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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헌법상의 기본이념 및 원칙

경작자가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하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은 우리 나라 헌법의 기본이념 중 하나이다. 1948년의 제헌헌법은 제86조에서 ‘농 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경자유전 원칙을 최초로 규범화하였고, 이를 근거로 하여 「농지개혁법」이 제정되었다. 1962년의 헌법은 제113 조에서 ‘농지의 소작제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금지한다’고 하여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배경이념으로 이를 표현하였다. 이 어서 1980년 헌법은 제122조에서 ‘농지의 소작제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금지한다. 다만,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 한 임대차 및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규정하 여 그 이전 헌법보다 농지이용에 유연성을 부여하였다. 1987년 개정 헌법 에서 경자유전 원칙 준수 내용이 명시되어 현재까지 그 내용이 유지되고 있는데, 현행 헌법은 제121조 제1항에서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 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 다’라고 하고, 제2항에서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해서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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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 헌법은 내용 상으로 1980년 헌법의 입법취지를 모두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전 헌법이 내포하고 있던 경자유전 원칙에 대한 배경이념을 명문화하고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경자유전 원칙을 헌법상의 원칙규범으로 정한 것은 전근대적 지주소작 관계를 해체하고자 했던 역사적 이유,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국토환경 보 전을 위한 국민경제적 이유, 그리고 북한체제와 경쟁하기 위한 정치적 이 유 등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46 여기에다 현행 헌법이 경자유전 원칙을 명문화한 것은 농지가 투기자본의 가치증식 대상이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본다(이종수 2008, 13).

1.2. 경자유전 원칙의 입법적 구현 내용

헌법상의 경자유전 원칙은 하위 법률의 입법화를 통해 실천적인 규율로 구현된다. 경자유전 원칙의 실천적 형태는 「농지개혁법」과 「농지법」

을 통해 구체화되었는데, 이들 두 가지 형태 간에는 경자(耕者)의 개념과 관련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농지개혁법」에서의 경자는 농가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농가는 자경 하는 농민뿐 아니라 동거하는 가족구성원 모두를 포함한다. 이에 따라 영 농하지 않는 가구원도 경자에 속하게 되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고, 경자의 주된 척도는 직접경영 여부보다 통작거리 내 거주 여부가 되었다 (김홍상 2006, 151). 이는 가족경영에 의한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향하는 스 위스가 채택한 경자유전 원칙의 실천형태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반면에

46 이종수(2008), p. 13 참조. 이와 별도로 경자유전 원칙에 의한 자작농 체제 창설 이 한국의 자본주의 발전을 위한 자본의 본원적 축적과 관련이 있다는 정치경 제학적 분석이 있다. Soo-Suk Kim(1993), pp.78-8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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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농지법」에서 경자는 농가가 아니라 직접 영농을 하는 농업인 및 농 업법인으로 규정하여 경자의 범위가 이전의 「농지개혁법」에 비해 보다 엄격해졌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영농에 종사하지 않는 가구원은 원칙 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농지의 취득자격과 관련하여 취득 당시 영농활동을 하고 있는 경작자만 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영농을 계획하는 장래농업인도 포함할 것 인지에 대해서는 「농지개혁법」과 「농지법」 모두 장차 영농을 하려는 자에게 농지를 취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농지법」은 제6조 제1항에서 이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고, 「농지개혁법」은 비록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았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것이 인정되었다.

법인의 농지소유에 대해서는 「농지개혁법」은 이를 제한하였으나,

「농지법」은 농업구조개선 및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를 허용하고 있다. 「농지개혁법」에서 법인의 농지소유를 제한한 이유는 이 법이 지향 한 이념적 모형이 자작농적 가족농에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반면에

「농지법」은 농업법인의 농지소유를 인정함으로써 대규모의 기업농이 육 성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김홍상 2006. 152).

1.3. 경자유전 원칙의 존폐 및 헌법변천에 대한 논의

최근 농업의 비효율성과 경쟁력 약화 등 농촌과 농업 문제가 심화되고 비농업인의 사실상 농지소유가 만연되어 있는 현실 앞에서 경자유전 원칙 의 실효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편에서는 헌법상 경 자유전 원칙의 폐지론이나 개정론이 등장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며 경자유전 원칙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 고 있다.

