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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가격결정의 특징

우리나라 석유시장은 소수의 정유회사가 영업하고 있는 과점시장이다. 석유 시장이 과점형태를 띄는 이유는 국내 석유시장이 크지 않은데 반해, 정유산업 은 장치산업으로 대규모 자본투자와 기술력이 필요하고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 는 사업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과점시장에서의 특징은 기업간 강한 상호의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시 장에 있어 각각의 기업들은 얼마만큼의 제품을 생산할 것이며, 가격을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경쟁사의 반응을 고려하게 된다. 상대기업이 어떻게 행동 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추론하고 이에 따라 기업의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점시장에서의 기업들은 각각의 경쟁기업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에 대해 추론하고, 추측 아래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 다. 소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상대기업의 반응에 대한 추측만으 로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과점시장에서는 기업들이 합법적 또는 비합법적 경쟁기업간 협력체제 를 구축하고자 하게 되며, 이를 통해 과당경쟁을 피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 게 된다. 과점시장에서의 일반적 가격결정 모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지배기업에 의한 가격선도

과점시장에 있어 시장지배력이 크고 생산규모가 큰 하나의 기업과 몇 개의 작은 기업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석유시장에서 SK라는 거대 정 유회사와, 기타 몇 개의 정유회사가 존재하고 있는 경우이다. 만약 시장 지배 력이 큰 기업이 가격을 선도하고 다른 기업이 이에 따라 가는 현상을 나타나 고 있다면 지배적 기업에 의한 가격선도라 할 수 있다.

지배기업에 의한 가격선도는 다음과 같다. 지배기업은 이윤이 극대화되는 지 점에서 가격과 판매물량을 우선 결정하고, 나머지 시장 수요물량에 대해서는 경쟁기업이 각각의 가격에서 판매토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림 2-2-1] 지배기업에 의한 가격선도

Dm Dd

M Rd M Cd ΣM Ci

P 1 P 2

P 3

P 1 P 2

P 3

전 체 시 장 선 도 기 업

A

B C

E

F

G H

Qd

[그림 2-2-1]은 지배기업에 의한 가격선도를 나타낸 것이다. 왼쪽 그림에서

시장수요곡선과 지배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공급곡선(ΣMC)이 주어져 있다. 기 타기업은 각각의 가격에서 주어진 양만큼 모두 판매하도록 허용되어 완전경쟁 하의 가격수용자(price taker)와 같다. 각 기업의 한계비용곡선은 곧 기업의 공

급곡선이 된다. 각각의 가격에서 기타 기업이 팔고자 하는 양을 모두 팔게 하 고 나머지 시장수요만을 채운다고 상정되는 지배기업의 수요곡선은 오른쪽 그 림에 Dd로 나타나고 있다. MRd는 지배기업이 당면한 한계수입곡선이다.

지배기업의 이윤극대화 지점은 MR = MC에서 결정되므로 가격 P2에서 결

정되고 Qd만큼 판매된다. 나머지 추종기업들은 가격 P2에 대해 가격수용자로

주어진 가격에서 P2B만큼 판매하게 된다.

. 바로미터적 기업에 의한 가격선도

바로미터(barometer)적 기업에 의한 가격선도는 하나의 지배적인 기업이 가 격을 선도하기보다는 규모가 비슷한 기업 중 하나가 가격선도자로 부상하고 다른 기업들이 바로미터로 삼고 있는 형태를 말한다. 바로미터적 기업에 의한 가격선도는 과점시장에서 과도한 경쟁이 진행된 이후 안정기로 들어가면서 형 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간 과도한 가격경쟁은 많은 비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므로 기업들은 가격경쟁을 피하며 한 기업의 가격선도에 따르려는 경향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바로미터적 기업은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인 경우도 있지만 산업전체에서 일어나는 수요와 비용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가격에 반영하는 기업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 비용할증에 의한 가격결정

기업이 한계비용=한계수익인 지점에서 생산하고 가격을 결정하기 보다는 생산에 따른 평균비용에 마진을 더해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기업 은 우선 정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산출량 수준에서의 평균비용(AC)을 구한 다 음, 이 평균비용에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마진률(m)을 더하여 판매가격(P)을 결 정한다. 즉, P=AC(1+m)의 관계가 성립하도록 판매가격을 설정한다. 이처럼 상품가격이 생산비용을 할증함으로써 결정된다고 하여, 이 방법을 비용할증에

의한 가격결정이라고 일컫는다.2)

[그림 2-2-2] 종합원가에 의한 가격결정

A C

P1

D 마 진

Q

이 때,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기업은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반비례하도록 마진율을 결정하게 된다. 비용할증에 의한 가격결정방식이 그러한 이윤극대화 와 양립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혹자는 이 방식에서 받는 인 상은 주먹구구에 의한 가격설정의 방법이기 때문에 이윤극대화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이 방식이 수요측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윤극대화와는 관계가 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과점시장의 상황에서 이 방식의 선택은 이윤극대화에 상당히 근접된 결과를 가져다주고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때문에 채택되는 것이며, 이윤극대화 와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2) 총합비용가격결정(full-cost pricing) 또는 마크업가격결정(mark-up pricing)이라고도 한다.

. 초점가격결정

초점가격결정(focal point pricing)이란 과점기업들끼리 미묘한 의견일치에 의 해 과점가격이 조정되는 것을 말한다. 각 과점기업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격이 과점기업끼리의 이심전심에 의해 어떤 한 점에서 만나게 되어 가격이 결정되 는 방식이다. 이 점이 바로 초점이며, Schelling은 이를 초점가격결정이라고 하 였다.3) 초점가격결정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 많은 과점시장의 가격결정을 해명 해 주고 있다.

과점기업들이 어떤 초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각자가 묵시적으로 그 가격 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한 기업이 그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 고 가격을 조금 낮게 책정한다면 곧 다른 기업들에 의해 보복을 받게 되고 결 국 과점시장의 모든 기업들이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각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점기업들은 상호 의견교환 없이도 어떤 초점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하게 된다. 과점기업간의 경쟁과정에서 초점은 가격뿐만 아니 라 다른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경쟁을 피하기 위해 지역적으로 시 장을 분할할 수도 있다. 도시와 농촌 또는 행정구역상 구분, 산맥이나 하천과 같은 자연적 환경에 의한 구분 등은 과점기업간 시장분할(territorial restriction) 의 초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