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는 주말 차 없는 거리가 해제된 이후 그것이 낳은 부정적 이미 지를 쇄신하고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집중적으로 행해진 때이다. 1990년에 대학로는 ‘문화의 거리’로 지정되면 서 마로니에공원의 야외무대 운영, 각종 문화행사의 개최 및 시설물 설 치, 가로 정비 등 정부 차원의 사업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사실 문화의 거리 지정사업의 시행주체인 문화관광부는 거리 지정을 단지 권고사항으 로 지방자치단체에 지시했을 뿐, 실제 기초자치단체인 종로구가 대학로 축제 등의 사업을 시행하였다. 이 시기의 주요 특징은 대학로 도시영역 의 계속적인 확대와 다양한 지역이미지로 드러난다.
(1) 대학로 ‘문화의 거리’ 조성
대학로가 실제적으로 ‘문화의 거리’로 구상되기 시작한 것은 1985년에 시행된 차 없는 거리 지정을 전후해서이다. 1990년대에는 1980년대부터 서서히 밀집되기 시작한 공연장과 공연예술문화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 며 대학로가 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 간 시기라 고 할 수 있다.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은 1990년대부터 정책사업의 하나 로 추진되었다. 그 이전에는 일부 시·도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문화공간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가 1990년에 당시 문화부 이어령 장관 이 문화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문화의 거리를 정부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에 권장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의 이미지 향상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통합을 도모하려는 문화전 략의 일환으로서 ‘문화의 거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활성화하였다.
문화의 거리는 일차적으로 문화와 관련된 공연‧전시‧방문‧행사‧발표
222) 최선중, 「대학로를 문화 인프라로」, 『월간 문화예술』 통권 210호(1997. 1), 한국문화예술 진흥원, p. 45.
년도 추진사업 1994 마로니에공원 리노베이션과 야외무대운영 계획 수립
대학로 ‘문화의 거리’ 추진위원회 발족계획
1995
대학로 정화계획(종로구청, 한국연극협회) 대학로 ‘차 없는 거리’ 조성사업추진계획수립 대학로 발전계획과 역사문화탐방로 조성계획 수립
[그림 2] 「대학로를 무대로 문화축제」, 『매일경제』 12면,
1990. 5.26.
등과 같은 문화활동을 기본으로 하면서 이 를 보조하는 서비스 및 보조활동과 연관되 며, 이를 지원하는 상업 및 서비스 활동이 관련되는 것을 일컫는다.223) 문화의 거리 조 성사업은 1-3km 구간에 가로조명, 상징조형 물, 조각품, 의자 등을 설치함으로써 문화적 인 공간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으로서 본래적 인 거리 기능을 회복함과 동시에 시민이 직 접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화공간 제공, 각종 문화행사 및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거리 문화환경 조성 등을 목표로 한 사업이 었다.224) 문화의 거리 지정사업은 정부의 문 화정책의 일환으로 출발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 실시한 지역문화전략이기도 하였다.
<표 Ⅳ-2> 1990년부터 1995년 대학로 지역특화정책225)
결국, 이러한 문화‧예술의 거리는 일정 지역의 점적인 문화요소를 선 적으로 연결하여 표현한 문화공간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도시공간을
223) 유병림. 『문화 예술의 거리: 계획과 실제 』 (문화체육부, 1996), pp. 40-48.
224) 황동열‧이우배‧장희천‧정기성‧최봉문, 『문화벨트 및 문화도시 조성방안 연구』(한국문화정 책개발원, 2000), p. 7.
225) 종로구, 「대학로 관리개선 종합대책」 (1995).
가로(街路)차원에서뿐 아니라 가로를 포함한 인근지역 전체를 맥락 차원 에서 접근한 문화지구보다는 공간적으로 협소하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 다. 대학로의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각종 공연이 활성화 되었고, 야외무대와 공연게시판 및 티켓박스가 설치되면서 공연 활성화 에 기대를 품은 각종 공연장이 대학로에 입주하기 시작하였다.
