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APEC 지역 에너지안보 요인

가. 에너지안보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요인

아․태지역에서 에너지안보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몇 가지 요소 또는 에너지안보의 딜레마(Dilemma)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에너지 수급의 차별성

첫째는 아․태지역에서는 역내 국가들의 에너지자원과 수급 상황이 지역/국가마다 상이하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은 크게 동북아시아, 중국, 동남아시아로 나누어질 수 있다. 동북아지역에서 한국과 일본이 안고 있는 에너지안보상의 문제는 비슷하다. 이들 국가의 가장 큰 문 제점은 높은 중동의존도 및 수입의존도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동남 아시아 국가들은 상당한 양의 에너지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에 너지 대규모 소비국이며 생산국이다. 과거에 중국은 에너지 수급문제 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여 왔다. 그러나 중국은 1993년에 석유, 2007년 에 가스를 해외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여기어 하 나를 더 추가한다면 러시아 동부지역이 있을 수 있다. 러시아 동부지 역은 풍부한 에너지자원의 수출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 이들 자원 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표면적으로 에너지를 풍부하게 보유한 국가와 부족한 국가는 교역

26) 본 절의 내용의 일부는 본연구의 공동 참여자인 Adam Stulberg가 작성한 ‘U.S.

Policy and Energy Security in the Asia-Pacific Region: Reconciling Commercial and Security Interests within APEC’에서 발췌한 것임.

96

을 통해 상호간에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긴밀히 협력하 려고 할 것이다. 이들 국가는 공동의 신규 매장지 개발, 국경 간 에너 지 수송망 건설27)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에너 지를 수입하는 국가들 간에 중동 및 아프리카 에너지 자원을 놓고 심 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도 점차 심화될 것이다.

2) 에너지공급 위험의 증대

APEC 지역의 에너지 수급여건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3장에서 살

펴보았듯이, 최근에 이르러 동남아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른 국내 수요 의 증가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같은 국가들은 에너지수출이 감소하 고 있거나, 과거 에너지 순수출국에서 현재는 순수입국으로 점차 변해 가고 있다. 대규모 석유수출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이미 석유순수입 국으로 전환되었으며, 자국에서 생산되는 신규 가스의 최소 25%를 내 수용으로 할당하는 등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주요 석탄 공급국이었으나, 국내 발전 및 산 업용 석탄수요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현재는 석탄수출 제한조치를 시 행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에 중국으로부터 연간 1,800만 톤의 석탄 을 수입하였으나 2010년에는 430만 톤 수입하는데 그쳤다.

아시아 지역은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소비도 크게 증대하였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역내 에너지 생산 증가세는 둔화되어 역외, 특히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수입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하면서 아시아 지역 전체로 볼 때 에너지공급의

27) 러시아의 통합가스공급계획(United Gas Supply System), 동남아지역의 Trans- ASEAN Gas Transmission System, ASEAN Power Grid

위험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3) 원자력발전의 여건 변화

APEC 지역 국가 중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미국, 캐나다 등은 석 유위기 이후에 석유대체 에너지 도입과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원자력 발전의 이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왔었다. 원자력발전은 지구온난 화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 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므로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책 측면에서도 중 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형 쓰나미로 일본의 원

전설비가 심각하게 파괴되었고28), 일본 정부는 추가적인 원전건설 전 면 백지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의 안전 성, 발전원으로서의 적합성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결정적인 계기 가 되었다. 장기적으로 전력공급 안정성 및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등의 정책적 목적으로 추진하던 각국의 원전확대 정책은 전면 수정이 불가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원전 르네상스는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 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와 지난 25년간 전 세계의 424개 원전이 무 사고로 운영되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이제 그 기반이 거의 와해되었다.

따라서 일본의 원전 사고에 따른 원자력발전의 위기는 향후 국제에 너지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폭발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APEC 역내 에너지안보 환경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

28) 쓰나미로 파괴된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는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2원전, 도호 쿠전력의 오나가와 원전 등 10기(약 8.6 GW)가 가동 정지.

