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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에서의 세계시민교육 실천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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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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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ations into Future Education

자유학기제에서의 세계시민교육 실천과 가능성

윤노아 (이화여자대학교)

The Practice and Possibility of Global Citizenship Education in the Free Learning Semester

Noah Yoon (Ewha Womans University)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how middle school teachers who value 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 working in formal school contexts are educating their students about global citizenship in the free learning semester. Based on a case study approach, this qualitative study investigated teachers' learning goals and instructional practices alongside their orientations in teaching GCE in their classroom settings. Combining an analysis of documents including lesson plans and students' reports, classroom observations, as well as semi-constructed interviews with five in-career teachers currently teaching GCE. The researcher found that teachers' actual practices emphasizes (1) seeking a transformative paradigm based on learner-centered, (2) encouraging social and emotional perspective as well as behavioral activities; (3) categorized into soft versus critical global citizenship categories. The findings of this study provide empirical insights into the status and practice of educating Korean students in critical global citizenship, which has been under-explored until now.

Key words: critical global citizenship, global citizenship education, case study, free learning semester, teachers’perception and practice

Ⅰ. 서론

21세기 세계화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촘촘한 연결망인 상호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 빈곤, 인권, 보건, 평화, 교육 등은 한 개인이나 국가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전 지구적 이슈가 되었다. 또한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적·전 지구적 차원에 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세계시민의 양성과 세계시민의식 함양의 중요성이 점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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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2015년도에 인천 선언을 통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글로벌 교육의제의 하나로 세계시민교육을 상정한 것은 이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시대적 당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김진희, 2015; Tawil, 2013, UNESCO, 2014).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교육부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의 활성화를 위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한 세계시민교육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보급하고, 세계시민교육 선도 교원 양성에 대한 지원을 2015년도부터 이어오고 있다(교육부, 2017). 그러나 막상 한 국의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학생들의 세계시민성을 함양할 수 있는지 모호하다 는 실천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이윤주, 2016).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교사의 이해와 인식의 정도가 낮고, 수업 효능감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김태준 외, 2010; 이 성회 외, 2015). 2015년 전국의 초·중등교사 1,968명을 대상으로 한 세계시민교육 실 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지각 정도와 개념에 대한 이해에 대해 설 문에 참여한 교사의 60% 이상이 세계시민교육에 대해 ‘전혀 들어 본 적이 없거나 들 어 본 적은 있지만 잘 모르겠다’고 응답하였고, 61.9%에 해당하는 교사는 ‘세계시민 교육을 가르쳐 본 경험이 없다’고 답하였다(이성회 외, 2015). 국가별 비교에서도 교 사의 실천적 어려움을 알 수 있다. 38개 ICCS(International Civic and Citizenship education Survey) 참여국과 시민교육체제의 전반적 특성을 국제 비교한 연구에 따르 면 한국의 교사들은 세계시민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권', '타문화 및 타인종', '이민과 이주', '지구공동체와 국제기구'와 같은 항목에서 교수법적 자신감 점수가 ICCS 참여국 전체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였다(김태준 외, 2010). 한국 교사들이 세계시 민교육 관련 주제에 대해 가르치는 일에서 대만, 영국, 태국, 핀란드 등 다른 국가 교 사에 비해 자신감이 낮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사회와 국가의 정책적 관심에 비해 교사들의 실천적 관심과 자신감이 미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는 교수자의 교육철학적 변화와 관심, 다양한 교수·학습방법 및 콘텐츠 개발, 우 수한 교사들의 사례 공유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적 토대를 마련할 필요성을 제 기한다(윤노아, 2019; 이성회, 2016; 조윤정 외, 2018; Choi & Wegner, 2015;

Gaudelli, 2016).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의 이론과 개념에 대한 논의가 풍부하게 이루어 지는데 비해 학교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실증적 연구 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윤노아·최윤정, 2015). 최근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교육 프 로그램 개발 및 제안(김경은·이나라, 2012; 박남수·정수권·서경석, 2007; 옥일남, 2014; 장혜정, 2012; 박현미·안미리, 2015; 한희경, 2011), 세계시민교육의 의미 및 효과 분석 연구(김명정 외, 2013; 김진희·임미은, 2014; 최정숙·조철기, 2009), 세 계시민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및 태도 탐구(박순용·강보라, 2017; 이성회, 2016;

조대훈·조아라, 2013)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개별 교사들이 어떻게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교사들의 인식과 실천을 중심으로 학교 현 장에서 실행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에 관한 질적 사례연구(case study research)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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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하였으며(Creswell, 2013), 학교 현장과 교실의 맥락적 상황, 수업 내용과 교수·학 습방법 등을 총체적,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연구자의 박사 학위논문(윤노아, 2019)을 위한 연구 수행 과정에서 수집한 일차적 자료를 본 연구의 주제에 맞게 새롭게 추가·분석·제시한 것이다.

