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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이론을 둘러싼 주요한 논점

다문화주의의 제이론에 대한 몇 가지 의문 내지 비판과 이에 대한 다문화주의 이론가의 회답 내지 반응을 살펴보고, 여기서 드러나는 주요한 논점과 다문화주의의 기본전제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더불어 다문화주의 이론에 대한 약간의 내재적 비판도 시도하고자 한다. 의 문 내지 비판이란 첫째로 다문화주의의 입장에서는 억압적 문화도 존 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둘째로 문화의 보호나 집단적 정체성의 승 인은 문화나 정체성을 특정한 내용 그대로 고정시키는 것이며, 이는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닌가, 셋째로 다양한 문화의 존중은 정치적 통합의 기반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닌가라고 하는 것이다.

(1) 문화의 존중과 억압적 문화

다문화주의 이론의 세 가지 기본전제는 모두 그 자체로서는 개인의 자유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화 중에는 자유를 억압하는 것

3 장 다문화사회에 관한 이론과 법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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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있기 때문에, 다문화주의가 복수의 문화를 존중한다고 하는 경우 에 억압적 문화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세 가지의 기본전제 중, 자유의 기반으로 문화를 위치지우는 논의를 살펴보자. 여기서는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자유의 실현을 위 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본 래의 목적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자유가 중요하다면 억압적 문화는 존중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이에 개입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하는 의 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집단적 정체성을 승인할 필요성이라든지 정 치적 통합의 위한 동포의식의 필요성을 기초로 하는 논의의 경우에는 문화가 억압적인 것이라도 그러한 논의 자체는 성립한다. 그러나 논 자는 개인의 자유를 제약해도 된다고는 하지 않으며, 자유는 존중되 어야 하는 것으로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집단적 정체성의 강조나 문화의 공유를 기반으로 한 집단적 자기결정은 자유의 억압을 초래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논의에서도 과연 억압적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가라고 하는 의문이 발생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한 논자의 대응을 보자면, 결론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 만, 자유의 존중과 문화의 존중 중에서 어떤 것을 출발점으로 하는가 라고 하는 접근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문화의 가치 를 자유의 기반으로 하는 킴리카(Kymlicka)는 억압적 문화는 그대로는 원리적으로는 존중할 가치가 없다고 하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직접적 개입으로 억압적 문화를 리버랄한 것으로 바꾸 는 것은 많은 경우에 곤란을 수반한다는 현실적 이유에서 기본적으로 는 경제적 압력 등에 의한 유도를 권장하고 있다.33) 이와는 대조적인 것인 집단적 정체성의 승인의 필요성이나 정치적 통합을 위한 동포의 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자의 대응이다. 예를 들면, Walzer는 집단 적 자기결정을 인정하는 이상, 다소의 잘못은 자기책임의 결과로서

33) Kymlicka, MC, Ch.8 ; Raz, 'NSD', pp.119, 121, 128-9 ; do, 'M', pp.167-8, 169-72.

2 절 다문화주의의 규범적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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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해야 하고, 다른 집단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자유의 확보에 대해서는 국가내부에서는 연방제 등 에 의한 집단간의 상호억제로, 국가간에서는 경제적 압력 등에 의한 견제의 효과를 기대하고, 자유의 억압이 극히 중대한 것일 때에 한하 여 직접적 개입이 허용 내지 요구된다고 한다.34)

억압적 문화를 둘러싼 문제는 이탈의 권리와도 관련되어 있다. 이민 은 스스로의 모문화로부터 이탈하지만, 이를 권리로서 인정한다면 그 권리는 억압적 문화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단이 된다. 여 기서 이탈의 권리를 인정해 둔다면, 자유는 보호될 수 있고, 억압적 문화의 아래에 머무는 자유도 보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탈의 권 리를 인정함과 동시에 억압적 문화에도 존재를 허용해야 한다고 하는 생각도 존재한다.35) 그러나 문화에 대한 귀속은 자발적 결사와는 달 리 임의의 이합집산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개인의 자유에 의 거하는 킴리카나 라즈는 이탈의 권리를 단적으로 인정하면서, 억압적 문화의 내부에 머물면서 이를 개혁하는 기회도 보장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36) 내부로부터의 개혁에 가능성이 없을 때에 이탈은 개인을 위 한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개인에 대해 내부개혁의 기회를 인정한다면 원리적으로는 충분하고, 이탈의 권리를 개인의 자유의 보 장에 불가결한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접근법도 생각될 수 있다. 특히, 밀러와 같이 민족을 상호부조의 의무를 진 개인으로 구성 되는 공동체라고 이해한다면, 이탈은 동포에 대한 의무의 불이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무조건 인정할 수는 없게 된다.37)

34) Walzer, ‘NU’, pp.543-6, 549-52 ; do, ‘JT’, pp.77-81. 또 Taylor, ‘PR’, pp.72-3 ; Miller, ON, pp.75-8도 참조.

