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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론적 해석 양상

문서에서 현대소설 해석교육 연구 - S-Space (페이지 58-69)

여기서는 고등학생 독자군의 <날개> 해석텍스트 139편을 대상으로 NVivo10을 사용한 코딩을 실시하여 유의하게 떠오르는 의미론적 해석의 양상을 포착하였다. 코딩 결과 의미론적 해석 양상은 크게 목적, 과정, 유형의 하위 범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었으며 목적에서는 인물의 행위 동기와 심리 추리가, 과정에서는 주제적 의미 구성의 포기나 미도달이, 유형에서는 연상에 의한 프로토콜 형이 가장 두드러지는 양상으로 코딩 되었다. 이상의 코딩 결과를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표4> 고등학생 독자군의 의미론적 해석 양상

의미론적 해석의 목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독자군을 망라하여 인물의 동기와 심리를 추리하고자 하는 지향성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이 다. 특히 고등학생 독자군의 경우 전체 139편의 해석텍스트 중 60.4%인 84편의 해석텍스트에서 인물의 행위 동기와 심리를 추리하고자 하는 강 한 목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텍스트에 산포한 인물에 대한 정보들을 수합하고, 각 인물들의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고등학생 독자들은 인물에 대한 인상을 단발적으 로 나열하다가 인물의 행위 동기를 추리하는 과정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 론적 주제를 찾으려 하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후술하겠지만 이는 고등학생 독자군의 해석텍스트 중 70.5%인 98편이 연상에 의한 프로토 콜 형의 해석 유형으로 분류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다음의 해석텍스 트를 살펴보자.

독 자 군

의미론적 해석 양상 자료 수

(비율)

고 등 학 생 독 자 군

목 적

a. 인물의 행위 동기와 심리 추리 84(60.4%)

b. 작가의 의도 추리 32(23.0%)

c. 작가의 무의식 탐구 1(0.7%)

d. 내포작가의 의도 추론 2(1.4%)

과 정

a. 해석 가설의 명시적 설정 51(36.7%) b. 주제적 의미 구성의 포기나 미도달 55(39.6%) c. 텍스트내적 정보나 근거 제시 미비 70(50.4%) d. 해석 가설에 대한 일반화 유보 27(19.4%) e. 해석 가설을 반증하는 부분 발견 1(0.7%) 유

a. 연상에 의한 프로토콜 형 98(70.5%) b. 스토리 요약에 의한 다이제스트 형 20(14.4%) c. 추체험에 의한 내러티브 형 2(1.4%) d. 어구 분석에 의한 주석 형 1(0.7%) e. 동위성에 의한 수렴방사 형 18(12.9%)

책을 다 읽었지만 아직도 아내의 심리와 남편의 심리를 잘 모르겠다. 아내 는 왜 남편에게 아달린을 아스피린으로 속여서 먹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다...자신이 좋아하는 아내가 자신을 속여서 자살을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 하다...나중에 다시 한번 더 읽었을 때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다 알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날개-H2-S-F-10>

또 읽다가 충격받은 부분으로 아스피린을 준 것이 아니라 최면약 아달린을

‘나’에게 준 부분을 꼽을 수 있겠다. ‘나’는 그 약을 보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을 텐데 그 와중에 또 아내가 너무 힘들고 상황도 여의치 않고 하 여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은 아니었을까?<날개-H2-S-F-14>

<날개-H2-S-F-10>의 경우 독서가 완료된 이후에도 여전히 인물들의 심리를 ‘모르겠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재독을 통해 그것을 이해하고자 하 는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아내의 기만으로 인해 주인공이 자살했다는 결말 해석은 단정적으로 수행되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해석을 뒷받침하 기 위해 해명되어야 할 인물의 심리 변화나 행위 동기에 대해서는 충분 한 추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날개-H2-S-F-14>

의 경우 인물의 행위에 대해 독자 자신이 받은 충격을 토로하면서 그렇 게 충격적인 행위를 수행한 아내의 동기에 개연성을 부여하고자 노력하 는 모습을 보인다.

