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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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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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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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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김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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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글쓰기

DKU WRITER 2020

비글 팀원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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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다윈 지능으로 느낀 생물의 평등 ··· 조승규 / 9 2. 단순한 사실과 입체적 진실 ··· 이승세 / 15 3. 돈의 가치 환원의 문제에 관한 고찰 ··· 김호용 / 19 4. 뮤지컬 티켓값에 숨겨진 진실 ··· 함은성 / 25 5. 독립의 그 날을 위해, ‘각시탈’ ··· 김지영 / 29 6. 네, 끝까지 하겠습니다 ··· 임태호 / 33

―나이키 코리아 광고 <Just Do It : 너를 외쳐봐>―

7. 올해의 월요일이 열두 번 남았다 ··· 송예슬 / 37 8. 종교와 신에 관한 고찰 ··· 최창주 / 43 9. 이어져 있는 시대 ··· 정영주 / 47 10. 아아, 절대 못 잃어 ··· 고명주 / 51 11.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 ··· 성아인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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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승 규

'다름'은 생명력의 근본이 된다.

1995년 4월 28일 경기도 양주 출생 2015년 9월 ~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재직 2019년 9월 ~ 단국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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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지능으로 느낀 생물의 평등

2009년은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한 지 150년이 되는 해였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2009년을 ‘다윈의 해’

로 정하고, 1년 내내 학술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하였다. 어떤 책이 15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출 판되어 팔리고 있고, 끊임없이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연구가 되고 있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는 시 간이 책을 고른다는 말을 믿는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어떤 생각을 담은 책이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나는 다윈의 저서들을 읽기에 앞서 다윈의 이론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사람들 이 그 이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 기본 지식이 얕아 다윈의 사상에 바로 접근하기 두렵기도 했다. 예전에 인간과 동물, 과학자의 서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책들 을 통해서 최재천 교수를 접하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는 동물학자, 동물행동학자, 통섭학자 등으로 불린다. (‘통 섭’은 지식 간의 경계를 허물어 지식의 융합이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제시했고, 윌슨 교 수의 제자인 최재천 교수가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만든 단어다. 가령 심리학과 경제학이라는 학문에서 경제심리 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등장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나는 최재천 교수가 쓴 다윈 지능을 읽기로 결정하였 다. 통섭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다윈의 이론을 어떻게 풀어 놓았을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또 이 책을 읽고 나 면, 내 생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다윈을 그저 자연선택론에 입각하여 진화적 현상을 설명하려 했던 영국의 한 생물학 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생물 시간에도 별 생각이 없이 암기했고, 대학교에 들어와 생물을 교 양으로 들으면서도 자연선택론에 대해 깊이 있게 사고해 보지 않았었다. 자연선택론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외워야 하는 지식적인 측면에서 다윈을 받아들이고 자연선택론을 외 우느라 급급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연선택론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 자 연선택론을 사회, 문화적인 시각으로 확대하게 된 것이다. 그럼으로써 세상을 보는 하나의 눈이 더 생기게 되 었다. 특히 다르다는 것과 평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생물에 대해 관심이 없더라도 ‘진 화’가 많이 생소한 어휘는 아닐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한때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포켓몬스터에서 몬스터들이 진화를 한다거나, 광고에서 ‘우리 기업은 진화하고 있 습니다.’와 같은 문구를 사용하면 우리들은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이다. 위의 예들에서 ‘진화’가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우리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진화’라는 개념은 사실 ‘진보’에 가깝다. 만화에서 몬스터들이 진 화를 하면 몬스터들은 더욱 커지고, 강력해진다. 몸의 크기가 작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연선택론에서 쓰이 는 ‘진화’라는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진화’라는 표현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진화’를 하면 ‘좋아’진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자연선택이 여러 변이 중 보 다 우수한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라면, 그런 과정이 여러 번에 걸쳐 거듭됨에 따라 그 개체군에는 궁극적으로

‘나쁜’ 변이들은 다 사라지고 ‘좋은’ 변이들만 남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좋아’진다는 표현 속에는 방 향이 있게 마련이다. 더운 날씨가 지속될 때 진화란 더욱 날씨에 잘 견디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빙하기가 찾아온다면 더운 날씨에 적응되어 진화한 동물들이 ‘좋은’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환경이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는 어떤 변이가 선택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 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선택에서 말하는 진화는 철저하게 상대적인 개념인 것이다. 생물들이 절대적인 수준 의 완벽한 모습을 향해 미래 지향적인 ‘진보’를 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생물이 어떤 환경에 처해지면 그 환경에 살아가기 적합한 형질들이 ‘선택’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진화’와 진화이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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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진화’ 사이의 의미 차이와 진화이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인해 사람들은 종종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우 위에 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고도로 진화를 했으며, 동물은 우리보다 진보가 덜 된 하등한 것이라고 생각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동물은 저마다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형질이 ‘선택’된 것이다. 서로 다르다 는 것을 두고 하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시각이라면, 물고기가 보았을 때 우리는 물속에서 살 수 없으 니 그들은 우리가 하등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새들은 우리가 날개가 없으니 비웃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적합한 형질이 선택되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나는 일부 사람들이 고양이를 던지고, 개를 차에 매달고 운전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에 상당히 큰 분노를 느낀다. 그런 행동의 밑바탕에는 인간 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질 낮은 사고가 동반하기 때문이다. 생물들은 서로서로 평등하며 그렇기에 생명이라는 것은 동물의 종(種)과는 상관없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물들은 서로 평등하기 때문에 그들의 생명과 삶을 존중해야 한다. 이는 사람이 동물, 식물을 대할 때만 적 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에도 적용이 된다. 나는 개개인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주고 그들이 살아 가는 방식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인권 평등, 양성 평등을 외치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와 나의 다름에 대해서 인색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도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꽃 피는 식물 의 성 체계가 상당히 독특했기 때문이다. 절대 다수의 꽃 피는 식물들은 암컷 또는 수컷으로 개체들을 구별할 수가 없다. 그 들은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온전히 수컷으로 시작했다가 어느 순 간부터는 꽃가루를 보내기도 하지만 받아들이기도 하며 암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능적인 암수한몸이 다. 그러고 나서는 수술이 다 시들고 나서야 완벽한 암컷이 된다. 암수한몸인 꽃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사회적 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가령 어느 순간에는 100% 수컷이었다가, 78% 수컷(22% 암컷), 36% 수컷(64% 암컷)을 거쳐 99% 암컷이 되 는 것이다. 놀랍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마도 내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성이란 남녀(암수) 둘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이런 예를 보면서, 이제껏 당연하게 세상의 성을 딱 잘라 둘로 나누고 있다는 것에 반 성했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들도 있고, 남성스러운 여성, 여성스러운 남성도 있으며 트랜스젠더도 있다. 나는 그동안 그들에게 일반적인 기준으로 잘 나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가운 시선을 보낸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밀어낸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았다. 사람들을 남녀로 이분하는 것 말고도 세상엔 여러 이분법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기에 바빴다. 흑인을 탄압하고, 유대인을 학살하고, 종교 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과거는 바꿀 수 없더라도 현재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여 전히 이런 일들은 계속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다름이라는 것은 생물 다양성의 근본이다. 너와 내가 다르 다는 것을 둘 중 하나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라 그로부터 삶의 새로움이 태어나게 되 는 원동력인 것이다. 진화는 서로 다름에서 비롯된다.