35) 예를 들면, Chandran Kukathas, “Are There Any Cultural Rights?” Political Theory, vol.20 (1992), pp.116-8, 127-9, 133-4.

36) Kymlicka, LCC, p.202 n.5; MC, pp.35-44, 85-7; Raz, ‘M’ pp.166, 172.

37) Miller, ON, pp.23-4, p.42 n.50. 그렇지만 밀러도 동포에 대한 의무를 상회하는 중 요성을 이탈의 자유에 인정하여, 결론적으로는 이탈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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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적 문화의 문제에 관한 논자의 태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은 이러한 차이는 자유의 실현에 대해 실체적 이상을 우선하는 접근법과 절차적 이상을 우선하는 접근법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밀러, 테일러, 왈츠 등 집단적 자기결정을 강조하는 논자는 다 양한 차원에서의 공식

비공식의 토의나 투쟁의 과정에 모든 당사자 가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정절차에 관한 하나의 이상이 라고 할 수 있지만, 토의나 투쟁의 결과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 결과로서의 문화의 내 용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바가 적다. 이에 대해 킴리카나 라즈의 접근 법은 단적으로 리버랄한 제도나 정책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 다. 그러나 여기서 주장된 실체적 이상을 어떻게 현실화할지에 대해 서는 논의하는 바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러한 두 가지 접근법은 각각,

누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

무엇으로 결정해야 하는가

를 논하는 것으로서, 서로 대립되는 것은 아니며, 상호 보완되어야 하 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된다.

(2) 문화나 집단적 정체성의 보호와 변용

다음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국가가 특정한 문화를 유지하는데 관 여하거나 특정한 집단적 정체성의 승인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의 정상적인 변화과정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논의이다. 문화란 개인 이 다른 문화와 접촉하면서 변화해 가는 것이다. 집단적 정체성도 그 내용이 바뀔 수 있고, 개인의 내부에서 가지는 중요성도 다양할 수 있 다. 이런 부단한 변화과정에 국가가 개입한다면 문화를 생명력없는 박 물관의 진열품으로 폄하하게 되고, 인간의 자기해석성을 부정하여 특정 한 정체성을 개인에게 강요하게 되지는 않는가라고 하는 것이다.38)

Taylor, ‘PR’, pp.58-9도 참조.

38) 예를 들면, Kukathas, “Are There Any Cultural Rights?” Political Theory, vol.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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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판에 대한 다문화주의의 논자로부터의 반응은 간단하게 말하 자면, 특정한 문화를 존중하더라도 문화의 변화를 저해하거나 정체성 의 변화를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억압적 문화에 대해 다문화주 의의 논자의 다수는 그것이 리버럴한 것으로 변화할 것을 기대하면서, 존중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문화의 존중과 문화의 변화가 양립한다고 하는 이상에 입각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나 집단적 정체성의 변화가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변화라도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어떤 변화가 허용되고, 어떤 변화가 부정될 것인가. 이 점에 대해 논자들의 견해가 그다지 분명하지는 않다.

우선, 자유의 기반으로서의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자로서, 킴 리카의 논의를 검토한다. 그는

문화 그 자체

와 문화의 특징 을 구 별한다. 개인은 과거로부터 전승된 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여 가 치있다고 판단한 것은 장래에 전하고,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폐기한다. 또 다른 문화로부터도 가치있다고 판단한 요소를 수용 하고, 이를 장래에 전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과정에서의 개 인의 자유야말로 선택의 자유의 핵심이며, 이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

문화는 개인의 이러한 자유로운 선택의 집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은 항시 변화하면서 전승되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 의 특징은 변화하지만, 문화 그 자체는 존속하고 있으며, 문화를 유지 하는 때에 개인의 자유가 부정되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39)

이처럼, 문화의 변용은 용인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도출하는 필연적 결과로서 적극적으로 긍정되고 있다. 그러나 그 함

(1992), pp.110-2, 114-5; Jeremy Waldron, “Minority Cultures and the Cosmopolitan Alternative”, University of Michigan J. of Law Reform, vol.25 (1992), pp.786-8;

Anthony Appiah, “Identy, Authenticity, Survival: Multicultural Societies and Social

Anthony Appiah, “Identy, Authenticity, Survival: Multicultural Societies and So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