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해석 활동의 정교화

문서에서 현대소설 해석교육 연구 - S-Space (페이지 173-200)

해석 활동의 활성화 과정에서 학습자가 대상 텍스트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적 과제를 도출하고, 해석사 검토에 기반한 독창적 해석 가설을 설 정하였다면 이제 그러한 해석적 과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자신의 해석을 정교화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정교화의 과정은 해석의 타당성과 소 통가능성을 평가받는데 있어 결정적 지점이 된다.

이러한 정교화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자들은 대개 대상텍스트의 의미 주제에 대한 해석을 응집적이고 논리적으로 구성하지 못하거나 텍스트의 수사학적 속성에 대한 해석을 생략하거나 혹은 해석을 둘러싼 다층적 맥 락들을 참조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의미론적 해 석을 정교화할 수 있는 방법이 요구되고,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수사 학적 해석을 정교화할 수 있는 방법이 요구되며, 세 번째 문제에 대해서 는 맥락적 해석을 정교화할 수 있는 방법이 요구된다. 따라서 해석 활동 의 정교화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보이는 수행 상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 는 방법을 대학생 독자군과 전문가 독자군의 해석 과정에서 추출하여 해 석의 범주 별로 제시하였다.

가) 의미론적 해석의 정교화

① 전체적 읽기를 통한 해석어휘의 도출

대부분의 고등학생 학습자들은 대상텍스트의 의미 주제에 대한 해석 을 응집적이고 일관성 있게 구성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결과 적으로 고등학생 학습자들의 해석텍스트가 상위 독자군에 비해 상대적으 로 덜 정교하게 구조화된 형태로 분석된 원인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고등학생 학습자들의 해석텍스트가 양적으로 빈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등학생 독자군에서 70.5%에 달했던 해석텍스트의 유형은 연상에 의한 프로토콜 형이었다. 이 유형의 출현 빈도는 대학생 독자군에서 25.3%, 전문독자군에서 4.2%로 감소한다. 이러한 차이는 해석텍스트의 전개 과 정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고등학생 독자군의 해석텍스트는 대부분 소설텍스트의 특정한 부분들 을 읽으며 발생한 파편적 연상들을 느슨하게 나열시키며 전개된다. 즉 자신의 관심에 부합하거나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을 중심으로 해석의 초점을 계속 옮겨가기 때문에 해석텍스트 전체의 응집성과 일관 성이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부분적 읽기는 결국 소설텍스트에 대한 ‘덜 읽기’나 ‘더 읽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141) 아래 해 석텍스트를 살펴보자.

이 책의 주인공은 장애인 혹은 약간 모자란 사람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 내와 집이 있고 잘 살아가는 대목에서 정상인 같았지만 점점 각방을 쓰고 아내가 없을 때 아내 방에 내려와 온갖 장난을 하고 아내의 화장품 향에서 체취가 난다고 그것을 느끼고 있는 부분에서는 꼭 장애인 같은 덜 떨어진 모습을 가지는 느낌을 준다...이 장면은 무지식한 사람이 좋은 것들을 걷어 차 버린, 좋은 것도 좋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매우 한심해 보이고, 무지 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그래서 이 글 전체는 약간의 해학성과 더불어 사람들의 게으름을 비판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 다.<날개-H3-I-M-228>

<날개-H3-I-M-228>에서는 <날개> 속 ‘나’가 모자란 사람이라는 인 상에 과도하게 함몰된 나머지 그러한 ‘모자람’을 뒷받침하는 부분을 중심 으로 스토리를 요약한다. 무지한 주인공의 행동 나열이 주를 이루기 때 문에 그러한 인물의 행동을 설정하고 전달하는 내포작가의 시각과 의도

141) 최인자(2007)에 따르면 소설 해석의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자신의 선입견이나 일회적 느낌, 배경 지식에 따라 텍스트의 의미를 단순화하는 ‘덜 읽기’(under reading)를 수행하기도 하고, 서사 속에서 담화와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의미를 도출하거나 혹은 텍스트의 특 정 부분만을 확대 해석하는 '더 읽기'(over reading)를 수행하기도 한다. 최인자, 「허구적 서 사물의 플롯 이해에 기반한 서사 추론 교육」, 『국어교육』 122, 한국어교육학회, 2007, p.443.

는 질문되지 않다가 마지막에 가서 이 소설이 무지와 게으름을 비판하고 있다는 해석적 결론에 도달한다. <날개> 초반부에 나타난 ‘나’의 비정상 적 행위가 가진 부분적 의미만을 지나치게 극단화시키고, 그러한 비정상 적 행위가 만들어내는 인물 관계, 작품 전반에 걸친 인물의 변화와 그것 을 통해 추론할 수 있는 전체적 의미 주제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위의 해석텍스트처럼 많은 고등학생 학습자들이 <날개>의 초반에 ‘나’

가 보이는 이상 행동들, 특히 아내의 방에서 장난하는 부분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인물의 은밀하고 도착적인 쾌감의 행위가 독자에게 일차적으로 불러일으키는 흥미 때문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 자체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갖고, 그 행위 뒤에 숨은 ‘나’의 의식세계와 그러한 의식세계를 빚어낸 원인에 대해 살피지 않는다면 이러한 경향은 단지 소설에 대한 부분적 읽기에 지나지 않게 된다. 따라서 학습자들의 의미론적 해석을 보다 정교하고 논리적으로 진행되도록 도울 수 있는 구 심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론적 장치로서 전체적 읽기를 통한 해 석어휘의 도출이 제안될 수 있다.

