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3.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동학
본 연구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자원인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동학은 헤게모니 의 경제적 토대로서 자본축적의 메커니즘,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정치적·제도적·사 회적·이데올로기적 토대로 구성된다. 본 연구는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동학 개념 을 토대로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를 1945-71년의 실물적 축적기, 1970년대의 과도 기, 1979-2007년의 금융적 축적기로 구분한다. 이러한 시기 구분에서 가장 중요한 계기는 실물적 축적의 위기에 대한 헤게모니 국가의 대응과 와 금융적 축적의 시 작이다.
미국 헤게모니의 실물적 축적기의 특징인 법인혁명, 관리자혁명, 케인즈혁명은 기술적·조직적·사회적 혁신에 기반해서 생산성과 이윤율을 향상시켰다. 나아가 이 를 바탕으로 헤게모니의 정치적·사회적 태도 또한 확대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 후 시작된 헤게모니 위기 국면에서 미국은 일방주의적으로 기존의 제도를 해체하 고 통화·금융권력을 활용해서 헤게모니 쇠퇴의 반전을 시도했다. 그 결과 금융은 자유화되었고, 미국 헤게모니의 실물적 축적기를 특징짓는 제도와 정책들은 해체 되었다. 1980년대를 경유하면서 통화·금융권력에 기반한 미국의 우위가 강화되었 고, 금융세계화가 심화된 1990년대에 미국 헤게모니는 완전히 부활했다. 미국은 통 화·금융권력을 활용해서 유동자본을 향한 국가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금융 세계화의 확대는 다시 미국의 통화·금융권력과 지정학적 우위를 강화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와 금융적 축적의 불안정성으로 인해서 헤게모니의 정치적·사회적 토대는 협소화되었다.
미국은 이중적자의 누적에도 불구하고 통화·금융권력을 활용해서 자본수입을 통 한 금융화를 지속했다. 미국은 기축통화 발행국이 예외적으로 가질 수 있는 거시 경제적 자율성과 국제수지 균형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국내적 조정을 회피하면서 생산이상의 소비를 향유할 수 있었고, 불균형의 조정비용을 외부에 전가했다. 그러 나 신경제 붕괴 이후 금융세계화가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이중적자가 과도하게 누적되면서 이중적자의 누적에 기초한 금융화와 글로벌 불균형의 불안정 성이 미국 헤게모니의 세계전략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제2장. 이론적 자원: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동학 71
(1)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동학의 개념화
2절에서 살펴본 것처럼 헤게모니에 관한 기존의 이론들은 미국 헤게모니, 그 중
에서도 특히 미국 헤게모니의 금융화 국면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양상들을 분석하 지 못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헤게모니 일반의 이론으로 환원되지 않는 미 국 헤게모니의 특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헤게모니의 금융화 국면 은 과거의 금융화 국면과 다른 특수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양 상을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아리기의 경우 금융화를 헤게모니 이행의 핵심 계기로 설정하고, 헤게모니 이행 의 복잡한 과정을 비교적 충실히 설명하고 있으며, 헤게모니 이행의 역사에서 나 타나는 단절을 강조한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아리기는 <그림. 2-3>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 헤게모니 일반의 유형론을 제시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아리기는 헤게모니 이행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헤게모니 유형들의 반복적 출현과 진화를 전 진운동과 후진운동으로 개념화하기도 했다. 과거의 헤게모니에서 부재했던 요소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 전진운동이라면, 과거에 있었던 요소가 변화한 형태로 재등 장하는 것이 후진운동이다. 예컨대 영국의 전진운동은 생산비용의 내부화라는 새 로운 요소이며, 후진운동은 스페인 제국과 같이 영토적 팽창을 하거나, 제노바와 같이 자본주의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경향이다. 미국의 경우 거래비용의 내부화가 전진운동이라면 네덜란드와 같은 내포적인 방식의 자본주의 발전이 후진운동이다.
이처럼 아리기는 헤게모니 이행의 역사 속에서 일종의 헤게모니 유형론을 제시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헤게모니 일반의 유형론이라는 한계가 있다. 개별 헤게 모니들의 이행 메커니즘과 그 동학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특정 헤게모니 내부의 변화의 동학이나 변화의 양상에 관한 설명은 부재한 것이다. 그러나 헤게모니 일 반의 유형론은 비교의 사례가 영국과 미국으로 극히 제한된다는 측면에서 현실적 한계가 있다.21) 아리기가 미국 헤게모니의 형성과 변화에 관해서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제시하면서도 금융화 국면 이후의 설명에서 혼란을 노정한 것 또한 이러한
21)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의 ‘이중혁명’ 이전 시기의 헤게모니 국가였던 네덜란드는 온전한 의 미의 민족국가가 아니었고, 온전한 의미의 자본주의도 아니었기 때문에 비교의 가능성이 극 히 제한된다. 또 네덜란드 헤게모니 시기의 ‘세계체계’의 규모 역시 영국이나 미국 헤게모 니 시기의 세계체계와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한계를 통해서 설명될 수 있다. 헤게모니 일반에 관한 이론화로부터 도출되는 금 융화 도식을 미국 헤게모니의 금융화 국면에 무리하게 적용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적실성 있는 분석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헤게모니 일반론이 아니라 미국 헤게모니의 특수성에 주목해서 1980년대 이후 미국 헤게모니의 핵심인 통화·금융권력과 금융 세계화가 수반한 변화,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미국 헤게모니의 진로와 세계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본 연 구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이중적자와 그것에 기반한 금융세계화가 유지·확산 되는 메커니즘이다.
