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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적 해석 범주 목표

문서에서 현대소설 해석교육 연구 - S-Space (페이지 146-152)

흔히 신비평의 방법론적 강령으로 여겨지는 ‘자세한 읽기’는 무엇에 대 한 자세한 읽기인지가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문학교육에 대해 별반 말해 주는 바가 없는 빈 구호가 되기 쉽다.122) 텍스트에 대한 전면적인 ‘자세 한 읽기’가 해석의 타당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당연한 지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습자들이 무엇을 ‘자세히 읽’지 못하고 있는지이다. Ⅲ장에서 수행된 학습자들의 해석텍스트 코딩 결과 양적, 질적 측면에서 가장 빈

121) 박성창, 「구조주의와 해석학: 폴 리꾀르의 구조주의 해석을 중심으로」, 『불어불문학연 구』 42, 한국불어불문학회, 2000, pp.94-95.

122) 고정희, 「텍스트 중심 문학교육의 이론적 기반과 읽기 방법」, 『문학교육학』 40, 한국문 학교육학회, 2013, p.59. "그러나 '자세히 읽기'를 신비평과 분리시키는 순간, 텍스트의 어떤 요소라도 '자세히 읽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텍스트를 읽을 때 어떤 요소를 선택하고 어 떤 요소를 배제할 것인지를 규정해 주지 않음으로써 방법론으로서는 거의 의미가 없게 된다."

약하게 일어나는 해석의 범주가 바로 수사학적 해석 범주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신비평의 영향이 아직도 강력하게 남아 있다고 평가받는 문학교실에서 정작 텍스트의 물리적 측면이 빚어내는 미적 구조에 대한

‘자세한 읽기’가 생략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전문독자들이 ‘자세한 읽기’를 수행한 결과만 전달식 모델로 공급되고 있을 뿐, ‘자세한 읽기’의 주체가 학습자였던 적은 실상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해석은 해석자의 임의적인 의미 가설 설정에 의해 종결되는 것이 아니 다. 설정된 의미 가설을 확정하기 위해 해석자는 그 가설이 텍스트의 물 리적 측면들에 의해 잘 부합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부합의 정도 에 따라 해석의 타당성 정도(degrees of plausibility) 역시 평가될 수 있 다. 가령 <날개>를 한 자살자의 유서로 해석하려면 그러한 해석은 <날 개>의 서사적 구조나 문체, 크로노토프, 서술시점 등에 의해 최대한 뒷 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검증의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의미 가 설은 조정되거나 기각되어야 한다.

이는 일종의 해석 윤리라고도 볼 수 있는데, 특히 소설의 수사학적 특 성에 대한 자세한 읽기를 강조했던 웨인 부스(Wayne C. Booth)가 이러 한 입장을 대표하는 학자이다. 해석의 목표가 텍스트의 의미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 있는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라 보았던 허쉬 역시 해석자가 서로의 인식을 경험하는 데 있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123) 이 때 텍스트에 대한 응답이 얼마나 책임성과 진정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판 단할 수 있는 근거는 일차적으로 텍스트 자체에 대한 충실한 미적 경험 과 수사학적 해석에서 도출된다.

수사학적 해석과 해석의 윤리가 만날 수 있다는 기획에 대해 많은 이 들이 의구심을 가져왔지만, 기실 수사학과 해석학은 텍스트 해석의 실제 에서 분리불가능하다. 수사학 없는 해석은 선언에 그치기 쉽고, 해석 없 는 수사학은 기술(technique)에 그치기 쉽기 때문이다. 수사학을 단순한 스피치의 기술로 오해하지만 않는다면 수사학은 매우 적극적으로 해석학 과 결합될 수 있다.

123) E. D. Hirsch, 『문학의 해석론』, 김화자 역,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88, pp.132-133.

