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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보금자리주택,“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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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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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Bernard Shaw)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이지만 해학(諧謔)적인 독설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결혼하면 당신의 지성과 내 미모를 가진 아이 가 태어날 것”이라는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의 편지에 “추남인 내 얼굴과 당신의 텅 빈 머리를 가진 아이가 생길지 모르지요”라고 응수한 장본인이기 도 하다. 그의 묘비에는 잘 알려진 대로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가 쓰 여 있다.1)

인기영합 정부의‘우물쭈물’정책 행태

정부는 지난 5일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반값아파트’를 더 이상 공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그린벨트 내 반값아파트의 ‘로또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 들이 우려를 표명했지만 철저히 백안시되었다. 보금자리주택은 처음부터 충분한 논 리에 기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금자리’란 작명에 나타나듯이 보금자리주택 정 책은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의 ‘따듯한 시혜’를 내포했다. 마치 국가가 신 혼부부와 저소득층의 주거를 책임져 주는 듯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출발부터 인기 영합주의에 빠진 것이다. 이제 반값아파트 공급 중단을 포함해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인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란 독백 아닌 독백이 스치고 지나간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인기에 영 합한 ‘우물쭈물하는 행태’는 이미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다.

정부가 개설한 보금자리주택 홈페이지에 의하면 ‘보금자리주택’은 공공이 짓는 중 소형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포괄하는 ‘새로운 개념’의 주택으로 정의되어 있다.2) 새로운 개념은 과거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인 공급에서 벗어난 소득계층별 수요에 부응하는 ‘수요자 맞춤형 주택’이라는 것이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공공과 민간부문

1)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2) 정부는 “공공이 재정 또는 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 매입하여 분양 또는 임대를 목적으로 공 급하는 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값 보금자리주택,“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지”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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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역할분담 차원에서 볼 때 보금자리주택은 정책적 적합성을 갖지 못했다. 시장 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의 몫으로 남겨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요자 맞춤형 주택’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몫이다. 공공부문이 주택건설을 놓고 민간부문과 경합 할 이유는 없다. 시장이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메우는 것이 공공부문의 역할인 것이 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이유는 보금자리주택이 시장교란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손에는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규제 권한과 사업의 채산성에 구애받지 않는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가 쥐어져 있 었다. 정부는 땅 짚고 헤엄친 격이었다. “그린벨트가 이명박 정부의 ‘사유지(私有 地)’인가” 그리고 “보금자리주택 시행과 관련해 쌓인 부채와 경영 비효율은 누가 부 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을 표방 했지만 실제로는 ‘우월적 지위’에 기초해 민간 건설시장을 사실상 ‘구축(crowding out)’해 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반값아파트였다”는 자기 합리화

‘반값아파트’ 포기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7일 “보금자리주택이 반값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추진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3) 땅값이 비싼 강남의 그린벨트 를 싸게 공급해 ‘결과적으로’ 주변시세의 반값인 아파트가 일부 공급되었으나, 로또 아파트는 ‘극히 일부’고 다른 보금자리주택은 주변시세의 85% 수준에서 공급해 왔 다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을 주변시세의 85%로 공급하는 원칙은 앞으로 계속 유 지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에 기여할 것이고 결국 서민들의 주택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설명에는 심각한 ‘인식오류’가 숨어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반 값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추진되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반값아파 트였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논리에 따르면 사전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것은 책임질 필요가 없다. 반값아파트의 출현과 그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가능한 일이었다. 정부는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하기 위해 “전용면적 60㎡ 소형 아파트 부지의 경우 조성원가, 중형인 60~85㎡는 조성원가의 110%로”

용지 가격을 묶어 놓았다. 그 이상은 안 되고 그 이하만 가능한 일종의 ‘최고가격’

을 설정한 것이다. 강남권의 로또 보금자리주택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올해

3)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보금자리주택건설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동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보금자리주택 용지가격을 인상해 반값아파트 공급을 막고 보금자리주택 시행사에 민간 건설사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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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청약을 한 서울 강남 세곡, 서초 우면지구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시세인 3.3㎡당 2,000만~2,500만 원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924만~1,056만 원에 공급됐다.

