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되는 지점으로 당시 내부 구성원은 실험성, 진취성을 꼽았다. 당시 에 실질적 관장역할을 수행했던 팀장에 따르면 우수한 시설과 예산을 가 진 대규모 전시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아르코미술관은 한국현대 미술사에서 가지고 있는 아르코의 역사적 의미를 지속시키면서 차별화된 강소형 공간을 만드는 전략이 중요한 과제였다고 밝혔다. 덧붙여 2000년 이후의 아르코미술관은 일반적 미술관보다는 쿤스트할레나 ICA와 같은 아트센터로서 다양한 장르와 영역이 소통하는 실험적 예술공간을 지향해 왔고 그러면서도 한국의 현대미술을 재해석하는 등 정체성을 유지해온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르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으로서 신세대의 흐 름을 반영하여 현장과 소통하는 기획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는 점도 부여했다.316)
문예진흥원이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면서 그 기능이 확대되고 강화 됨에 따라 대두되었던 미술관의 전문성은 전시감독제의 신설과 이를 위 한 전시감독 공모, 그리고 2007년부터 전문운영의 관장제로 그 방향을 선회하면서 전문화된 미술관으로 나아가고자 종합적인 지향점을 설정하 였다. 그러나 한때는 2000년대 후반에 정권이 바뀌면서 대학로를 공연예 술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공연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미술관을 없애고 공 연장을 만들겠다는 공연계의 주장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아 르코미술관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제는 시대적으로 요청되는 중요 한 과제였다. 당시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나갔는지에 대해서 내부 구 성원이었던 관계자는 타 장르와 소통하는 융‧복합적 성향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내‧외부의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미술 관의 위상을 꾸려가야 했기 때문에 문학과 미술, 음악과 미술, 영화와 미 술 등 좀 더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적 접근성이 있는 내용들로 전시 담론 을 확대하는 방안을 미술관 차원에서 모색했다는 것이다.317)
아르코미술관이 대학로에 혼자 떠있는 섬처럼 독립적인 공간으로 분리 되지 않고 대학로라는 공간에 공생하면서도 미술공간의 정체성을 유지하 고자 강조를 두었던 것은 전시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아르코미술관은
3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2015(주 155), pp. 125-26.
317) 위의 책, pp. 123-24.
2009년에 미술관 30주년을 기념하여 《대학로 100번지》라는 전시를 개 최했다. 여기서 “대학로 100번지”는 아르코미술관의 행정구역상의 주소 지를 뜻한다.318) 2014년에도 미술관은 창립 40주년을 기념하여 《미술을 위한 캐비넷》전을 기획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과 아르코미 술관이 보관하고 있던 예술아카이브를 중심으로 40년 전시의 역사를 살 펴보는 전시를 개최했다. 1974년부터 2014년까지 아르코미술관은 약 2,000여회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예술가, 작품, 공간이 어우러져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했던 미술관은 그런 의미에서 대학로의 문화적, 역사적 환 경뿐 아니라 한국근현대사의 많은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 다.319)
그동안 아르코미술관의 전시는 미술창작 발표의 장을 제공하고 우수기 획전을 적극 유치(기획전시)하며, 지역의 우수한 신진작가 작품 초대전을 통해 지역 간 교류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이러한 방향성은 다양한 기획 전시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면서 다양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아르코미 술관은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 35개 중에서 무엇보다 당대의 새로운 실 험적인 시각예술을 다루는 전시 중심형 공공미술관이다. 그간 미술관은 국제적이고 실험적인 분야로 특화한 전시와 교육‧연구 기능을 통해 우리 나라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관객에게는 새로운 관점의 시각예술을 감상할 기회를 부여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다.320)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아르코미술관의 한계이자 제약이라면 (준)정부 기관으로서 정부의 예술 정책 방침에 따라 부침이 심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조건은 때로는 특정한 시대적 상황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도화선 으로 작용했다.
아르코미술관은 다른 국‧공립미술관이나 사립미술관에서 진행할 수 없 는 예술적 실험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창의적 담론을 생산하면 이를 전시 로 구현할 수 있는 열려있는 공간을 지향해왔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 해서는 또한 많은 개혁이 필요한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국‧공립
3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2009(주 157), p. 8.
3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2015(주 155), p. 6.
3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3(주 147), p. 340.
및 사립미술관, 그리도 대안공간을 연계하는 중간자적 입장을 견지하면 서도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하는 새로운 강소모델로 거듭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문화 예술중심지구라는 대학로의 특정 환경 안에서 마로니에공원을 앞마당으 로 가지고 있는 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은 아르코미술관만이 지닐 수 있는 물리적·사회적인 환경이면서, 미술관의 전시를 더 넓은 공간으로 확장시 키고 지역과의 공생적 시도를 도모할 수 있는 차별적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