해석학의 방법론적 경도를 경계했던 가다머조차도 수사학이 텍스트의 해석을 위해 작용하며, 사태의 진리인식(rerum cognitio)과 분리될 수 없 음을 인정한다. 이를 보다 발전시킨 리쾨르는 <시간과 이야기> 3권을 통해 텍스트의 미적 구조를 분석하여 내포된 저자의 설득 전략을 추론하 는 ‘독서의 수사학’을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독서의 수사학이 해석학과 결합되어야 할 필요성이 발생 하는데 독자가 내포된 저자의 설득 전략에 휘둘리거나 매몰되는 것이 아 니라 그것을 반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124) 이처럼 텍스트의 수사 학적 구조에 대한 수동성과 능동성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이 현 대소설의 수사학적 해석 범주의 목표로 설정될 수 있다.

하지만 전술했듯이 수사학적 해석은 고등학생 독자군에서 가장 빈약하 게 나타나는 범주였으며, 특히 고등학생 독자들은 문학적인 형상화 방식 에 대한 주목과 이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 한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거부감을 표현하는데 그칠 뿐, 고빈도 어휘의 재인(0.0%, 0편)이나 핵심적 이미지/모티프의 추출(2.2%, 3편)과 같은 작 업은 거의 수행되지 않았다.

이러한 수사학적 독서의 과정이 대학생 독자군에서는 보다 본격화되 고, 전문독자군에서는 자신의 해석을 타당화하는 핵심적 작업으로 부상 한다는 분석 결과는 텍스트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주목이 수 사학적 해석능력의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상위 독자군으로 갈 수록 텍스트에 대한 심미적 이해를 거부하는 경향은 사라지고, 대신 텍 스트의 구조, 서술, 문체에 대한 분석의 시도는 확연히 증가한다. 이러한 독자군별 양상의 차이는 수사학적 해석 범주의 노드 트리맵만을 분리해 서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124) 정기철, 「리꾀르의 해석학과 수사학」, 『해석학연구』 22, 한국해석학회, 2008, p.235.

