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시민교육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김 광 호
Ⅰ. 머리말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사건을 시작으로 그동안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여겨져 왔던 ‘세계화'에 변곡점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호 무역주의, 또는 신(新)고립주의에 대한 지 지가 확산되면서 주요 자유무역협정들이 좌초되는 등 오랜 기간 지속된 자유무역의 기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 간 교육계도 경제 분야만큼 오랫동안 세계 화‧국제화에 대응하기 위해 힘써 왔다. 세 계화에 따른 변화와 도전의 시기에 이 글 을 통해서 우리 교육의 성과를 살펴보고,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Ⅱ. 세계화에 따른 교육의 변화 1. 한국 교육의 변화
우리 정부는 1995년 발표한 「5・31 교육 개혁」을 통해 처음으로 ‘세계화’를 교육 개혁의 한 축으로 끌어들여 왔다.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는 신교육체제 수립’
을 목표로 하여 질 높은 교육 실현, 수요자 중심의 교육 추구, 교육의 다원성 신장, 교 육운영의 자율성 및 책무성 제고, 교육발 전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 등 5가지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 시기는 WTO 체제 출범(1995년), 한국의 OECD 가입(1996년)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 전반에 세계화 바 람이 강하게 불던 시기였으며, 본 지(紙)도 이 시기부터 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 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에서 국제적 수준에 부응할 것을 강조하였 던 사회적인 분위기는 교육개혁에도 힘을 실어 주었다. 그 결과 「5・31 교육개혁」은 무리 없이 교육현장에 안착하였으며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꾼 성과 를 거두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혁신의 바람은 교육과정의 변화로 이어졌고, 이후 세계화에 대한 대 응 필요성은 교육과정에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우리 교육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세계와 소 통하는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의 정신으 로 공동체 발전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명 시한 바 있다. 이는 2017년부터 학교 교육 에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수정・기술되었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기존의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을 키우기 위하여 학생참여 중심 수업 을 활성화하고, 실생활 중심의 영어교육을 내실화하여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한편 세계화로 인해 다문화 인구가 지속 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정부는 2006년에 처음으로 「다문화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수립한 이래 지속적으로 다문화 학생 맞춤형 지원과 다문화 학생 친화적 교육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교육은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학생 들이 미래 사회를 선도하고,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지구촌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책
임의식을 갖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 도록 나아가고 있다.
2. 국제 교육의제의 변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논의 되는 교육의 제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유네스코 (UNESCO)는 1990년 태국 좀티엔에서 유엔 개발회의(UNDP),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아동기금(UNICEF) 및 세계은행(World Bank)과 함께 세계교육회의를 개최하고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EFA)’
이라는 글로벌 교육개발 비전을 설정하였 다. 2000년에는 세네갈 다카르에서 세계교 육포럼을 개최하며, 2015년까지 달성하여 야 할 6가지 목표로, 영유아 보호 및 교육 의 확대, 양질의 초등교육 제공, 청소년 및 성인의 학습과 생애능력 프로그램의 제공, 성인 문해율 제고, 양성평등교육 달성, 학 습 성취의 보장을 선포하였다. EFA는 유 네스코의 최대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으 며, 교육개발협력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 교육 분야 개발 재원이 6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되는 효과를 끌어냈다.
Ⅲ. 세계시민교육
1. 「2015 세계교육포럼」과 세계
시민교육
2014년부터 UN을 중심으로 새천년개발 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 를 대체할 새로운 개발목표(Development Agenda)가 논의되었다. 사회 분야별로 국 제기구・회원국・시민사회들이 결집하여 새 로운 개발목표를 제시하기 위해 활발한 토 론을 벌이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시작하였 다. 한국은 유네스코의 제안에 따라, 유엔 총회에 앞서 전 세계 교육 커뮤니티가 새 로운 교육목표에 합의하는 회의인 「2015 세계교육포럼」을 개최하게 되었다. 유네스 코는 한국에서 포럼을 개최할 것을 제안하 면서, 한국이 교육을 통해 빠른 발전을 이 룬 대표적인 국가로서 다른 회원국에게 영 감을 줄 것을 특별히 요청하기도 하였다.
