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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에 관한 선행연구 검토

목 차

2. 헤게모니에 관한 선행연구 검토

1절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의 힘과 그것에 기반한 국제체계의 속성에 관한 논 의는 개념적 엄밀성을 결여한 채 현실의 변화를 추수하거나, 특정 요소만을 편의 적으로 강조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의 힘에 대한 분석 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2절에서는 ‘헤게모니’3) 개념을 분

제2장. 이론적 자원: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동학 47

석의 중심으로 두는 연구들을 검토한다. 2절에서 검토할 이론들은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헤게모니 개념에 본질적인 중요성을 부여하고, 이를 중심으로 세계질서의 역사적 변화를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들이다. 이러한 이론들을 검토함으로써 본 연 구의 이론적 자원을 구체화하는 토대로 삼고자 한다.

(1) 세력전이론과 헤게모니 이행론

주류 국제관계론, 국제정치경제론에서 헤게모니와 관련된 논의를 주도해 온 것 은 오간스키(A. F. K. Organski)와 쿠글러(J. Kugler) 등의 세력전이론(power transition theory), 길핀(R. Gilpin)의 헤게모니 이행론(hegemonic transition theory)이다.

1970년대 이후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지위가 하락하고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2 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정치경제질서가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헤게모니 개념 을 중심으로 국제질서의 변화를 설명하려는 이론적 시도들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세력전이론과 헤게모니 이행론은 국제체계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하는 신현실주의 의 이론적 전제들을 비판하면서 헤게모니의 이행을 중심으로 국제체계의 변화를 설명하려는 거대이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세력전이론과 헤게모니 이행론에 따르면, 국제체계 위계의 최상층에 위치하는 헤게모니 국가는 팽창의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지점까지 팽창을 지속하 며, 주요 강대국들이 현재 국제체계에 만족한다면 체계는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국력의 불균등 발전4)으로 인해서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도전국이 출현하면 국제체계의 안정성이 파괴된다. 도전국이 전쟁의 기대효용이 기대비용보다 크다고

3) ‘헤게모니’ 개념은 리더십을 지칭하는 그리스어 ‘헤게모니아’(Hegemonia)에서 유래하며,

제관계에서 주도적 국가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어왔다. 헤게모니 개념은 그람시(A.

Gramsci)의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중요성을 획득하게 된다. 그람시는 헤게모니 개념을 문화

적·도덕적 지도력과 이데올로기적 동의를 중심으로 정의했고, 이것이 1970년대 이후 ‘세계 체계’에 관한 네오그람시언들의 분석(Cox, 1987; Gill and Law, eds., 1993; Arrighi, 1994)으로 확장·수용되면서 널리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헤게모니 개념과 현실의 헤게모니 국가 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Cohn, 1999; Griffiths and O’Callaghan, 2002).

4) 세력전이론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의 정적인’(static) 국제체계에서는 동맹을 통한 상대적 국 력의 변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에는 이러한 설명이 적합하지 않다. 산업화 이후 의 ‘동적인’(dynamic) 국제체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동맹이라는 외재적 변수가 아니라 산 업화라는 내재적 발전을 통한 국력 증대에 주목해야 한다(Organski and Kugler, 1980).

판단하는 시점에 헤게모니 전쟁이 발생하고, 그 결과 헤게모니 이행이 나타난다.

헤게모니 이행과 국제체계의 변화를 이론의 핵심으로 하는 세력전이론과 헤게모 니 이행론은 1970-80년대의 미국쇠퇴론 논쟁의 주요 이론적 도구였고, 최근에도 미 중간 헤게모니 이행과 관련된 논쟁에서 지속적으로 인용되고 있다(Lai, 2011; Chan, 2008; Ross and Zhu, 2008; Tammen, Kugler and Lemke, 2011; Lemke, 2004; Zhu,

2006). 그러나 세력전이론과 헤게모니 이행론은 몇 가지 이론적 취약점으로 인해서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우선 단순하고 평면적인 국력개념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세력전이론에 따르 면 국력은 인구, 생산성(1인당 GNP), 자원을 국력으로 전환시키는 정치적 능력의 함수(인구 × 생산성 × 자원동원력)이다(Tammen et al., 2000; Organski and Kugler,

1980). 이러한 국력개념 하에서는 국제정치경제질서의 변화나 헤게모니의 경제적

토대의 변화, 기술혁신 등이 고려되지 못한다. 이는 이론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뿐 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헤게모니의 이행 과정, 특히 통화·금융에서의 우 위를 극대화한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커다란 약점이 될 수 있다.

헤게모니 이행에 관한 설명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고 기계적이다. 헤게모니 이행 은 헤게모니 국가와 도전국의 상대적 힘, 그리고 도전국의 의도라는 두 가지 조건 이 충족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역전불가능한 과정이다. 특히 여기서 문제가 되 는 것이 헤게모니 국가를 현상유지 국가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헤게모니 국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가진 힘의 속성이나, 그것이 행사되는 방식을 변 화시킬 수도 있다. 또 자신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체계를 변화시키는 수정 주의적 지향을 가질 수도 있으며, 자신의 이익과 충돌하는 변화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백창재, 2008).