[그림7] 고등학생 독자군의 수사학적 해석 범주 노드 트리맵

[그림8] 대학생 독자군의 수사학적 해석 범주 노드 트리맵

[그림9] 전문독자군의 수사학적 해석 범주 노드 트리맵

서술전략의 전반적 특성과 효과 탐구

비관습적 문체 에 대한 심미 적 이해 거부

초 점 화 의 양 상 과 효과 이해

서술자 목소리 의 신빙성 판단

서 술 자 , 인물, 작 가의 동일시

시 공 간 설 정 의 효 과 이해 서술자, 인물,

작가 사이의 거리 인식

시공간 설정의 효과 이해

서술전략의 전반적 특성과 효과 탐구

텍스트 고빈도 어휘 나 어구 재인

서술자 목 소 리 의 신빙성 판단

초 점 화 의 양 상 과 효 과 이

핵 심 적 이 미 지 시퀀스나 모 티 프 추출 서 술 , 인물, 작 가 동 일

문장 구성 방식의 특성 추출 반복적인

패턴의 발견 서 사 세 계 의 다중구 조 파악

서 술 자 , 인물, 가 사이의 거리 인식

서 술 전 략 의 전반적 특성 과 효과 탐구

시공간 설정의 효과 이해

서 사 세 계의 다 중 구 조 파악

반복적인 패턴 의 발견

문장 구성 방식의 특성 추출

서 술 자 목 소 리 의 신 빙 성 판단

서 술 자, 인 물, 작 가 사 이 의 거 리 인식

핵심적 이미지 시퀀스나 모티 프 추출

서 술 자 , 인물, 작가의 동일시

텍 스 트 어 휘 / 재인

초 점 화 의 양 상 효 과 이해

고등학생 독자군의 수사학적 해석 범주 노드 트리맵에서는 서술전략의 전반적 특성을 추론하고자 하는 초보적 시도가 발견되지만 이는 문학언 어 특유의 비관습성과 형상성에 의해 좌절되는 경우가 잦다. 시점교육의 영향으로 초점화에 대한 언술은 적지 않게 코딩되지만 서사적 구조의 분 석과 구조화의 주체에 대한 물음은 본격화되지 못한다. 대학생 독자군의 수사학적 해석 범주 노드 트리맵에서는 서사적 구조에 대한 분석이 양적 으로 훨씬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며 전문가 독자군에서는 구조와 서술, 문체에 대한 분석이 모두 왕성해짐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본 목표는 다음과 같이 설정되었다. 현대소설의 수사학적 해 석 범주에서 학습자들은 텍스트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민감하 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기본 목표에 도달한 학습자에게는 텍스 트의 수사학적 전략을 의미 주제와 관련지을 수 있는 능력을 확장 목표 로 제공할 수 있다. 기본 목표 단계에서 텍스트의 수사학적 구조에 대한 주목이 요청되었다면 확장 목표 단계에서는 그러한 수사학적 구조 분석 의 결과를 텍스트의 전반적인 의미주제와 관련, 통합시키는 작업이 이루 어진다. 이러한 능력은 고등학생 독자군에서는 매우 초보적인 형태로만 발견되고 주로 상위 독자군에서 활성화되는데 아래 예시된 고등학생, 대 학생, 전문독자군 해석텍스트를 통해 독자군별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을 살펴보자.

이상의 작품은 ‘날개’가 처음인데, 정말 이상한 문체인 것 같다고 느꼈다.

각 문장마다 끝내는 말도 다른 작품과는 다른 것 같고, 잘 이해가 되지 않 는 부분도 있다...‘이상’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이 소설만 문체가 이 런 것인지, 내용이 이런 것인지 궁금하다.<날개-H2-S-F-55>

작품에서는 반어법을 사용하여 주인공의 암울한 현실을 더욱 부각시킨다.

작품의 첫 문장에서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라고 하 지만, 그의 현실은 전혀 유쾌하지 않으며 그의 연애 역시 전혀 유쾌하지 못 하다. 대문에서 꼭 일곱 번째 칸이던 그의 방 역시 행운의 숫자 7과는 거리 가 먼 공간이었다.<날개-U-S-F-67>

<날개>는 모순의 겹으로 이루어진 다중적인 텍스트이며, 이상 소설 연구에 서 논의의 초점이 되어 온 주체의 분열적 양상은 지적인 서술주체와 백치 와 같은 행위주체가 대립요소를 이루며 반어적 긴장과 이중의 거리를 형성 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서술태도는 대립 요소에 대해 이중의 거리를 유지하며 긴장을 놓지 않으려는 양가적(兩價的) 인 태도이다. 따라서 <날개>는 양가적인 서술자가 다중적 모순 서술을 통 해 반어를 성취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날개-C-F-39>

<날개-H2-S-F-55>의 경우 <날개>의 문체에 대한 ‘이상한’ 느낌을 표현하지만 그러한 느낌을 불러일으킨 텍스트의 수사학적 특성에 대한 분석은 수행하지 못했다. 다만 이러한 특이한 문체가 이상의 다른 작품 에서도 반복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날 개-U-S-F-67>에서는 인물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부각시키기 위해 <날 개>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반어적 기법을 탐구하기 시작하며 그 예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전문독자군에서 더욱 본격화되는데 <날개-C-F-39>의 경우 <날개>를 양가적 서술자가 반어를 성취한 텍스트로 규정하며 이러 한 반어적 긴장이 비단 <날개> 뿐 아니라 이상의 소설세계 전반을 규정 짓는 의미주제인 ‘분열적 주체’와 관련됨을 논증한다.

이처럼 텍스트의 수사학적 전략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텍스트 의 의미 주제와 관련짓는 능력은 ‘저자적 읽기’의 한 지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능력은 수사학적 해석 범주의 확장 목표로 설정될 수 있 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소설의 수사학적 해석 범주 목표를 정 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기본 목표: 텍스트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그 효과를 민감하게 읽어낼 수 있다.

- 확장 목표: 텍스트의 수사학적 전략을 분석하고 이를 의미 주제와 관 련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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