환경은 제한적이고 종(種)들은 번식을 위해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한다. 변이를 통해서 생긴 다양한 형 질 중 환경에 적합한 형질을 지는 개체들이 보다 많이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기게 된다. 환경은 유동적이 기 때문에 진화는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누구나 진화 중에 있다는 이야기이다. 어 느 생물도 완벽한 상태는 아닌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다른 사람이나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여기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진화이론이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은 원숭이, 침팬지가 진화해서 인류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화이론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원숭이, 침팬지의 조상을 찾아 올라가 보면 인류의 조상과 만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의 조상에서 종들은 갈라지고 분화하여 현재의 달팽이로 분화되고,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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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분화되고, 원숭이로 분화되며, 사람으로 분화되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동물도 결국 이 세상 모든 다른 생물 들과 근본적으로 한 가족이라는 사실처럼 우리를 철저하게 겸허하게 만드는 개념은 없을 것이다. 살아있는 다 윈으로 칭송받는 에른스트 마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진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신비로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진화는 이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포괄적인 원리이다.”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진화를 모두 이해했다고 생 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화이론을 곰곰이 되씹어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예전과는 다른 생각들과 반성 들이 샘솟아 올랐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확실하게 얻은 것이 있다면 ‘다름’이 생명력의 근본이 된다는 참으로 경건하고 따뜻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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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 세

글쓰기의 어려움에 좌초된 상태

여전히 당신의 마음에 전시될 문장을 쓰고 싶어 함 1995년 7월 20일 서울특별시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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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사실과 입체적 진실

강자는 약자를 지배할 수 있다. 가해국의 국민은 가해자일 뿐이며 피해국의 국민은 오로지 피해자다. 전쟁 후 오직 승자와 패자만이 남는다. 이런 단순한 분류는 ‘힘의 논리’에 따라 나눠진다. 1900년대 초중반 혼란스러 운 세상은 그랬다. 제국주의가 판을 치던 시절, 식민지가 되는 과정과 전쟁의 과정의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이 분법적 정체성은 무척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이런 관점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다. 하 지만 약자의 정체성은 그렇게 좁고 단순하지 않다.

BBC 코리아라는 언론이 있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BBC가 맞다. <닥터 후>를 방영하는 영국의 방 송사. 어느새 한국에 BBC 코리아가 설립되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도 흥미로운 영상이 다수 업로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짧은 비평의 주인공은 <광복절: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일본인 아내'로 산다는 것>

이다. 8월 14일, 광복절 바로 전날에 업로드되었다. 뒤늦게나마 이 영상을 보고 새로운 관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영상은 잊혀져 가는 ‘재한일본인 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상에 대해 짧게나마 비평해보고, 그를 바탕으로 언론 전체에 대한 비평도 해 보고자 한다.

‘재한일본인 처’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과 결혼하고, 한국으로 그들을 따라 건너온 여성들이다. 대부분 해 방 후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자살하거나 어렵게 살아왔다. 현재는 경주의 ‘나자레원’이라는 노인 요양 시설에 서 소수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사진작가 김종욱은 이들의 사진을 계속해서 찍어왔다. 김 작가의 아버지는 강제징용의 피해자였지만, 오히려 그의 촬영을 반겼다. "역사의 모든 면을 기록해야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무조건 기록해라. 내가 일본 갔던 거나, 위안부 할머니나, 일본 할머니들이나 다를 게 뭐가 있노. 모두 동시대 있었던 일이다." 또한 김 작가는 "아버지는 식민지 역사의 피해자로 남고 싶어 하지 않았다."며 "역사 청산 역시 이를 토대로 시작된다고 믿으셨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해방 직후 약자는 누구였나? 조선인은 모두 피해자이고 약자였나? 그렇지 않다. 조선인 중에서 도 일본에 빌붙은 매국노는 같은 조선인을 짓밟을 수 있는 강자였고, 해방 직후 한반도에서 버려진 일본인 여 성은 손가락질당하고 무시당하는 약자였다.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프레임에 갇혀서 복잡하고 아픈 역사를 뻔한 선악 구도를 통해 납작하고 밍밍한 기록으로 바꾸면 안 된다. 예를 들어, 6.25 전쟁은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다. 북한은 명백히 극악무도하다. 야습에 이어 중국까지 끌어들이며 통일을 목전에 둔 국군을 패퇴시켰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국군에 의해 자행된 양민 학살 사건을 덮어주지 못한다. 식민지배와 전쟁의 참혹함이 누 구의 총부리에서 나왔는지 책임을 분명하게 가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와 동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똑바 로 바라보고자 하는 자세는 중요하다. 영상 내용 중 전시회를 하던 김 작가에게 위안부 피해자도 있는데 왜 이 들의 사진을 전시하냐고 따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분들이 꼭 이 영상을 시청하고 더 입체적인 시각 을 갖게 되길 기원한다. 우리는 단순한 사실이 아닌 입체적 진실을 고민해야 한다.

외적인 부분을 보면 이 영상은 기성 언론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줬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 을 수 있다. 흔히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고 한다. 하지만 기성 언론 중 디지털 채널에서 이런 유의 미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 바꿔 말하면 ‘보도의 품질’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프레임을 형성해 세상을 판단한다. 따라서 언론은 우리의 시야를 항상 더 넓게 만들어줘야 하고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물론 수용자의 태도 또한 중요하지만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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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니 일단 넘어가고자 한다). BBC 코리아의 입체적인 시각은 기성 언론의 ‘인스턴트’ 보도 사이에서 빛났 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한 번 끼니를 때우는 것 같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이런 ‘슬로우 푸드’ 같은 이정표가 계 속 나타나 주길 원한다.

