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고등학생 독자군의 <날개> 해석텍스트 139편을 대상으로 NVivo10을 사용한 코딩을 실시하여 유의하게 떠오르는 맥락적 해석의 양상을 포착하였다. 코딩 결과 맥락적 해석 양상은 크게 생산 맥락, 문학 사적 맥락, 상호텍스트적 맥락, 수용 맥락, 소통 맥락의 하위 범주로 나 누어 살펴볼 수 있었다. 생산 맥락에서는 생산 맥락의 단순 외삽이나 나 열이 두드러졌고, 수용 맥락에서는 해석자가 속한 사회․문화적 상황의 대입이 상대적으로 활발히 일어났다. 하지만 문학사적 맥락과 상호텍스트 적 맥락, 소통 맥락에 대한 고려는 소략하였다. 이상의 코딩 결과를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독 자 군
맥락적 해석 양상 자료 수(비율)
고 등 학 생 독 자 군
생 산 맥락
a. 생산 맥락의 단순 외삽이나 나열 15(10.8%) b. 작가에 대한 지식 적용 9(6.5%) c. 생산 맥락 및 당대 독자에 대한 재구축 10(7.2%)
문 학 사 적 맥락
a. 텍스트의 문학사적 위상과 평가 참조 5(3.6%) b. 텍스트 관련 문예사조 및 유파 고려 2(1.4%) c. 작가의 장르 선택에 대한 의미 부여 0(0.0%) 상 호
텍 스 트 적 맥락
a. 작가내적 상호텍스트군의 활용 1(0.7%) b. 작가외적 상호텍스트군의 활용 2(1.4%) c. 문학외적 상호텍스트군의 활용 2(1.4%) 수 용
맥락
a. 해석자가 속한 사회․문화적 상황 대입 14(10.1%) b. 해석자가 보유한 가치체계의 명시적 반영 11(7.9%)
<표7> 고등학생 독자군의 맥락적 해석 양상
고등학생 독자군의 맥락적 해석 양상 분석 결과 고등학생 독자군이 소 설 해석에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맥락은 생산 맥락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생산 맥락의 단순 외삽이나 나열 양상이 드러난 해석텍스트가 10.8%(15편), 작가에 대한 지식 적용이 드러난 해석텍스트가 6.5%(9편), 생산 맥락 및 당대 독자에 대한 재구축 양상이 드러난 해석텍스트가 7.2%(10편)로 분석되었다. 생산 맥락을 고려하는 일이 해석의 심도를 더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문제는 생산 맥 락이 텍스트에 대한 경험을 아예 생략시킬 만큼 강력하고 단선적으로 작 동하는 경우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아래 해석텍스트를 살펴보자.
시대적 배경이 1936년이므로 일제 치하였던 점을 감안하여 저 대목은 광복 을 위한 몸짓, 일제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 같다고 느꼈다.<날개 -H2-S-F-59>
일제식민지가 배경인 이곳은 개방을 해 외국문물이 들어왔다. 아내는 이국 적인 향의 화장품을 쓰는 것으로 보아 문물을 받아들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화자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신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날개 -H2-S-F-50>
c. 해석 약호의 명시적 도입 2(1.4%)
소 통 맥락
a. 교과서 해석의 추수나 참조 3(2.2%) b. 다른 해석에 대한 가정과 예상반론 1(0.7%) c. 특정 해석 정전에 대한 반박과 근거 제시 1(0.7%) d. 해석 결과의 소통가능성에 대한 메타적 인
식 0(0.0%)
e. 해석사 검토에 입각한 대타적 해석 가설
정립 2(1.4%)
고등학생 독자군의 경우, 해석텍스트의 길이가 짧은 탓도 있지만 대체 로 생산 맥락을 참조하는 동시에 텍스트의 주제를 매우 명쾌하게 도출해 낸다. 즉 생산 맥락에 대한 지식은 도입되는 즉시 해석을 완전히 정향시 켜버린다. <날개>는 1936년에 발표된 작품이고 1936년은 일제강점기이 니 곧 <날개>는 일제에 대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아 내는 곧 일본, 아내의 화장품은 일본의 신식 문물, ‘나’는 무기력한 조국 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고등학생 독자들이 1930-40년대 소설에 대해 생산 맥락을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외삽하는 양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30년대 소 설이라는 정보가 주어지면 이미 해석의 틀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동 안 문학교실에서 일제강점기 소설 속 인물이나 작가의 의도는 손쉽고 단 일하게 해석되어 왔다. 이는 아마 텍스트를 둘러싼 복잡한 맥락들을 단 순화해서 제공했던 교과서나 교수자의 책임이 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학습자들이 반일문학 아니면 친일문학이라는 “반사적인 해석”79)의 틀을 내면화하고 더 많은 작품 해석으로 빠르게 전이시킨다는 점이다.
전술했듯 생산 맥락의 고려는 소설 해석의 타당성을 담보하는 매우 결 정적인 방법이지만 그것이 해석의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방법으로 오도되 는 순간, 그것은 문학텍스트의 의미론적 모호성을 놀랍도록 단순하고 명 쾌한 명제로 해소해버린다.
