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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업이 당면한 과제는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는 김 일성 시대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이며, 지금의 김정은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북한은 농작물 경작에 적합한 농경지가 부족하다. 북한에는 전 체 국토의 15~17%만이 농작물 경작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도 논의 비중은 약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식인 쌀을 생산할 수 있는 면적 자체가 부족하다. 과거에는 산지를 개간하는 방법으로 부족한 농경지를 늘리고자 하였으 나, 이로 인한 폐단으로 자연재해 피해가 자주 그리고 더 크게 발생하자 김정은 시 대에 들어서는 산림으로 환원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신에 앞서 살펴본 바

와 같이 간석지 건설과 같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둘째, 가뭄과 이상고온,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발함으 로 인해 농업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 해서는 기본적으로 가뭄이나 홍수 피해에 대비한 관개체계, 배수체계 등 수리시 설의 완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산림 훼손과 함께 수리시설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 아 매년 크고 작은 자연재해에 농업생산기반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피 해 복구도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양상이어서 피해가 누적되어 나타나고 있다.

셋째, 종자, 비료, 농약, 비닐 등 농기자재, 각종 장비 및 설비, 연료 및 전력 등 농 업생산에 필수적인 투입재 공급이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농업 투입재는 생산성 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여서 북한 당국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농물자 보장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뚜렷한 해결방안은 없이 주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한 예로 비료 확보를 위해 매년 연초에는 모든 주민에게 일정한 양의 퇴비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9) 국가 차원에서는 신규 비료공장을 건설하는 등 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원료와 전력 부족으로 정상적 운영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 근에는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제한적임에 따라 분 배에 있어서 곡창지대와 일부 특정 협동농장으로 선택과 집중이 되고 있다.

넷째, 농업기술의 개발 및 보급도 오랜 기간 지체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 이전에 는 중공업 등 비농업부문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인하여 농업기술의 수준이 향상되 기에는 어려운 구조였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농업에 대한 위상을 높이면서 농 업과학기술 개발 및 보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연구개발(R&D)을 위한 지속적인 투 자와 함께 과학기술자의 양성에 대한 지원이 실천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농업기술 향상을 위한 여건을 만들지 못한다면 대안적으로 외 부와의 과학기술적 교류와 전문가 교류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마

9) 데일리NK. 2021. 1. 7. “北 새해 첫 과제는 역시 ‘퇴비 전투’… “노동자 1인당 500kg 내라”.”

저도 정치적 관계 악화에 따라 과거에 일부 품목에 대하여만 제한적으로 외부와의 교류가 이루어졌을 뿐 지금은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농업과 관련한 제도와 정책의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 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농업부문에 농장책임관리제와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하여 협동농장과 개별 생산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분배 방식을 개선하여 개인 인센티브를 강화하고자 했던 점에는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 으며 의미 있는 변화로 인정할 수 있다. 이 제도적 변화가 보다 큰 효과성을 발현하 기 위해서는 농기자재를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과 함께 국가와 생산 주체 간 합리 적인 배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북한 농업이 갖고 있는 문제들이 실제로 농업생산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 실증적으로 규명해 보고자 한다. 이 분석 결과는 본 연구에서 논의하 고 있는 바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10)

추정식은 쌀과 옥수수에 대한 생산성(단수)을 독립변수로 설정하였으며, 기상 조건과 이상기후 발생 여부, 그리고 면적당 비료투입량 등을 주요 설명변수로 포 함하였다. 여기서 기상과 이상기후에 대해서는 월별 생육온도일수(GDD), 월별 누적강수량(PSUM), 폭염온도일수(KDD), 폭우더미(HR) 등으로 구성하였으며, 파종기, 생장기, 수확기의 3개 시기로 재구분하여 변수를 구성하였다.

추정 방법은 분석자료가 패널자료이며 하우스만 검정 결과에 따라 일치추정량 을 제공하는 고정효과 모형을 채택하였다. 또한 지역별 시간 불변의 특성을 고려 한 일반적인 고정효과(Fixed Effects: FE) 모형과 개별 지역의 특정 추세를 따로 반 영하는 개별 기울기 고정효과(Fixed Effects with Individual Slope: FEIS) 모형으 로 구분하여 추정하였다.

본 회귀분석의 추정 결과는 작물에 따라 쌀 단수 모형인 (1), (2)와 옥수수 단수 모형인 (3), (4)로 나누어지며, 개별 기울기 포함 여부에 따라 (1)과 (3)은 고정효과 모형, (2)와 (4)는 개별 기울기 고정효과(FEIS) 모형으로 구분된다.

10) 본 실증분석에 대한 자료, 변수 설명, 기초통계치, 추정모형 선정 등에 대한 논의는 <부록 3>을 참조.

