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 서로 양립 불가능한 복수의 공간, 복수의 배치를 하나의 장소에 병 렬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나란히 구현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이질적 지점의 경계가 만들어졌다. 이를 데이비드 하비의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모더니 즘이 공간의 동질화를 가지고 왔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공간의 차별화, 이질화, 비물질화 과정을 통해 병렬적으로 결합하여 거대한 콜라주를 형 성한다고 말할 수 있다.279)
료에 떠밀려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면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문화예술 인들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러한 평가는 정확하게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한 기획 기사에서 대학로의 문화지구 정책의 실패를 다음과 같이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대학로는 예술인, 특히 연극인들에게 문화와 낭만의 공간이었다. 이곳이 언제부턴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상권으로 변질됐다. 방 아쇠는 엉뚱하게도 문화지구 지정이다. 서울시는 2004년 혜화로터리와 이화동로터리 사이 1.5㎞ 구간을 문화지구로 정했다.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지구는 역사와 문화자원을 관리·보호하고 문화환경 조성을 도모하려 고 지정하는 구역이다.
문화지구 지정은 당초 목적과 반대로 대학로 소극장들을 힘들게 만들었 다. 대학과 기업들이 앞다퉈 대학로로 진출하면서 땅값·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했다.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혜택은 예술인이 아닌 건물주에게 돌 아갔다. 대학들은 공간을 차지하고 대관업 등을 하고 있다. 기업은 영화 관·식당·쇼핑몰이 한데 모인 멀티플렉스 등 상업시설을 세웠다. 문화지 구에서 ‘문화’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건물주 한마디에 문을 닫는 소극장은 수없이 목격된다 (…) 28년 역사의 대학로극장도 치솟는 임대료에 최근 폐관 위기를 맞았다. 2004년 월 150 만원 정도였던 이 극장 임대료는 10년 만에 340만원이 됐다.281)
안타깝게도 지금의 대학로는 대규모의 상권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지 대가 천정부지로 오름에 따라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지대한 공헌을 했던 예술인들이 밖으로 쫓겨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현상의 대표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282) 대학로가 문화
281) 황인호, 「대학로의 역설… 문화지구 지정 후 사라지는 문화공간 소극장들 “월세 더 내거나, 건물 비우거나”」, 『국민일보』, 2015. 3.28.
282) 햄넷(Hamnett)과 랜돌프(Randolph)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 하였다. (1) 임대료 격차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공간의 공급적 조건이다, (2) 젠트리 피케이션을 발생시키는 주체가 생성되는 것이다, (3) 매력있는 도심과 도시 내부환경이 조성 되는 것이고, (4) 도심 주변 주거를 선호하는 계층의 형성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물리적, 경 제적,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Hamnett & Randolph, "The Role of Landlord Disinvestment in Housing Market Transformation: An Analysis of the Flat Break-up Market in Central London", Transactions of the Institute of British Geographers 9:3(January 1984), pp. 259-79. 김수아, 『서울시 문화공간의 담론적 구성: 홍대 공간을 중심
지구로 지정되면서 대표적인 문화군집을 이루었던 소극장이 2010년에 200개 가까이 늘어났다가 5년새 줄어든 수치이다. 2016년 11월 기준으로 대략 123개로 파악되고 있다.283) 문제는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가 연극의 거리와 함께 거대한 상업지구가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특히 대학로는 문화지구 지정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누어 급속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와 같은 변화와 문제점을 분석한 연구 또한 다수 등장했 다.284) 하지만 사실 이러한 우려는 문화지구 지정 이전부터 제기되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지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면서 다음과 같은 우려섞인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곳에 술집과 음식점들이 대거 들어서고 땅값과 임대료는 터무니 없이 치솟았습니다(...) 서울시는 뒤늦게 건축허가 기준 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내놨습니다.285)
문화지구 지정 등 최근 관심이 고조되면서 300석 이상의 대규모 극장이 들어서고, 극단보다는 상업적인 기획사나 건물주가 운영하는 공연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관료가 올라가고 연극은 상업적으 로 변하고 있다. 100석 이하의 공연장이 줄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연 극은 삼선교 등 성신여대 주변으로 이전하리라는 예상이 곳곳에서 그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2004년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에도 대학로의 높은 유동인구를 노린 상 업자본에 의해 대학로 일대의 임대료가 폭등하고, 대학로를 문화공간답 게 했던 소극장이나 화랑이 밀려나고, 그 자리에 먹고 마시는 소비업종 이 들어차면서 대학로의 미래를 점치기 힘든 국면이 대두되었다.286)
더불어 이러한 경향성은 대학로의 공간패턴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 났다. 현재 대학로의 상업시설 확산의 정도는 마로니에공원 북측 내부블
으로』(서울연구원, 2013), p. 22에서 재인용.