이러한 우의적 해석에서는 소설 속 세계가 일종의 마이크로소사이어티 (micro-society)로 존재한다. 텍스트의 다중지시를 읽어내기보다는 소설 속 세계와 현실의 특정한 국면을 일대일로 대응시켜 해석을 완성하려는 시도가 승하게 된다. 이러한 우의적 해석기제가 압도적으로 발견되는 까 닭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제공된 역사주의적 비평과 교수모델에 귀인 할 수 있다. 이는 프레이리(Freire)가 말한 ‘은행 예금식’ 교육과 유사하 다.80) 은행 예금식 교육에서 지식은 현금처럼 수치화되어 적립되고 독자 들은 평가를 받기 위한 시험이나 글쓰기에서만 그것을 인출해 사용한다.
용이한 투입과 인출을 위해 소설은 가장 선명한 도식으로 해석될 필요가
79) 윤대석, 「"친일문학"과 문학교육」, 『문학교육학』 34, 한국문학교육학회, 2011, p.20.
80) P. Freire, 『페다고지: 억눌린 자를 위한 교육』, 성찬성 역, 한마당, 1995, pp.77-102.
있다.
고등학생 독자들은 그러한 교수모델의 영향으로 인해 작품의 의미를 텍스트의 이면에 숨어있다고 가정되는 사회적, 교육적 가치에서 발굴하 려 한다. 이처럼 우의적 해석은 굳이 그 방식으로 말해질 필요가 없었던 것을 곧장 하나의 관념이나 명제로 변환시킨다는 점에서, 소설의 형식에 대한 무관심을 추동한다. 즉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 집중함으로써 ‘어 떻게 말하고 있는가’의 문제를 소거한다.
물론 소설에는 당대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이 문학적 방식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독자는 그러한 상황과의 관련성을 단순하게 도식화할 것이 아니라, 텍스트가 그러한 상황을 어떠한 ‘문학적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우의적 해석의 경향만이 두드러질 경우 텍스트의 형상화 방식에 대한 독자의 탐구, 그리고 이러한 탐구를 기초로 구성되 는 창의적 해석이 제한된다. 따라서 텍스트에 반영된 시대적 맥락을 알 레고리로만 해석하려는 고등학생 독자들의 경향성은 그러한 맥락과 텍스 트, 독자의 긴장관계가 어떻게 조직되고 있는지에 대한 보다 섬세한 해 석을 통해 조정되어야 한다.
한편 문학사적 맥락을 고려한 해석의 경우 작가의 장르 선택에 대한 의미 부여가 드러나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고, 텍스트 관련 문예사조 및 유파를 고려한 해석텍스트가 1.4%(2편), 텍스트의 문학사적 위상과 평가를 참조한 해석텍스트가 3.6%(5편) 집계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참조 는 매우 초보적인 것이어서 이상의 <날개>가 모더니즘 소설(<날개 -H1-K-M-142>)이며 심리주의 소설의 계열에 속한다(<날개 -H3-I-M-215>)는 명제적 지식을 인용, 반복하는데 그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문학사적 위상과 평가를 참조하는 경우에도 주로 <날개>에 대한 이해 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왜 이 소설이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고평되는지 에 대한 의문을 제기(<날개-H2-S-F-14>)하거나, 왜 이 소설을 교육 제 재로 삼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날개>-H2-S-F-18>)하는 사례가 발 견되는 점이 흥미롭다. 문학사적 지식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날개>에
대한 공식적 교수․학습 경험이 없는 고등학생 독자군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문학사적 맥락의 낮은 활용은 수긍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 편의 문학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그것을 둘러싼 문학사적 맥락에 대한 검 토와 결합될 때 비로소 충분한 소통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학습자들 이 스스로, 혹은 협동적으로 맥락적 지식을 탐구하고 구성해갈 수 있는 교육적 안내가 요청된다 하겠다.
한편 고등학생 독자군의 맥락적 해석 양상에서 가장 드물게 활용된 것 으로 집계된 맥락은 상호텍스트적 맥락(3.5%, 5편)인데, 작가내적 상호텍 스트군이 0.7%(1편)의 해석텍스트에서, 작가외적 상호텍스트군이 1.4%(2 편)의 해석텍스트에서, 문학외적 상호텍스트군이 1.4%(2편)의 해석텍스 트에서 분석되는데 그쳤다. 이상의 작품에 대한 작가내적 작품군의 경험 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습자들은 물론이고, 대부분 의 고등학생 독자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텍스트 경험을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고등학생 독자군이 <날개>와의 상호텍스트적 관련성을 구축한 텍스트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표8> 고등학생 독자군의 상호텍스트적 맥락 활용 양상 나는 오늘 이상의 ‘날개’라는 작품을 읽었다. 이 작품은 지금도 나는 잘 이 해가 안 된다. 나는 이상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 이상의 ‘권태’를 읽었을 때부터이다. 분명 내용은 그닥 어렵진 않았는데 그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 에 상당히 애를 먹은 것이 ‘날개’를 읽으면서 기억이 났다.<날개 -H3-I-M-236>
독자군 상호텍스트
고등학생 독자군
작가내적
상호텍스트 이상 <권태>
작가외적 상호텍스트
주요섭 <사랑 손님과 어머니>, 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문학외적 상호텍스트
그리스 신화 중 ‘이카루스와 다이달로스’
이야기, 그룹 ‘인피니트’의 가요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