먼저, 쌀 단수의 추정 결과를 살펴보면 모형 간 차이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 는다. 생장기(6~9월)의 GDD 증가, 생장기의 강수량 증가, 수확기(10월)의 강수량 감소가 쌀 단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 따라 기온이 쌀의 단수에 미치는 영향은 파종기(5월)나 수확기보다 생장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 다. 강수량이 쌀의 단수에 미치는 영향 또한 생장기의 강수량이 유의하게 나타남 에 따라 생장기에 부족한 강수량은 단수의 감소를 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 다. 반면에 수확기의 강수량 증가는 쌀 단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수확기의 많은 강수량은 수확 작업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표 2-16> 북한의 쌀과 옥수수 단수 추정 결과

설명변수

종속변수: log(쌀 단수) 종속변수: log(옥수수 단수)

(1) (2) (3) (4)

계수 (표준오차) 계수 (표준오차) 계수 (표준오차) 계수 (표준오차) GDDsow -0.0007 (0.0010) -0.0005 (0.0008) 0.0006 (0.0006) 0.0004 (0.0005) GDDgrow 0.0016 (0.0007)** 0.0017 (0.0006)** 0.0002 (0.0002) 0.0003 (0.0002) GDDharv -0.0016 (0.0009) -0.0010 (0.0007) -0.0029 (0.0006)*** -0.0029 (0.0007)***

PSUMsow -0.0001 (0.0005) -0.0003 (0.0004) 0.0005 (0.0002)* 0.0006 (0.0002)**

PSUMgrow 0.0004 (0.0001)*** 0.0004 (0.0001)*** -0.0000 (0.0001) -0.0000 (0.0001) PSUMharv -0.0008 (0.0002)*** -0.0011 (0.0001)*** 0.0002 (0.0001)* 0.0002 (0.0001) KDDgrow -0.0147 (0.0014)*** -0.0131 (0.0011)*** -0.0101 (0.0041)** -0.0102 (0.0038)**

HRgrow -0.1285 (0.0449)** -0.1407 (0.0405)*** 0.0582 (0.0541) 0.0556 (0.0486) log(FERT) 0.3708 (0.0847)*** 0.4515 (0.0695)*** 0.2365 (0.0385)*** 0.2147 (0.0482)***

Trend 0.0217 (0.0043)*** 0.0293 (0.0093)*** 0.0226 (0.0044)*** -0.0002 (0.0037) Constant -3.5100 (0.6775)*** -4.2842 (0.6312)*** -0.1690 (0.4372) -0.0872 (0.4759)

개별 기울기 NO YES NO YES

표준오차 Driscoll-Kraay Driscoll-Kraay Clustered-robust Clustered-robust

Within R2 0.6619 0.7270 0.5814 0.6864

주: 괄호 안의 (1), (2) 모형은 Driscoll-Kraay 표준오차, (3), (4) 모형은 군집강건표준오차(clustered robust standard errors)를 나타내며, *, **, ***는 각각 10%, 5%, 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함을 나타냄.

자료: 저자 작성.

이상기후가 쌀 단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생장기의 폭염온도일수 증가와 생장기의 폭우 발생은 쌀 단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벼 생장기에 폭염이 지속될수록 가뭄이나 고온에 의한 작물 피해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해 생장기의 폭우 빈도가 늘어남에 따라 그 피해가 쌀 단수의 감소로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 추세는 예상대로 쌀 단수와 양(+)의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경우 면적이 작긴 하지만 단수가 높은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기술 접근에 대한 용이성 이 농촌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더 커서 체계적인 발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옥수수 단수에 대한 추정 결과 또한 모형 간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나, 수 확기(9월) 강수량이 FE 모형 (3)에선 10%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데에 비해 FEIS 모형 (4)에선 유의하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또한 추세(기술) 변수가 모형 (3) 에서는 1% 수준에서 유의하였으나 모형 (4)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

수확기 강수량의 효과는 지역 특정 추세에서 설명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 역의 수확기 강수량은 특정 지역 기술 추세를 통제할 경우 옥수수 단수에 대한 설 명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모형 (4)에서 유의하지 않은 추세의 계수는 공통적인 기술 증가보다 지역별 기술 증가추세가 상이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즉, 북한의 옥수수 단수 증가는 국가 전체의 공통적인 기술 추세 대신 지 역별 기술 추세를 따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옥수수 단수 모형에서 공통적으로 수확기(9월)의 GDD 증가가 부정적인 영향 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모형 (3)을 기준으로 파종기의 강수량 증가가 단수 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기간보다 수확기의 기온 관련 조건이 옥수수 단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수확기에는 적 산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오히려 옥수수 단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모형 (3)과 (4) 모두 생장기의 GDD와 강수량은 옥수수 단 수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으나, 파종기의 강수량 증가는 옥수 수 단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옥수수에 미치는 기

상 조건은 생장기보다는 파종기나 수확기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옥수수 단수 모형 모두에서 생장기의 폭염온도일수 증가는 옥수수 단수에 부정 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생장기 폭우 빈도가 옥수수 단수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생육온도일수, 즉 작물이 받아들이는 적산온도의 합 자체가 옥수수 단수에 미치는 영향은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폭염 지속 등의 이상 기후는 단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생장기의 폭 우 빈도는 옥수수 단수 증감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단위 면적당 비료투입량은 쌀 단수와 옥수수 단수 모형 모두에서 단수 증가와 양(+)의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비료투입량 증가는 북한의 주요 식량작 물 단수 증가와 더불어 재배면적을 일정 수준 유지할 시 생산량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상요건은 통제가 불가능하여 그 영향에 대한 인위적 인 조치가 제한적이지만, 비료투입량 같은 경우는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료 투입 증대는 북한의 생산성과 생산량 증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제3장

한국의 대북 농업교류협력 여건

K O R E A R U R A L E C O N O M I C I N S T I T U T E

제3장

한국의 대북 농업교류협력 여건

제3장에서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북한과의 농업교류협력 추진을 고려했을 때 그 여건이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제2장에서는 북한 농업부문 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북한 농업의 문 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교류협력을 수단으로 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처한 현 실과 역량에 따라 실현가능성과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대북정 책, 대북한 농업지원 역량과 상호보완성, 남북 농업교류협력의 법·제도 측면의 여 건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