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 이중적자의 누적과 2007-08 년 금융위기
이중적자의 누적, 대외부채와 공공부채의 확대, 순국제투자지위 같은 지표들은 미국의 금융화가 갖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거시경제적 자율성, 국 제수지 균형의 유연성 등 통화·금융권력이 보장하는 강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 다. 위기 해결 과정에서도 미국은 이러한 우위를 활용해서 양적완화 정책과 적자 재정정책을 통해서 손실을 세계화하고,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적 공조를 주도했다.
(1) 이중적자의 누적
1990년대를 거치면서 통화·금융권력을 토대로 한 금융세계화에 기반해서 미국의 우위는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국 헤게모니의 보편적 호소력이나 사회적 토대는 과거에 비해 취약해졌다. 또 2000년의 신경제 붕괴를 계기로 1980 년대 이후 변화한 미국 헤게모니의 안정성에 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는데, 그 핵심은 금융적 축적의 안정성, 특히 미국의 부채가 통화·금융권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한 것이었다.
금융적 축적의 안정성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과열된 증시와 버블이었다. 은행 중심의 금융세계화가 외채위기를 야기하면 서 이를 대체한 증권시장 중심의 금융세계화로 인한 가공자본의 팽창은 투기를 더 심화시켰다. 1980년대 이래 세계금융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해 1980년에 12조, 1995 년에 64조, 2000년에 93조 달러였던 세계금융자산의 총가치는 2005년 말에 140조 달러에 달했다. 또 세계 GDP대비 세계금융자산 스톡은 1980년에는 109%였지만
2005년에는 338%로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금융자산 스톡은 1995년에 GDP의
303%였고 2005년에는 405%에 달했다. 여기서 언급된 금융자산은 가장 기본적인
것만을 포함한 것이며 모든 종류의 금융자산을 고려할 경우 그 비율은 더욱 커진 다(Orhangazi, 2008).
신경제 위기는 연착륙으로 귀결되었지만 증권시장 붕괴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 았다. 증권시장에서의 기업평가가 중요해지면서 기업들은 신규투자 대신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는 등 주식의 액면가치를 상승을 기업활동의 최우선순위로 설정 했고, 그 결과 이윤율 상승속도에 비해서 기업의 주식가치가 훨씬 더 빠르게 상승 하면서 경제의 불안정성도 심화되었다.1) 이런 측면에서 금융화는 비금융부문의 생 산성 향상에 필요한 지속적 투자와 모순적이었다(Gowan, 1999; Duménil and Lévy, 2004a; Kirshner, 2014a).2)
1) 가공자본은 실물자본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며, 금융적 축적 속에서 실물자본의 증 가율보다 빠르게 증가함으로써 이른바 ‘버블경제’를 초래한다. 금융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 에서 경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것은 이 같은 버블경제 때문이다(Gowan, 1999; Kirshner,
2014a). 연준의 자료에 따르면 증권시장의 버블을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토빈의 q’
는 신경제 붕괴 직전 미국경제의 장기 평균치인 0.7의 두 배가 넘는 1.86까지 상승했다.
2) 1950-65년에 주로 기업의 투자로 지출된 내부 유보자금이 이윤의 75%를 차지했고, 배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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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적 축적의 불안정성은 금융세계화가 미국의 이중적자 누적과 이를 상쇄하는 자본수입, 즉 글로벌 불균형에 기초해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도 드러났다.
<그림 4-1.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출처: BEA(NIPA)
<그림 4-2. 미국의 재정적자>
출처: BEA(NIPA)
24%, 이자지출이 1%였다면, 1990-96년에는 내부 유보자금이 40%로 감소하고, 배당이 36%,
이자지출이 24%로 증가했다(Duménil and Lévy, 2001b: 20).
글로벌 불균형의 구조는 이중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를 부양할 수 있는 과 잉 유동성을 공급했고, 이것이 금융혁신과 결합되면서 거대한 버블이 형성되었다.
2002년에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각각 GDP의 4% 정도를 차지했고, 2005년
에는 각각 6%와 3%를 기록했다. 이러한 규모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누적은 주 변부는 물론 중심부의 국가들에서도 유지되기 힘든 규모이지만, 미국은 이를 상쇄 하는 자본수입에 기초해서 이중적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Duménil and Lévy, 2004a).
