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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권리로서의 건강

2) 사회권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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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심신이 건강한 사람에게 같은 수준의 내용을 보장해 준다고 해 서, 그것이 같은 권리로서의 건강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현재로서는 위와 같은 문제 제기 이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인권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많은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권리를 하나의 목표로 보 는 것이다. 즉 권리는 그것이 다 충족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의무를 수반하게 된다. 즉 어떤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의무가 아무리 어렵고 복 잡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있게 되는 근거가 되지 는 않는다(Fredman, 2008). 예를 들어 건강권이라는 것이 현 상황에서 달성되기 어렵다고 해서, 건강권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는 국가와 같 은 주체들이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건강 권을 실재하는 권리로 받아들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 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이와 같은 권리에 대한 시각을 가지고 건강 문 제를, 특히 건강 형평성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사회권 논의

사회권이란 “시민들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인간다운 생활 을 보장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말한다(노대명, 2010). 인권의 한 종류인 사회권은 단순한 자원(resources)의 문제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역 량(capabilities)의 문제를 지칭하기도 한다. 넓은 의미의 사회권은 주요 한 욕구(needs)에 대한 권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노동권, 소득보장권, 건 강권, 교육권, 주거권, 환경권, 문화권 등을 포괄하는 것이다(노대명, 2010).

사회권이 가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우선 자유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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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소극적 권리의 성격을 갖는다면, 사회권 은 국가를 상대로 ’어떤 것을 보장하도록 요구하는‘ 적극적 권리의 성격 을 갖는다. 예를 들어, 자유권적 의미의 건강권은 ‘누군가로부터 고문을 당하거나, 상해를 입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라고 해석할 수 있 으며, 사회권으로서의 건강권은 ‘나의 건강 욕구(need)들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라고 하겠다. 또한 이러한 점에서 사 회권은 구체적 제도화와 법제화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사회권의 기본적 수준을 정의하고, 이것이 침해되었는지 혹은 달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 하고,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의 수준을 법률로 명시함으로써 사회권을 달성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권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구체적인 정의와 기준을 설정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사회권은 다른 기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당 국가의 ‘가 용할 수 있는 자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사회권 보장 실패의 중 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즉 재원의 문제 때문에 한 국가는 전체 시민보다 는 특정 빈곤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권 보장법과 제도를 구축하게 된다. 또한 인간다운 생활 영위에 필요한 다양한 욕구(needs)들을 보장 하기 보다는 특정 욕구들만을 보장하게 된다. 이는 건강보험의 급여, 비 급여 항목 구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사회권은 다른 사 회권들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기 때문에 하나에 대한 개입만으로는 하 나의 사회권 달성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문제들은 앞에서 도 언급되었듯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했을 때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사회권 자체에 대한 합의 도출 실패(“사회권, 내지는 건강권이 도대체 어떤 권리인가?”에 대한 논 쟁)로 인한 사회권 보장 실패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 강 분야에서 사회권적 측면을 이야기할 때에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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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게 되는 것이다. 정작 건강의 구체적 내용을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 지, 그리고 이를 어느 수준까지 보장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재원은 어 떻게 조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것들은 사회권 논의의 측면에서 다루 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떤 수준의 달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 실이다. 즉 사회적 권리로서의 건강에 대한 담론적 논의뿐 아니라, 정책 적, 정치적 실천도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나. 권리의 관점에서 바라본 건강

인권과 건강을 한 데 엮어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 으며, 아직까지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 정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HIV/AIDS의 전파로 인해 건강에 대한 인권 적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생존권 수준에서의 건강과 인권에 대한 접근만이 시도되었을 뿐, 현재까지 공중보건 문제와 관련해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시도가 거의 없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 김창엽(2010)이 제시한 건강과 인권의 관계에 대한 틀은 이 둘을 엮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첫째, 인권문제가 건강에 영향 을 주는 경우, 즉 전쟁이나 고문 때문에 생명을 잃거나 건강이 손상되는 경우가 있다. 둘째, 보건 사업, 정책 과정에서 인권 문제가 발생하는 경 우, 즉 건강증진사업의 대상자에서 흡연자를 제외한다든지 하는 등의 차 별적 인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셋째, 건강권 그 자체가 중요 하게 여겨지는 경우, 즉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 그 자체가 곧 인 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를 통해 건강과 인권의 관계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외에도 건강과 인권의 문 제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더 나아가 건강권을 사회권의 한 종류로 본다고 하면, 이와 같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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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권을 인정하는 것을 당위적 내지는 윤리적 성격을 띠는 것(Sen, 2004)으로 이해한다면, 건강에 있어서 바람직한 상태를 목표로 두고 여 기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어떤 종류의 건강을 어떤 수준으로 달성해야만 건강권이 확보되고, 그에 의해 형평성이 달성될 수 있다고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합의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건강권이나 건강형평성 달성을 위한 노력 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