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3월 11일에 대학로에서는 연극인 100여 명이 상여를 맸 다. 이 퍼포먼스는 30년 가까이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의 폐관소 식에 연극생태계의 위기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피와 땀이 서린 곳, 소극장 살려라”, “내몰리는 연극인, 내몰리는 연극거리” 등의 문구가 적 힌 검은 만장(輓章)들 뒤로 연극인 100여명이 곡을 하며 행진을 했다.
원로 연극인들까지 이날 거리로 나선 것은 1987년에 개관해 28년간 대학 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이 폐관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학로에서
292) Edward Relph, 『장소와 장소상실 Place and Placelessness』 (1976), 김덕현, 심승희 옮김(논형, 2005), p. 22.
임차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소극장이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문을 닫으 며 연극인은 ‘탈(脫)대학로’를 이야기한다.293) 이들은 창조경제와 문화융 성을 부르짖는 시대에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에서 문화가 사라지고, 건물주의 턱없는 임대료 상승에 대한 요청은 곧 연극인에 대한 살인이라 고 외쳤다. 그러나 그 외침은 소리 없는 메아리였다. 대학로극장 자리는 더 넓게 확장된 고기집으로 변모했다.294)
문화지구 지정은 당초 목적과 반대로 소극장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문화 지구 지정에 따른 혜택은 예술인이 아닌 건물주에게 돌아갔다. 기업은 영화관‧식당‧쇼핑몰이 한데 모인 멀티플렉스 등 상업시설을 세웠다. 문 화지구에서 ‘문화’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 28년 역사의 대학로극장도 치솟는 임대료에 최근 폐관 위기를 맞았다. 2004년 월150만원 정도였던 이 극장 임대료는 10년 만에 340만원이 됐다. 건물주는 100만원을 더 올 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는 “우리 극장에서 1990년 공연한 ‘불 좀 꺼주세요’가 94년 서울시의 ‘정도 600주년 기념사 업’으로 영화 ‘서편제’와 함께 400년 후 후손들이 볼 수 있는 타임캡슐에 담겨 남산 한옥마을에 수장됐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작품 대신 돈 되는 작품만 무대에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295)
이 곡소리를 계기로, 대학로 문화지구에 대한 문제점 및 탈대학로 논 의가 재점화되었다. 전체 60평, 130석 규모의 대학로극장은 대학로 소극 장 가운데 샘터파랑새극장(1984), 연우 소극장(1987)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극장이다. 대학로극장은 1990년대의 인기 창작극 <불 좀 꺼주세 요>, <관객모독> 등을 공연한 곳으로서 1994년에 ‘서울 정도 600년 사 업’의 하나였던 타임캡슐에 서울의 상징물 중 하나로 극장 자료가 담기 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치솟은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296) 연극 인의 절박한 심정에도 아랑곳없이 대학로극장은 실제 폐관사태에 이르렀 고, 그 자리에는 곧이어 대형식당이 자리 잡았다. 이 사례는 소위 상업논 리에 대학로의 정체성이 휘청이는 대표적인 사건으로서 역사에 남게 되 었다. 특히 대학로극장이 초창기부터 대학로 연극을 상징하는 공간이던
293) 장지영(주 248).
294) 임인자, 「탈대학로 현상의 현황과 과제」, 『연극평론』 제78권(2015), 한국연극평론가협회, p. 24.
295) 황인호(주 281).
296) 장지영(주 248)
터라 연극인의 상실감과 박탐감은 매우 컸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도 동시에 고조되었다. 무엇보다 대학로극장의 폐관 사태는 2011 년을 기점으로 소극장의 잇따른 폐관으로 재점화된 탈대학로 논쟁 이후 에 각종 대책이 나왔지만, 그것이 헛돌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297) 폐관된 대학로극장 이외에도 현재 위기에 처한 소극장은 적지 않다.
<표 Ⅳ-13> 최근 대학로 지역 폐관 소극장 현황298)
구
분 극장명
폐 업 연 도
폐업 사유 극장명
폐 업 연 도
폐업 사유
1 배우세상
소극장 2011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10 문화공간 아리 2014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2 대학로
우리극장 2012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11 상상아트홀
블루 2014 재건축으로 인한
철거
3 바다
씨어터 2012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12 상상아트홀
화이트 2014 재건축으로 인한 철거
4 마라클씨어
터 1관 2013 업종 변경 13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2014 건물주 업종 변경 5 학전 그린 2013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14 서울문화예술대
학 대학로극장 2015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6 이영란의
감성놀이터 2013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15 익스트림
씨어터 2관 2015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7 극단적인
사람들 2013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16 서울호서아트홀 2015 건물주 업종 변경 8 소극장
가변무대 2013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17 대학로극장 2015 건물주 업종 변경
9 배고파씨어
터 2014 공연장 운영재정
의 어려움 18 아리랑소극장 2015 공연환경 보장되
지 않음
<표 Ⅳ-13>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5년간 지명도 있는 민간 소극장 들이 잇따른 폐관사태를 맞았으며 폐관된 대학로의 소극장 수도 19여 개
297) 이신영(주 284), p. 88.
