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가 . 기존 주장에 대한 비판적 검토

그 동안 학교 현장이나 학계에서는 우리 나라 중등단계 직업교육과 자격 제도간에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다양하게 제기하여 왔다. 이 중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온 주장들은 일차적으로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목표를 두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교 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하여 학교에서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지 말고 졸업장만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자격무용론까지 주장하고 있 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들은 학교교육상 외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임시방편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연구에서 다루는 중등단계 직업교육과 자격제도상에 나타나는 문제는 단순히 실업계 고교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관련 자격제도와 잘 연계시 킴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는 우리 나라 직업교육을 포함 한 교육제도와 자격제도 전반을 포괄하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문제 접근과 해결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중등단계 직업교육과 자격제도의 연 계 방안을 제안하기에 앞서 실업계 고교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이나 학계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던 자격제도의 운영에 대한 주장이나 잘못된 가정들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는 그 동안 제기되어 왔던 문 제와 그 해결 방식을 보다 근본적이고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 다.

여기에서는 그 동안 실업계 고교를 중심으로 자격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

기해 왔던 주장이나 가정들을 정리하고, 이러한 문제 인식이 갖는 한계와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제시하였다.

첫째,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통해 직업교육을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격 시험을 치르는 것은 학교나 학생 측면에서 볼 때 비용이 많이 드는 문 제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현재 자격검정을 치르는 학생들 대부분이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현실이고, 더구나 단순기능의 숙달이나 반복을 요구 하는 자격검정 방법으로 인해 학교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학교교육을 정상적으로 이수하는 학생에게 무시험으로 자격을 인정하자는 주장을 한다. 이러한 입장은 주로 학교 현장 교사들에 의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그러면 중등단계 직업교육을 이수하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자격을 부여한 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학교 졸업시 자격증을 누구 에게나 부여한다면 학생들이 취득하는 졸업장과 자격증의 차이는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무시험 검정으로 자격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왜 학생들이 자격을 취득해야 하고, 자격 취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극적으로 무시험 자격검 정으로 초래될 수 있는 결과가 무엇이며,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게 되는가 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무시험 검정에 의한 자격부여는 학교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궁극적인 방법은 될 수 없다.

중등단계 직업교육 이수생에게 졸업시 자격을 부여한다면 자격은 졸업장 그 이상의 기능이나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자격은 졸업장과는 달리 개 인이 어떠한 직업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볼 수 있는 신 호 기제로서 학력(學歷)을 보완하거나 대비되는 능력 지표로서의 기능을 한 다. 이런 점에서 직업교육을 이수했다고 해서 무조건 자격을 부여할 경우, 개인의 직업 능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자격은 본래적 신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더구나 학력(學力) 저하로 인해 중등단 계 직업교육 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전체 학생들에게 자격을 부여할 때 자격제도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현재 학생들이 취득하는 자격의 효용성이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격을 무조건 부여할 경우, 현장에서 자격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활용 가치가 있었던 자격 종목조차 현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무조 건적인 자격 취득은 학생들에게 결코 혜택을 주지 못하며, 자격이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데 따른 피해는 결국 학생들의 몫이 되고, 그 결과로 인해 학교의 책무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첫 번째 입장보다는 다소 진일보한 입장으로서 학교평가를 통해 평 가 결과가 우수하다고 인정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무시험으로 자격증을 부 여하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학교나 학생간의 질적 격차가 큰 현재적 상황에서 무조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데서 출발하며, 따라 서 학교 평가를 통해 질 관리를 하는 것이 다소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러한 의견은 그 동안 주로 학계나 일부 현장 교사들로부터 제안되어 왔 다.

사실 외국의 경우, 직업교육기관에서 질 관리가 보장된 기관에서 교육 프 로그램을 이수한 자에게는 별도의 자격검정을 치르지 않고 자체 평가를 거 쳐 자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 평가 절차나 기준이 매우 엄격하여 평가에 소요되는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 한 교육 프로그램이 매우 특수하거나 실무적 성격이 강하여 개인의 능력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거나 자격 검정 대상 집단의 규모가 크지 않은 도제형 교육 프로그램일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비해 검정 대상이 다수이거나 전국적인 규모일 경우에는 개인의 직업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별도의 독립적인 자격검정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학교 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도구나 지표가 발달 되어 있지 않고, 평가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과 같은 엄 격한 평가방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서 학교 평가가 시행되 고, 평가결과에 의해 해당 학교 학생에 대해서만 무시험 자격을 부여하게

된다면, 학교 평가 준거에 대한 타당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또한 학교 평가 결과가 곧 개인의 능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나타내 보일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고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면, 학교 평가 결과에 의한 자격 부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선진 외국의 운영 사례를 외형적으로만 이해함으로써 갖는 오류인 데, 직업교육을 이수할 경우, 자격을 무시험 검정으로 부여하거나, 자격만으 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동안 공업 계 고교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독일의 자격검정 사례를 들어 우리 나 라에서도 무시험 자격검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그러나 앞서 독일의 자격제도의 운영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에서 는 결코 자격을 무시험으로 부여하지 않는다. 독일은 직업교육을 이수한 후 최종 시험을 통해 자격증이 부여되는데 여기에서 최종 시험은 우리 나라의 학기말 시험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 개인의 직업능력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 로 측정하기 위하여 다수의 외부 평가자에 의해 장시간에 걸쳐 다양한 방법 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독일의 자격검정 방법은 세계적으로 엄격하 고 까다로운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일의 자격검정제도가 우리 나라에 서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은 외형적으로 볼 때 우리 나라와 같이 별도의 자 격검정 관리체제 없이 직업교육훈련과 통합되어 운영되는 방식을 직업교육 이수 후 무시험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다.

한편, 교육과 자격의 연계를 통해 평생학습을 지향해 나가는 데 관심을 갖는 학자들 중 일부는 영국이나 호주의 운영 사례를 들어 자격취득으로 대 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연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의 외형적인 모습만 보고 우리 나라에 서도 자격을 취득할 경우 학력으로 인정받거나 대학진학 기회를 보다 확대 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 자격과 학력간의 연계가 활발한 이들 국가들은 직업교육과정과 자격취득과정을 통합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상 두 영역간의 상호 인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 가들은 연계 범위를 직업교육과 자격제도에 한정하고 있으며, 인문교육과의

연계는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학력주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거나 혹은 직업교육과는 달리 인문교육의 독자성이나 특성을 존중하는 데서 나타 난 결과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직업교육과 자격제도간 일대일적 연계 방식

연계는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학력주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거나 혹은 직업교육과는 달리 인문교육의 독자성이나 특성을 존중하는 데서 나타 난 결과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직업교육과 자격제도간 일대일적 연계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