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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공간론은 급변하는 도시의 공간환경이 지니는 성격을 함축 적으로 제시한다. 바니 워프(Barney Warf)는 포스트모던 공간론이 크게 복합성(complexity), 맥락성(contextuality), 우연성(contingency), 비판성 (criticality)을 핵심요소로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258) 먼저 복합성은 도 시를 엄밀하게 획일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거부하는 것이며, 공간을 구성하는 복합적인 요소에 주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맥락성은 특정 상 황이 발생한 공간과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고, 우연성은 무비판 적이고 몰역사적으로 개별성을 강조하지도 않는 것이지만 또한 맑스주의 의 과도한 경제결정론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 현재는 결코 과거 에 의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비판성은 지식과 권력의 연결고리에 주목하는 것이며, 모든 설명과 해석은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하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대학로 는 포스트모던 공간의 특성을 복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 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5월 8일에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선포되면서 대학로 일대에서는 대대적인 축하행사가 벌어졌다. 당시 종로구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 터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의 일환으로 이화사거리에서 혜화로터리 구간에 설치한 30여점의 조형물 제막식과 함께 기념 퍼포먼스가 열리며, 대형 태극기와 경찰악대를 선두로 각종 장식차와 고적대가 등장하는 퍼레이드 가 이화사거리에서 마로니에공원 1.5km 구간에서 펼쳐진다고 발표하였 다. 이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대학로의 문화지구 지정을 선포한 이 후에 축하공연이 이어지며, 이와 함께 대학로 일대에서는 다양한 부대행 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공식화했다.

2004년에 문화지구 선포 당시 언론은 서울시 자료를 바탕으로 이 사업 의 목적에 대해 “대학로를 공연 및 예술의 메카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 해 문화공간이 들어서는 것을 지원하고, 세금도 깎아주겠다”고 설명했다.

이즈음 서울시는 2020년까지 도시발전의 기본골격이 되는 「서울 도시기

258) Barney Warf,, “Postmodernism and the Localities Debate”, Tijdschrift voor economische en sociale geografie, 84:3(June, 1993), p. 166.

본계획안」을 확정하고 건설교통부에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 다. 서울시는 「서울 도시기본계획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체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이 개발우선의 양적 성장위주에서 질적인 도시성장관 리의 계획기조로 바뀐다. 이와 함께 고도성장기의 도시문제를 ‘치유’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서울의 역사문화 및 자연환경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21세기에 새롭게 전개 되고 있는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을 담아 자연과 인간, 역사와 첨단이 어우 러진 세계도시, 통일 후에도 변함없는 수도서울을 계획기조로 설정했다.”259)

이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서울을 위해 6 개의 발전축을 개발키로 했다. 이 발전축은 서울의 상징문화공간으로 조 성되는 4대문인 도심권을 중심으로 생태·통일문화예술축(북한산-파주), 대중문화예술축(대학로-잠실), 현대문화예술축(남대문-강남), 세계문화예 술축(신촌-상암), 환경문화벨트축 등으로 구성된다. 이 계획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그의 임기 중에 실현한 것이다. 서울시 도시계획 프로젝트 일환으로서 비슷한 시기인 2003년 7월에 착공한 청계천 복원사업을 놓고 김정희는 단순한 도시계획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 시대와 자신을 차별화 하고자 한 이명박 전 시장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재현이라고 평가했 다.260) 르페브르를 인용하며 그가 강조한 것은 공간은 정치적이고 이데 올로기적인 것이고, 이데올로기로 채워진 산물이라는 점이다. 샤론 주킨 (Sharon Zukin) 또한 경관을 “사회적 산물”로 정의하며, 경관이 그것을 만들어내는 논쟁의 과정을 감추고 있음을 지적하였다.261) 특정한 목적에 의해 연출된 경관은 그것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미를 제외한 다른 것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은폐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간이 자신이 만 들어진 과정을 감추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 에서 볼 때, “복원된 청계천”은 6세기 이상의 시간 동안 자연적으로만이

259) 최효찬, 「“서울을 역사문화도시로”…2020도시계획안 확정」, 『경향신문』, 2004. 4.1.

260) 김정희(주 141), p. 184.

261) Sharon Zukin, Landscape of Power: from Detroit to Disney World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1).

[그림 4] 서울대학교 유지기념비

아니라 조선시대, 일제, 특히 박정희 정권을 포함하여 해방 후 수립된 정 부들에 의해 인공적으로 구축된 구질서, 구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그것은 1977년에 끝난 청계천 복개공사가 도시에서 흉물을 축출했다면, 개천을 덮었던 것을 뜯어 낸 2005년의 복원공사는 상가, 공장들과 같은 복개된 도로의 위와 옆에 남게된 저개발 국가 시기의 산업화의 유산들을 축출한 것이고, 따라서 이 두 사업의 목적과 방식은 모두 계몽주의적인 것이라 는 점을 김정희는 지적했다. 반면, 6세기 이상의 시간(에 만들어진 유물 들)을 청계천이라는 한 공간에 나열한 복원된 청계천은 에드워드 소자 (Edawrd Soja)가 말하는 풍경의 포스트모던화라고 설명했다.262)

2004년에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 역시 전면화되고 있는 포스트모 던화는 성균관 이래 600여년이 넘는