기실 <날개>의 경우 작중인물들의 행위 동기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 고, 고등학생 수준에서 작중인물들의 심리나 행동에 상식적으로 공감하 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흄(Hume)은 유사성이나 인접성, 인과성의 계열 이 강해질수록 공감은 더욱 높은 강도로 발생한다고 보았다.70) 역으로 유사성이나 인접성, 인과성이 제한될수록 공감을 위해서 의도적 노력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고등학생 독자들은 그처럼 제한된 유사성, 인접성, 인과성으로 인해 작 중인물의 동기와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70) D. Hume,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제 2권 정념에 관하여』, 이준호 역, 서광사, 1996, p.65.

그러한 동기와 심리에 대한 추리를 목적으로 해서 해석을 해나가는 경향 을 보인다. 이는 공감적 읽기가 문학능력의 초기 발달 단계라 주장하는 위테(Witte) 외(2006)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71) 하지만 소설 해석에 있어 인물의 동기와 심리를 추리하는 것으로 해석이 충분히 완료되었다 고 보기는 어렵다. 소설에는 인물 외에도, 서술자나 내포작가와 같은 많 은 인격적 존재들의 목소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생 독 자군의 해석텍스트는 인물에 지나친 해석적 투자를 집중한 나머지 내포 작가나 실제 작가의 의도 등에 대해서는 미처 추론을 시도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25.1%의 해석텍스트만이 작가의 의도나 무의식, 내포작 가의 의도를 추론하려는 해석의 목적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이 를 뒷받침한다.

그동안 문학교육에서 작가의 ‘의도’를 찾는 태도는 적어도 선언적으로 는 경계되어 왔다. 물론 ‘의도’라는 말이 자칫 텍스트 해석의 과정을 스 무고개 놀이처럼 오도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인간적 존재의 행위 동기를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는 해석을 추동하는 강 력한 동력이다. 리쾨르는 실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 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찾으라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저자에 대한 의 식적 지각 역시 경유될 수 밖에 없다.

그 대상이 작품 속 인물이든, 서술자이든, 작가이든, 아니면 작품 자체 이든 간에 ‘의도 찾기’는 텍스트의 주제적 의미를 구성해 가는 데 중요한 지향점을 마련해 준다는 것을 이상의 분석 결과는 보여준다. 다만 단순 히 작중인물의 행위 동기와 심리만 추리하기보다는 그러한 인물에 대해 발화하거나 그러한 인물을 발생시킨 상위적 힘(power)들에 대해서도 함 께 고려한다면 해석의 결과가 보다 풍부해질 것임을 지적할 수 있다.

한편 <날개>의 메시지를 의미론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 있어 많은 독 자들이 나름의 해석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71) T. Witte, T. Janssenm, G. Rijlaarsdam, “Literary competence and the literature curriculum”, paper for colloquium Mother Tongue Education in a Multicultural World, 2006. 6.22-25. 이 발표문에서는 문학능력의 발달 단계를 6개의 단계로 나눈다. 1. 경험적 읽 기, 2. 동일시하는 읽기, 3. 반영적 읽기, 4. 해석적 읽기, 5. 문학적 읽기, 6. 지적 읽기가 그것 이다. 이 연구는 6개 학교로부터 표집한 16-18세의 학습자 30명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고등학생 독자군의 해석텍스트 중 39.6%에 해당하는 55편의 텍스트에서

<날개>에 대한 주제적 의미 구성을 포기하거나 그것에 도달하지 못했음 을 고백하는 양상이 드러났다. 주제적 의미 구성을 시도했지만 본인이 세운 해석 가설에 대한 일반화를 유보하는 태도를 노출하는 경우도 19.4%나 집계되었다. 이는 해석자로서의 자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전문 독자군과 명백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내가 생각해도 약간은 무리수인 듯 하지만 위와 같이 이 소설 속 공간이 화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계라면, 역발상적으로 소설 속 아내의 바쁜 모습 들은 화자의 현실세계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날개 -H2-S-F-12>

