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자 생태계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도시쇠퇴 현상이 나타난다.
저성장 시대에는 그 현상이 더욱 심하다. 문제는 도시쇠퇴가 그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는 데 있다. 91%가 넘는 국민이 도시에 살고 있는 지금 도시쇠퇴는 서민의 삶을 피폐화하 고 국민의 삶의 질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쇠퇴한 도시를 방치하거나 간과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도시 경쟁력 상실과 국가 경쟁력 상실로 인해 우리는 거대한 사회적 비 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 가 활발하게 이루지고 있다. 따라서 도시쇠퇴 지역의 맞춤형 활성화 방안을 지역주민 주 도형으로 모색함으로써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해 야 할 때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도 법제정 목적 중 하나로 도시 경쟁력 제 고를 강조하고 있다.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도시의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활력 회복 을 위하여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도시 의 경쟁력을 제고하며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 으로 한다”라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도시재생이 바라보는 도시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 결국 도시 경쟁력을 일반적인 의미의 경쟁력으로만 받아들이게 된다면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태도나 실천방식도 그러한 한계 속에서 이루어지게 마련이 다. 따라서 도시재생에서 바라보아야 할 도시 경쟁력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지역주민 주도 의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 전략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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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환 |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lshsun@ks.ac.kr)
도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 전략
특집 도시혁신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 추진전략
도시재생에서의 경쟁과 경쟁력
경쟁과 관련해서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은 ‘무한경쟁 시대 속에 살고 있다’라는 것이다. 여기 서 경쟁이란 ‘특정 목적에 대해 상대방을 뛰어넘어 이기려고 서로 겨루는 것’이며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경쟁력이 있다’라고 말한다. 넘버원이 되어야 즉, 최고가 되어야 살 아남는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도시재생을 중요한 화두로 삼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 는 공유가치 창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본주의 5.0시대에 살고 있다(<그림 1> 참조). 지 속가능한 발전 및 모두를 위한 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재생 뉴딜도 이와 같은 접점 에 있다. 따라서 경쟁과 경쟁력에 대한 의미 또한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에서는 ‘참여하는 협력적 경쟁’과 그 결과인 혁신을 중요시한다. 이때 도시 경 쟁력이란 ‘남보다 우위에 서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서로에게 유형 · 무형의 만족과 이익을 창출해내는 협치 및 혁신 능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 전략의 두 키워드: 역량강화와 정체성
1. 역량강화: 인적자본과 사회적 자본 형성쇠퇴하고 있는 도시가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다. 우선 사람이 다르다. 처한 경제조건이 다
출처: 조동성 2013.
존 케인스: 수정자본주의
자본주의 3.0
앤서니 기든스: 신자본주의
자본주의 4.0
아나톨 칼레츠키: 대중자본주의
자본주의 5.0
마이클 포터/피터 드러커: 공유가치 자본주의
사회중심(착한 경제): CSR
개입(도시차원: 공익) (도시차원: 사익)자유
기업가치와 사회가치 동시 추구: 공유가치 창출: CSV
도시재생의 지향점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
사회적 경제 >> 지속경영경제
일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든 신빈곤층 발생
함께 행복한 성장: 기업의 사회적 공헌(배려) 기업이 주체가 되어 공생과 지속가능한 발전 추구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조 강조, 그러나 그 경계모호, 구체적 대안 미흡
기업중심(시장기능) 강조·정부역할 축소·자유무역 중시 3차(1969~)
산업혁명
4차(2015~) 산업혁명
르다. 살아온 구체적인 삶들이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도시재생은 사람을 지향한다.
참여 주체로서 지역주민이 도시재생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도시재생은 주민 자체가 중요 한 목적인 것이다. 도시재생의 실천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도시재생을 지역주민이 주도해 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문가는 도우미가 되어 측면에서 지원함으로써 주민이 지역변 화의 진정한 실천 주체가 되어야 한다.