도전국의 의도가 결정되는 과정에 관한 명확한 설명이 제시되지 않는 것 또한 문제이다. 불만족한 도전국의 국력이 헤게모니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성 장했다면 그것은 다른 어떤 요인으로도 역전시킬 수 없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전제 된다(Tammen et al., 2000; Organski and Kugler, 1980; Gilpin, 1981; Kugler and

Lemke, eds., 1996). 그러나 헤게모니 국가가 수정주의적 지향을 가지거나, 거부권적

권력을 행사할 경우 도전국이 자신의 전략을 변경할 수도 있다. 헤게모니의 쇠퇴 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이고 일방적인 대응이 1980년대 이후 국제정치경제질서의 변화에서 갖는 중요성이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강력한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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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하면서 미중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은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세력전이론과 헤게모니 이행론의 ‘헤게모니 안정론’(hegemonic stability theory)5)적 성격도 문제이다. 이들에 따르면 헤게모니 국가의 존재는 국제체계의 안정성을 보 장하며, 체계의 안정성은 헤게모니 국가의 힘의 우위에 비례한다. 그러나 헤게모니 국가의 존재와 체계의 안정성 사이의 강력한 인과관계는 이론적으로도 취약하고, 현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헤게모니 국가의 힘을 국제체계의 안정성과 직 접 연결시킴으로써 미국 헤게모니와 대외전략의 전략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변화 를 포착해 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오히려 세계헤게모니의 역사나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에 대한 분석은 ‘헤게모니 적 불안정’(hegemonic instability)이 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음을 보 여준다. 특히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나 1970년대의 헤게모니 위기에 대한 대응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국제체계의 안정성을 훼손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 다. 또 1980-90년대에는 금융세계화에 기초한 미국의 상대적 번영과 통화·금융에서 의 구조적 우위의 강화, 그리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신흥시장의 위기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이는 헤게모니 국가가 전략적으로 기존의 제도를 파괴, 변형, 우 회할 수 있으며, 그 결과 국제체계의 불안정을 담보로 헤게모니의 변형과 강화가 나타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Calleo, 1982; Strange, 1987; Walter, 1991; Seabrooke, 2001; Mastanduno, 2009; Beeson and Broome, 2010; Kirshner, 2014a).

이처럼 세력전이론과 헤게모니 이행론은 헤게모니의 이행과 국제체계의 변화에 관한 거시적인 분석을 제시하지만,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와 그것이 국제정치경제 질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1980-90년대 이후의 금융세계

5) 킨들버거(Kindleberger, 1973)는 공공재 이론을 원용해서 압도적인 경제력을 지닌 헤게모니 국가가 존재할 때 개방적이고 안정적인 세계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헤 게모니 안정론’(hegemonic stability theory)으로 알려진 이러한 주장은 국제관계론의 현실주의 와 신자유주의의에서 각각 상이한 방식으로 수용된다. 신현실주의의 이론적 전제들을 공유 하는 크래즈너(Krasner, 1976)와 길핀(Gilpin, 1981)은 리더십과 공공재의 공급을 헤게모니 국 가의 국익추구로 설명하며, 개방적이고 안정적인 국제질서의 지속성은 전적으로 헤게모니 국가의 능력에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쇠퇴한 미국의 헤게모니가 다시 복구되어야 한다는 함의를 가지며, 국제문제의 해결에서 다자간 협 력보다는 미국의 가치와 제도, 국익을 우선시하는 일방주의와 친화성을 갖는 것이다. 반면, 커헤인과 나이(Keohane and Nye, 1977; Keohane, 1984)는 다자적 협력과 국제제도의 중요성 을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의 쇠퇴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국제제도와 주요 국가들의 정 책적 조정이 헤게모니 국가가 공급하던 공공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나 기술혁신 등 자본축적 메커니즘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2007-08년 금융위기가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에 대해서 갖는 함의도 분석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한계는 현실주의적 전제들에 기반한 주류 국제관계론 전체가 공유하는 한계이기도 하다. 세력전이론과 헤게모니 이행론은 현실주의적 가정에 기반해서 국가의 외적 자율성과 내적 동일성을 전제하고 민족국가를 배타적인 분석단위로 설정한다. 그러나 헤게모니의 경제적 토대로서 자본축적 메커니즘의 변화나 이것 이 다른 국가들에게 미친 영향은 단순히 국가들 간의 관계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 적 수준의 분석을 요구한다. 그러나 세력전이론과 헤게모니 이행론은 이를 위한 이론적 도구들을 결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인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분석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2) 세계헤게모니의 장기순환과 세계체계분석

① 세계헤게모니의 장기순환

장기파동론에 기초한 세계헤게모니 연구는 길핀의 헤게모니 이행론처럼 주기적 으로 나타나는 전쟁과 이로 인한 헤게모니 국가의 교체를 분석한다. 세계경제의 장기적인 경기순환에서 나타나는 주기적인 불황에 주목하는 장기파동론은 대불황 시기였던 1930년대에 유행한 이후 전후 호황기에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1970 년대에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2007-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주목을 받고 있 다(Goldstein, 1988: 21-63; Li, Xiao and Zhu, 2007).

별개의 연구로 진행되던 장기파동연구와 헤게모니 순환 연구는 골드스틴 (Goldstein, 1988)의 연구를 계기로 세계헤게모니의 순환에 관한 연구로 결합되었다.

골드스틴에 따르면, 1495년부터 1945년까지 50년 주기의 장기파동은 총 9번 관찰 되며, 네덜란드, 영국, 미국의 세 번의 헤게모니 순환이 나타났다. 전쟁을 통해서 확립된 헤게모니 국가의 우위가 침식되면서 체계가 다극화되고, 국가간 경쟁이 심 화되면서 헤게모니 이행이 나타난다. 시기적으로 헤게모니 순환과 장기파동이 완 전히 조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자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Goldstein, 1988: 280-376;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