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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론적 해석 범주 목표

문서에서 현대소설 해석교육 연구 - S-Space (페이지 140-146)

의미론적 해석 범주에서는 텍스트의 메시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해석자 의 의미 구성 행위가 일어난다. 하지만 앞선 분석의 결과에서 드러나듯 이, 많은 고등학생 독자들은 의미론적 주제의 도출을 쉽게 포기하는 경 향을 보였다. 이는 고등학생 독자들이 해설의 수동적 소비자 역할에 익 숙해진 나머지 소설 해석이라는 활동이 경유할 수 밖에 없는 애매성 (ambiguity)과 모호성(vagueness)의 경험에 익숙해지지 못한 까닭이다.

애매성이란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해석이 가능한 단어, 어구, 문장, 텍 스트의 성격을 가리킨다. 이러한 애매성은 언어사용자나 자연언어체계의 결함 때문이라기보다는 제한된 언어를 통해 다양한 의미를 지시하고자 하는 경제적 욕망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110) 특히 이러한 애매성 의 효과는 문학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왔기에 엠프슨(Empson)의 경 우는 영시에 나타난 애매성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석하기까지 하였 다.111)

한편 모호성은 그 단어나 어구, 문장, 텍스트에 대해 확실한 해석을 부 여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information)가 부족함을 의미한다.112) 이 경

110) 김일곤, 「애매성과 모호성」, 『인문논총』 1,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1981, p.20.

111) W. Empson, Seven types of ambiguity, A New Directions book, 1947.

112) C. Smith, “The Vagueness of Sentence in Isolation”, Papers from the 13th Regional Meeting, Chicago Linguistic Society, 1977.

우 독자는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이용하여 텍스트를 해석하고자 시도하 게 된다. 이러한 애매성과 모호성이 수용자에게 상당한 의미론적 장애물 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러한 장애물의 존재 때문 에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이 발생하고 이는 독자의 정신적 집중을 유 도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이득을 유발하는 언어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기 도 한다.

이 애매성과 모호성은 언어 자체의 성격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언어의 시적 기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문학의 특성과 자신의 작 품이 손쉽게 독해되고 소비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작가의 전략에 의 해 더욱 증폭된다. 여기에 작품의 생산과 수용 사이에 가로놓인 시공간 적, 문화적 거리감은 비의도적 모호성마저 가중시킨다.113)

이러한 문학 해석의 특성 탓에 문학 해석의 과정은 일종의 ‘좌절의 학 습’(El aprendizaje de la decepción) 과정이기도 하다. 많은 학습자들이 이 일차적 좌절의 단계에서 해석을 포기하거나 종료한다. 그렇다면 소설 텍스트가 가진 의미론적 애매성과 모호성은 항상 독자의 해석을 중단시 키거나 방해하기만 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경험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우리가 지시대상이 매우 명료한 것으로 가정 되는 텍스트에 대해 많은 심리적, 물리적 투자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는 그러한 텍스트가 지닌 명료성이 오히려 독자의 해석적 자유를 방해하 기 때문이다. 내포작가의 목소리가 매우 교조적인 형태로 단일화되어 나 타나는 소설이나 키치소설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측면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에코에 따르면 문학 언어의 의미는 우선 모호하게 구성된다. 생산적인 모호함이 독자로 하여금 해석의 방향을 찾게 하고, 표면적인 무질서 안 에서 잉여적인 메시지들보다 훨씬 더 정확한 질서를 발견하게 하기 때문 이다. 따라서 작품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끊임없는 동요’ 속에서 진행되 고, 해석사(解釋史)의 진행과 함께 텍스트의 의미 주제는 계속 ‘성장’한

113) 최홍원(2009)에 따르면 고전시가는 생산과 수용의 거리로 인해 비의도적 모호성을 발생시킨 다. 이는 비단 고전시가에만 국한되는 논의는 아니다. 최홍원, 「고전시가 모호성의 교육적 이 해」, 『국어교육연구』 44, 국어교육학회, 2009, pp.249-252.

다.114)

이처럼 현대소설의 의미론적 해석 범주에 있어 많은 애매성과 모호성 이 존재한다는 것은 역으로 독자가 해석의 충실성과 자유의 변증법을 추 구할 수 있도록 한다. 숙련된 해석자들은 텍스트가 보유한 모호함의 호 소를 받아들이고 불확실한 형태들을 능동적으로 채울 수 있다. 그들은 텍스트의 모호성 자체를 즐기면서 해석에 필요한 다양한 열쇠들을 계속 탐색하고 비교하고 통합한다.115)

하지만 소설 해석에 숙련되지 않은 고등학생 독자들은 소설텍스트의 의미론적 애매성과 모호성을 독자에 대한 지적 폭력이나 불편한 경험으 로 여기고 있었다. 따라서 텍스트의 의미를 구성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독자의 미적, 도덕적 상상력의 공간 역시 넓어짐을 경험하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잘 짜인 난해성’은 독자의 상상과 서사 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민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116)

소설텍스트 뿐만 아니라 쉽게 파악되기를 허락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해석의 노력은 주체의 인지적, 정의적 발달을 요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민우(2011)의 경우 시에 대한 흥미와 관심 같은 주체의 ‘성격’ 역시 시 적 능력 발달의 중요 매개 요인이라 본다.117)

해석은 매우 복잡한 인지적 활동이지만 이 인지적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결정적 요소는 바로 주체의 탐구열과 과제집착력이다. ‘호기심, 쉽게 포기하지 않는 특성, 모험적 특성, 사고를 분명하고 깊고 정확하게 하려는 성격, 생각하는 시간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 등이 이에 속한다.118) 국어과 창의·인성 교육의 방향을 제안한 우한용(2013)의 연구 에서도 애매모호함에 대한 주체의 견딤을 강조하고 있다.119)

114) U. Eco, 『구조의 부재』, 김광현 역, 열린책들, 2009, p.231.