신문이나 방송에선 요즘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는다며 다들 불안해한다. 이 때문에 최근 유튜브 같은 새로운 디지털 채널로 진출하는 곳이 많다. 공중파의 유튜브 채널 같은 경우 상당히 고퀄리티다. 편집자를 갈아 넣었 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의 가요무대를 모아서 보여주거나, 여러 가벼운 뉴스를 현란한 편집으로 묶어서 올릴 때도 있다. 최근엔 MBC의 새로운 ‘실험’, 유튜브 채널 14F의 영상을 재밌게 보기도 했다. 편하게 걸터앉은 기 자나 앵커의 스토리텔링 형식과 세로 규격의 영상은 눈에 띄는 시도였다. 하지만 아직 언론사끼리 격차도 심하 고, J모 일간지의 경우 채널의 영상 조회 수가 다른 신문사의 콘텐츠 한 가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굴욕적인 모 습을 보였다. 결국 기성 언론사의 디지털 채널 적응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매체를 찾아 나서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챙겨야 할 것은 위 BBC 영상처럼 ‘품질 좋은 보도’

다. 올해 신년 토론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논란과 관련해, 언론의 신뢰에 관한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 다. 토론 도중 유시민 작가는 언론에 대한 신뢰 하락의 원인으로 ‘보도의 품질이 낮다’고 주장했다. 신문이나 방송뉴스의 신뢰도와 시청률, 영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기성 언론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에 급급했지 만, 보도의 품질을 함께 챙겨야만 시청자 또는 독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기본적이고 본질 적인 기능부터 다시 신경써 보자. 물론 적절한 시점에 올바른 사실을 전달하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기 자나 PD가 여러 사실을 취합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조합으로 우리에게 선보일지도 동시에 신경써야 한다는 말 이다. 부디 사실을 ‘큐레이션’ 하실 때 좀 더 고민해보시길.

여기 한 맛집이 있다. 자극적이고 강력한 맛에 연일 문전성시였다. 예전부터 동네에서 장사해왔기에 단골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사장은 이러다간 길에 나앉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해외에서 건너온 식당이 배달로 재미를 본다는 소문을 들었다. 사장은 그 즉시 배달이라 는 새로운 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맛 일색인 메뉴판은 여전했고 아직 그 식당은 고전을 면 치 못한다 들었다. 기성 언론도 새로운 채널에 진출했다고 해서 안심한다면 앞으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 다. 때로는 유튜브 속 현란한 영상편집보다 티브이 속 진정성 있는 기자의 리포트가 더 강력할 것이다. 사실 전달로 끝나는 게 아닌 입체적 진실까지 탐구하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나누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유튜브 나 인스타그램 같은 매체에서도 신문사나 방송사의 콘텐츠를 선택해줄 것이다. 기본부터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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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호 용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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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가치 환원의 문제에 관한 고찰

1. 돈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가?

우리는 어디에 어떻게 돈을 사용하는가? 물건을 얻기 위해 돈을 사용한다. 그 물건은 내가 필요하다고, 혹은 갖고 싶다고 느낀 바로 그 물건이지, 다른 물건이 아니다. 돈은 나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교환의 수단처럼 보인다. 돈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돈은 먹을 수도 우리를 따뜻하게 만들 수 없고(돈으로 옷을 사는 것은 교환으로써만 가능한 것이지, 돈 자체의 소비로는 불가능하다.), 오직 재화, 상품의 교환으로써만 그 효용을 발휘한다. 교환 가능한 리스트 안에는 자동 차, 노트북, 책과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인간도 들어가는 것 같다. 인간을 노동을 돈으로 환산해 가격을 매기 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포츠 선수의 이적료를 ‘몸값’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인간 자체를 사고팔 수 있는 것처럼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돈은 모든 것, 모든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인가?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나? “Whoever said money can't solve your problems. Must not have had enough money to solve 'em.”과 같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노래 <7 rings>는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음을 긍정한다. 위 법 행위를 했을 때 그 죄를 벌금으로 지불하는 것은 오늘날 당연해 보인다. 또한 사망 보험금은 돈으로 죽음을 값으로 매기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돈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가? 돈이 세상의 진리 인가? 돈만 있으면 정신적인 것도 살 수 있는가? 나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것은 유보하 고 싶다. 나는 가치의 문제와 돈의 문제를 다룬 철학 저서들을 통해 돈을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알 아보고자 한다.

2. 상징, 문화적 인간의 돈 1) 문화

문화는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다. 카시러가 인간에게 수용 계통, 운동 계통 외에 상징계통이 있다는 분석은 타당해 보인다. 철학적 인간학의 입장에서 인간은 부담을 갖고 태어난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자연환경 과 관계할 수 없고,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부담1)을 지니고 있는 존재다. 바로 이 부담을 지니고 있기때문 에 인간에게는 상징계통이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부모 혹은 보호자의 보호를 통해 인간은 매개적으로 외부 환경과 관계를 하게 되고, 직접 관계를 해야 하는 부담에서 면제된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만이 세계를 갖는다 고 할 수 있고, 동물들은 환경과의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매개적 상징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만이 가치 와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2) 문화 안에서의 돈

상징적 세계에서 사는 인간은 교환한다. 교환은 자신이 모든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에서 해방시켜 주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재화 교환의 형태는 복잡해지면서 돈을 만들게 되었다. 돈도 재화의 일종이다. 재화는 무엇 인가? 재화에 대한 리케르트의 정의와 사전적 정의를 알아보자. 리케르트는 문화 객체를 재화라고 부른다. 그 것은 인간이 가치 있는 것을 직접 생산하거나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가꾸어 보존한 것들이다.2) 재화에는

1) 아르놀트 겔렌, 이을상 옮김, 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 지식을만드는지식, 201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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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 혹은 가치가 들어가 있다. ‘가꾸어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재화는 이전 시대에도 있었겠지만, 농업 사회가 되었을 때 재화들을 생산하고 가꾸어 보존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을 것이다. 재화(goods)의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그것은 판매되거나(sale) 이동하는(move) 것이다.3) 이러한 재화에 대한 두 가지 정의를 검토했 을 때, 돈은 확실히 재화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이 직접 생산한 것이면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돈 자 체는 판매되진 않는다. 돈은 오직 교환의 수단이지, 소비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돈의 교환 기능성의 특징 때문에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돈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쫓는다. 돈 자체의 목적에 대해 현대에 이토록 착각을 하는 것은 돈이 추상화되는 것도 큰 몫을 할 것이다. 돈은 점점 가 벼워지고, 보이지 않게 된다. 신용카드, 수표, 큰 단위의 돈(한국에선 5만 원권의 출현)은 돈을 더 가볍게 만들 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은폐하는 데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만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원하는지 생 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판매되지 않는 것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는 교환의 역사에 대해 알 아보면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3. 교환의 역사 1) 선물의 교환

돈이라는 경제적 화폐가 있기 전부터 우리는 선물 교환을 행해 왔다. 그것은 인간 대 인간의 선물 교환의 형 태로 나타나기도 했고, 인간 대 신의 선물 교환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먼저 인간 대 인간의 선물 교환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 그것은 타자의 수용이다. 선물을 주고받음으로써 외부의 내가 모르는 타자가 나의 체계 안으로4), 내가 아는 타자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타자의 수용 작업이 실패하게 되면, 타자는 같은 인간이 아니 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게 되고,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인간 대 인간 의 선물 교환의 목적은 상호 인정에 있고, 자신의 세계에 포섭하려는 시도에 있어 개인적이다.