한국은 「2015 세계교육포럼」을 준비하 면서 개최국으로서 어떤 교육 의제를 제안 하여야 하는지 고민하였다. 한국발(發) 교 육 의제는 우리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모두에게 꼭 필요한 주제이어야 했다. 무 엇보다 ‘모두의 발전을 위한 교육의 역할 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더불 어 빠른 경제 성장을 통해 원조 수원국에 서 공여국으로 변화하면서 우리가 터득해 나가고 있는 가치들도 공유하고자 하였다.
2013년부터 지속적인 정책 연구를 거치면 서, 우리가 강조할 의제로 ‘세계시민교육 (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을 발 굴하였다.
가장 먼저 세계시민교육(GCED)이 전 세 계 교육장관들에게 선을 보인 것은 2014년 5월,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유네스코 글 로벌 EFA(Education for All) 회의이었다.
이 회의의 결과물인 '무스캇 협약(Muscat Agreement)'은 내용이 간결하였으며, 한국 이 제안한 세계시민교육(GCED)은 일본이 제안한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과 함께 매우 높은 비중으로 포함되어 세계시민교육 의제의 채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14년 7월경 새로운 개발목표의 초안 을 작성하고 있던 유엔 공개작업반(Open Working Group)은 무스캇 협약의 결과를 적극 반영하였다. 과거 전통적인 교육 의 제였던 ‘교육기회 보장’과 ‘인지능력(읽고 셈하기)의 획득’ 외에 정서와 인성 개발을 목표로 ‘비인지 능력의 획득 보장’을 명시 하는 교육 분야 7번째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 4.7, SDG 4.7)가 탄생하 였다. 그런데 많은 시민단체와 국제기구가 비인지적 영역인 SDG 4.7에 몰려 서로의 중점 가치를 주장하면서 SDG 4.7는 점점 복잡한 문장으로 변했다. 마지막에는 “2030 년까지 모든 학습자가 지속가능발전 및 지 속가능 생활방식, 인권, 양성평등, 평화와 비폭력 문화 증진, 세계시민의식, 문화다 양성 및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문화의 기여 에 대한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을 증
진하는 데 필요한 지식 및 기술을 습득하 도록 보장한다.”라는 복잡한 문장이 되었다.
2015년 5월 세계교육포럼에서는 전 세계 교육장관들이 인천 선언문(Incheon Declaration) 을 채택하여 SDG 4의 내용에 온전히 합의 하였다. 뒤이어 같은 해 9월 유엔 지속가 능발전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이를 채택하면서 드디어 ‘세계시민교육’, 또는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이 유네 스코의 국제교육 의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2. 세계시민교육의 가치
한국이 세계시민교육(GCED)을 미래 교 육의제로 제안할 당시에는 국제사회에서 이를 인정하고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개발도상국들에게 더 시급할 수 있는 ‘기 초교육 보편화’와 같은 과제들이 가리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 나 지속가능개발목표 채택이 1년 이상 지 난 지금, 세계시민교육은 국제적으로 지역 (region)을 막론하고 가장 주목받는 교육의 제 중 하나이다. 2015 세계교육포럼 이후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의 교육 관련 국제회 의 어디에서나 세계시민교육에 관한 토론 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3월, 모로 코에서 개최될 아프리카교육발전협의회 (Association for the Development of Education
in Africa, ADEA) 총회의 4가지 안건 중 하 나가 ‘교육을 통한 평화와 세계시민의식의 함양’이며, 2017년 3월, 두바이에서 개최되 는 제5차 교육기술포럼의 전체 주제도 ‘우 리가 어떻게 하면 교육으로 세계시민을 만 들 수 있을까?’로 결정되었다. 세계시민교육 의 하위 주제로 분류되고 있는 폭력적 극단 주의 예방교육(Prevent Violent Extremism, PVE)에 대해서도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국 가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세계시민교육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총 8개의 목표를 제안한 새천년개발목표 (MDGs)와 달리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17개의 분야 에서 총 169개의 세부목표를 설정하고 있 어 훨씬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 나 내용이 너무 많다보니 회원국들 사이에 서는 집중도가 흐트러진다는 불평이 나오 곤 한다. 개발협력 재원은 한정적인데, 달 성해야 할 목표의 수준이 높고 적용 범위 가 급격하게 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대중 을 대상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더 많은 홍보와 지지 호소가 필요한 이유다.