115) 위의책, p.231.

116) 권택영, 「내포 저자 논쟁과 나보코프의 <<롤리타>>」, 『미국소설』 15-2, 미국소설학회, 2008, p.20

117) 남민우, 「시 교육 평가의 개선 방안 연구」, 『문학교육학』 34, 한국문학교육학회, 2011, p.146.

118) 김영채, 『사고력: 이론, 개발과 수업』, 교육과학사, 2004.

119) 우한용, 「창의인성의 방향과 국어교육의 역할」, 『국어교육』 140, 한국어교육학회, 2013, p.10.

학습자들이 주된 해석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상의 소설 <날개>는 특히 이러한 의미론적 해석 범주의 수행이 능동적으로 일어나도록 요구하는 텍스트이다. <날개>를 위시한 이상의 소설들은 대체로 작중인물 ‘나’와 작가 이상 사이의 애매모호한 유사성을 해석의 단초로 남겨 두기 때문이 다. 그래서 이상의 소설들은 텍스트와 저자의 관련성을 때로는 묻게 되 고 때로는 묻지 않게 되는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한 텍스트(equivocal text)”이면서도 텍스트와 저자의 관련성을 반드시 묻게 되는 “부속된 텍 스트(attached text)”로서의 속성 또한 드러낸다.120)

이러한 현대소설의 의미론적 모호성을 경험하는 것은 텍스트의 의미 추론에 대한 전반적 능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 독자 군의 의미론적 해석 양상에 대한 분석 결과는 고등학생 독자들이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제적 의미구성을 포기하거나 의미구성에 도달하지 못한 해석텍스트 가 39.6%(대학생 독자군 3.8%, 전문독자군 0.0%)이고 텍스트내적 정보나 근거 제시가 미비한 해석텍스트가 무려 50.4%(대학생 독자군 19%, 전문 독자군 2.1%)에 달하며, 이러한 양상이 상위 독자군으로 갈수록 감소된 다는 분석 결과는 의미론적 미결정성에 대한 견딤과 탐구의 태도가 의미 론적 해석능력의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기본 목표는 다음과 같이 설정되었다. 현대소설의 의미론적 해 석 범주에서 학습자들은 텍스트의 의미론적 미결정성에 대한 견딤과 탐 구의 태도를 내면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기본 목표에 도달한 학습자에게는 텍스트의 의도에 대한 논증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확장 목표로 제공할 수 있다. 텍스트의 의미론적 미결정성에 대한 견딤과 탐구의 태도는 타당한 해석을 향해 나아가고 있 다는 지표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출된 의미 주제가 충분한 소통가능성 을 보유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120) 방민호, 「<童骸>의 알레고리적 독해와 그 의미」, 『현대소설연구』 48, 한국현대소설학회, 2011, p.582.

내가 생각해도 약간은 무리수인 듯 하지만 위와 같이 이 소설 속 공간이 화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계라면, 역발상적으로 소설 속 아내의 바쁜 모습 들은 화자의 현실세계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화자의 아내가 평범한 주부였다면 그리고 과거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은 상당히 제 한되어 있었기에 충분히 실제의 아내 모습이 소설 속 ‘나’의 모습에 투영되 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날개-H2-S-F-12>

<날개-H2-S-F-12>의 경우 인물들이 거주하는 공간의 상징성을 중심 으로 해석을 진행해나가고, ‘나의 방’과 ‘아내의 방’의 대립적 구도를 이 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상징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개 인적 차원에서 확신되고 있을 뿐, 이를 논증하기 위한 텍스트 내적, 외적 논거는 충분히 탐색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소설 속 ‘나’의 방이 화자가 바라는 이상적 세계라 판단할 수 있는 텍스트내적 근거는 빈약하다.

이러한 한계는 전문독자군의 해석텍스트와 비교해볼 때 더욱 선명해지 는데, 전문독자의 경우 대체로 해석텍스트 전반에 걸쳐 의미 주제에 대 한 논증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그러한 논증에 대한 반박에 대해 다시 예상반론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독자군별 양상의 차이는 의미론적 해석 범주의 노드 트리맵만 을 분리해서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그림4] 고등학생 독자군의 의미론적 해석 범주 노드 트리맵

연상에 의한 프로토콜 형

인물의 행위 동기와 심리 추리

텍 스 트 내 적 정보나 근거 제시 미비

주제적 구성의 포기

해석 가설의 명시적 설정

해석 가설 에 대한 일 반화 유보 스토리 약에 의한 다이제스트

작가의 의도 추리

동 위 성 에 의한 수렴 방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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