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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최근 농정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과 계획(2021~2025), 신년사, 언론보도가 그것이다. 첫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계획은 5년이라는 기간의 중장기 경

제부문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하여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틀 속에서 농업 정책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해당연도 경제부 문 각 세부분야에 대한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 다. 농업부문에 대해서도 5개년 전략과 계획보다 정책 추진에 대한 자세한 주문이 나타난다. 셋째, 북한 당국은 언론보도를 통해 정책적 강조점을 대중들에게 전달 한다. 특히 노동신문은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의 기관지로, 해당 기사 주제에 대한 당국의 공식적인 정책 내용을 담고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농업부문 기사를 중심으로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하여 네트워크 분석을 실시한다.

2.1.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과 계획(2021~2025)

6)

김정은 시대를 살펴보기 전에, 김정일 시대 주요 농정을 먼저 간략하게 살펴본 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 농정의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최고지도자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김정일 총 비서는 뜻밖의 큰 위기를 맞게 된다. 1995년과 1996년에 연속적으로 대홍수가 발 생하였고 1997년에는 가뭄과 태풍으로 인해 북한 농업은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된 다. 이로 인해 농업생산이 급감한 것은 물론 생산기반까지 큰 피해를 입으면서 대 규모 기아가 발생한 것이다(김영훈 외 2006: 13).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 국가들 의 몰락으로 외부 지원이 끊겨 농업생산에 필요한 물자 조달과 기반 정비가 어려 웠던 상황에, 자연재해는 원예작물, 축산 등의 분야는 물론 기초적인 식량까지 생 산량을 급감시켰을 뿐 아니라 주택, 학교 등 농촌생활기반과 농경지, 도로, 교량, 관개시설 등 농업생산기반까지 모두 파괴하여 기존 농업생산체제가 유지될 수 없 는 상황에 이르렀다.

거의 모든 산업이 붕괴되고 식량배급까지 중단됨에 따라 북한 당국은 농산물

6) 여기 주요 내용은 본 연구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발간된 최용호(2021)의 “북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농업부문 시사점”의 내용과 일부 동일함을 밝혀둔다.

생산량과 농업생산기반을 조속히 복구하여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 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 실천적 농정을 추진하였다.

첫째로 종자혁명방침, 두벌농사방침, 감자농사혁명방침 등 단기적으로 식량을 증 산할 수 있는 시책을 추진하였다. 둘째로 토지정리사업, 대규모 자연흐름식 물길 공사 등 농업생산기반을 향상시킬 시책을 중장기적 차원에서 추진하였다. 셋째로 초식가축 사육 장려, 신규 축산기지 건설 등 실정에 맞는 축산분야의 시책을 추진 하였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농정 목표 달성과 정책 추진을 위하여 국제사회를 향해 지 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내부적으로는 개혁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심각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대외적 식량 및 농업지원 요청은 불 가피한 것이었다. 식량난 해결을 위한 농업생산기반 복구는 매우 시급한 사안이 었으나 북한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국제 사회에 지원을 요청함에 따라 이후 FAO, WFP, IFAD 등 국제기구, 월드비전 등 국제민간단체, 한국 등 국가 차원, 한국 지자체 및 민간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대 북 인도적 지원 및 농업개발협력에 동참하였다.

한편으로는 북한 자체적인 농업개혁 조치들도 취해졌다. 1996년에 시행된 새 로운 분조관리제와 2002년에 발표된 7·1경제관리개선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 들 조치는 사회주의 집단농업생산체제를 고수하는 가운데 생산 단위(분조 규모) 축소, 생산물 처분의 자율성 부여, 농산물의 상대적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인센티브 를 강화하여 농업생산 증대를 이루고자 하였다.

김정일 시대에 이러한 노력으로도 기본적인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에는 역부족 이었다. 개혁적 조치들은 자본 부족으로, 외부로부터 유입된 자본은 미흡한 제도 개혁이 발목을 잡으면서 기대하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림 2-1> 김정일 시대 북한의 주요 농정 목표와 전략

농정목표 생산증대 농업회생

󰀺 농업정책 - 식량 증산 - 생산기반 복구 - 축산 발전

외부: 자본유치 내부: 개혁조치

국제사회

한국 정부, 지자체, 민간지원단체

분조관리제 개선(1996) 7·1조치 및 포전담당제(2002)

자료: 김영훈 외(2012: 25)를 재구성.

김정일 시대 유산을 물려받은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기간은 이제 10년이 되었 다.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10여 년의 기간은 3개의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 다. 정책적 변화를 기준으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준비기, 2016년부터 2020 년까지의 도약기, 2021년부터 일정 기간 이어질 기간은 재정비기로 구분하기로 한다.