부부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어떤 남자의 인생기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것을 표현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같다라고 하지 못하고 같기도 하다라고 한 이유는 글을 중간 중간 읽고 내용 음... 내가 보고 싶고 읽고 싶은 내용 만 읽어서 그런 것도 있고, 난 책을 읽을 때 제목을 보고 내용을 추측하는 경우가 많아 내가 추측한대로 생각해서 내용이 잘 안 읽히는 것도 있는 듯 싶다.<날개-H2-S-F-30>

주인공에겐 집이 최상의 공간이며 낙원이고 아내는 낙원의 주인 같은 존재 로 보여졌다. 주인공에게는 낙원에서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고 또한 탐내하 지도 않았다. 그에 대한 답례로 하루하루 보상을 받으며 자유가 주어질지 기다리는 느낌? 추측일 뿐이지만. 결국 주인공이 죽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 었다. 날개를 잃어버려 죽는다고. 그 말을 들으니 좀 더 읽어보고 싶고 뭔 가를 찾아내보고 싶어졌다. 다 읽어보지도 않고 추측해 써내서 말도 안되고 이상하겠지만 나에겐 이런 느낌을 주었다.<날개-H2-S-F-6>

위의 예들에서 볼 수 있듯 잦은 삽입구의 사용과 ‘생각이 들었다’, ‘같 기도 하다’, ‘추측일 뿐이지만’, ‘-듯 싶다’ 형태의 문장이 빈번히 등장한 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특히 <날개-H2-S-F-6>의 경우 ‘최저낙원’이라 는 이상 문학의 주요한 모티프를 발견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추측

의 영역으로만 제한하고 별도의 부연 없이 바로 주인공이 자살했을 것이 라는 추측으로 해석을 마무리한다.

이러한 분석의 결과는 Nvivo10의 Query 기능을 통해 도출한 고등학 생 독자군 내 어휘 빈도로도 증빙된다. Query 기능을 사용하여 전체 139편의 고등학생 해석텍스트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한 어휘를 도출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표5> 고등학생 독자군 내 어휘 빈도 검색 결과

분석 결과 <날개>의 스토리나 작중인물의 행위를 재서술하는 과정에 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어휘를 제외하면, 통계적으로 가장 의미있게 떠 오르는 경향은 54회 집계된 ‘생각ㅎ-’형 진술과 43회 집계된 ‘모르겠-’형 진술의 빈출이었다. 그 외에도 빈출 어휘 상위권에서 ‘이해하기’, ‘이해하 지’, ‘궁금하다’ 등이 등장하였다.

이처럼 고등학생 독자군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생각ㅎ-’형 진술과

‘모르겠-’ 형의 진술은 보다 심화된 분석을 요하는데, 이러한 진술이 고 등학생 독자들이 겪고 있는 소설 해석 과정의 곤란과 그것이 발생하는 장소를 지시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진술이 다른 진술들과 만나 어떤 해석텍스트를 완성시키는지 살펴보면 각 독자군별 해석의 양상이 갈라지는 지점 역시 보다 명확해지기에 많은 교육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진술의 앞뒤 맥락을 보다 미시적으로 살필 필 요가 있다.

먼저 고등학생 독자군에서 빈출되는 ‘생각ㅎ-’형 진술부터 살펴보자.

전술했듯 고등학생 독자군은 대체로 자신의 해석 가설을 일반화하는 것 을 유예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나타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내린 해석

독자군 고빈도 어휘 횟수 비중(%)

고 등 학 생 독자군

‘나’는, ‘나’가, ‘나’의, ‘나’에게 241 0.77 주인공은, 주인공의, 주인공이 201 0.64

아내에게 95 0.30

생각하는, 생각했다 54 0.18

모르겠다, 모르겠고, 모르겠지만 43 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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