인간 대 신의 교환은 인간 대 인간의 교환의 모습과 다르다. 신의 선물은 최초의 선물이며, 갚을 수 없다. 인 간은 신의 은총을 받아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최초의 선물에 대해서 인간은 제사, 헌납, 기도, 희생물 등을 통해 대갚음을 한다.5) 이러한 인간이 인간과, 혹은 신과 관계 맺음에서 나오는 교환은 비경제적이 고 상징적이다. 그들은 정확한 측정을 하지 않으며, 숫자에 ‘균형’, ‘회복’과 같은 상징을 부여하여 교환을 하기 도 한다.6)

고대 그리스로부터 경제적 교환, 그중에서도 유통에 의한 교환은 비판되어 오고, 그것을 폴리스 안으로 들어 오게 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경제적 교환의 일종인 유통이 파는 것이 노동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유통업은 단순히 시공간을 옮긴 결과로 이득을 취했다. 노력은 장인이 했는데 이득은 상인이 보니, 그들을 좋아할 수 없 었을 것이다. 고리대금업도 마찬가지로 결국 시간을 파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신의 선물이다. 돈이 돈을 낳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낳는 것은 생명체만이 가능한데, 어떻게 돈이 돈을 낳을 수 있겠는가? 직업 상인은 관계를 추상화시킨다. 누구와 누가 거래를 하는지 모르게 되기 때문에 시민 공동체 에선 받아들이면 그 체계가 무너질 수 있는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상업적 교환과 이윤의 추구에서 탐 욕, 매수, 사기, 배신이 출현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폴리스를 멸망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여 그들은 상 업교환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7)

2) 하인리히 리케르트, 이상엽 옮김, 문화과학과 자연과학, 책세상, 2007, p.55.

3) 「Goods」, Cambridge Academic Content Dictiona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참고.(검색일 : 2020. 6. 8.) (https://dictionary.cambridge.org/ko/%EC%82%AC%EC%A0%84/%EC%98%81%EC%96%B4/goods)

4) 마르셀 에나프, 김혁 옮김, 진리의 가격, 눌민, 2018, p.211.

5) Ibid., p.243.

6) Ibid., p.462. 저자의 다니엘 드 코페의 “la monnaie: presence des morts et mesure du temps” 인용문 참조.

7) 플라톤은 강하게 상업 교환은 반대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수단 자체의 추구에 관한 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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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되는 선물은 경제적인 재화가 아니다. 선물 교환은 의례적이고 상징적이기 때문에 선물 역시 상징적이 고, 유대를 돈독하게 하며, 예의를 갖춘 물건이어야 한다. 따라서 의례적 선물 교환된 물건은 경제적 가치를 포 함하지 않는 재화를 포함하기도 한다. 이동은 되지만 판매하지는 않는 재화의 종류는 바로 선물이다.

2) 경제적 교환

이자를 받는 것, 가르친 것에 대해서 보상을, 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고대 그리스에선 이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 이자는 부자연스러운 것이고, 진정한 사제 관계에서는 금전이 오가지 않고 감사함 만 오갔다. (사제의 관계가 돈에 의해 계약의 관계로 바뀌면 지식에 대한 변질의 우려가 생기기 때문이다. 덕을 가르치지만, 소피스트들은 수강생들이 수업료를 제대로 지불할지에 대해 의심했다고 한다. 이는 수강생들이 도 덕을 배울 수 없다고 여기는 것과 다름없다.8)) 현대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생각들은 세속 행위를 긍정한 것으 로부터의 전환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돈에 대한 의심은 종교운동에 의해 사그라들었다. 우리가 구원받았든 그렇지 않았든, 신의 위대함을 기리기 위해서는 올바르게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9)이 자본주의에 향하던 의심을 없애 주었는데, 이는 세속에서의 업무를 매진하는 것을 긍정했기 때문이다.

선물 교환은 현대에 와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적인 관계가 많이 없어지게 되었고, 법이 중요해졌기 때 문이다. 현대에는 내가 모르는 타자와도 관계해야 한다. 교환은 사적인 영역에서만 머무를 수 없다. 활동 가능 한 영역은 폴리스 안에 갇혀 있지 않게 되었으며, 온라인을 이용하면 전 세계가 나의 세계가 된다. 시공간적 제약의 초월은 교환의 대상의 확대를 불러일으킨다. 모르는 타자와 내가 잘 모르는 것을 교환하기 위해선 그 재화의 가치를 정화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돈이다. 가격을 매기는 것은 그것의 가 치가 그만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측정이 중요해졌고, 법칙 역시 중요해졌다.

3) 선물의 교환에서 경제적 교환으로의 계보학은 가짜다.

선물 교환은 경제적 교환으로 대체된 것인가? 경제적 교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 시대에도 여전히 선물 은 남아 있다. 선물 교환과 경제적 교환은 다른 영역이다. 이 둘은 하나로 흡수되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우 리는 선물을 줄 때 돈으로 주지 않는다. 돈은 텅 비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 우정, 상대방에 대한 인정의 수 단으로 사용되지 못한다. 돈은 선물의 수단을 사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뿐이지, 돈 자체가 선물로 대상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4. 단지 잊혀진 것일 뿐이다

경제적 교환은 현대에서 필수적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필요한 것을 생산해야 할 의무에서 부담 면제되 어 있다. 우리는 사물과 직접 마주할 필요가 없으며, 인간세계에서 자연환경과 간접적으로 매개하여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돈은 매개적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그 매개 너머에 있는 실 재적 재화다. 그 재화를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욕망한다. 그러나 돈에게 권능한 힘을 부여했을 때, 정치가 경제에 의존할 때 우리는 돈을 욕망하게 된다. 돈은 단지 매개할 뿐이라 텅 비어있 다. 그래서 돈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고, 잘못된 욕망으로 이끌어 부정부패한 방식을 사용하게 만든다. 세상은 돈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측정할 수 없는 가치들은 - 예를 들어 사랑, 진리, 인정 – 오직 증여로써만 주고받을 수 있다.

