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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해석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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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로 인해 문학교실에서 현대소설은 해석의 대상

25) 이는 해석자가 항상 다른 대안적 해석들에 대해 자신의 해석이 공개되어 있음을 의식해야 한 다고 보았던 마골리스의 논의에 영향 받은 것이다. 최현, 「예술 비평과 감상에 있어서의 상대 주의 옹호 : 죠셉 마골리스 예술론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1, p.1.

이라기보다는 ‘빠르고 정확한’ 독해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원인을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텍스트의 부분과 전체를 꽉 짜인 함축적 유기체로 보는 신비평의 전제에 입각하면 소설보다는 시 쪽이 좀 더 해석할 만한 텍스트로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교과서에 서 소설 제재는 대부분 발췌 수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텍스트의 전체 성을 고려해가며 해석하는 작업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탓도 있다.

허구서사로서 소설은 인간의 행위와 세계에 대한 미메시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장르인 만큼 독자가 해석 과정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 의 경험, 선지식, 가치체계 등을 다양하게 투사하고 성찰할 여지가 많다.

또한 텍스트의 길이로 인해 장시간의 독서를 요구하기에 독서 과정 중에 일어나는 해석 가설의 수정이나 보완 가능성 역시 넓게 열려있다.

특히 현대소설의 경우 여러 상충되는 이념적 목소리들을 재현하는 다 성적 구도를 취하여 내포작가의 관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기 도 하고, 때로는 신빙성 없는 서술자나 메타픽션적 특성을 도입해 독자 의 해석을 의도적으로 난항에 부딪히게 하기도 한다.

채트먼(Chatman)은 해결의 플롯과 누설의 플롯을 구별하면서 어떤 사 건이 발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전통적인 서사를 해결의 플롯으 로,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의 상태가 드러나는 과정이 주가 되는 서사를 누설의 플롯으로 보았다.26) 다수의 현대소설이 이러한 누설의 플롯에 가 까운 경향을 보이면서 그러한 텍스트적 증거들을 수집하고 종합하는 독 자의 위상을 강조한다. 특히 질문을 살아낼 뿐, 답을 찾지 못하는 인물을 형상화한다거나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운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제시하면서 뚜렷한 결말의 제시를 거부하는 ‘열린 텍스트’의 경우는 독자 들의 텍스트내적 참여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한다.27)

논의의 구체성을 위해 그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는 이청준의 소설 <씌

26) 박진, 「채트먼의 서사이론」, 『현대소설연구』 19, 한국현대소설학회, 2003, p.363.

27) 에코는 ‘열린 작품’(open work) 개념을 통해 모호성과 다의성이 두드러지는 소설텍스트의 특 성을 설명하는데 이러한 텍스트는 그 내적 맥락과 해석 가능성이 넓게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와 함께 서사를 진행해가는 독자의 능동성을 이끌어 낸다. 따라서 최종적인 의미 구성이 끊임없이 연기되면서 독자는 미적 쾌락과 해방감을 경험한다. U. Eco, 『열린 예술작품: 카오 스모스의 시학』, 조형준 역, 새물결, 1995.

어지지 않은 자서전>의 경우를 예로 살펴보자. 최후변론의 날이 가까워 올수록 주위 인물들의 죽음과 사라짐, 갈태에 대한 기다림, 직장에 대한 고민 등으로 인해 작중인물 이준의 가치탐구는 종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 고 오히려 난관에 봉착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예전에 쓴 단편소설이 추 천되고 사형선고가 유예된다. 하지만 신문관이 전달한 유예 선고에 대해 서도 이준은 불확실하게 응답한다.

만약 거기서도 그 허기로 일관하고 만다면 각하의 선고는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 아닌가. -하여튼 당신이 혐의를 벗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습니 다. 사내가 마침내 어떤(터무니없는) 친밀감 같은 것을 담은 목소리로 말해 왔다. -글쎄요. 나는 다시 한 번 글쎄요를 되풀이하며 힘없이 말했다. -자 신이 없군요. 나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으니까요.28)

그리고 술에 취한 갈태가 이준을 찾아와 자신도 직장을 그만 두었다고 말하며 “한 며칠 영 날이나 새지 말”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에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가치부재나 가치혼란의 상태만 분산적으로 누설하다가, 가 시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결되는 소설을 읽으며 독자 는 결말의 의미를 되묻고 채워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29) 이 과 정에서 소설 해석의 윤리적 가능성을 담보하는 한 축인 독자의 책임, 즉

‘응답의 책임성’이 요구된다. 바흐친(Bahktin)은 주체가 타자와 맺는 관계 이자 응답 능력(answer+ability)을 책임으로 본다. 이러한 바흐친의 타자 론을 전용하면 텍스트라는 타자적 목소리는 해석자-주체로 하여금 관심 과 경청을 요구하며 따라서 해석자-주체는 이에 대해 진정성 있는 응답 을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30)

이처럼 현대소설 해석의 성격은 문학 해석 방법론 일반과 유사하면서 도 장르적 특수성을 가진다. 이는 소설텍스트 소통의 독특한 구조에 기 인한다. 가령 채만식의 소설 <치숙>의 경우 스토리 차원만 보면 작품의

28) 이청준,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소문의 벽』, 중앙일보사, 1987, p.183.

29) 우신영, 「가치탐구활동으로서의 소설교육」, 『새국어교육』 86, 한국국어교육학회, 2010, p.247.

30) M. M. Bakhtin, 『예술과 책임』, 최건영 역, 문학에디션 뿔: 웅진싱크빅, 2011.

의미를 온전히 구성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독자들은 자신의 기 존 가치체계에 따라 쉽게 스토리 세계 속 인물들의 행위에 대한 호오(好 惡)를 표시하고 사건들에 기반하여 작품의 화제를 구축하는 데서 해석을 멈추기 쉽다. 그러나 그러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서술자의 태도를 살피고, 그러한 서술자의 목소리가 확대되거나 침묵되는 지점은 어디인지 탐구하 며, 그러한 서술자를 설정하여 작품 전체가 일정한 의미를 가진 세계를 지시하도록 조직하였을 내포작가의 존재까지 고려한다면 해석 작업은 훨 씬 풍요로워진다. 이처럼 현대소설 해석에서는 스토리와 담론의 관계를 고루 살피는 한편 그러한 스토리와 담론의 구조가 지시하는 외부 세계의 맥락 역시 검토되어야 한다.

한편의 소설텍스트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제출된 문학적 방식의 질문 이라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질문의 언어적 구조를 면밀하게 분 석하고, 질문을 던진 주체를 상상적으로 복원하며, 해석이 수행되는 현재 의 맥락에서는 이 질문이 어떤 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따짐으로써 해 석자는 해석의 타당성에 점차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소설의 장르적 특성은 독자로 하여금 단선적 해석을 제출 하는 것을 유예시키고 보다 풍부한 사유실험의 장을 열어준다. 따라서 소설 해석의 방법론은 일반적인 텍스트 해석의 방법론을 참조하되 별도 의 탐구를 통해 정교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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