본 연구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를 시기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윤율 의 운동으로 표현되는 미국 헤게모니의 경제적 토대에 관한 분석으로부터 도출되 는 금융화 국면의 시작이며, 금융위기 이후 미국 헤게모니를 둘러싼 가장 중요한 쟁점 역시 미국의 통화·금융권력에 기반한 금융세계화의 지속가능성이다. 자본수익 성을 나타내는 지표중 하나인 이윤율은 특정 기간 동안 실현된 이윤량과 경제 전 체에 투자된 총자본스톡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윤은 산출에서 원료, 임금 등 모든 비용을 뺀 금액이며, 총자본스톡은 고정자본, 상품재고, 원료재고, 금융자 산, 유동자산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총자본스톡 대비 이윤량의 비중으로 표 현되는 이윤율은 기업의 투자결정을 비롯한 자본의 운동과 그것을 둘러싼 제반 제 도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Duménil and Lévy, 1993, 2001).22)
그러나 본 연구가 제시하고자 하는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동학은 추상적인 자 본의 운동으로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하며, 그러한 요소들의 조합에 따라 헤게모니가 행사되는 방식이나 헤게모니의 속성, 나아가 헤게모니의 향후 진
22) 이윤율의 운동의 해석을 둘러싸고도 이론적 쟁점이 제기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화로 인한 이윤율 변화의 해석방식을 둘러싼 쟁점이다. 브레너(Brenner, 2003, 2009)나 정성진(2009)의 경우 비금융부문의 이윤율 하락을 강조하면서 금융화의 효과를 과소평가한 다. 정성진(2009)의 경우 신자유주의와 금융화를 이윤율 하락에 대한 반경향으로 인정하면 서도 장기적인 이윤율 하락 추세를 강조한다(Arrighi, 2005a, 2005b; 백승욱, 2009). 비금융부 문을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이러한 인식 하에서는 금융화가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나 세계체 계의 변화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분석될 수 없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금융화의 효과 속에 서 미국경제의 이윤율이 상승세로 반전되고 이를 통해 미국 헤게모니가 다시 강화되는 동 시에 그 속성이 변화했다는 사실은 물론, 금융화의 효과 속에서 이윤율이 상승하던 미국에 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혀 분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의 한계가 명 확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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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또한 변화한다. 특히 헤게모니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헤게모니 국가 가 강력한 힘은 물론, 보편적인 발전의 모델로 스스로를 표상하면서 이데올로기적 인 지도력을 행사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간 체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헤게모니 국가 내부에서 강력한 합의를 통한 사회적 토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나아가 헤게모니 국가의 외부에도 그러한 질서를 미래의 이상으 로 기꺼이 수용하고자 하는 대중적 합의가 존재해야 한다(Taylor, 1996, 1999, 2002;
Rupert, 1995; van der Pijl, 1998). 이런 의미에서 헤게모니는 단순히 국제체계에서 국가들 간의 상호관계로 환원될 수 없으며, 헤게모니 국가 내부는 물론, 세계적인 수준의 사회세력과 계급형성, 제도와 이데올로기에 관한 분석을 포함해야 한다 (Cox, 1993b; Gill and Law, 1993b; Gill, 1993a, 1993b).
나아가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동학에 관한 이러한 분석은 미국 헤게모니의 변 화에 조응하는 세계전략 분석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미국 헤게모니와 세계체계의 변화는 미국이 능동적으로 체계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자신 의 이익을 추구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실물적 축적의 한계에 직면한 미국이 선 택하는 전략과 그것이 미국 헤게모니에 미친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미국 헤게모니의 금융적 축적 국면을 단순한 헤게모니 쇠퇴 국면으로 볼 수 없 는 것도 바로 통화·금융권력을 극대화한 미국의 이러한 전략 때문이다. 미국은 신 경제 붕괴 이후 이중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달러 발권이익과 통화·금융의 우 위에 기초해서 ‘부채경제’를 유지했고, 2007-08년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미국은 공 공부채와 대외부채를 증가시키면서 양적완화정책이나 구제금융 등을 통해 금융위 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미국 헤게모니와 세계체계의 변화라는 관점에 서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헤게모니의 일반이론이나 세계헤게모니의 역사로 환원 되지 않는 미국 헤게모니의 특수성에 주목해서 금융적 축적 국면에서 나타난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와 미국 대외전략에 관한 더 상세한 분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 다. 헤게모니의 쇠퇴 혹은 변화에 직면한 미국이 채택하는 능동적인 전략과 그 효 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970년대에 헤게모니의 위기에 직면한 미국은 통화·금융권력을 활용해서 위기에 대응했고, 헤게모니의 쇠퇴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기축통화 발행국이 갖는 예외적인 특권인 거시경제적 자율성과 국제수지 균형의 유연성을 활용해서 적자의 누적으로 인한 거시경제적 부담을 다른 국가들에게 전가하고, 국내 경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