교환, 부는 반대했다.

8) 마르셀 에나프, 김혁 옮김, 앞의 책, p.72.

9) Ibid.,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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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 5. 결론

돈은 상징세계에 사는 동물만이 쓸 수 있다. 그것은 사물에 대한 가치를 다른 사람과의 합의를 통해 매기게 하는 가치측정의 도구다. 물론 이 합의는 수요와 공급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작용에 의한 합의임은 분명하 다. 이러한 점에서 돈은 효율적인 도구면서 재화이다. 돈은 간접적이고 매개적인 방식으로 사용된다. 측정은 정 확하게 이루어져야 하므로 사적인 관계는 배제해야 하고, 법칙적이어야 했다. 돈의 이러한 매개적 특성과 공명 정대함은 돈이 모든 가치를 측정하고 교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리를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진실로 돈은 전부가 아니다. 돈으로 측정 불가능한 것들은 많다. 상해 보험금이나 사망 보험금은 생명에 대한 가치평가가 아니다. 그것은 다치거나 죽었을 때 이후에 대한 준비로서의 돈이다. 만약 생명에 대해 값을 매길 수 있다면 모든 범죄는 벌금을 통해 그 죄를 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옥에는 돈 없는 사람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 다. 사회는 그 사람들을 교화시키려 한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돈으로만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옥의 존재 자체가 보여준다. 돈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개인주의의 발전으로 인한 사적 관 계의 범위의 축소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마주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정하지 않는다고 관계가 파 괴되고 단절, 심하게는 물리적 제거가 일어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 관계가 개인적이지 않고 형식적이고 사무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감사를 표현할 일은 거의 없어진다. 이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단지 그러한 세계가 있긴 하지만, 활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치료에 대한 에나프의 분석은 흥미로운데, 환자와 치료자의 관계가 계약적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둘의 관계가 사적으로 빠지게 된다면 환자는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치료자에게 감사한 마음이나 빚을 지지 않 게 하려면 환자는 치료자와 깊은 관계의 형성을 만들면 안 된다.

돈은 모든 상징을 측정할 수는 없다. 그것의 존재 목적이 교환에 있지 소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의 유연한 교환 가능성은 돈 자체를 추구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돈 자체에 대한 욕망은 돈에 대한 정확 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일어난다. 관계를 벗어난, 매개를 벗어난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한 사적 관 계의 영역에서는 돈이 대변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돈은 전능하지 않다. 단지 도구일 뿐이다. 전능함의 지 위를 돈에 부여하게 되었을 때 돈에 대한 왜곡된 집착이 나오고,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악들이 나오게 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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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은 성

하늘, 햇빛, 산책, 공항과 비행기, 여행, 기록, R&B와 재즈 음악, 계절이 바뀌는 순간과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좋아함.

1998년 9월 11일 경기도 안양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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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티켓값에 숨겨진 진실

“그 비싼 돈 주고 보는 이유를 모르겠어”

동생이 자칭 타칭 뮤덕(뮤지컬 덕후)이라 불리는 나에게 한 말이다. 물론 나는 언제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 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나마저도 평균 10만 원을 웃도는 뮤지컬 티켓을 예매할 때 손을 부들부들 떨기 마련 이다.

· 뮤지컬 티켓은 왜 이렇게 비싼 걸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뮤지컬의 높은 제작비를 말할 수 있다. 뮤지컬은 공연예술의 한 장르로 그 특성상 매 회 라이브로 진행이 되는데, 회마다 인건비, 대관료, 의상 헤어 대여료 등등의 비용을 지불하게 되므로 제작비 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뮤지컬계에서도 가장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작품인 <오페라의 유령>의 제작비는 일반 블록버스터 영화 3~4편의 제작비와 맞먹는다고 한다. 심지어 이 제작비는 오로지 티켓 수익금으로만 충당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같이 PPL 등을 넣어서 광고비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 기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으로 티켓값은 비쌀 수밖에 없다. 또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내에서 뮤지컬 티켓 가격 역 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뮤지컬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다른 대중예술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 전국 각지에 있는 영화관에서 하루에만 기본 두 편 이상 동시 상영되는 영화와 비교하면 뮤지컬은 그리 일 반적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연히 수요 곡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에 비해 공급 자체는 공연이 단 하나의 공연장에서 특정 기간 동안만 진행되기 때문에 고정되어 있다. 정리하자면, 제 작비는 많이 드는데, 그 제작비는 관람료로만 채울 수 있고 그에 비해 수요는 적고 공급은 늘릴 수 없으므로 애초에 티켓값은 높게 측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뮤지컬 업계 내 차별

그러나, 나는 단순히 뮤지컬 가격이 비싼 그 원인을 분석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과연 내가 지불 한 관람료가 공정하게 배분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는 크게 세 분류 로 나눌 수 있다. 주연 배우, 조연 배우, 그리고 앙상블. 앙상블 배우들은 주·조연 배우가 무대 위에서 노래(넘 버)를 부를 때 그 옆에서 춤과 노래를 같이 하며, 노래와 무대를 더 화려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즉, 뮤지컬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앙상블 배우들의 임금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 친다는 것이다. ‘아니, 뉴스 보면 어느 뭐 배우는 편당 개런티가 몇 천이라던데, 뮤지컬 배우들 다 돈 많이 받 는 거 아니야?’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아쉽게도 같은 무대, 같은 공연을 서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임금 격차는 어마어마하다. 이런 뮤지컬 업계 사정 때문에 대부분의 앙상블 배우들은 무대를 올리면서 동시에 축가 아르바 이트, 노래 강의 등의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임금 격차는 왜 발생하는 것인가. 이 는 우리나라 뮤지컬 업계에 만연해진 팬덤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뮤지컬 제작비의 대부분 은 관람료로 충당된다. 그러나 그에 비해 수요가 현저히 낮으므로 뮤지컬 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거대 팬층 을 가진 아이돌 또는 배우를 섭외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팬들은 10만 원이 넘는 뮤지컬 티켓을 지불하면서까 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를 볼 열정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티켓 파워가 상당하므로 뮤지컬 업 계에서는 그들을 섭외하기 위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고, 그들의 개런티 즉 몸값은 점점 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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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몸값이 치솟을수록 인지도가 낮고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앙상블 배우들의 처우는 점점 떨어진다. 즉, 같은 배우들 사이에도 격차가 심화된다. 사실, 이런 현상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예술 업계뿐 아니라, 일반 산 업에서도 같은 노동자이지만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분류되고 또 그에 따르는 처우나 임금 격차는 상당하지 않은 가. 예술계 역시 자본주의 시장 질서에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하니, 예술과 문화의 가치를 숭고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현실이 안타까울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앙상블 배우와 인기 뮤지컬 스타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 하였지만, 그 외의 공연에 필요한 다양한 스태프들 역시 충분한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지 않다. 뮤지컬 을 사랑하는 한 관객으로서 이런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차별이 존재하는 구조. 나는 모두가 공정한 처우를 받으면서 극을 준비하고 올리는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참고 문헌

최민우. 뮤지컬 사회학. 이콘. 2014.