세계시민교육(GCED)의 가치는 SDG 4.7 의 달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을 통 한 세계시민의식의 함양은 유엔의 개발 의
제 전체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며 지속가능 발전목표의 성공여부와 직결된다. 2016년 11월초 Peter Thompson 유엔 총회 의장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모멘텀을 강화 하기 위해 모든 회원국에 지속가능발전목 표(SDGs)에 대한 내용을 자국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달라는 당부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 학생들 에게도 세계시민교육이 중요하다. 한국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전 세계 보편적인 규범과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받 아들여야 하는 위치에 있으며 다문화 사회 로의 급격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여야 하 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 에 따라, 2015 세계교육포럼과 관계없이 이미 그 간의 국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통해 “책임 있는 세계시민의 양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 어 왔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공 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 어 사는 사람’이라는 설명은 세계시민교육 이 추구하는 인재상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3. 세계시민교육의 지속적 확산 방안
정부는 2016년부터 「세계시민교육 국내・
외 확산방안」을 매년 수립하고 세계시민 교육이 국내・외 교육현장에 정착될 수 있 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24 일, 정부는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서울에서 제1차 세계시민교육 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GCED)를 개최하였다. 이 국 제회의에는 총 40여 개국에서 300명 이상 의 교육자들이 모여 각자의 견해와 경험을 공유하였는데, 정부는 앞으로 유네스코와 함께 동 회의를 연례 개최하여, 세계시민 교육을 논의하는 국제적인 플랫폼으로 발 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국제적으로는 캄보디아, 몽골, 우간다, 콜롬비아가 자국의 교육과정에 세계시민 교육을 반영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발에 착수 하였다. 정부는, 유네스코와 협정을 맺어 운영하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 교육원(UNESCO APCEIU, Asia-Pacific Centre on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을 통하여 4개국의 교육과정 개발을 주도 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세계시민교육 을 위한 전문가 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데, 이는 유네스코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 계에서 참석을 희망하는 교육자와 청년들 을 선별하여 초청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사 업이다.
한국은 아・태지역(Asia-Pacific Region) 차원에서도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국제협
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6년 8월에는 한・
중・일 3국의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세계시 민 청년포럼(Youth Forum)이 열렸다. 대학 생들은 동북아 지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세계시민으로서의 활동은 무엇인지에 대 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국내에서는 세계시민교육 중앙 선도교 사 64명과 시・도 선도교사 664명을 위촉 하고 연수・훈련과 교육 활동을 지원하였 다. 다행스럽게도 세계시민교육의 취지에 현장의 선생님들께서 먼저 공감하시고 이 를 적극 추진하였다. 그 동안 자유학기제, 창의적 체험활동, 학생 동아리 등 유연한 교육과정을 적용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잘 갖춰짐에 따라 세계시민교육은 정규 교과목 외 활동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4월부터 유네스코 아 태국제이해교육원에 세계시민-국제기구 진로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12월 현재 까지 자유학기제 활동을 포함하여 약 20,000여 명이 체험관에 다녀갔다. 학생들 이 스스로 18번째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만 들고 결의안에 합의하는 토론형 수업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한외교대사, 시민사회 대표, 각계 전문가 등 다양한 분 들께서 학생들을 위한 강의에 참여하여 주셨다.
Ⅳ. 맺음말
세계시민교육을 주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의 대외적인 위상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많은 회원국이 한국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지 귀 기울여 들으며 상호 교육발전을 위해 우리와 협력하고자 한다.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미래지향적 발전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안 하고 논의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와 있다.
이에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세계시민 교육을 지속해서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모든 이들이 인권, 다문화, 평화, 지속가능발전과 같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들을 습득하면서, 동시에 세 계화의 반작용으로 인한 소외감과 박탈감 이 조성되지 않도록 ‘포용하는 자세’를 갖 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세계시민의식 (Global Citizenship)의 공유 여부가 향후 전 지구적 개발계획뿐만 아니라 평화와 질서 에 관한 국제정세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 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유네스 코 회원국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조하여, ‘세계시민 교육’이 국제교육의 대표적인 과제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계획 이다. 앞으로 차기 세계교육포럼까지 평등 하고 포괄적인 양질의 교육 제공과 평생학습 기회 보장에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