특히 2016년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통해 세계시민교육을 실 천하는 교사들의 경험을 조명함으로써 학교 현장에서의 세계시민교육의 가능성을 탐색 하고자 하였다. 자유학기제의 일차적 목적은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탐색할 수 있는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과정의 운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 교육과 정 편성 및 운영의 유연화, 교수·학습방법의 다양화, 과정 중심 평가 방법으로의 패 러다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곽병선, 2013; 교육부, 2013; 박현미·안미리, 2015).

이는 수동적 수용자인 학습자가 아닌 능동적인 학습자를 상정하고, 결과 중심의 주입 식 교육이 아닌 과정 및 문제해결 중심의 참여지향적·실천적 교육을 지향하는 변혁적 교육 패러다임인 세계시민교육의 지향점과도 일치하는 것이다(이성회 외, 2015; 조대 훈·조아라, 2013; 조윤정 외, 2018).

이에 본 연구는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 학교 상황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어떻게 이루 어지고 있는지 구현되는 과정을 탐색함으로써 현장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세계시 민교육에 대한 이해를 돕고 향후 세계시민교육의 실천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자 한다. 교육 현장에서의 실행과 한계를 파악할 수 있다면 향후 세계시민교육의 정책 적 방향성과 교사교육을 위한 실천 과제를 도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1. 학교 교육에서의 세계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에 대한 개념적 정의는 다양하게 이루 어지고 있다. 이는 정부, 학교, 비정부기구, 학자, 기업 등이 자신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세계시민교육을 정의내리고 있기 때문이다(Gaudelli, 2016). 따라서 추상적이고 때로는 논쟁적 개념이기도 한 세계시민교육을 학교 교육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 다 구체적인 개념적 틀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이성회 외, 2015; 조윤정 외, 2018).

각국 현지의 교육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세계시민교육의 개념틀을 제시한 유엔교 육과학문화기구(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 UNESCO)에 따르면 세계시민교육은 “보다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관용적이고, 포용 적이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지식, 기술, 가치·태도를 함양하는 패러다임”이다(UNESCO, 2014: 16). 30년 가까이 세계시민교육 을 지원하고 있는 영국의 NGO 단체인 옥스팜은 “빠르게 변하고 상호의존적인 세상에 서 학습자들의 삶의 도전과제와 기회를 비판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틀”

이라고 제시하고 있다(OXFAM, 2015: 5). 즉 학교 교육현장에서의 세계시민교육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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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 제도, 행위를 배우고, 다양하고도 복잡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의미 있는 행 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추구하는 교육과정이다(Gaudelli, 2003). 또한 인류의 보편적인 평화와 인권, 그리고 다양성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학습하고 가치를 내면화시키며 책임감 있는 태도를 배양하는 교육이기도 하다(교육부, 2015).

이러한 논의를 종합, 분석하면 학교 현장에서의 세계시민교육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전통적 교육패러다임이 기존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교육을 지향하였 다면 세계시민교육은 교육으로 기존의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고자 하는 변혁적 교육패러다임의 특징을 갖는다(이성회 외, 2015; 조대훈·조아라, 2013; 조윤정 외, 2018; Subedi, 2010). 변혁적 교육패러다임은 기존의 교육패러다임에서는 강조되지 않 았던 실천과 참여를 통해 자신과 국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동시에 학습자의 태도와 교육과정에서의 변화에 주목한다. 전통적 교육패러다임이 결 과 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통해 학습하는 수동적 수용자인 학생을 가정하였다면, 변혁 적 교육패러다임에서는 과정 및 문제해결 중심의 참여지향적이고 실천적인 교육을 통 해 능동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는 학습자를 상정하고 있다(이성회 외, 2015: 26).

둘째, 세계시민교육은 세계 문제의 인지적 확장에 그치지 않고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역할 및 책임의식을 함양하고자 노력한다 (Gaudelli, 2016; Merryfield & Wilson, 2005; OXFAM, 2015). 이에 교사는 교육과정에 서 빈곤, 인권, 평화, 기후변화 등의 글로벌 이슈를 다루면서 동시에 전 지구적 문제 에 대한 학생들의 공감을 높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적·전 지구적 차원의 참여에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UNESC0(2015)에서 제시한 세계시민교육의 개념틀 가운데 책 임감 있게 행동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실천)적 영역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셋째, 세계시민교육은 학습자들이 보편적 인류애에 기초하여 전 세계적 차원의 집단 적 연대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여야 한다는 도덕적·규범적 열망에 기초한다(김 진희, 2015; UNESCO, 2015). 그러나 신자유주의 담론이 우세한 정치·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때, 국익과 개인의 경쟁력이 우선시되는 교육적 풍토에서 이러한 세계시민교육 의 목적이 어느 정도까지 실효성 있게 달성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달 성될 수 있는지는 논쟁적 주제이다(윤노아·최윤정, 2017; Cho & Mosselson, 2017;

