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에너지안보의 일반적 개념

가. 에너지안보의 대두

퓰리처상을 수상한 대작 󰡔황금의 샘󰡕의 저자 대니얼 이어긴(Daniel Yergin)은 20세기는 탄화수소의 시대였고 20세기 인류는 탄화수소 인 간이었다고 정의하고 있다. 18~9세기 석탄을 이용하여 근대 과학기술 문명을 시작한 인류는 20세기 석유를 한껏 이용함으로써 인류사상 위 대한 문명의 하나를 이룩했다. 석유는 의(화학섬유), 식(화학비료), 주 (냉난방연료)는 물론이거니와 자동차와 비행기와 같은 수송수단에도 혁명적 변화를 초래하여 ‘세계화/지구화(globalization)’로 특징지어지 는 현대문명의 기초를 제공했다. 곧 탄화수소 문명이다.22)

탄화수소의 주원료인 석유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 바로 그 문명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석유자원의 고갈에 대한 우려는 두 가지 점이 그에 대한 우려를 특히 가중시키고 있다. 첫째, 1980년대 중반 이후 안정세를 보여 오던 원유가격이 2003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하여 2008년 7월에는 무려 배럴당 147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이는 2000년 대비 7배 이상의 가격상승으로 전 세계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둘째, 세계인구 5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가 빠른 산업화/근대 화를 통해 뒤늦게 탄화수소 문명에 동참했다. 2000∼2010년, 10년 동 안 세계 석유소비는 14% 증가한 반면 인도의 석유소비는 47%, 중국 의 경우는 무려 90%가 증가했다. 이 두 나라가 지난 10년간의 석유소

21) 본절은 본 연구의 공동 참여자인 김태현(2011)이 작성한 ‘에너지안보와 국제협 력: APEC의 경우’로 기여 부분임.

22) Daniel Yergin, The Prize: The Epic Quest for Oil, Money and Power(New York: The Free Press, 1991/2008).

비 증가분의 약 50%를 점하였다.23)

즉 원유가격의 상승이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에서 초래된 것이 아니 라 구조적인 불균형에서 초래된 것이며 그 불균형이 개선되기보다 더 욱 악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석유를 중 심으로 하는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확보, 즉 ‘에너지안보’가 주요한 국 가안보문제로 등장했다.

20세기 문명을 석유를 위주로 한 탄화수소문명으로 정의한 Yergin

이 보기에 20세기의 전쟁은 말하자면 ‘석유를 위한, 석유에 의한, 석 유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 시기 세계의 화약고였던 중동지역의 모든 전쟁이 그랬다.

군사적 전쟁뿐만 아니라 오일위기로 대표되는 정치적 전쟁도 그랬다.

그래서 에너지원의 고갈과 그 수급의 혼란이 점쳐지는 오늘날 에너지 안보는 국가안보에 있어 핵심문제의 하나가 됐다.

나. 에너지안보에 대한 안보 이론적 접근

Yergin은 에너지안보를 ‘적정한 가격에 충분한 공급을 확보하는 것

(the availability of sufficient supplies at affordable prices)’이라고 정 의했을 때 이는 두 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하나는 가격의 측면이다.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가격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물가에 부담을 줄뿐만 아니라 한국과 같이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는 무역수지에 도 큰 부담을 준다. 지나치게 변동이 심할 경우에도 각 경제주체의 미 래예측과 그에 기초한 계획수립을 어렵게 함으로써 경제활동을 위축

23) 이에 더해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세계석유소비는 위기 전인 2007년에 비해 2% 감소하였지만 중국의 석유소비는 5%, 인도의 석유소비는 13% 증가했 음. BP(2011),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1.

88

시킨다. 다른 하나는 공급의 측면이다. 에너지 공급의 단절은 국가경 제, 나아가 국민 전체의 삶을 마비시킬 수 있다. 에너지 문제에 ‘안보’

라는 말이 덧씌워져 중대한 정책문제로 부상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바로 그 때문에 에너지안보에서 쓰이는

‘안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 깊게 천착할 필요가 있다.

1) 안보 주체와 분석의 차원: 개인안보, 국가안보, 국제안보, 지구안보

안보의 주체에 대한 정의는 위협의 대상이 되는 가치를 향유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의 문제다. 그 가치를 향유하고 따라서 위협을 느끼는 주체는 물론 궁극적으로 자연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자연인 들이 형성하는 사회적 집단에 따라 ① 개인안보/인간안보, ② 국가안 보, ③ 국제안보, ④ 지구안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개인안보/인간안보의 경우는 개인을 주체로 하여, 주로 개인 과 국가 사이의 관계에서 유래된다. 그 하나는 국가가 지나치게 강하 기 때문에 그 국민이 자유와 자율,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 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너무 약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거 나 기초적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이 경우를 인간안보라고 하여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경우는 여기에도 포함된다.