283) 서울연극센터 홈페이지 공연장 정보. http://www.e-stc.or.kr/
284) 이신영, 「대학로 연극의 진단과 활성화 방안 연구」, 『문화정책논총』 제30권 제1호(2016), 한국문화관광연구원, p. 83. 대체로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대학로가 대형화‧상업화되어가는 공 연의 추세에 따라 극단 체제가 붕괴되고, 소극장이 연쇄 몰락하고 있으며, 급기야 연극인 사 이에 ‘탈 대학로’를 모색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임을 지적한다.
285) 김잔디, 「문화지구 예정지 부작용, 대책 있나?」, 『YTN』, 2004. 3.4.
286) 연합뉴스, 「문화지구 지정이 문화를 죽인다?」, 2004. 2.10.
럭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인근 주거지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고, 대명로 /소나무길 중심으로 그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영역별로 분석해 보면, 대중교통수단 이용위치를 중심으로 상업시설이 위치해있고, 보행자 도로인 동숭길, 인근 소나무길에도 소규모 상업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형 국이다. 대학로길(소로변)로도 문화, 상업시설이 혼재되어 있어 문화시설 과 상관없이 같은 영역에 분포되어 있다.287) 이와 같은 사실은 2000년대 이후 대학로가 소비 중심의 상권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 는 증거이다. 이런 현상은 소극장 운영자에게 심각한 재정문제를 안겨주 었고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대학로의 예술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문화지구 로 지정하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었지만 문화지구 지정 이후에도 이러한 추이는 줄어들지 않고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로 문화지구 제도는 현장 예술인이 처해있는 정확한 상황과 수요 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원 정책이 주로 건물주의 조세 감면과 비문화 업종의 신규진입 규제, 그리 고 극소수 예술인에 대한 저리융자 등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 학로 문화지구 제도는 예술인이 그토록 바라는 실질적인 창작환경 개선 으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치솟는 임대료는 대관료 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져 예술인의 창작 의지를 저하시켰고, 급기야 대 학로 터를 기반으로 살아왔던 예술인의 존재가치마저 자리를 지키지 못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288) 물론, 상업적 공간의 도입은 일반의 공간보다 는 대중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여와 접근성을 공공 영역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분명 상업공간의 확대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업공간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본의 논리를 중심으로 공간을 소비하고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을 위 한 공간이다. 대학로는 현재 마치 브랜드의 전시장이 되기라도 한 것처 럼 수많은 상품점 특히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대형 소비점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지역의 상업화로 인해 공연장 임대료 등 고정비용의 상승이 작품의 단가를 높이고 이로 인해 관람객 감소와 수입 감소, 재정 악화,
287) 이로재(주 241), p. 24.
288) 이신영(주 284), p. 82.
작품제작 투입재원 고갈, 부실작품 양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흐름과 논리에 따른 공간 생산은 오늘날 대학로를 소비 중심 의 공간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르페브르의 논의를 통해서도 잘 조명된다. 르페브르는 소비의 덫에 걸린 공간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존재와 축적된 실체를 단지 “소비”만 하러 몰려드는 관광객의 홍수 속에 노출시킨다는 점을 지적했다.289) 르페브르는 사회 혹은 제도는 그것이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는 공간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이것은 결국 오늘 날 자본주의체제가 어떠한 사회적 공간을 만들어왔는지의 문제와 연관된 다는 점을 강조했다.290) 본 글에서 논의한 대학로의 변화과정은 르페브 르의 논의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대 자본주의가 그것을 활발하게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 공간을 어떻게 생산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찰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제공한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데이비드 하비 역시도 공간의 상품성이 극대화되는 것은 자본의 유연적 축적구조인 포스트모던 적 경관이 가지고 온 효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291) 특히 문화지 구 정책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 도화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에 구축된 대학로의 문화시설이 관(官)주도의 의지에 따 라 이루어졌다면, 1990년대부터 상업화의 주역은 민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문화는 정부에서 하달된 지침 같은 것도 아니고, 미술관에 전 시된 그림이나 조각품도 더 이상 아닌 것이다. 이익이 남지 않는 장사는 아무리 문화적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자본주의적 특성이 전면화 된 소비문화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르페브르의 주장처럼 모든 것은 자 본의 논리에 의해서 평가된다. 결국 공간의 질서와 체계는 파편화되고, 공간은 자본적 가치에 따라 위계화된다. 그 공간들에서는 어떠한 특징과
289) 앙리 르페브르(주 7), p. 171.
290) 투자에 따른 이윤의 회수와 투자된 금액의 회전속도에 대한 압박은 잠재적 소비자와 소비 중 심지를 도시로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물리적 하부구조, 통신 체계, 시장 중심지’를 세우기 위 한 도시로의 투자는 :자본 순환의 잠재적 기초를 형성하는 동시에 자본순환이 보다 수월하게 촉발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으로 창출된 도심 내로 상품(노동력까지 포함된) 사용가치의 집 합체“를 만들었다. David Harvey, 『도시의 정치경제학 The Urban Experience』 (1989), 초 의수 옮김(한울, 1996), p. 45.
291) David Harvey, The Condition of Postmodernity (London, Blackwell,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