국민일보, 「하루 12시간 2달 일하고 ‘0원’…그게 연습 페이랍니다」, 2019. 12. 25.(검색일 : 2020. 10. 18.) http://naver.me/5G4nWSmS

EBS 스토리, 「뮤지컬의 모든 것―원종원 교수」, 2018. 5. 25.(검색일 : 2020. 10. 18.) http://naver.me/5B5oNY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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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 영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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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그 날을 위해, ‘각시탈’

KBS 드라마 <각시탈>은 2012년에 방송된 드라마이며 나의 인생작이다. 방영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 고 여태까지도 각시탈은 기억에 남는 인생 작품이다. 오늘은 드라마 각시탈을 소재로 각시탈이 나의 인생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학우들에게 추천해보고자 글을 쓴다.

우선 각시탈은 액션, 시대극이다. 전반적인 줄거리에 대해 설명해 보자. 스포가 될 수 있지만 간략하게 이야 기해보자. 시대 배경은 일제강점기이다. 각시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강토(주원)네 가족이 만주로 도망을 가던 중, 강토의 아버지가 적의 습격으로 죽게 된다. 독립투사였던 강산(신현준)은 독립을 외치다 감방에 들어갔지만 바보 연기를 하고 풀려난다. 그리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각시탈이 된다. 강산은 가족들에게도 바보 연기를 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강산이 정말 바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강토는 어머니와 바보가 된 형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일본 경찰이 된다. 그리고 각시탈 사건 전담을 맞게 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강토가 각시탈의 정체를 알아내던 중, 강토는 각시탈을 쓴 강산에게 총을 겨눈다. 각시탈이 강산이라 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강토는 자신이 2대 각시탈이 되어 각시탈로 가족의 복수뿐만 아니라, 고통받는 조선을 위 해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첫 번째, ‘악역이었던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굉장히 신선했다. 극 초반에는 주인공인 강토가 제국 경찰로서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선 사람들을 고문하며 심지어는 본인의 형도 때리는 등 완연한 악역으로 나온다. 보통 드라마들의 주인공은 처음 설정부터 착하고 올바르고 똑 부러지는 ‘선의 영향력’

을 주는 역할로 나온다. 하지만 각시탈의 주인공은 ‘악랄함의 극치’를 이루는 인물이었지만 다양한 사건들을 통 해 선한 인물로 변화하는 과정이 반전이었기에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새롭게 다가왔다. 기존 드라마의 틀을 깨버린 것이 가장 좋았다. 추가하여 말하자면, 극 중 슌지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초반에는 선한 인물이다 가 극 후반으로 갈수록 악한 인물이 된다. 두 인물의 성향이 교차하는 과정도 신선했다.

두 번째, 화려한 액션 신이다. 나는 액션물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주먹질하고 때리고 싸우는 영화나 드라 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액션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각시탈은 액션 신이 많기도 하지만 그중에서 ‘화려한 액션 신’이 많아서 좋다. 시원시원한 발차기와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적을 처치하는 기술, 각시탈의 주무기인 쇠퉁소를 이용하여 적의 목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모습은 고구마 처럼 답답했던 당시 상황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통쾌하게 나타내 주었고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도록 해 주었 다. 특히, 일본 순사들이 악행을 저지르고 분노의 감정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느껴지는 그 시원함은 이로 말 할 수가 없으며 저절로 미소 지어진다.

마지막으로 인물의 심리 상태의 변화를 잘 묘사해준 것도 큰 역할을 하였다.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에 맞게 편집한 장면들과 적절한 카메라 무빙과 배우들의 연기도 빛났기 때문에 감정이입하면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알맞은 배경 음악은 장면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줬다. 드라마를 보면서 흥미로운 내용 전개 뿐만 아니라 시청각이 즐거웠던 것도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명대사인 것이 많다. 많은 명대사들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독립투사들의 독립운동을 헛되이 여기는 순사들에게 담사리 (독립투사)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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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모해 보이겠지, 계란 껍데기 한 겹, 그까짓 거 바위 모퉁이에 맞으면 그냥 깨져버리겠지 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네

바위는 세월이 가면 부서져 모래가 되겠지만

언젠가 그 모래를 밟고 계란 속에서 태어날 병아리가 있을걸세

살인적인 압박과 일본제국주의의 폭력도, 계란을 이길 수 없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네1)

위의 대사를 인용한 이유는 드라마의 주제 의식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 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의 대사를 요약하면, 아무리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지라도 ‘살아있는 존재’인 조선은 빛을 볼 것이라 한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거치고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는 성공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볼 만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한 번쯤 떠올려보면 좋은 말이라 고 생각한다. 따라서 드라마 내용의 전개도 좋지만 기억에 남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명대사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더욱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결론적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섬세한 감정 연기와 화려한 액션 신, 이 삼박자가 맞았기 때문에 나의 인생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 안에는 분노와 슬픔, 즐거움, 행복 등 복합적인 감정들을 다루고 스 토리의 흐름이 자연스러우며 완성도도 높다. 영웅물을 좋아하는 학우들에게 추천한다. 한 번쯤 꼭 보면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1) <각시탈> 14회, KBS 드라마, 2012. 7. 1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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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태 호

축구와 반전이 있는 영화를 좋아함.

