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3. 논쟁의 주요 쟁점
위에서 살펴본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관한 논쟁구도와 주요 쟁점 은 아래의 표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표 1-1.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관한 논쟁>
강력한 관여론 조건부 관여론
전략적 우선순위
아시아-태평양의 전략적 중요성, 미국의 리더십 유지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 중국과의 협력과 공존 미국의
능력 충분함 회복 가능(헤게모니는 불가능)
핵심 전략
강력한 군사적 개입, TPP 등 경제전략을 통한 중국통합
경제적 관계를 중심으로 미중관계 관리 기대
결과
세계리더십 회복, 국제질서·지역질서의 안정
미중협력,
국제질서·지역질서의 안정 강성균형론·중국봉쇄론 역외균형자론 전략적
우선순위
중국의 부상 억제, 미국의 우위 유지
축소·자제, 역외균형, 미국으로의 회귀 미국의
능력 주요 고려사항 아님 부족
핵심 전략
강력한 군사·안보 전략을 통한 중국 견제·봉쇄
아시아-태평양에서 대외전략의 축소, 역외균형자 전략
기대 결과
미국의 우위 유지, 중국의 도전 억제
미국의 국력 소진을 방지, 지역 헤게모니 출현 억제
3) 미국이 철수할 경우 지역의 세력균형이 파괴되고,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 되지만, 일본, 한국, 타이완 등은 방위비를 증가시킬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팽창에 대응해서 상호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등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역외균형자 론의 주장이다. 또 지금 중국의 능력과 의도는 히틀러의 독일이나 스탈린의 소련과 다르기 때문에 아시아에 대한 개입과 재균형 전략은 불필요하다(Bandow, 2012; Logan, 2013).
제1장. 서론 15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과 관련된 기존의 논의들은 현재까지는 학술적이 거나 이론적인 논의보다는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 및 평가의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이 때문에 관련 논의들은 국제관계론이나 국제정치경제론의 이론적 전망들 과 결합되지 못했다. 특히 본 연구가 준거하는 미국 헤게모니와 세계전략의 변화, 미국 헤게모니와 세계체계 및 동아시아 지역체계의 진화 등에 대한 구조적이고 역 사적인 분석은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에 관한 논의들은 현 시기 미국의 대외전략 그 자체에 관한 논의로 한정되지 않는 여러 가지 쟁점을 제기한다. 각각의 입장들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전략적 목표와 미국의 힘, 세계체계(지역체계)의 속성, 미중 양국의 능력과 의도에 관한 상이한 전제들 속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 을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논의들이 제기하는 이론적 쟁점들을 검출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자원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동아시아 전략 논쟁이 제기하는 이론적 쟁점들을 (1) 미 국의 전략, (2) 미국의 힘, (3) 동아시아 지역체계로 분류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위 기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을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1) 미국의 전략: 미국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미국의 대외전략과 관련된 다수의 논의는 대외전략을 단기적인 정책결정의 문제 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 때문에 미국의 국내정치, 즉 정치제도나 의회에서 의 세력관계, 사회적 압력 등을 통해 특정 정책이 결정되고 변화하는 과정에 초점 을 맞추는 경우도 많다. 일상적인 외교정책이 아니라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미국 의 대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에는 흔히 ‘미국예외주의’로 지칭되는 미국적 전통 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2007-08년 금융위기 미국의 쇠퇴와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변화 등으로 인해서 미국 대외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담론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관련된 논의는 탈냉전 이후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온 미국 헤게모니와 대전략 논쟁의 맥락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4)
4) 흔히 대전략(grand strategy)은 다분히 군사학적인 은유 속에서 전술(tactic), 작전(operation),
전략(strategy)와 분별정립 되는데, 그것은 공간적 범위에서는 전지구를 대상으로 하며, 시간
미국의 대전략과 관련된 최근의 논쟁은 역외균형·축소·자제의 대전략과 지배· 우 세의 대전략을 양극단에 두고 다양한 입장이 제기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축 소와 자제를 주장하는 논자들은 지배·우세전략이 필연적으로 대항균형(counter
balancing)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나 미국의 과도한 비용부담,
강대국 간의 긴장고조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 은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을 대폭 감축하는 등 군사력의 투사를 축소하 고, 국제제도를 주도하려는 노력 역시 최소화하는 대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위기로 인해서 미국의 능력이 약해지고,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한 상황 에서 강력한 대외개입은 더 이상 미국의 이익이 될 수 없다(Art, 2012; Betts, 2012;
Slaughter, 2012; Feaver, 2012; Posen, 2008a, 2008b, 2013; Mearsheimer, 2008, 2011;
Pape, 2009, 2010; Layne, 2011, 2012).
