다. 집행역은 집행 임원과 구분되는 개념이고 우리나라도 도입을 예정하고 있으며 설 명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다음 3항에서 다루기로 한다.

2006년 상법개정은 법체계나 내용 면에서 종전과 획을 달리하는 제도변화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기존 상법의 회사 편을 떼어내고 상 법특례법과 유한회사법을 통합하여 단행법인 회사법으로 만들었다 는 점이 획기적이고, 회사법 전반에 걸쳐 규제완화와 정관자치의 이 념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 역시 높이 살만하다. 신회사법에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사회제도와 관련된 부분만을 간 략히 살펴보기로 한다.18)

신회사법에서는 2003년 개정 시 도입된 위원회 등 설치회사의 이념이 거의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명칭이 위원회 등 설치회사에서 위원회 설치회사로 바뀌었고 적용대상이 대회사 및 간주대회사에서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이사회를 설치하고 있는 모든 주식회사로 확 대되었을 뿐이다. 집행역의 선임, 세 가지 위원회의 설치, 사외이사 의 선임 등 여타 조건은 마찬가지이다.

신회사법의 제정에 있어서 재계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 장기불황 극복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회사제도가 개정되었고 지 배구조의 구체적인 제도도 기업의 상황에 맞게 설계하도록 선택의 폭을 확대하였다. 경단련이 제안한 내용 중 거의 대부분이 수용되었다. 규제 정비가 아니라 업무 효율화 및 제도 간 경쟁의 차원에서 개정 이 이루어졌다.

18) 신회사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권종호(2006)를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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