<그림 2-2> 김정은 시대 시기 구분

자료: 저자 작성.

먼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직후인 준비기에는 경제 전반에 대한 개혁적 조치와 개방적 조치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개혁적 조치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과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도입이 그 핵심에 있다. 이들은 모두 경제관리의 효율 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새롭게 내 세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은 경제영역에서의 분야별 구분 없이 경제주체가 자 율적 활동을 영위하는 한편 책임성을 강화하고 있다. 농업부문에서는 협동농장에 계획, 조직, 재정 운영, 판매 등에 대한 권한을 확대 부여하는 한편 정권이 설정한 목표는 책임을 지고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즉, 농업부문에서의 계획적 요소는 식 량이므로 국가가 계획한 식량의 수매량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지만, 그 외 초과 물량과 채소, 과일, 축산물 등 다른 품목 생산물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시장거래 를 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 도입에 의하여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분배방식이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농업부문에 적용된 형태인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 하여 가족 중심의 영농활동이 가능해졌는데, 이는 개인의 인센티브 증대를 통해 농산물 증산의 동기를 이끌어 내는 한편, 기존 현금으로 성과가 분배되던 방식에 서 현물을 기본으로 하면서 현금분배를 결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분배방식을 변화 시켰다. 더불어 생산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종전의 평균적 분배를 지양하 고 투입한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성과를 분배하는 것이 새로운 사회주의 분배원 칙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개혁조치는 「농장법」 개정을 통하여 제도화되었다. 2009년 12월에 제정된 「농장법」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2012년~2015년 사이에 총 4차례에 걸 쳐 수정 보충(개정)되었다.7)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난 변화는 ‘농장책임관리제’와

‘포전담당책임제’를 명시한 것이다. 2014년 개정을 통하여 ‘농장책임관리제’가 법령 제4조에 명시되었는데, 이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농업부문의 주요 주체인 협동농장에도 적용됨을 의미한다. 또한 2015년 개정에서 제22조에 기존

7) 자세한 법령의 내용은 이종규(2018)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분조관리제 내 작업반우대제와 독립채산제의 실시가 삭제되고 포전담당책임제 와 유상유벌제를 분조관리제 안에서 정확히 실시할 것을 규정하였다. 이는 협동 농장 운영과 분배방식에 있어 포전담당책임제가 중심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표 2-2> 북한 농장법 개정의 주요 내용

구분 종전 법령 2012~2015년 개정 법령

농장의 경영활동 원칙 특별한 언급 없음 농장책임관리제의 실시 농장 운영 관련 제도 분조관리제, 작업반우대제,

독립채산제의 실시 분조관리제 안에서의 포전담당제와 유상유벌제 실시 계획지표의 분담 언급 없음 중앙지표와 농장지표의 구분, 농장은 중앙지표 달성 전

제하에 자체 농장지표 계획 가능 농업생산조직 및 노동력

배치 특별한 언급 없음 여러 부업생산단위 자체 조직 가능, 직종별 노동력 배치 관련 자율성 확대

농장의 재정 관련 권한 특별한 언급 없음

농장의 현금 보유 가능, 농장지표 통해 획득자금의 경영 활동 무제한 사용 가능, 주민들의 유휴화폐자금 동원이 용 가능

결산분배 원론적 언급(현금분배방식) 현물분배를 기본으로 하면서 현금분배를 결합하는 방식 국가수매와 농장의 자율

처분

일정 수량만 남겨두고 전량 국가 수매

국가수매량 납부 이후 남은 물량을 농장이 자율적으로 처 분 가능

가격제정 및 판매 권한 일부 농산물을 직매점 통해 판매 가능

국가수매량 납부 이후 남은 물량을 기관·기업소 등에 판 매 가능, 농장지표와 부업생산물은 농장 자체로 가격 결 정 및 판매 가능

자료: 양문수(2017: 84); 최용호(2021: 7).

이러한 정책 및 제도의 준비기간을 거친 북한은 2016년에 이르러 북한에서 36 년만에 개최되는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를 계기로 도약기로 접어든다. 북한에서 조선로동당은 사회주의국가 북한의 최고권력기구로, 당대회는 최대 정치문화 행 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당대회에서는 가장 핵심적으로 당의 전략적 노선과 국 가경제의 정책 추진 방향이 제시된다. 제7차 당대회에서는 노동당의 전략노선으 로 ‘경제건설 및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이 설정되었으며, 국가경제의 정책 추진 방 향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16~’20)’이 제시되었다. 집권 5년 차를 맞이하 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북한을 정상국가 또는 보통국가 반열에 올리기 위한 목 적이 제7차 당대회 개최 배경에 깔려 있었다. 최고지도기관인 당이 노선과 정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