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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과 불편한 진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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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값 등록금’ 만큼 뜨거운 논쟁거리(hot-button issue)도 없다. 대학 등록 금이 비싸서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학진학을 앞둔 자녀를 둔 부모나 학생들이 여기에 큰 호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 문제로 우리와 비슷하게 골치를 썩고 있는 미국 인들도 “대학 갈 자녀가 둘이면 쪽박 찬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파격적인 정책제안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여러 학자나 전문가들이 이 정책의 도덕적 정당성이나 경제적 타당성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반값 등록금 논쟁이 식을 줄 모르고 곧 닥 칠 총선과 대선의 주요 공약으로 떠오를 듯싶다. 그렇기에 이 정책의 허구성을 보 다 적극적으로 파헤쳐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 글은 비판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대학교육의 성격이나 대처방식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주로 따져보려 한다. 학 부모나 학생, 정부나 정치권, 그리고 대학 당국은 모두 이러한 불편한 진실 (inconvenient truth)을 외면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학입시 관련 사교육비와 연계되어 더 큰 부담으로 인식

우리나라의 등록금은 얼마나 비싼가?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은 중간값이 연간 평균 740만 원, 국공립 대학은 421만 원이고, 전문대학의 경우는 605~285만 원선이다.

4년제 대학 기준으로 보면 상위 20% 가구 평균 소득의 10~17%이고, 상위 60%

가구소득의 21~38%에 해당한다. 가장 비싼 사립의대의 경우인 1,000만 원은 1인 당 GDP의 절반에 해당하지만, 1인당 GDP에 맞먹는 미국 사립대 등록금 부담보다 나은 편이다. 각종 장학금 혜택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실제 등록금 부담은 이보다 낮고, 소득수준과 선택한 대학의 유형에 따라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다. 등록금 부담 이 실제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대학 입시준비와 연관성이 큰 사교육비 지 출이 엄청난 데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교육비 부담은 근년에 들어 더욱 악화되었다 고 보기도 어렵다. 자유기업원 권혁철 박사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교육비 부담률이

반값 등록금과 불편한 진실들

장대홍 한림대학교 재무금융학과 교수

201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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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에 비해 가계소득의 4.9%에서 12.6%로 늘어났지만, 의식주 비용을 제외할 경우의 교육비 부담률은 22% 수준으로 거의 변동되지 않았다.1)

이런 사실들은 대학교육이 의식주의 경우처럼 필수재가 아니며, 소득이 늘어날수 록 수요가 커지고 가격도 비싸진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즉 대학교육은 경제학 에서 말하는 사치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등록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인식은 이런 서비스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 진학률은 소득수준이 낮았던 45 년 전의 25% 수준에 비해 80% 이상으로 뛰어올라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한편 우 리는 대학이 우수한 교수진, 양질의 교육여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를 요구한 다. 그런 대학교육 서비스의 공급은 비싸질 수밖에 없음에도, 그런 대학에만 자녀를 보내려고 하니 대학 등록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학부모,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은 비싼 등록금을 내더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 는 필수재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명문 4년제 대학 졸업자는 소득과 고용안정의 수준이 월등히 높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고위관리직에 진출할 확률이 상대적으 로 훨씬 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별나게 자녀보호의 정서가 강하다. 어느 부모가 자식들이 좀 더 좋은 직업, 안전한 직장, 높은 소득수준을 가져다 줄 교육기회를 외 면하겠는가? 이런 연유로 우리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대학진학률이 급상승하고, 이 들 ‘고품질’ 대학에 대한 선호, 직업교육이나 전문대학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 이다. 그러나 대학 졸업이 의도한 대로 괜찮은 직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크게 잡 아도 졸업자의 절반을 넘지 않는다.

문제는 대학교육의 확대로 개인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의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 준이며, 대학의 정규직 취업률도 절반을 밑돌고 있다.2) 알 만한 사람이면 대학교육 이 사실상 간판 따기 경쟁, 취업준비 과정으로 퇴행하고 있음을 잘 안다. 이런 대학 교육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을 드러내기 위한 신호(signaling) 기능3) 또는 선별(screening) 장치의 역할을 하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투자일 뿐 아 니라 소득격차를 확대시킬 공산이 크다.4) 고학력 취업지원자의 풀이 커지면 일시적 으로 낮은 평균 임금의 균형상태가 형성되지만, 이들을 선별하려는 기업들은 더 높 은 학력이나 자격을 요구하면서 임금격차를 벌리기 때문이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지

1) 권혁철, 󰡔색다른 통계로 보는 한국: 교육비 부담󰡕, 자유기업원 연구보고서, 2010.

2) 조선일보, 「한국 대입 진학률 82% OECD 최고 수준」, 2011. 5. 24 기사

3) Spence, M., Job market Signaling,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87,3, 1973.

4) Hendel, Shapiro, and Wilen, Educational opportunity and Income Inequality, FRB of Boston pub., September,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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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취업 경쟁률이 높아질 뿐 아니라 명문대학 입시경쟁, 자격증이나 학력 불리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출신대학과 학과, 학력이나 경력 수준에 따른 임금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결국 대학진학이 개인적 성공이나 고임금 을 가져올 확률은 적어지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과 같은 정책은 대학교육이라는 신 호 주기 비용을 줄여서 이런 사정을 악화시킬 것임이 뻔하다. 대학교육의 비용이 줄어들면 능력이나 의욕과 상관없이 눈치 보기 진학, 등 떠밀려 가는 대학, 시간 끌 기 대학공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불필요한 대학교육 늘려 사회문제 초래할 것

이런 식으로 대학진학의 기회가 확대되면 엄청난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대졸 바텐더, 대졸 택시기사와 같은 고학력 단순직종 근로자가 증가 하게 마련이고, 대졸 실업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대학교육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선택의 피해자들이며, 사회체제에 대한 불만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적대적 성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실업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고학력자 계층이 중동지역의 정치 불안의 주요 원인이었음은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 편견 중에는 대학교육이 개인의 덕성이나 지적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며 건전한 시민의식을 길러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사람 구실을 하려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와 같은 대학교육 체제에서는 이는 희망적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치 는 화이트칼라 계층의 범죄 또는 부도덕한 행위가 주로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에 의 해 저질러지고, 대학을 안 간 사람들이 창의적인 기업활동, 유익한 발견이나 발명, 고귀한 자선행위로 커다란 사회적 공헌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음을 알고 있다.