298) 위의 글, p. 88.
에 달한다. 이렇게 소극장이 폐관사태를 맞는 근본원인은 임대료 상승으 로 인한 공연장 운영재정의 어려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재건축 으로 인한 철거, 건물주의 업종 변경 등 소극장을 운영하는 연극인의 의 지와는 상관없는 외부적 변화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폐관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풍경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로의 문화지구 지정이라는 과정 을 거쳐왔다. 그리고 문화지구 지정 이후, 2004년 5월 8일에 종로구청에 공식 등록된 공연장 수는 57개였고, 2008년까지 약 4년 동안 50여 개소 가 늘어 100개를 넘어섰다. 이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40여 개로 점 차 늘어나던 공연장은 이 무렵부터 학교법인, 대기업의 진출이 눈에 띄 게 늘어나면서 160여 개로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이것은 공연장 임대사 업으로 인한 수익과 더불어 취득세, 등록세, 도시계획세, 재산세 등의 세 금을 50%까지 감면하는 지원 때문에 생긴 기폭제였을 뿐, 예술인이 아 닌 건물주에게 더 이득이 되는 제도로 부작용을 안겨주어 결국 대학로의 형성에 일조했던 29년된 극장마저 월세 상승으로 폐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현재 2016년 11월 기준 소극장은 123개로 파악됨).299)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경험했던 지역으로서는 홍대 앞을 들 수 있다. 홍 대 앞은 1980년대 들어 홍익대가 미대로 특화되면서 홍익 미대를 중심으 로 많은 예술인이 모이게 되었고, 학교 주변에 예술가의 작업실이 자연 스럽게 형성되며 특유의 공간이 생성되었다. 과거 학교 주변의 임대료는 저렴하여 홍대 주변은 작가가 거주와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로 활 용되었다. 당시 홍대 앞 건물은 나지막한 단독주택이 주를 이루고 주택 의 주차장을 미대생이 작업실로 개조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 었으며, 좁은 골목마다 그려진 독특한 벽화와 함께 개성있는 골목길 문 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홍대 앞 문화는 상업자본 의 급속한 유입으로 인해 일반 주택이 상업건물, 다세대 주택, 빌딩으로 전환되었다. 이로 인한 임대료 상승은 주차장을 개조하여 작업실로 쓰던 미대생과 예술인을 임대료가 저렴한 일산, 파주, 문래동, 망원동, 성산동
299) 임인자, 2015(주 294), p. 26.
등으로 내몰게 되었다. 현재 홍대 앞은 수익성 높은 대기업 브랜드 매장 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며, 외부인을 위한 관광과 쇼핑을 위한 타 자지향적 장소로 변질되었다.300)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건물주의 조세 감면 지원책이 소극장을 운영하 는 연극인에게 임대료 인하라는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 했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임대료는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렇 다보니 소극장을 운영하는 연극인은 어쩔 수 없이 대관료를 올릴 수밖에 없고, 대관료 상승은 점차 연극인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가 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버렸다. 급기야 영세한 소극장은 공실률이 점차 늘어감에 따라 이에 따른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학로 주변부로 점점 쫓겨나는 신세에 처하게 되었다.301) 이에 “대학로는 외적으로 보면 번성하 고 있지만 안으로는 심각한 골병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302)
이러한 곡소리의 가장 큰 원인으로 문화지구 지정에는 발 벗고 나섰던 건물주를 주축으로 해서 예술가와 손잡고 창립되었으나 지금은 아무런 활동도 하고 있지 않은 대학로 문화발전위원회, 문화지구 지정과 지정에 따른 유지와 보수 등이 없는 법인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결국 지금의 현안이 민간 소극장의 임대료 상승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대학 로라는 장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현재의 연극생산방식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 다.303) 실제로 대부분의 극단이 대관료의 부담 때문에 제작한 공연이 호 평을 받아도 장기공연을 못하고 짧은 기간에 막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영세한 극단은 자체 제작 의 여력을 잃고 악순환을 되풀이 하면서 산발적으로 지원되는 창작 지원 금에 기대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자본을 들여 소속 배우와 연관된 콘텐 츠를 만들려는 연예기획사와 뮤지컬을 주로 공연해 온 대형 공연기획사 가 극장운영에 뛰어든 것도 대관료 상승을 부채질하면서 코미디, 뮤지컬,
300) 김수아(주 282).
301) 이신영(주 284), p. 89.
302) 장은교, 「대학로 문화 지형도의 변동」, 『경향신문』, 2007. 7.17.
303) 임인자, 2015(주 294), pp. 2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