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한국의 또 다른 특징은 경제와 신체, 정신의 양극화다. 경제 분 야의 양극화는 계층 갈등의 미래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삶의 수준은 보장하겠지만, 로봇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한국 사회에서 직업의 양극화와 이로 인한 부의 편중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15~2025년까지 제조 업 현장에서 생산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할 때 인건비 절감 효과가 가장 큰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향후 국내 제조업계의 생산직 고용감소는 확실한 트렌드이다BCG, 2015.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칼 프레이Karl Fray와 마이클 오스본Michael Osborne
교수는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고소득 직군의 경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으로 교체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을 했다Frey &
Osborne, 2013. 하지만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의 발달은 생산직, 운전사 등
의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의사, 변호사, 작가, 외환거래사 같은 지적인 노동의 알고리즘화도 가속화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중산층을 떠받칠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경제적으로 양극화된 사회가 빈자리 를 차지하는 우울한 전망이 유력하다.
신체와 정신의 양극화는 인간의 몸과 지식, 인지 능력이 자본화되는 추세의 연장선에서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아무리 부유하고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성형수술을 받거나 피부색이 달라도 생물학적으로 한 가지 종류의 인간종homo sapiens만이 존재한 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는 전통적인 인간 외에 다양한 과학기술을 활 용해 호모사피엔스의 생물학적 테두리를 일정 부분 벗어난 새로운 인 간종이 등장하고, 결국은 신체적 양극화란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날 것이다.
2015년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의 과학자들은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최초로 편집해서 맞춤형 아기를 만드는 전 단계에 한 걸음 다가섰다연합
뉴스, 2015. 유전자 편집 기술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난치성 유전에서 선
호하는 신체적 특성을 갖춘 맞춤형 아기를 디자인하는 데도 활용될 가 능성이 크다. 부모라면 누구나 더 건강하고 잘생긴 후손을 원하기 때문 일 것이다. 중국 하얼빈 의대는 원숭이 머리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30 년 이내에 노화를 방지하는 획기적인 신약이나 나노기술, 줄기세포 치 료법도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인은 더 건강한 삶을 물려주기 위해 아들과 딸의 유전자
를 튜닝tuning하거나 부모가 물려주신 신체발부身體髮膚를 인공장기나 로
봇, 타인의 몸으로 바꾸는 시도를 점점 더 갈구할 것이다.
향후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의 정신세계도 양극화할 가능성이 있 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적 사고를 능가할 정도로 진화할 경우, 사 람들의 반응은 큰 틀에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뉠 것이다. 한 부류는,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과의 경쟁을 포기하고 컴퓨터의 지시를 수동적으 로 따르는 데 점점 익숙해질 것이다. 다른 부류는, 외부 인공지능을 개 인의 두뇌 안에 이식시켜 기억력, 사고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하는 전략
을 선택할 것이다. 앞선 인공지능을 자아의 일부로 포섭한 사람과 인공 지능을 똑똑한 타자로 간주하는 사람, 두 그룹 간의 두뇌 능력은 엄청 난 차이가 날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신체 조건과 사고 능력을 극단적으로 강화하는 과학 기술들이 결코 모든 국민에게 허락되지는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용 부담이 너무 크거나 전통적 인간상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너무 과 격하게 ‘강화된 인간’이 되기를 포기할 것이다. 반면에 소수의 사람들 은 호모사피엔스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수명이 길고 우월한 신체와 사 고 능력을 갖춘 또 다른 인간homo으로 진화하는 방향으로 아낌없이 돈 과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인간 신체의 양극화는 한국 사회의 정체성 을 뿌리부터 흔들 이슈이다. 국가란 같은 인간들이 모여 사는 집단이 란 명제가 와해되고, 대신 새로운 형태의 계급사회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시각에서 생물학적으로 강화된 인간이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권리와 의무를 누리는 것은 오히려 공정하지 못 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구성원 간의 현저한 신체적 격차는 정치적 선택 과 행정 서비스의 차이로 이어지고, 정부 기능의 이원화를 촉진할 것이 다. 각종 생명공학기술과 꾸준한 건강 관리로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 는 ‘강화된 인간 집단’이 실제로 부상한다면, 기대수명이 여전히 80대 중반에 머무르는 ‘기존 인간 집단’에 비해서 분명히 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부 정책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