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미론적 해석 양상
여기서는 전문독자군의 <날개> 해석텍스트 48편을 대상으로 NVivo10 을 사용한 코딩을 실시하여 유의하게 떠오르는 의미론적 해석의 양상을 포착하였다. 코딩 결과 의미론적 해석 양상은 크게 목적, 과정, 유형의 하위 범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었으며 목적에서는 작가의 의도 추리
가, 과정에서는 해석 가설의 명시적 설정이, 유형에서는 동위성에 의한 수렴방사 형이 압도적인 양상으로 코딩되었다. 이상의 코딩 결과를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표14> 전문독자군의 의미론적 해석 양상
전문독자군에서는 작가나 내포작가의 의도를 추론하려는 해석의 목적 을 드러내는 언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고등학생 독자 군과 대학생 독자군에서는 인물의 행위 동기와 심리를 추론하고자 하는 해석텍스트가 각각 60.4%(84편), 75.9%(60편)나 되었던데 반해 전문독자 군에서는 43.8%(21편)에 그쳤다. 대신 작가의 의도를 추리하고자 하는 해석텍스트가 56.3%(27편), 작가의 무의식을 탐구하고자 하는 해석텍스 트가 6.3%(3편), 내포작가의 의도를 추론하는 해석텍스트가 22.9%(11편) 로 집계되었다. 절반 이상의 전문독자군 해석텍스트에서 작가의 의도를 정교하게 구성해내려는 해석적 시도가 등장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아래의 대학생 독자군과 전문독자군 해석텍스트를 살펴보자.
독 자 군
의미론적 해석 양상 자료 수
(비율)
전 문 독 자 군
목 적
a. 인물의 행위 동기와 심리 추리 21(43.8%)
b. 작가의 의도 추리 27(56.3%)
c. 작가의 무의식 탐구 3(6.3%)
d. 내포작가의 의도 추론 11(22.9%) 과
정
a. 해석 가설의 명시적 설정 39(81.3%) b. 주제적 의미 구성의 포기나 미도달 0(0.0%) c. 텍스트내적 정보나 근거 제시 미비 1(2.1%) d. 해석 가설에 대한 일반화 유보 0(0.0%) e. 해석 가설을 반증하는 부분 발견 1(2.1%) 유
형
a. 연상에 의한 프로토콜 형 2(4.2%) b. 스토리 요약에 의한 다이제스트 형 0(0.0%) c. 추체험에 의한 내러티브 형 0(0.0%) d. 어구 분석에 의한 주석 형 0(0.0%) e. 동위성에 의한 수렴방사 형 43(89.6%)
돋아난 날개 속에 이상이 품은 다짐은 정오의 햇살과 같이 모든 사실과 숨 어 있는 것들을 파헤치는 것이다.<날개-U-K-M-30>
이상이 간파한 세상은 ‘겹으로 이루어진 어항’이어서 탈출이 불가능한 절망 적 시공간이다. 그러나 물리적 탈출이 불가능한 ‘유폐적 시공간-어항’에 갇 힌 자아는 그것이 강요하는 금붕어적 존재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강요 된 ‘지느러미’를 거부하고 글쓰기-놀이라는 ‘날개’를 통해 비상하고자 하는 것이다.<날개-C-F-18>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위의 인용은, 세상으로부터 유리된 ‘절대적인 상태’
에 유폐되어 있다가 수차례의 외출-귀가를 수행해온 자기 행위의 의미를, 주인공이, 그러한 행위가 더 이상 가능해지지 않게 된 시점에서야 비로소 알아차리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하겠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인 물 차원에서든 작가 차원에서든 매우 미미해서, 무의식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후의 서사는, 이러한 무의식을 의식의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과 정을 보여준다.<날개-C-M-12>
<날개-C-F-18>은 결말부를 작가 이상의 창작 욕구로 해석한다. 작품 속 ‘나’의 외침을 곧 작가 이상의 외침으로 읽어낸다는 점은 <날개 -U-K-M-30>와 유사하지만, 이상이라는 작가의 창작 행위 전체를 관통 하는 특성과 스탠스를 도출하고자 시도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날개 -C-M-12>의 경우 인물의 행위가 가진 의미에 대한 인식이 작가 차원 에서조차 무의식에 가까웠던 것이며 이후의 서사를 통해 이것이 의식의 차원으로 격상됨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 자체의 설득력은 텍스트내적 근거와 함께 판단되어야겠지만, 의도를 헤아리며 해석하는데 서 나아가 텍스트에 내함된 작가의 무의식까지 해석하고자 하는 태도는 다른 독자군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애벗은 이를 징후적 해석이라 명명하는데, 이러한 해석은 서사가 자기 자신을 낳은 조건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는 관점을 취한다.88) 이러한 해
88) H. P. Abbott, 『서사학 강의』, 우찬제 외 역, 문학과지성사, 2010, p.203.