(2) 문화의 거리 정책사업
문화의 거리 지정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면서 대학로도 문화·예술의 거리로 명명되어 거리 조성사업이 활발히 시행되었는데, 본격적인 출발 점은 1995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한국연극협회는 정부에 기존 공연 장의 보존 및 신설 공연장의 확충을 요구했다. 한국연극협회가 이와 같 은 요청을 한 이유는 동숭동 대학로의 임대료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던 민간 소극장들이 폐관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연극협회는 1995년 3월 27일에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 는데, 이는 기존 공연장 보호, 신설 공연장 확충 지원, 임시 공연장 설치 허가 등을 요구하려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서울시는 8개월 후인 1995년 11월 24일에 한국연극협회 요청에 간접적으로 화답했다. 서울시가 대학 로 등 문화 밀집지역을 문화특별지구로 선정해, 이 지역 문화업종의 용 적률, 건폐율, 지방세 등을 감면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음을 발표한 것 이었다. 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령개정안을 마련해서 정부에 제 안하기로 했음을 밝혔다. 이후로 서울시는 1996년 1월 29일에 문화특구 지정 및 보호계획에 대한 검토 사안을 발표했다.226)
문화예술계가 상업화로부터 문화의 거리를 보호하자는 목소리를 높이 고, 서울시가 문화특구 추진계획을 점차 구체화하자 문화체육부도 이러 한 움직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문화체육부가 서울시가 추진 중이던 문 화지구 문화업종에 대한 건물 용적률 완화계획 등을 법제화하려는 움직
226) 첫째, 문화예술 밀집 지역이 유흥가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령을 준비하고 있으며 둘 째, 해당 지역을 도시계획법상 ‘문화지구’로 지정하거나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특구’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셋째, 문화지구 ‘문화 업종’에 대해 건폐율 및 용적률 완화·문 예진흥기금 금융지원·국제 및 지방세 감면 등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임을 시작했던 것이다. 문화지구 지정 추진에 문화체육부가 합류하자, 서 울시는 1997년 3월 5일에 ‘문화지구’ 대신 ‘문화의 거리’ 지정을 우선 본 격화했다. 서울시는 인사동, 대학로, 충무로, 비원 담장길 등 문화특구로 서 잠재성을 갖춘 공간을 문화의 거리로 우선 선정하려고 했던 것이었 다. 이들 지역을 문화의 거리로 미리 지정해 그 위상을 높임으로써 향후 문화체육부의 문화지구 선정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의도였다. 그 일환으로 역사·문화적 성격이 짙은 대학로 주변 비원에서 혜화동 사이 2.2km 일대를 ‘연극과 무용의 거리’로 조성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더불어 문화의 거리 내 문화 시설 및 업종에 한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 여할 계획을 세웠다.227)
그간 대학로는 전국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의 모델로서 많이 제시가 되 었지만, 정작 많은 지원은 받지 못하였다. 1995년에 정부의 문화의 거리 에 대한 예산지원이 중단되면서 문화의 거리 조성 및 운영은 기초자치단 체에 의해 이루어졌다. 해당 자치단체인 종로구가 대학로 문화의 거리 사업추진과 예산 및 기금조성을 맡게 되었다. 종로구가 대학로 문화의 거리 조성을 위해 추진한 사업은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 운영과 각종 문 화행사의 개최, 그리고 가로정비와 공연광고게시판, 티켓박스 등 각종 시 설물의 설치와 관련된 사업이었다. 또한 종로구는 마로니에공원을 중심 으로 조명, 상징조형물, 조각품, 야외 소공연장 등을 설치하여 문화적인 공간환경을 조성하고자 하였다. 먼저, 종로구는 1989년부터 마로니에공원 에 야외무대를 설치하여 청소년 및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활 용하도록 하였다.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는 면적 30평(95m), 600석 규모 로 주말 및 공휴일에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되었다. 이를 통해 마 로니에공원 내에 공중변소와 음수대가 설치되는 등 시설이 정비되고, 대 로에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오토바이 폭주족이 더 이상 대학로에 몰려 들지 않게 되었다. 종로구는 또한 게시판 17개소를 설치하여 건물벽과 지하철역에 무질서하게 부착되어 있던 광고물들을 이곳에만 게시하도록 하였고, 티켓 종합판매 및 공연안내를 담당하는 공연문화정보센터를 설
227) 이소민, 『대학로 문화지구 발전을 위한 정부와 민간 협력체계 연구』(석사학위논문, 동국대 학교, 2012), p. 14.
치하여 가로를 정비하는 등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왔다.228)
대학로의 좋지 않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주체는 많은 노력 을 하였는데 종로구는 대표적으로 1990년부터 대학로 축제를 실시하였 다. 마로니에공원을 중심으로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제공하면서 각종 공연이 활성화되었다. 그 결과 대학로는 각 계절마다 축제를 개최하였고 특히 마로니에공원의 ‘풍류마당’을 중심으로 야외공연 의 형태가 자생적으로 발생하였다.229) 이와 같은 축제는 서울시 측면에 서 보면 도심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으며, 대학로 내에서 보면 마로 니에공원 가설무대, 대학로 주차장, 동숭아트홀 앞마당을 포함한 대학로 야외전체를 무대로 사용해서 대학로=문화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 다. 이러한 대학로의 각종 축제는 지방정부와 문화예술단체의 문화정책 이 펼쳐지는 장으로서 활용되었다.230)
종로구는 1985년의 차 없는 거리 정책 실패 이후 2001년 6월에 혜화동 사무소 앞에서 창경궁로로 이어지는 150m 가량의 대명거리를 10억여 원 의 예산을 들여 재단장한 뒤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였다. 서울시는 1996 년부터 명동, 종로구, 인사동, 도봉구, 창동 등과 같은 시내 번화가 중 행 인이 많고 대중교통의 접근이 쉬운 지역을 골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 기 시작하였다. 종로구 역시 이 사업의 일환으로 대학로의 주말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면서 거리 양쪽 초입바닥에 대명거리 청소년놀이마당이라 는 안내표지를 초록색 동판으로 설치하고 차도에는 검회색 점토벽돌을, 인도에는 붉은색 벽돌을 깔았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 턱을 없애 장애인 도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종로 구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혜화동 로터리에서 이화동 사거리까지의 구 간 동쪽에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여 조각물을 설치하였고, 중앙분리대 에도 조각물을 설치하여 문화예술의 거리로서 대학로의 환경을 조성하고 자 했다. 하지만 대명거리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이후 부정적인 폐단
228) 심은정, 『대학로지구 공간특성 변화에 관한 연구: 문화전략의 공간적 함의를 중심으로』(석 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1999), pp. 39-40.
229) 최선중(주 222), pp. 44-52.
230) 이무용, 『서울시 거리축제의 성격에 관한 연구』(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1996), pp. 3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