로또아파트가 ‘극히 일부’라는 정책인식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극히 일부’임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사람들의 행태는 ‘기대’에 영향을 받는다. 로또 복권이 “로또 복권 당첨자 중심으로 소수만이 팔리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 이유가 자명해진다. 로 또아파트는 공급되는 주택 수에 청약률을 곱한 것만큼의 엄청난 ‘대기수요’를 만들 어낸다. 반값아파트의 ‘역풍’으로 민간주택 공급 물량이 급감하고 대기수요 증가로 매매거래 침체와 전세가격 상승이 뒤따랐다. 전세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변하면 공급자의 이해가 우선 반영되기 마련이다. ‘반(半)전세’는 시장의 자생적 산물로 일 종의 ‘혁신’이다. ‘반(半)전세’를 수용할 능력이 없으면 더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전세유민’이라는 신조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주변시세의 85% 가격으로 공급함으로써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것은 미 몽(迷夢)에 지나지 않는다. 돌을 던져 연못을 메울 수는 없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 주택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공급이 늘었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안 정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15%의 염가 판매’는 정당한 논거에 기초하고 있지 않 다. 공공부문은 어떤 이유에서든 ‘눈먼 돈’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15% 염가 판매 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특혜’이며, 공급자 입장에서는 생산에 참여한 생산요소 소지 자에게 마땅히 돌려줘야 할 것을 보상하지 않은 일종의 ‘착취’인 것이다. 정부가 그 부담을 대신 안았다면 ‘재정부담’으로 연결된다. 그린벨트를 풀어 전용면적 60~85

㎡인 ‘중형 아파트’를 적정가 이하로 판매하겠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이 는 ‘주거복지’와 무관한 인기영합이다. 특혜는 지속가능할 수 없으며, 시장을 치명적 으로 교란시킬 뿐이다.

보금자리주택의 염가 판매는 또 다른 차원에서 숨은 비용을 내포한다. 싸게 공급 된 만큼 추가 규제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5년 의무거주와 7~10년 전매제한 조치가 그것이다. 이는 재산권과 주거이전의 자유를 사실상 제한하는 것이다. 과다한 규제 는 규제회피 행동과 탈법을 양산할 뿐이다. 차라리 정상가격에 구매하게 하고 재산 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게 하는 것이 정도이다.

분양 전제 보금자리주택보다‘임대주택’공급 확대가 우선

그린벨트는 40년간 지켜져 왔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 데 결 정적으로 기여했지만, 한편으론 토지소유주의 재산권은 크게 침해되었다. 그린벨트 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이란 명분으로 일부 계층에게 특혜를 준 것은 어떤 이유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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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화될 수 없다. 특혜의 이면에는 그린벨트 내 토지 소유자의 희생이 존재한다.

보금자리주택을 염가에 공급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부실이 가중되 었다면, 그 부담은 일반 국민의 희생을 의미한다. 그린벨트는 정권을 쥔 사람이 마 음대로 할 수 있는 ‘공유지’가 아니다. 40년을 지켜온 그린벨트라면 차라리 후세대 를 위해 남겨져야 한다.

‘주거복지’ 향상은 정부의 중요한 주거정책 목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주거의 질’ 제고는 정부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 대부분은 ‘시장의 몫’이 다. 정부의 정책소임은 취약계층의 ‘주거의 접근도’를 최소 수준 이상으로 높여 주 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주택정책의 본령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이어야 한다. 물 론 임대주택이라고 질 낮은 소형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질을 높이더라도 임대아 파트라면 문제는 없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은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주거의 질’을 평균적으로 올 릴 수 있다고 자만한 것이다. 정책의 본질은 ‘한계적 개입’이다. 따라서 방향성과 인 내가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설명되지 않은, 정당화되지 않는 특혜를 일부 계층에 게 주었고, 민간 건설업체와 불필요한 경합을 벌였을 뿐이다. 따라서 보금자리주택 에 대한 점검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분양주택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임대주택 비중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현재 보 금자리주택에서 임대 후 분양전환 가능한 주택을 뺀 순수 공공임대는 전체 보금자 리주택의 ‘30%’에 지나지 않는다. 가구 분화 등으로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 예상되 기 때문에 중기적으로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관리하는 주택 재고”를 늘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중심의 경제운영”을 표방했다. 하지만 ‘시장중심의 경제운영’

에 대해 깊이 천착하지 못했다. 시장중심의 경제운영이 갖는 의미를 깊이 이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출범 초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와 ‘마켓 프렌들리(market friendly)’를 혼동한 것도 그 방증이다. 이명박 정부는 ‘친(親)기 업’은커녕 ‘기업과 각을 세우는(business unfriendly)’ 길을 선택했다.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된 것 같다. 이념과 가치의 정체성에 대한 깊 은 성찰과 고민 없이 인기를 좇아 좌고우면했기 때문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란 독설을 깊이 새기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념적 정체성은 ‘성공 한 정부’의 필요조건 그 이상이다. 성공한 정부는 ‘목표’가 아닌 ‘결과’이다. 원칙에 따른 국정운영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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