미국이 예외적인 규모로 이중적자를 누적할 수 있었던 것은 기축통화 발행국으 로서 가지는 독특한 우위 때문이었다. 기축통화 발행국은 국제 준비금, 외환시장 개입 수단, 환율의 기준, 무역결제의 수단 등 기축통화의 다양한 역할로 인해서 다 른 국가들의 경제적 조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Cohen, 1999: 247). 또 이러한 우위로 인해서 국제수지 적자의 누적에도 불구하고 기축통화 발행국은 자 신들이 생산하는 것 이상의 소비를 유지할 수 있다. 기축통화는 세계적으로 통용 되기 때문에 기축통화 발행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필요에 따라 발권량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통화·금융권력을 매개로 다른 국가들에게 영향 력과 강제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Eichengreen, 2011: 21-25; Gowan, 1999: 64-66;
Cohen, 1999: 239, 251; Kirshner, 1995)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로 인해 금환본위제가 순수 달러본위제로 전환되면서 미국 은 달러의 금태환 의무와 고정환율 유지 의무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달러는 여 전히 기축통화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 발행에 가해지는 제약은 미국 자신의 전략적·정책적 고려 이외에는 대부분 사라졌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금환본위제 하 에서도 미국은 달러 발권이익을 향유했다. 그러나 브레튼우즈 체제가 해체되면서 금환본위제가 순수 달러본위제로 대체되고 고정환율제가 변동환율제로 대체되면서 국제통화체제가 부과하는 의무와 제약해서 완전히 해방되는 동시에, 달러 발권이 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중적자의 누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킬 수도 있었으나 금융시장의 규모나 유동성, 군사적 우위 등으로 인해서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은 지속되었다.
금융주도 축적체제는 연준의 통화완화정책과 자산가격 부양을 위한 정책적 지원 에 의존했다. 금융완화 정책과 파생상품으로 대표되는 금융혁신, 부동산 금융의 팽 창으로 인해서 이른바 ‘금융화의 대중적 토대’, ‘금융의 민주화’(Langley, 2004, 2008; Seabrooke, 2001; Johnson and Kwak, 2010: 140-218; Erturk et als., 2004)가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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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되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이중적자는 가계부채를 포 함하는 삼중적자의 문제로 악화되었다. 미국은 이를 통해서 저축과 투자 없이 기 축통화 발행과 외부로부터의 자본유입을 통해서 생산 이상의 소비를 유지할 수 있 었다(Eichengreen, 2007). 아래의 <그림. 4-3>은 1950년대 이후 미국의 저축률과 고 정자본 투자율을 보여준다. 1980년대 이후 고정자본 투자율과 저축률은 모두 감소 하기 시작했으며, 저축률의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4-3. 국내순생산 대비 미국의 저축률과 고정자본 투자율>
순저축률 순고정자본
투자율
출처: BEA(NIPA)
이중적자, 나아가 삼중적자의 증가와 투자율·저축률의 감소는 경제의 전 영역에 서 부채의 증가를 의미한다. 또 민간부채와 정부부채를 상쇄하기 위한 자본수입의 증가는 대외부채의 증가를 수반했다. <그림. 4-4>는 미국의 부문별 수지균형의 변 화를 보여준다. 민간부문의 부채는 금융세계화가 심화되는 국면인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공공부채는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 고 있다. 대외부문의 지표는 1980년대 이후 자본유입이 증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그 수치가 1990년대 후반 이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4-4. 미국의 공공·민간·대외 수지(GDP 대비 비중)>
민간 공공 대외
출처: BEA(NIPA)
아래의 <그림. 4-5>는 GDP 대비 미국 연방정부의 총부채액을 보여준다. 2차 세 계대전 중 군비지출 급증으로 인해서 GDP의 120%까지 증가한 연방정부 부채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1980년대 이후 증가추세로 전환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완만한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2000년대 후반 연방정부 부채가 급증하기 시작 한 것은 금융위기 해결 과정에서 증가한 공공지출 때문이다.
<그림 4-5. 미국 연방정부 부채(GDP 대비 비중)>
출처: BEA(NI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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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부채의 변화 추이에서 부채의 총액만큼 중요한 것이 그 구성이다. 현 재 미국 연방정부 부채 중 40% 정도는 미국 국내의 개인과 기업에 대한 부채이며, 외국 정부에 대한 부채 역시 35-4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나머지 20%는 미국의 각종 연기금에 대한 부채이다. 1980년대에 15%에 불과했던 외국 정 부에 대한 부채는 1990년대에 20% 내외로 증가했고, 2000년대 초반에 25-30%, 금 융위기를 전후한 시기에는 35-40%를 기록했다. 그 중국과 일본에 대한 부채가 각 각 7%로 가장 크다. 연방정부 부채 중 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는 금융세계화 의 유지를 위한 자본수입에서 외국 정부의 미국 재무부증권 보유, 특히 수출달러 환류가 갖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림 4-6. 미국 연방정부 부채 중 대외부채 비중>
출처: BEA(NIPA)
이러한 추세는 GDP대비 대외부채 총액의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이중적자를 상 쇄하는 자본수입 대외부채의 증가로 나타나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외채위기나 외 환위기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 기 위한 국내경제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1980년대 이래의 대외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외채위기나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다. 미국의 국제수지 불균형 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가 달러 준비자산을 축적하고, 시장에서 달러화 표시 자 산에 대한 선호가 유지되는 등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