먼저 경자유전 원칙의 유지론 입장을 살펴보면, 경자유전 원칙의 헌법적 규범화는 반봉건적 소작제의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업과 남북한 체제의 대 결이라는 정치적 이유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안정적인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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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을 공급하고 국토환경을 보전하며 토지투기를 억제하여 국민경제의 건 전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원칙은 존치되어야 할 중요한 헌법적 규범이라고 주장한다(이종수 2008, 18). 또한 경자유전 원칙에 입각한 농지매매제한 규정을 보면 일정 상한선 내에서 비농업인의 상속으로 인한 농지소유를 허용하고 있는 등 완화되어 있어서 적용상에서 는 이미 상당한 융통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지론적 관점에서 볼 때는 경쟁력 있는 경제농이나 기업농 육성이 필요한 경우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합헌적인 입법형성을 통해 농지소유 상 한을 재조정하거나 농업법인을 활성화할 수 있다. 그리고 관련법의 허용범 위 내에서 지목변경이나 농지전용 절차를 거쳐 개발토지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이종수 2008, 17-18). 따라서 경자유전 원칙은 준수되어 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경자유전 원칙의 폐지론 입장에 따르면, 이 원칙은 제1차 산업이 경제의 기초를 형성하는 구조에서 농업이 산업의 기초를 이루고 있을 때 그것이 실효성을 가지는 것인데, 전세계적 차원의 농산물시장 개방과 대규 모 기업농의 설립이 이루어지는 현실 하에서 경자유전 원칙은 탄력적인 경 제 운용을 저해하고 산업구조를 왜곡하여 생산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 져올 수 있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정종섭 2008, 208).

폐지론과 유사한 입장의 개정론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현실의 변화를 고려한 헌법해석으로 경자유전 원칙의 헌법변천을 시도한 것이다. 여기서 헌법변천이란 특정의 헌법조항이 헌법에 규정된 개정절차에 따라 의식적 으로 수정, 변경되는 것이 아니고, 당해 조문은 원상대로 존속하면서 그 의 미내용만이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헌법규범과 헌법현 실의 불일치로 괴리가 발생했을 경우 헌법규범이 외형상으로는 고쳐지지 않은 채 시대의 변천 내지 역사의 발전에 따라 헌법제정 당시와는 다른 내 용의 생활규범으로 기능하는 것을 뜻한다. 헌법변천에 대한 학설은 긍정 설, 부정설, 예외적 긍정설이 있는데, 이 중 다수설은 예외적 긍정설이다.

예외적 긍정설은 헌법변천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게 되면 위헌행위를 합헌 화하려는 시도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정을 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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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헌법변천의 내용이 헌법의 기본이념과 방향을 같이하고 헌법의 흠결을 보완하는 경우에 이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김철수 2009, 106-109;

권영성 2009, 59-61).

경자유전 원칙에 대한 헌법변천은 ‘경작자가 농지를 경작지로 소유 또는 점유한다’로 포괄적으로 해석하여 제도를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김욱 2002, 232). 다시 말해 지금까지 유전(有田)은 소유권을 의미하는 것이었는 데, 이를 소유권과 점유권 모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경자 유전 원칙은 소유제한 원칙과 사용제한 원칙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헌법변천은 단순히 헌법의지적인 개념의 변질이 아 니라 헌법실현에 의한 ‘생산관계=법률관계’의 총체에 의해서 헌법개념이 재규정되고 있는 헌법적 진화과정이라고 본다(김욱 2002, 232). 소유권뿐 아니라 점유권까지 포함하는 경자유전 원칙은 이 원칙의 기본이념과 방향 을 같이 하면서 헌법현실과의 불일치로 인한 헌법상의 흠결을 보완하는 것 이기 때문에 헌법변천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제 논의들은 각기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있고, 그 논리를 뒷받침 하는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논의만을 통해 평가를 내리고 결론에 도달 하기가 쉽지 않다. 이론적 논의가 타당한 지 여부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러한 제 논의들은 각기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있고, 그 논리를 뒷받침 하는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논의만을 통해 평가를 내리고 결론에 도달 하기가 쉽지 않다. 이론적 논의가 타당한 지 여부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