둘째는 근대국가 체제에서 안보문제의 핵심을 이루는 국가안보의 경우다. 즉 국가의 주권과 영토,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위협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셋째, 국제안보의 경우는 조금 복잡하다. 안보라는 가치는 상대적이 고 동시에 상호의존적이다. 안보를 위한 한 나라의 정책이 굳이 의도 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제정치학자들이 개발한 안보딜레마의 개념이 바로 그것을 의미한 다. 복수국가의 안보문제가 어울려 함께 빚어내는 안보현안이 국제사 회의 입장에서 보면 국제안보 문제가 된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가 통 합되고 상호의존적이 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국제안보는 국가안보 와 달리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 제협력을 요구하는 측면이 크다.

넷째, 글로벌 안보 또는 지구안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인, 국 가체계를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경우이다. 주권국가체제를 위협하는 테러리즘이나 국제적 조직폭력,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이 이에 해 당한다. 국제협력이 요구되는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2) 위협과 취약성의 상호작용

안보가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위협의 문제만은 아니다. 위협이 있더라도 그 위협에 취약하지 않으면 안보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나 라가 취약하더라도 위협이 없으면 안보문제가 되지 않는다. 안보문제 는 위협과 취약성이 동시에 존재할 때 발생한다. 취약성의 경우 그 국 가의 대외적 힘과 국가체제의 내부적 결속력의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 진다.

위협과 취약성이 상호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국가안보문제를 해 결하는 방식 또는 정책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부적 취약성을 줄이는, 즉 스스로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국가’안보전략이다. 다른 하 나는 외부적 위협을 관리하는, 따라서 다른 나라의 협조가 필요한 ‘국 제’안보전략이다. ‘국제’안보전략의 경우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다른 나라와의 적대관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즉 위협을 관

90

리하는 방법이다. 잠재적 적국과의 선린우호 관계의 수립하는 것이 예 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위협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 라의 자원을 활용하여 취약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동맹의 체결이 좋은 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세계경제의 통합에 따른 상호의존성의 증대와 그것의 국제정치적 효과에 대한 코헤인과 나이(Robert O.

Keohane and Joseph S. Nye, Jr, 1977)의 연구이다.24) 이 책에서 그들 은 상호의존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민감성 (Sensitivity)으로, 이는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 나라에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크게 충격을 주는 것인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 의 에너지안보 가격측면이 대체로 이에 해당된다. 둘째는 취약성 (Vulnerability)이다. 나라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미치는 충격을 달리 흡수하고 완화하는 방법이 없으면 발생하는 것이다. 에너지안보의 공 급 측면이 그와 관련이 있는데, 그 핵심은 충격에 대한 대안이 있는지 의 여부에 달려 있다. 대안이 있으면 민감하기는 하되 취약하지는 않 고, 대안이 없으면 취약한 것이다.

다. 에너지안보의 특수이론

1) 에너지안보의 주체와 분석의 차원

개인안보, 국가안보, 국제안보, 글로벌 안보와 같이 안보의 주체를 구분할 때 이것을 분석의 차원 문제라고 한다. 에너지안보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첫째, 평시에는 나라 경제의 젖줄, 전시에는 생명줄이 되는

24) Robert O. Keohane and Joseph S. Nye, Jr., Power and Interdependence:

World Politics in Transition(Boston: Little, Brown and Co., 1977).

에너지의 공급 또는 그 중단 가능성은 첨예한 ‘국가안보’문제가 된다.

통상적으로 안보라고 하면 국가안보를 의미하듯, 에너지안보라고 하 면 이 측면을 지칭한다. 둘째, 그 국가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별 국가들의 노력이 서로 맞물리면서 정치군사적 갈등으로 비화될 경우 그것은 국제안보문제가 된다. 셋째,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총체적 고갈, 세계적 차원에서의 에너지 수급체계의 교란 등은 글로벌 안보문 제가 된다.

물론 이 세 가지 차원의 문제는 상호 관련돼 있다. 글로벌 차원의 안보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문제가 발생하고 국가차원의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첨예한 국제안보문제가 발생하는 인과적 흐 름이 있는 것이다.

2) 위협의 종류와 취약성

국가안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에너지안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위 협과 취약성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에너지원이 지역적으 로 또 국가적으로 편재(偏在)되어 있어서 내부적으로 그 소요량을 충 당할 수 없는 나라, 즉 취약한 나라가 대다수다. 물론 그 취약한 정도 는 나라마다 다르다. 외부적 노출이 크더라도 민감성에 그칠 뿐 취약 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1973년 제1차 석유위기 때 미국의 경우처럼 제3의 국가에서 석유를 조달할 수 있으면, 즉 대안적 공급자가 있으면 취약성은 낮아진다. 또 석유의 금수가 있더라도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 은 대안적 자원이 있으면 민감성에 따른 어려움은 있더라도 취약성은 낮아진다.

둘째, 에너지 공급국과 수요국 사이에 일방적인 의존관계가 형성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