2001년 7월 30일 대전광역시 출생 2020년 2월 세종국제고등학교 졸업

2020년 3월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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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끝까지 하겠습니다

―나이키 코리아 광고 <Just Do It : 너를 외쳐봐>―

2015년 8월, 나이키 코리아가 새로운, 색다른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바로 <Just Do It : 너를 외쳐봐>. 해 당 광고 영상은 나이키 코리아가 청소년들의 도전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진행한 ‘Just Do It’ 캠페인 참여 유 도 광고라 할 수 있는데 해당 광고 영상을 보고 감명을 받은 약 9,800명의 청소년이 캠페인에 참여해 2015년 캠페인 최종 영상을 공개할 수 있었다. 과연 해당 광고가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광고 요약

영상에 등장한 전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는 야구 3루 심판, 축구 주심, 배달원, 경찰관, 기상 캐스터, 격투기 종목 MC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이영표는 스포츠 종목에 참여해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 가는 청년들에 쓴소리 를 내뱉는다. 여러 쓴소리가 이어지고 영상 후반부에서 이영표는 격투기 종목 MC의 차림을 하고 마이크를 입 에 가깝게 둔다. 그리고 “그런데도 끝까지 하겠다는 거야?”라는 말을 한다. 이에 이전 장면에서 이영표로부터 쓴소리를 들은 청년들은 자신의 능력을 여과 없이 뽐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세상의 편견에 / 너의 목소리로 답해줘’, ‘너를 외쳐봐 / NIKE.COM 에서’라는 문구를 띄워 캠페인 참여를 유도했다.

광고 평가

1분 36초의 광고 영상이었기에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이영표가 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이뤄진 빠른 화면 전환, 화면 전환 이전, 스포츠 종목 참여자들이 보여준 결과물에 대한 이영표의 쓴소리들은 광고가 빠르게 흘 러가는, 꽤 흥미로운 도구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Just Do It : 너를 외쳐봐

(영상 출처 : <Just Do It : 너를 외쳐봐>, 유튜브 ‘Nike Korea’, 2015. 8. 26.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ONLW-q4S8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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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문장들이 바로 이영표의 노력하는 청년들을 향한 쓴소리들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들을 보며 현 실을 경험한 어른들이 하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이자 조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기부터 자신의 직업 을 결정하고 관련 활동에 몰두해야만 한다는, 진로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을 갖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가슴 깊이 남을 광고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Just Do It’ 캠페인이 해당 광고로 이슈가 되었고 성황리에 마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광고 영상이 큰 광고 효과를 누렸음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광고 영상의 성공 요인을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에 두고 싶다. 스 포츠 의류 다국적 기업인 NIKE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스포츠 기업인데 한국에서는 특히 Adidas와 스포츠 기 업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절대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NIKE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 청년들에 도전 정신을 일 깨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Just Do It’이라는 간단명료하고도 확실한 NIKE의 슬로건을 광고 영상에 내걸며 광고 영상의 지향점을 확실하게 나타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축구선수치고 유리한 신체 조건을 갖지 못했던, 정통 노력파의 표본인 이영표가 영 상에 등장했음을 꼽고 싶다. 광고에서는 자신의 도전을 이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핀잔을 남기는 모습을 보여주었 던 이영표가 결국, 마지막에는 그들의 노력과 꿈을 위한 헌신에 “그런데도 끝까지 하겠다는 거야?”라는 말을 던 졌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아마 이 장면에서 짜릿함을 느꼈을 것이다. 광고 영상에서는 이영표가 던진 말들이 지만, 깊게 생각해 본다면 이는 이영표가 자신의 꿈에 대한 도전 정신을 갖고 살아온 일상 중, 방해자들에게 들 었을 잔소리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영표 본인 역시, 은퇴 이후, 어린 시절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느꼈기에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생 각을 했을 것이다. 심한 경쟁과 실패 이후, 사회로부터의 도피와 도태를 우려하는, 실패를 맛본 어른들의 심정을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듣고도 끝까지 노력하는 이들을 보고 뱉은 “그런데도 끝까지 하겠다는 거 야?”는 결국, 이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주변 사람의 부정적인 시선에 매몰되지 않고 꾸준함을 유지한다면 ‘가능 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러한 도전이 충분한 의미를 남길 수 있다는 도전의 가치를 전하는 말이다.

NIKE가 시도했기에 성공할 수 있던 광고였고 노력파 이영표가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졌기에 2015년 당시, 꿈을 향해 뛰어가던 청년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던 광고, <Just Do It : 너를 외쳐봐>가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나는 광고 속에서 이영표가 남긴 질문 “그런데도 끝까지 하겠다는 거야?”에 답을 하려 한다.

네, 끝까지 하겠습니다.

마음을 뜨겁게 하는 이 광고를 보고 그 누가 도전을 마다할까.

“이건 시간 낭비야.”

“인생에 도움이 안 돼.”

“운동이 밥 먹여 주나?”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예뻐지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남들 하는 대로 하자.”

“안되는 건, 안되는 거야.”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

“그런데도 끝까지 하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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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예 슬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1998년 3월 6일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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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월요일이 열두 번 남았다

마음이 조급했다. 창밖을 내다보고 꽃이 아직 다 피지 않았으면 안심했다. 봄은 다시 돌아오고 꽃은 또 핀다 는 것을 떠올리며 올해만을 기다린 작년 봄이 생각나서 자꾸만 목련과 벚꽃나무를 확인하게 되었다.

내 선택의 무게를 처음 느꼈던 것은 열아홉 살 때였다. 수시전형으로 쓸 수 있는 학교는 여섯 개였고 그 빈 칸들 앞에서 처음으로 그 무게를 어렴풋이 느꼈다. 지금 여기에 어떤 학교를 적는지에 따라 살게 되는 지역이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 여섯 개의 빈칸이 내 인생을 결정하는 무엇인가로 다가왔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무게였다. 그전까지 내가 책임져야 했던 내 선택의 무게는 타고 간 자전거를 학교에 두고 오면 다음 날 걸어가야 하는 것 정도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아빠의 출근 길에 얻어타고 가곤 했다. 그 정도의 책임만을 지고 살던 나는 여섯 개의 학교를 그냥 점수대에 맞는 적당한 학교들로 정해 버렸다. 그 뒤로는 자소서라든가 면접 같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만을 열심히 따라가며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장 앞에 놓여진 일들만 하며 아무 생각 없어도 시간은 흐르고 결과는 나오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강원대에 갔다.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가족과 따로 살게 된 스무 살은 막을 길이 없다. 서울로 학교를 간 친구들을 보며 외로운 날들도 많이 보냈지만 그만큼 즐거운 날도 많았다. 동아리를 시작했고, 예뻐해 주는 선배들을 만났다. 기숙사에 들어가 지 않는 날이 잦았다. 기억나지 않을 만큼 술을 마셨고 연애도 시작했다. 고스톱과 보드게임으로 혹은 맥주와 소주, 막걸리로 밤을 샜다. 집에 가는 빈도가 줄었고 고등학교 친구들이나 학창 시절을 그다지 그리워하지 않 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했고 여러 도시와 나라들을 다녀왔다. 좋은 시절은 지나 봐야 안다지만 나는 그때 이 미 알고 있었다. 이런 날들이 다시 오지는 않겠다고 말이다.