석에서 저자는 단일한 의도를 가진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의 도하려 했던 것과 작품으로 드러낸 것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는 다중적 존재로 전제된다. 따라서 소설텍스트에 대한 징후적 해석은 작가가 파편 적으로 드러내는 징후들을 찾기 위한 반복적 독서를 유도해내고, 다양한 곁텍스트(paratext)를 통해 해석 결과를 타당화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작가나 내포작가의 의도에 대한 독자 자신의 추론이 개연성을 지닌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기 위해 전문독자군은 대부분 해석 가설 을 명시적으로 설정하고 이것을 철저하게 검증, 반증, 입증하려는 양상을 보였다. 해석텍스트 전체가 이러한 ‘입증’을 위한 근거를 수집하고 조직 하는 행위의 결과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전문독자들의 해석이 수행 되는 장(field)의 특성상, 한편의 해석텍스트 안에서 그들의 가설을 반증 하거나 조정하는 ‘과정’이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이미 충분 히 검증된 가설과 그 증거 수합의 ‘결과’가 드러나는 양상이 압도적이다.
전문독자군의 해석텍스트가 보여주는 이러한 논증적 성격은 Nvivo10 의 Query 기능을 통해 도출한 전문독자군 내 어휘 빈도로도 증빙된다.
Query 기능을 사용하여 전체 48편의 전문독자군 해석텍스트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한 어휘를 도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표15> 전문독자군 어휘 빈도 검색 결과
독자군 고빈도 어휘 횟수 비중(%)
전문독자군
‘나’는, ’나‘의, ‘나’가, ‘나’에게 316 0.46 주인공이, 주인공의, 주인공은 145 0.22
아내에게 80 0.12
때문이다 66 0.10
아내와의 47 0.07
아달린을 42 0.06
그렇다면 35 0.05
서술주체의 30 0.04
드러난다 27 0.04
불구하고 27 0.04
아스피린과 27 0.04
행위주체의 26 0.04
지주회시 25 0.04
전문독자군은 대체로 해석의 근거나 작가적 의도에 대한 추론의 근거 를 제시할 때 ‘때문이다’형 진술을 취한다. 고등학생 독자군이 ‘생각ㅎ-’
형 진술89)이나 ‘-것 같다’형 진술 같은 완곡한 표현을 통해 자신의 해석 을 생각이나 추측의 수준에 유예시키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특히 전문독자군은 기존의 해석사, 그리고 자신이 속한 해석공동체를 끊임없 이 의식하기 때문에 해당 소설에 대해 새로운 해석 가설이 요청되는 까 닭이나 기존 해석이 갖는 문제점의 원인, 문학사적 가치평가의 근거 등 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어조의 ‘때문이 다’형 진술을 선호한다.