도시재생에서 역량강화는 먼저 교육을 통해 인적 자본(human capital)을 형성하고 다 음으로 참여과정을 통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형성한 후 자연스럽게 물적 자본 (physical capital)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이다. 인적 자본은 도시재생 사업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태 도인지, 사업을 실현하고 운영하는 능력, 다름을 수용하는 태도, 지역 잠재력을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함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협치 능력 등과 관련된 것이다. 도시재생 역량 강화 과정을 통해 이러한 능력들을 자연스럽게 상호 학습(mutual-learning) 및 협력 학 습하는 것(co-learning)이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이 의미하는 것은 ‘개인 간의 협력을 촉 진함으로써 사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 는 일체의 무형자산’이다. 네트워크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그것이 ‘끼리끼리’만 이루어지 는 폐쇄적 네트워크가 아니라 개방적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의 지속 가능성은 바로 사회적 자본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역 맞춤형 도시재 생의 시작은 지역주민의 참여와 변화가 우선이다. 지역주민들이 협력해 새로운 그 지역의 장소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장소자산을 활용한 정체성 강화 전략
도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있고 살아온 이야기가 있는 장소이다. 도시재생은 장소적 사고로 도시를 바라본다(<그림 2> 참조). 그동안 우리는 물리적 개선과 전면 철거 식 개발에 경도됐다. 재개발 · 재건축과 같은 정비방식은 낮은 주민 재정착률 등 주민의 지 속가능한 삶을 담보하지 못했다. 공공성이라는 명분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지 않고 장소자산의 가치를 간과하는 민간자본 투입은 위험하다. 그것은 영혼이 없고 몰개성적인 도시공간을 양산할 뿐이다. 이제 영혼과 진정성이 있는 도시, 그래서 매력과 경쟁력 있는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소자산을 재발견하고 그 자산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 인 아이디어로 장소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도시나 마을은 유 · 무형의 잠재하는 혹은 현존하는 장소자산을 가지고 있다. 장소 자산은 물리적 자산과 사회 · 문화적 자산, 인적 자산 등이 있다. 물리적 자산은 기존의 도 특집 도시혁신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 추진전략
시공간구조, 구조물, 환경 등이 있으며, 사회 · 문화적 자산은 조직, 규범, 제도, 사건, 행 사, 스토리 등이 있다. 인적 자산은 과거의 인물과 현재 살아가는 주민과 관련된 것이다.
장소자산은 그 지역의 특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쇠퇴한 도시의 지역적 특성을 담보함으로써 지역적 매력을 유지하면서 이에 기반한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 해서는 먼저 그 도시나 해당 지역의 쇠퇴 원인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선행해야 한다. 다음 으로 그 도시나 지역의 장소자산을 발굴하도록 한다. 장소자산의 가치를 현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장소자산을 활용한 재생전략을 수립한다. 이 과정은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적 선택의 과정을 거친다(<그림 3> 참조).
획일성/복제품
수복형개발/
도시재생 등 점진적 개선 장소성과 역사성 존중 환경친화적 접근 거버넌스 존중 공동체 회복/구축
다양성/정체성
공간
자연 자연 위의
문화
도시와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과정
장소
(공간 안의 인간) 자연
인간과 공간의 통합, 자연과 문화 인간과 공간의 분리, 자연과 문화
현재의 도시재생적 사고
과거의 성장 지상주의적 사고 미래의 도시재생적 사고
자연 안의
문화 자연
장소 (인간 + 공간)
<그림 3> 장소자산을 활용한 장소가치 확보방안
유휴공간의 문화적 활성화를 통한
장소가치 재창조 생활·공공장소의 문화활동을 통한
장소가치 재구축 공공시설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사회문화 활성화
도시 · 마을 장소가치
재창조 사회
활성화 공간
활성화 프로그램
활성화 인적역량
활성화
문화기획 프로그램 문화기획자 + 시민연계
문화허브 활성화 문화거점의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 플랫폼 구축
도시재생 및 유효공간의 문화적 활성화 도시 내 침체되어 있거나 비활성화되어 있는 자원 및 공간을 찾아 문화적 활용
도시 문화브랜드 및 마케팅 구축 도시의 문화활동을 통해 형성되는 도시문화 키워드를 지원하고 육성함
과정적 프로세스 중심 시민제안 및 공모형 문화활동 사업
시민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제안 및 공모 시민참여 중심형 사업으로 전개
출처: 조광호, 김향자 2017.
