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생산에 권력이 어떻게 개입되어 있는지에 관해 가장 논쟁적이고 급진 적인 주장을 폈던 이는 실은, 푸코이다. 푸코는 권력/지식(Power/Knowledge)에 서 권력과 지식이 서로 동떨어진 형태로 연구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고 하면 서, 권력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지식을 생산하고 역으로 지식은 권력의 효과를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푸코의 이런 주장은 권력을 억압적인 것으로만 설정하는
제3절 이론적 자원
마르쿠제 등 네오마르크스주의자들을 논박하는 것이기도 했다. 푸코는 만약 권 력이 이런 방식의 배제와 강압, 억압으로만 작동한다면 그건 너무 깨지기 쉬운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푸코는 또, ‘과학의 과학’으로 불리는 ‘개량’된 마르 크스주의를 과학과 이데올로기를 구분하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신뢰 하는 태도도 비판한다. 그는 니체 이후로 진리에 대한 질문의 방식이, 진리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묻는 것에서 진리가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묻는 것으 로 전환되었다고 보았다. 바꿔 말해, 질문해야 할 것은 지식의 내용이나 과학적 개념과 방법의 발견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유기적이며 과 학적인 담화의 기능이나 그것이 제도와 연결됨으로써 발휘되는 권력의 효과라 는 것이다. 푸코에 따르면, 권력은 끊임없이 진실을 제도화하고 전문화시키고 진실을 추구하는 일에 보상을 해준다. 푸코의 질문은 예컨대, 광인이 격리되었 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광인을 격리시키는 데 작동한 지식, 과학, 담화의 ‘메 커니즘’으로 향한다. 푸코에게 이 메커니즘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그는 그것을 차라리 관찰, 기술, 조사, 통제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아둔 도구로서의 지식으로 부르기를 제안한다. 권력은 필연적으로 지식장치(apparatus of knowledge)를 조직 하고 지식을 유통시킨다는 것이다(Foucault, 1980). 푸코의 논의는 우리에게 ‘지 식을 통한 지배’의 문제설정에서 ‘지식생산 프레임의 구성을 통한 통치’, 즉 지 식의 규칙, 형식, 문법 등 인식체계 그 자체의 구성에 개입하는 권력의 작용이 라는 문제설정으로 옮겨갈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3)
푸코의 이 지식권력론은 식민지의 지식장, 특히 사회과학이 갖는 권력효과의 분석에 대단히 유용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광기
(madness)의 분석에서 이성이 광기를 규정, 격리하고 이를 침묵, 제압해가는 지
식 실천의 과정과 그 효과를 보여준 대목은 의미심장하다(Foucault, 2003). 지식 은 타자를 기입하고 분류하며 개입함으로써 침묵(silence)시키는 무기인 것이다. 이 점은 식민지 연구에도 중요한 이론적 함의를 제공한다. 우리는 식민권력이 구축한 전문화된 지식제도 속에서 진행된 일련의 지식실천을 통해 ‘합리성’의 기치 아래 식민지 사회가 조사, 분석되어 침묵, 제압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종
3) 이 문제를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의 관점에서 제기한 연구로서는, Cohn, Bernard, 1996, Colonialism and Its Form of Knowledge, Princeton University Press; Comaroff, Jean and John Comaroff, 1991,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1, University of Chicago Press 등을 참고할 것.
제1장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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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목격하게 된다. 이때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지식생산의 자원(resource)으로서 는, 사회현상에 관한 통계자료로 대표되는 일종의 사회지표(social indicators)를 꼽을 수 있다(Land, 2001, 1983; Slattery, 1986; Carley, 1981; Carlisle, 1972, Bauer,
1966). 이것은 국가 등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생산되고 사회적으로 유통되는 일
종의 ‘공공지식’(official knowledge)으로서, 논쟁의 장 속에서 종종 불거지는 사회 적 논란들을 불식시키고 주관적 의견들의 소란함을 억제하는 권력효과를 생산 한다. 이 공공지식의 생산⋅유통⋅소비의 과정을 통해 사회갈등은, 예컨대 현장 에서의 투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에서 전문가적 통계치 조율을 통해 해 결될 수 있는 문제로 전이(轉移)된다. 이것은 지식국가(knowledge state)가 성립하 고 또 작동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징후이다(최정운, 1992).4)
다만, 푸코의 논의를 식민지 공간에 그대로 투영하여 논의하는 것은 다소 무 리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지식의 제도화와 전문화의 문제를 응시할 경우, 서구사회의 경험 속에서 제출된 푸코의 논의와 식민지의 지식조건 사이에 는 격차가 존재한다.5) 식민지의 지식조건 속에서는 푸코의 논의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문제 또는 주체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아니, 이것은 단순한 추가가 아 니라 새로운 역동적 장(場)의 출현이라고 불러야 할 사태이고, 이를 통해 식민 지 지식권력의 작동 메커니즘은 자신만의 독특한 속성을 발산한다고 할 수 있 다. 바꿔 말해, 식민지에서의 지식권력의 성격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지식권력을 구성하는 동시에 그 작동에 매개되는 ‘식민지 지식인’의 주체성격(subjectivity)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식민지 지식인은 ‘민족’이라는 신체적 표지가 늘 외면화, 가시화되는 존재로서, 이른바 식민권력이 구축한 지식기구, 지식제 도, 지식장에 참가하여 논쟁을 벌이고 ‘진정한 사회재현’을 두고 제국의 전문가 집단과 경쟁을 벌이는 존재들인 것이다. 여기서 푸코가 분석하지 않았거나 중시 하지 않았던 문제, 즉 식민지 지식장(field of knowledge) 내부의 메커니즘에 대 한 해명이 요청된다.
4) 물론, 사회통계는 인간 지식의 특별한 형태가 수학의 틀로 가공된 것으로, 수치의 형태 로 표현된 사회정보(social information)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것이다. 공공통계(official statistics)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공공통계의 재현을 통제하는 이는 공공의 논쟁도 통제할 수 있다. 중립적이고 불편부당해 보이는 이 공공통계는 실은, 정치적 권력의 핵심적 자원인 것이다(Slattery, 1986: 4~12).
5)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말하면, 푸코의 권력 이론에는 행위자들 간의 상호성이 들어설 여지가 별로 없어서, 시종일관 권력의 일방적 관철로 논의가 단순화될 우려가 있다.
제3절 이론적 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