이런 점에서 <날개>에 등장하는 절름발이 분신을 주체와 타자의 어쩔 수 없는 ‘근본적인 분리’의 상징으로 보고, 주체와 타자는 끝없이 서로의 ‘다름’
을 확인해야 하는 숙명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본 기존 관점에 다른 가설 을 덧붙일 수 있다. 절름발이 분신이 ‘다름’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 니기 때문이다...‘나’는 아내가 자신에게 먹인 것이 아스피린인가 아달린인가 를 고민하다가 갑자기 ‘맑스’와 ‘말사스’ 그리고 ‘마도로스’를 언급하는 것이 다. 이 구절은 기존 연구에서 일종의 언어유희로서 간단히 취급되어 왔는 데, 이는 마르크스와 맬서스 간의 관계에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날개 -C-F-40>
작품의 주제 효과와 관련하여 본고가 얻은 결론은, <날개>의 서사가 성적 정체성 찾기의 실패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론은 논란의 여 지를 안고 있다. 결론 자체가 새로워서라기보다는 논의 구도상의 몇몇 결락 상황 때문이다.<날개-C-M-12>
89) 전문독자군에서 ‘생각ㅎ-’형 진술의 쓰임은 타 독자군과 상당히 다른데, 소설텍스트의 의미 주제에 대해 자신의 해석 가설을 명료화하는 과정에서 ‘생각’한다는 진술을 거의 사용하지 않 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신 그들은 특정한 해석에 대한 자신 이나 다른 비평가의 ‘생각’, 또는 다른 텍스트에 드러난 작가의 ‘생각’, 상호텍스트와의 관계성 에 대한 ‘생각’을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생각ㅎ-’형 진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기할 만한 것은 전문독자군에서만 ‘생각해보라’, ‘생각해보자’와 같은 주문, 권유 형태의 ‘생각ㅎ-’형 진술 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때 주문과 권유의 대상은 해석텍스트의 예상 청중인 또다른 독자이 며, 전문독자들은 그들로 하여금 특정한 해석의 방향을 지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러한 진술 을 사용한다. 때로는 ‘텍스트의 ~한 부분에 대해서는 ~하게 생각해야 한다’와 같이 상당히 강 한 어조로 자신의 해석이 지닌 타당성과 소통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날개-C-F-40>은 그러한 양상을 단적으로 예시한다. 드물지만 <날개 -C-M-12>의 경우처럼 자기 해석이 지닌 한계의 원인을 성찰적으로 지 적하는 경우에도 ‘때문이다’형 진술을 사용하는 양상도 포착된다. ‘때문’
은 어떤 말의 뒤에 쓰여 그 말이 가리키는 사물이 다른 말이 가리키는 일의 까닭이나 원인임을 나타낸다.90) 진정란(2006)에 따르면 ‘때문+이다’
는 주로 화자의 개인적인 판단이 배제되어 논리적인 진술을 요구하는 격 식적 환경에서 사용되며 이유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91) 따라서 ‘생각ㅎ -’나 ‘~것 같다’에 비해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서술을 지향하는 전문 독자군의 해석텍스트에서 빈출된다.
그 이외에도 ‘그렇다면’(35회, 0.05%), ‘그러므로’(22회, 0.03%)와 같이 해석텍스트의 내적 유기성을 높이는 접속부사가 등장하였다. 또 다른 독 자군에서는 빈출되지 않았던 ‘지주회시’(25회, 0.04%), ‘오감도’(18회, 003%) 등 동일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언급 역시 발견됨을 Query 분 석 결과 알 수 있다.
이처럼 전문독자군의 해석텍스트는 해석 가설에 대한 검증과 반증, 입 증의 작업에 주력하기 때문에 무려 89.6%에 달하는 43편의 전문독자 해 석텍스트가 동위성에 의한 수렴방사 형으로 분류되었다. 여기서 동위성 개념은 해석적 일관성을 의미하는데 에코는 해석의 타당성에 도달하기 위하여 텍스트 내에 있는 다층적 화제들-문장의 화제, 담론의 화제, 서 사적 화제, 거시 화제 등-이 균일한 의미가설을 향해 수렴된다고 가정해 야 한다고 보았다.92) 그리고 이러한 동위성의 여부는 텍스트의 과해석을 판단할 수 있는 준거로 기능하기도 한다.
분석대상으로 삼은 전문독자군의 해석텍스트들은 대부분 이러한 해석 적 일관성의 구현 양상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다 양한 텍스트의 부분들이나 상호텍스트들을 증거로 끌어들이는데, 결과적 으로 이 모든 것은 하나의 해석어휘를 향해 응집적으로 수렴된다. 올슨
90) 한글학회, 『우리말 큰사전』, 어문각, 1991, p.1218.
91) 진정란, 「의존명사 ‘때문' 구성 이유 표현의 담화 문법 연구」, 『담화․인지언어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담화․인지언어학회, 2006, p.74.
92) U. Eco, 『이야기 속의 독자』, 김운찬 역, 열린책들, 2009,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