시간이 공간화된 공간성만이 아니라, 공간의 혼성성에서도 찾아진다. 역사 적 기념비의 전형적 예인 <안창호 상>뿐 아니라 인도 시인 <타고르의 흉상>에서부터 문화지구 지정 이후 곳곳에 배치된 각종 상징조형물, 그 리고 <서울대학교 유지기념비(遺趾 記念碑)>에서부터 시뮬라크라인 연

못까지 모두 존재하는 이 곳은 김정희가 복원된 청계천을 두고 일컬었던 것처럼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이다. 헤테로토피아는 미셸 푸코의 공간 개념에 대한 인식 가운데 하나로서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 작하였다. 헤테로토피아는 ‘헤테로(hetero)’의 이형(異形), 이질성의 의미 와 ‘topos'의 장소(place)를 합쳐 만든 신조어이다. 어원적인 측면에서 he'te'ro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다른’이라는 뜻이고, topia는 ‘장소’를 뜻하 는 topos에서 왔으며, he'te'ropia는 ‘다른 곳(other place)'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직역하면 중첩된 장소라는 의미이다.263) 헤테로토피아란 공통

262) 김정희(주 141), pp. 184-87.

263)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헤테로토피아 Les Hétérotopies』(2009), 이상길 옮김(문학과 지성사, 2014), p. 15.

공간이나 자리를 잃어버린 장소이다. 그렇다고 거기에는 사물이 배치될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사실 많은 공간이 공 존하며 사물이 다원적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공간 혹은 유일한 자리를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264) 푸코는 「타자의 공간에 대하 여 Of Other Spaces」에서 이러한 장소와 관계의 이질적 공간을 헤테로 토피아(heterotopia)라고 하였다. 이질적이면서 상관적인 헤테로토피아의 공간은 르페브르가 경험공간(l'espace vecu)이라고 부르는 공간으로 사 회적으로 창출된 공간성이다.265) 푸코는 이 글에서 제시한 헤테로토피아 의 개념을 예시와 함께 다음의 6가지로 해석하였다. 첫째는, 헤테로토피 아는 모든 문화에서 모든 집단에게 다양한 형태로 수용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동시발생적인 특정 문화를 시간의 관점에서 기능과 의미를 변화 시킨다는 것이다. 셋째는, 모순적이지만 하나의 실제 장소와 여러 가지의 다른 공간이 병렬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고, 넷째는, 역사지리적 관점에서 시간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는, 개방시스템(침투)과 폐쇄시스템(고립)을 동시에 가정하고 있으며, 여섯째는, 헤테로토피아는

‘external' 공간과의 연계기능을 한다는 점이다.266) 이런 방식으로 공간성 을 사유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것이 포스트모던 사상이 다. 포스트모던 사상은 근대적 공간개념에서 탈피해 공간성 자체를 재사 유하게 함으로써 현대 도시공간의 분석에 기여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푸 코의 공간론이 중요하게 제기되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대학로는 고급주택을 개량하여 만든 고급카페와 술집, 다국적 자본의 포스트모던 건축물, 옛 서울대의 자취를 담고 있는 모던 시설물이 서로 공존하고 있 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연중 다양한 목적으로 대학로 에 모여드는 사람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및 축제, 그곳에 설치된 공공디자인 및 공공미술뿐 아니라, 국가-광역-기초 단위의 문화정책이 동시에 진행 중에 있는 프로젝트로서 대학로 역시 포스트모던한 공간이다.

264) 마루타하지메, 『‘장소’론: 웹상의 리얼리즘과 지역의 로맨티시즘』(2008), 박화리‧윤상혁 옮김 (심산출판사), 2011, p. 59.

265) 전봉철 「차이의 공간화와 타자의 정치학」, 『새한영어영문학』 제46권 제2호(2004), 새한영 어영문학회, pp. 128-29.

266) Foucault, 1986(주 3), pp. 24-27.

[그림 8] 대학로 실개천 [그림 5] 타고르 흉상

[그림 6] 얼굴[심병건 作]

[그림 7] 도산 안창호 흉상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옆으로는 대표적인 조형수경시설로서 2008년에 조성된 연못과 돌로 이루어진 도시형 실개천이 존재한다. 이 개천은 ‘흥 덕동천(興德洞川)’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시대 지명인 흥덕동에서 유래된 개천이다. 혜화로터리에서 이화사거 리까지 총 1.03km 구간에 조성된 실 개천은 서울시의 ‘도심속 실개천 만 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것이 다. ‘도시형’으로 이름 붙여진 실개천 은 혜화로터리에서 마로니에공원 전 까지 약 500m 구간에 조성되었고,

‘자연형’은 마로니에공원에서 이화사거리까지 약 500m 구간으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도심 속 수(水)공간으로 친환경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아울러 미세기후 조정 역할에 대한 기대까지 긍정적으로 부각되는 측면 을 모두 무시할 수 없지만, 실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정화 기능은 약 하고 이물질과 녹조 발생 등의 오염이 발생하고 있는 관계로 연중 장기 간 물을 비운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재활용수 급수로 하수처리 비 용이 절감된다고 밝혔지만 지하철 용수를 활용하였기 때문에 녹조현상 등의 수질오염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물을 사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