98

상되고 있다. 원자력 이용 또는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될 경우, 원전 대체용으로 특히, 저탄소 청정연료인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 으로 예상되며, 또한 원자력과 함께 공급의 안정성이 높은 석탄화력 발전도 기저부하 발전용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는 향후 국제에너지 가 격에도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세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정책에도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4) 에너지 주권에 대한 국가 간 갈등

지역 에너지안보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소는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국가 간에 상이한 이해와 접근방법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수입국, 수출국, 그리고 통과국이 생각하는 에너지 안보가 다르고, 이에 대한 접근방식도 상이하다. 미국은 에너지안보 증대를 위한 ‘에너지헌장조약(Energy Charter Treaty, ECT)’과 같은 글로벌 기준을 원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주권침해로 보고 있 다. 즉, 미국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는 효율적인 세계 에너지시장을 지향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외부의 간섭을 배제 한 상태에서 국내 및 역내 에너지 수급 안정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 다. 한국과 일본에 있어서 에너지안보 문제는 외부 환경에 취약한 구 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에너지자립에 있다.

5) 에너지관계의 비대칭성

다섯 번째 요인은 국가 간 에너지관계의 비대칭성이다. 세계 에너지 수급 시스템은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현재 어떤 한 국가/지역 이 받은 충격은 곧바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가/지역에까지 거의 동

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협상 파트너 간에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해서 각자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 한 국 가가 자국의 에너지안보와 국익 증대를 위한 선택한 결정/행동이 상대 국의 에너지안보에 부정적인 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 찌 보면, 아․태지역은 이러한 불확실성과 비대칭성이 다른 지역에 비 해 잘 들어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같은 에너지 대소비국 또는 외교적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는 이러한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주 변국 및 산유국을 대상으로 자원외교를 구사할 것이다. 비근한 예로, 중국은 미얀마 가스전 확보와 파이프라인 수송로 설정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였으며, 또한 러시아도 중앙아시아 주변국과의 에너지관계에서도 이러한 비대칭적 관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우에 러시아, 중국과 그 주변국들 간 제로 섬(zero-sum) 경쟁에서 주변국들은 협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 다.29)

6) 에너지시장의 비호환성

지역 에너지안보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로 에너지 시장 에 대한 정부의 간섭 정도와 역내 국가들간 시장경쟁체제 상이성과 불투명성 등이 있다. 특히, 동북아지역의 대규모 에너지 소비/생산국 인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국내 에너지 산업이 국영기업에 의해 독과점 화 되어 있으며, 정부의 직간접적인 통제와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29) 2000년대 초에 러시아 코빅타(Kovykta) 가스전 개발ㆍ도입을 한국, 중국, 러시 3국이 함께 추진하였으나, 동 사업은 중러 간의 가격협상 실패와 러시아 정부의 갑작스런 사업 불허방침으로 성사되지 못했음.

100

특히, 러시아에는 소위 ‘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의 특징 이 강하며, 에너지 자원 개발에 있어 외국자본의 참여를 제한하는 여 러 조치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원 개발사업은 자본집약적이다. 그러나 러시아, 인도네시아, 말레이 시아와 같은 APEC 지역의 자원부국(Resource-rich country)들은 자본부 국(Capital-rich)이 아니다. 이 지역의 자본부국은 에너지를 대량으로 수 입하고 있는 일본, 미국, 한국, 중국 등이며, 이들 국가의 에너지기업들 은 자원부국의 에너지 상류부문에 투자하여 에너지자원을 도입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원부국의 자원민족주의 성향은 자본의 국가 간 자유로 운 이동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역내 에너지 자원개발의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APEC 지역 각국의 시장제도의 투 명성과 시장규칙의 호환성은 투자확대를 위한 국가 간 협력 증진과 협 상 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7) 역내 정치ㆍ외교적 갈등요인의 상존

APEC 지역 내에는 특히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ㆍ외교적 갈

등요인이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의 불확실성을 높임으 로써 역내 에너지 협력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북핵문 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안보상황, 일본의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 과의 도서 영유권 문제 등은 실질적으로 동북아지역의 역내 에너지협 력의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그 에 따른 군비확장 등은 미국, 일본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외교적 압박 을 증대시키고 있다. 따라서 APEC 지역의 대규모 에너지 소비ㆍ생산 국들은 서로 간의 상호협력 대상이면서 동시에 경계 대상이 되고 있 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