반면, 지배와 우세 전략을 옹호하는 논자들은 미국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와 그 러한 우위의 지속을 전제하면서, 미국 헤게모니가 국제체계에서 수행하는 순기능 을 강조한다(Brooks et als., 2013; Brooks and Wohlforth, 2005; Ikenberry, 2011; Tellis,
2014). 이들에 따르면 역외균형·축소·자제의 대전략을 옹호하는 근거로 제시되는
대외개입의 비용은 매우 과장되어 있다. 또 동맹은 불필요한 비용이 아니라 미국 이 다른 국가들을 관리하고 통제함으로써 미국이 국익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이 며, 미국의 강력한 대외개입이 중단될 경우 국제체계의 불안정이 증폭될 위험도 있다(Brooks et als., 2013; Ikenberry 2008, 2011). 금융위기가 미국의 능력에 제약을 부과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외전략의 부분적인 조정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이 대전략의 근본적인 전환을 야기할 정도의 심각한 제약은 아니다 (Barno, Bensahel and Sharp, 2011; Flournoy and Davidson, 2012). 따라서 축소와 자 제의 대전략은 무책임한 주장에 불과하며,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전략과 관련된 이러한 논쟁에 내포되어 있는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미국
적으로는 수십 년(decades)에 걸쳐서 나타난다. 또 특정 전구(theater)나 특정 이슈에서의 승 리와 이익의 추구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정의되든) 국가의 최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 이 대전략의 목적이며, 군사·경제·외교·정보를 총망라한 국가의 모든 자원이 이를 위한 수단 이 된다(Martel, 2014: 30). 대전략 개념과 탈냉전 이후 미국의 대전략에 대한 개괄적 논의는 마텔(Martel, 2014), 대전략의 유형론에 대해서는 포젠과 로즈(Posen and Rose, 1996/97), 아트
(Art, 1998/99, 2004)를 참고하시오. 헤게모니·우세 對 축소·자제의 논쟁 구도 속에서 제기되
는 탈냉전기 미국 대전략에 대한 개괄적인 평가는 이혜정(2015), 마텔(Martel, 2014), 브룩스 등(Brooks et als., 2013)을 참고하시오.
제1장. 서론 17
의 힘과 이른바 ‘단극체계’로 지칭되는 미국 주도 하의 국제체계의 안정성에 관한 평가이다. 역외균형·축소·자제의 대전략을 옹호하는 논자들은 세력균형의 필연성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우위와 그에 기반한 단극체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지배·우세의 대전략을 옹호하는 입장은 미국이 가진 힘의 절대적 인 크기와 그 힘이 행사되는 특수한 방식에서 나타나는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강 조한다. 미국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로 인해서 단극체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며, 미국이 부분적으로 힘의 우위를 상실하더라도 자유주의적인 제도적 기제 를 통해서 힘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항하는 연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관련된 논쟁 역시 유사한 구도로 전개되 고 있다. 예컨대, 강력한 관여론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나아가 세계적 차원의 이슈들에 개입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 국의 개입이 국제체계의 안정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조건부 관여론은 미국이 여전히 강하지만 압도적 힘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경제 교류나 다자제도를 통한 간접적 개입과 중국의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강성균형론·중국봉쇄론, 역외균형자론은 모두 현실주의적 비관론에 기초해 서 국제체계와 동아시아 지역체계를 분석하고 있다. 강성균형론과 중국봉쇄론은 국가들 간의 제로섬 경쟁과 국제체계에서의 힘의 분포 변화가 야기하는 불안정성 에 주목한다. 역외균형자론 역시 유사한 전제를 공유하지만 미국의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상이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강성균형론이나 중국봉 쇄론의 경우 자신들의 제안이 갖는 전략적 긴급성과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미국의 능력에 관한 객관적 고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며, 이러한 경향은 중국봉쇄론 에서 더 두드러진다. 역외균형자론은 미국이 더 이상 대외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이러한 논쟁이 지나치게 피상적이고 단순한 수준에서 전개되면서 탈냉전 이후 미국의 대전략 논쟁에서 나타났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탈냉전 직후 미국의 힘에 관한 낙관론과 단극의 안정성에 관한 논의(Krauthammer 1990/91; Tyler 1992; Kristol and Kagan 1996)를 비판하면서 역외균형자론이 본격적 으로 제기되기 시작했고(Ravenal 1991; Carpenter 1992, 1997), 세력균형의 필연성과 헤게모니의 불가능성이 이러한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했다(Waltz, 1993; Lay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