발굴되고 해석된 장소자산은 각각 콘텐츠(contents)에 해당한다. 이런 콘텐츠에 새로운 장소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컨텍스트(context)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것을 가지고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것이 장소혁신이다. 이러한 접근은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지 지원형 도시재생, 근린형 도시재생,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등 다양한 위계에서 가능하다. 도시재생은 최고의 도시나 마을을 만드는 것보다는 유일한 도시나 마을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그 도시나 마을의 장소자산을 활용함으로써 진정성(authenticity)과 정체성(identity) 있는 지속가 능한 생태계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맺음말
도시재생은 단순히 영혼이 없는 3차원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이나 주 민 나아가 방문객에게 소중한 장소를 제공하고, 그래서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장소를 만 드는 일이다. 마을에 주민 각자의 그리고 모두의 영혼이 깃든 장소를 만드는 일이다. 도 시재생은 단순히 재개발이나 재건축처럼 전면철거 후 아파트단지로 바꾸어 돈으로 환산 하는 공간확장형 접근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주민이 함께 참여해 가꾸면서 장소 자산 가치도 상승시키는 통합적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 이다.
<그림 4> 통합적 개선과 장소혁신을 추구하는 도시재생과 4차 산업혁명
[도시재생의 추구방향] [산업혁명의 진행방향]
4차 산업혁명
3차 산업혁명
1차, 2차 산업혁명
통합적 개선 사회 혁신
문화적 개선
사회적 개선 경제적 개선 물리적 개선
기본욕구 수준 인간의 본성
삶의 질
삶의 질과 도시 환경 창의성
적주성
작동성
문화적 존재 자존/자아실현
사회적 존재 사랑과 소속감
경제적 존재 안전보장
생물적 존재 생리적 욕구
출처: 이민화 2016; 황기원 1996.
특집 도시혁신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 추진전략
도시 경쟁력이란 그 장소가 지닌 자산들을 제대로 찾아내 그 가치를 재해석해서 현재의 삶에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장소가치를 만들어내는 즉, 장소의 혁신이 이뤄지는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그런 도시나 마을은 주민에게는 자긍심과 뿌리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고, 방문객에게는 감동, 공감과 매력,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 는 그동안 하향식 의사결정과 성장에 치중하면서 소외, 갈등, 외부 불경제 차원의 비용을 감내해야 했다. 도시재생은 정의, 배려, 활력,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를 추구한다. 상호협 력을 통한 경제적 · 사회적 공유가치를 창출하자는 자본주의 5.0 시대의 가치와도 맥을 함 께한다(<그림 4> 참조). 시민의 역량강화, 장소자산, 그리고 다방향적 소통 · 협업을 통해 장소가치를 새롭게 하려는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 전략은 도시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 그리 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권도헌. 2017. 장소자산을 활용한 가로재생연구: 부산 동래, 창원 노산동의 도시재생 사업을 중심으로. 박사학위논문, 경성 대학교.
이동원, 정갑영, 박준, 채승병, 한준. 2009. 제3의 자본: 사회적 자본은 어떻게 증진되는가? 서울: 삼성경제연구소.
이민화. 2016. 제4차 산업혁명의 대응전략. 228회 정책세미나, 8월 2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이석환. 2012.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의 원칙: 장소시대를 위하여. 환경논총 51권: 3-18.
_____ . 2013. 영혼이 숨쉬는 도시를 위해. 한국경제신문, 8월 31일, A29.
조광호, 김향자. 2017. 문화예술관광 연계 근린재생기법 실증. 도시재생 R&D 4차년도 자체평가회의 발표자료집: 192-223.
조동성. 2013. CSV를 장착한 자본주의 5.0이 답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122호, 2월 1일, 60-74.
황기원. 1996. 도시의 정체성과 쾌적성. 한국조경학회지 24권, 1호: 11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