춘천에서 너무 즐겁고 유쾌했지만, 다시 오지 않을 걸 알아 벌써 그리운 날들이었지만 미래가 보이질 않았 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서울에서 열심히 자기 길을 향해 달려가는 친구들이 가득했다. 공모전을 수상하고 대기업 대외 활동을 하고 교환 학생을 갔다. 나도 뭐라도 해야지 싶어 알아보면 전부 서울이었다. 위기감과 불 안함이 들었다. 지금은 대외 활동이지만 앞으로는? 내가 놓치고 있을, 그리고 놓치게 될 여러 기회들과 경험들 이 실감났다. 내가 있는 곳이 곧 나를 결정하게 되는 것 아닐까 겁이 났다. 지역과 환경의 한계가 나의 한계를 결정짓는 기분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1년을 불확실한 어딘가에 투자하는 것도 무서웠다. 열아홉 때 느꼈던 그 무게를 이 번에는 더 강하게 느꼈다. 익숙하고 편안한, 안정적인 환경을 떠나 성공할지 아닐지도 모르는 공부를 해본다니.

고3 때도 제대로 해본 적 없던 공부를. 해볼까 말까 몇 달을 고민했다. 기회비용과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편입 설명회를 얼마 남기지 않은 12월 9일, 자취방에서 일기를 쓰 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렇게 1월부터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1월 2일부터 12월 26일까지였다. 집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여섯 번 혹은 일곱 번씩 꼬박꼬박 1년을 꽉 채워 서 다닌 것은 편입학원이 처음이었다. 학교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있었으니 말이다. 열심히 했다. 더 할 수 있었겠지만 다시 돌아간대도 했던 것만큼 했을 것이다. 사실상 처음 해보는 입시 공부였고, 하루 종일 밥만 먹 고 공부하는 생활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영어를 좋아했던 터라 그리고 아주 약간의 재능이 있었던 터라 성적은 노력하는 만큼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잘 나오곤 했다. 노력해서 성과가 보일 때는 기쁘고 뿌듯했지 만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훨씬 많았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포기한다는 것도 습관이 된다는 문장을 생각하며 꾸역꾸역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불안했지만 결국 마지막 전국 배치 고사에서 5,000명이 넘는 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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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100등 안에 드는 결과를 내며 자신감을 조금 얻었다. 그동안 한 것이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 싶은 마음이었 다. 배치 고사 성적은 편입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학교들의 안정권이었다.

10개의 학교를 썼다. 가장 가고 싶던 학교는 한양대였다. 서울권에 있는 학교 중 가장 가까웠고 모의고사 점 수가 잘 나왔기 때문이었다. 26일 학원 수업이 끝나고 1월 셋째 주 마지막 시험까지는 매일매일 도서관에서 10시간이 넘게 공부했다. 몇백 번씩 본 단어를 외우고 문제를 풀었다. 학원에 들어갔다 나오면 그랬던 것처럼 도서관에 들어갔다 나오면 해가 져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실력이 또 늘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1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시험을 보았다. 그 전까지의 시험은 다 혼자였는데 그때는 B와 함께였다. 내가 편입을 본다고 하자 자기도 한번 보고 싶다며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은 채 원서접수를 한, 꽤나 친한 고등학교 친구였다. 같이 시험을 끝내고 왕십리에서 곱창과 함께 소주를 마시고 헤어졌다.

한양대 결과가 나온 날, 불합격 글자를 보고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다. 시험을 끝냈을 때 느낀 그 카타르시 스는 다시 경험할 수 없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했고, 내가 떨어진 것은 그냥 그렇게 될 일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내 앞에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살짝 아쉬웠다. 그랬는데 B로부터 카톡이 왔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자신은 합격했다고. 처음에는 축하하는 마음뿐이었다. 정말 잘되었다 싶었다.

그랬는데 미안하다는 글자를 보자마자 비참해졌다. 무엇이 미안한지, 그 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 었지만 정말 속상했다. 머리로 아는 것은 물밀듯 찾아오는 속상함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10개의 학교 중 2개 가 하향 지원이었다. 나머지 8개 중 하나만 붙으면 되었다. 그랬으면 조금 아쉬웠어도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 다. 그랬는데 거짓말처럼 2개를 최초 합격하고 8개를 떨어졌다. 예비 1번을 받은 것도 끝끝내 빠지지 않았다.

추가 합격 전화가 오는 몇 시간 동안, 사실 그 전부터 계속해서 울었다. 울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살지? 앞으 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침에 잠에서 깨어 눈을 뜰 때마다 모든 불합격이 현실 같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눈물이 났다.

사실 B는 부자다. 어렸을 때 중국에 몇 년간 살며 국제학교를 다녔다. 영어 한 과목만으로 평가받는 편입 시 험에서 나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애를 쓰며 1년을 해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간극이 우 리 사이에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애가 지원한 학과와 내가 지원한 학과의 티오가 거의 3배 차이이기는 했지 만 1년간 보고 달려온 그 자리에 아무것도 노력한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앉아 있다는 게 힘들었다. 친구였는데 도 그랬다. 그런 내 마음에도 짜증이 났다. 온전히 축하해 주지 못하고 얄미워하는 못된 마음. 가장 무력했던 부분은 앞으로 이런 식의 일이 많이 일어날 것임을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부와 학력은 대물림된다. 고학력자는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자식은 고학력자가 되어 또다시 부자가 된다. 내가 조기 유학을 가지 않았던 것은 내가 어쩔 수 있던 일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영어를 학습해 시간 투자 없이 성적을 내는 능력은 내가 노력한 다고 할 수 있던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나의 마음과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이 많겠다는 것이 실감났다. 이제 시작이구나. 금전적 여유가 없다는 것, 여자라는 것, 키가 작은 것은 그냥 태어나 보니 그랬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로 절망하게 되는 날들이 내 앞에 있구나 싶은 생각에 무력했다. 지난 1년간 투자한 시 간과 돈이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 시간과 돈을 가지고 할 수 있었던 수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패배감과 엄마, 아빠에 대한 부채감, 원망,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온통 부정적인 감정을 껴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살아야 했다. 넋 놓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렀다. 많이 울고 친구들을 자주 만났다. 힘들고 슬플 때 내가 힘을 얻는 방식은 그것이었다. 사람들을 만나 함께 웃고 떠들고 속상한 일마저 웃기게 만들어내 는 것.

나아가야지. 힘들 때 일기장에 가장 많이 적은 말은 저것이었다. 나아가야 한다. 비록 목표한 곳은 아니었지 만 괜찮은 곳에 붙었고, 여기로 오기로 결정했으니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얼른 회복하고 정신을 차려서 다음 단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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