대학이 사회적으로 소중한 지식을 창출하고 확산하는 기능은 소수의 지식층 배출로 충분하며, 대중적 대학교육과는 무관하다.

정부가 대학등록금을 보조해야 할 이유를 대학교육의 공공성에서 찾는 견해도 있 다. 대학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개인의 몫이고, 개인 수준에서 비용을 계산할 수 있 으므로 공공재가 아님은 명백하다. 공공성이 있다면 지식과 교육의 사회 파급효과 (spill-over effect), 즉 경제학에서 말하는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학교육의 확대는 경제성장이나 사회성숙도와 상관관계가 극히 미약함을 알 수 있다.5)

5) Vedder, r., Should government support higher education?, CCCP, Dec.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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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대학진학률의 수준을 알기는 어렵지만 현재 우리의 대학진학률이 지나치 게 높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의 대학진학률은 60~70%로 우리보다 낮다. 현재 미 국 대졸자의 정규직 취업률은 불경기의 영향이 있지만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 본의 대학진학률은 50%, 유럽 선진국의 경우도 40~57%이고, 이들 국가의 대졸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높다. 이런 사실들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대학진학률은 현재의 80%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현재 제안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정책의 실체와 의도는 무엇인가? 이 정책의 핵 심은 정부가 나서서 등록금을 깎아주되, 대학의 수입 결손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막아 주겠다는 대학교육비 인하정책이다. 결국 가격통제 정책이며, 국민의 혈세로 대학진학을 장려하는 보조금 정책이다. 참여연대와 같은 일부 시민단체들은 한 걸 음 더 나아가 세금증액으로 무상등록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든 가격통제 정책이 그렇듯이 그 결과는 이미 과잉상태인 대학진학을 더욱 부추 기고, 대학교육의 질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며, 실질적인 대학의 국유화와 경쟁력 약 화로 이어질 것이다. 당장 이 정책은 엄청난 재정 부담을 불러온다. 정책 시행에 매 년 약 7조 원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려면 정부 예산의 재조정이나 증세가 불가피하 다. 세금이란 함부로 쓸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고, 국가안보나 치안유지, 사회안전 망 유지에 필요한 복지지출과 같이 쓸 데가 많다. 왜 국민세금으로 과잉 대학교육 을 보조해 주어야 하는가? 대학교육은 개인의 위신과 소득을 높여줄 수 있다 하더 라도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사항이지 권리가 아니다. 만일 보조금을 주어야 한다 면 그나마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부문을 지원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이 지적한대로 사회적 안전망 지원도 부족한 형편에 소중한 세금을 대 학교육 확대에 대한 보조금으로 쓸 명분이 어디에 있는가? 게다가 그런 보조금은 개인적인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고, 임금격차를 확대할 것이며, 불필요한 고학력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음에도 말이다.

이런 등록금 인하정책으로 학부모, 학생들은 반짝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정책의 후유증과 부담을 곧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책의 효과가 일시에 그치 고, 편파적으로 주어지는 불공정한 정책이며, 후유증이 크다는 점에서 다른 보편적 복지정책들과 다를 바 없는 포퓰리스트 정책이다. 사실 정책의 진정한 수혜자는 이 를 추진하는 일부 정치인, 교육 관료와 이를 부추기는 일부 학자, 전문가들에 국한 되어 있다. 그들은 선거에서 표를 얻고, 일자리를 확보하거나 대중적 인기를 얻는 실리를 챙기겠지만, 정책의 실패나 후유증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만일 그 들이 정책의 이런 문제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지적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알고 있다면 무책임함과 도덕성 결핍을 문제 삼아야 할 터이다. 이들은 “돈 없으면 대학에 가지 말라는 말이냐”와 같은 거친 선동, “대학진학은 국민의 기본권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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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라거나 “대학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하기에 앞서 이런 의혹을 해명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별 지원토록 해주는 것이 正道

대학교육비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교육기회를 막는다면 대학이 자율적으 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여 선별 지원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그렇게 하려면 냉 철한 분석을 기초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고, 대학에 대한 규제완화가 선행되 어야 한다. 미국의 사립대학들이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서민층에게 대학진학의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이런 방식이다. 입시과정, 등록금 책정, 교수 충원, 재정운영 에서 과중한 규제를 받고 있는 우리 대학들로서는 엄두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이 비싸진 데는 대학교육 서비스의 고비용구조의 문제도 크다. 근년에 들어 대학들의 과도한 시설 확장과 방만한 인사관리는 대학교육비 상 승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교육 부문별 수요와 상관없이 유지되는 학과체계와 획 일적으로 연공서열 방식에 의해 정해지는 급여체계, 느슨한 정년보장과 승진방식은 인건비 상승의 주요한 요인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정교수 비율이 다른 선진국의 경 우에 비해 높고, 교수 평균 급여가 미국과 대등한 수준인 것도 그런데서 나온다. 대 학 스스로가 과감한 구조조정과 합리적인 인사관리 및 급여체계를 도입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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