소설의 부분 읽기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갖기보다는 전체 읽기의 방향으 로 정향됨으로써 의미를 갖는다.142) 독자들의 소설 읽기가 대부분의 경 우 부분 읽기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 터한 정호웅의 논의 (2004)는, 전체 읽기에 나아가지 못하는 독서는 작품의 온전한 이해에 가 닿지 못한다고 본다. 또한 위 논의는 소설의 부분 읽기가 자신의 단편적 해석 결과를 관철시키기 위해 실제 텍스트를 왜곡하는 데 이를 수도 있 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라 본다. 대상을 구성하는 특정 요소 몇 개에 갇힐 때 여러 요소들의 유기적 관계로 이루어지는 대상의 실제가 무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143) 따라서 소설의 전체 읽기로 나아가기 위 해서는 작품의 중층성을 고려해야 하며, 작품의 인상적인 한 부분 또는 한 요소에 갇히지 않아야 하며, 열린 눈으로 작품을 직시하는 태도를 견 지해야 하는데 이는 독자로 하여금 상당히 의도적인 노력을 요구한

142) 정호웅, 「현대문학 교육과 삶의 질-부분 읽기에서 전체 읽기로」, 『국어교육』 113, 한국 어교육학회, 2004.

143) 위의글, pp.131-132.

다.144)

새삼 해석의 순환성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텍스트의 부분과 전체를 조 회하며 해석이 일어나며, 따라서 텍스트에 대한 전체적 읽기가 중요하다 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되도록 텍스트 전체가 설명될수록 해 석의 설득력 역시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춘향전>의 춘향이 신 분상승을 노리는 당돌한 여성이라는 해석 가설은 춘향전의 전반부는 지 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몽룡과의 결합 가능성이 희박해진 이후에도 목 숨을 걸고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하는 춘향전의 후반부까지는 위의 가설 로 설명해내기 힘들다. 따라서 해석자가 도출해내는 의미론적 주제는 최 대한 텍스트 전체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 검증되 어야 한다.

에코에 의하면 작품의 의도에 대한 추측의 정당성을 확보할 유일한 방 법은, 일관된 전체로서의 텍스트에 입각해 ‘검증’해 보는 것이다. 이 방법 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기독교의 원리>에서 연원했는데, 이에 의하면 특정 시점에서 한 텍스트의 어떤 부분에 대한 해석이 같은 텍스트의 다 른 시점에 의해 확인되지 않는다면 거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 미에서 텍스트 전체의 일관성은 독자의 충동을 통제한다고 볼 수 있으 며, 에코는 이러한 텍스트의 전체를 의식하며 해석의 응집성과 일관성을 확보해나갈 것을 강조할 것 있다.145)

상위 독자군에서는 이러한 전체적 읽기의 태도가 강화되어 나가는 양 상을 보이며, 그 결과를 해석어휘(interpretative vocabulary) 도출을 통 해 조직해나가는 경향을 드러냈다. 해석어휘란 해석자의 관점을 집약적 으로 드러내는 어휘를 일컫는 용어로서 응집적이고 일관된 해석을 구성 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146) 해석텍스트 안에 핵심적인 해석어휘가 있느냐 없느냐는 고등학생 독자군과 대학생/전문독자군의 해석텍스트를 경계 짓는 주요한 지점이다. 아래의 대학생 독자군 해석텍스트를 살펴보 자.

144) 위의글, p.137.

145) 김승현, 앞의글, p.15.

146) 강민규, 앞의글, p.87.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 나./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외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이 자유를 희망하지만, 자의식의 결여로 자신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주인공의 한탄 섞인 목소리라고 해석했다. 날개를 가지고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새처럼 억압된 현실의 울타리를 넘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나’에게 그것은 굉장히 힘든 일일 것이다. 금기와 억압으 로 얼룩진 시간동안 그에게 남은 것은 의존과 무기력증, 그리고 자아 정체 성의 상실이다. 자유로 나아가고 싶지만 자의식이 결여된 ‘나’는 스스로 어 디를 향해 가야할지를 모른다. 즉, 방향성을 상실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 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 즉 과거 자의식을 가졌던 자신으로 돌아가 진정 한 자아정체성의 회복을 통한 자유를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날개 -U-S-F-70>

<날개-U-S-F-70>는 전체 4문단으로 구성된 길지 않은 해석텍스트이 다. 하지만 ‘자유’라는 해석어휘를 도출한 뒤 이를 6번이나 반복적으로 언급하여 전체 해석텍스트를 조직하고 있다. 그 결과 위 독자는 ‘억압과 마비의 상태에 있던 주인공이 자유를 갈망하고 염원하게 된 변화/성장의 내러티브’로 <날개>의 전체적 의미를 확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확 정의 과정이 전개되는데 있어 각 진술과 문단을 연결짓는 중요한 구심점 으로 ‘자유’라는 해석어휘가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학생 독자군은 고등학생 독자군에 비해 소설텍스트에 대한 전체적 읽기를 상 대적으로 활발하게 수행하고 이를 통해 해석어휘를 도출하고자 한다.

전문독자군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확대되는데, Ⅲ장 4절의 분석에 서도 드러나듯 전문독자의 해석텍스트는 철저히 해석어휘를 중심으로 조 직되어 있다. 텍스트 전반을 지탱할 수 있는 전체적 읽기를 수행하여 해 석어휘를 도출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해석텍스트 내에 삽입함으로써 해 석의 구심점을 확보하는 것이다. 아래의 해석텍스트를 살펴보자.

이상(李箱)의 소설 <날개>(1936)는 자아 발견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된 작품으로서, 권태의 분위기나 그림자가 뚜렷하게 투사되어 있다. 즉 권태와

문서에서 현대소설 해석교육 연구 - S-Space (페이지 173-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