Subedi, 2010). 불평등한 세계 체제와 정의롭지 않은 문제들, 주변화된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세계화에 따른 상호연계성과 도덕적 윤리만을 강조하는 세계시민교육은 서구 중심의 제국주의적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Andreotti,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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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교 현장에서의 세계시민교육 선행연구

최근 한국의 학교 현장에서의 세계시민교육을 다루고 있는 선행연구는 크게 (1) 학 교 교육현장에 적용 가능한 교육 활동 소개, (2) 세계시민교육의 의미 및 효과 분석, (3)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및 태도 탐구, (4) 세계시민교육 실천 사례 연구의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표 1. 학교에서의 세계시민교육 실천과 관련한 국내 선행연구

연구 범주 연구자 연구 내용 및 결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소개

김경은・이나라(2012)

4 단계(세계와 나의 관계 맺기, 문제 이해 및 공감, 해결방법 모색, 자기 평가)에 거쳐 적용할 수 있는 중학교 사회 수업방안을 개발, 제시함 박남수・정수권・서경석

(2007)

지역사회(대구)와 연계한 글로벌교육 접근 모형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구체적인 수업지도안으로 제 시

옥일남(2014)

세계적 시각 및 관점 교육, 문화 간 이해 교육, 세 계 체제 교육, 세계적 문제나 이슈에 대한 교육을 위한 각각의 수업을 설계하고 교수학습지도안을 제 시함

장혜정(2012)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내용 구성 준거를 도출하고 초등 사회과에서 활용 가능한 웹사이트 형태의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함

박현미・안미리(2015)

세계시민성 함양을 위한 핵심요소(인류애, 글로벌 정체성, 글로벌 사회참여)를 선정하고 8 차시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및 교수학습 과정안을 구상함

한희경(2011)

세계지리의 교과목표를 비판적 시민성의 함양으로 설정, 주요 개념을 비롯한 재구성의 방안을 구상하 여 경계 지역으로서의 지중해 지역을 사례로 내용 재구성의 실례를 보여줌

세계시민교육의 의미 및 효과

분석 연구

김명정 외(2013)

한국을 비롯한 아세안 청소년들의 세계시민의식을 인류애, 글로벌 정체성, 글로벌 참여의 항목을 기준으로 조사하여 분석함

김진희・임미은(2014)

외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정여행 읽기 중심 수업을 진행, 인권, 경제, 문화, 정치, 환경 영역을 학습하고 이후 면담을 통해 학생들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탐구, 세계시민교육 활성화 방안을 제시함

최정숙·조철기(2009)

중학교 사회교과서와 영국 지리교과서에서 커피와 관련된 내용을 비교 분석하여 중학교 1학년 사회교 과서의 텍스트를 재구성, 중학교 학생들에게 수업 을 실시, 이후 사후 설문을 2차례에 걸쳐 실시함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및 태도

박순용·강보라(2017)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를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 교사들이 인식한 세계시민교육의 의미와 동기, 학교 현장에서의 방해 요소 등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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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노아(2019)와 이성회 외(2015)의 내용을 재구성한 것임

국내 학계에서 세계시민교육 실천 연구는 주로 거시적이고 이념적인 차원에서 이루 어져 왔다(윤노아·최윤정, 2015; 이성회, 2016). 세계시민성 및 세계시민교육의 개념 과 구성요소를 탐구한 이론 연구는 향후 교육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어떠한 방향으 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세계 시민교육에 대한 이론적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상황에서 개념에 대한 논쟁적 논의는 이론과 실천 간 괴리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2000년대 후반부터 학교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을 교실에 서 적용하는데 도움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소개하는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김경은·이나라, 2012; 박남수·정수권·서경석, 2007; 옥일남, 2014; 장혜정, 2012;

박현미·안미리, 2015; 한희경, 2011). 또한 실행 연구 결과를 분석하여 세계시민교육 의 결과와 효과를 제시하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김명정 외, 2013; 김진희·임미은, 2014; 최정숙·조철기, 2009). 이러한 연구들은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수업계획과 지도안과 같은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세계시민교육을 통한 학생 들의 유의미한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실질적인 교수학습 방법과 목표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이 실제 학교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천 되고 구현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세계시민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인식 및 태도를 탐구하고(박순용·강보 라, 2017; 이성회, 2016; 조대훈·조아라, 2013), 학교 현장에서의 실천 사례(이성회 외, 2015; 윤노아, 2019; 조윤정 외, 2018)를 탐구하는 연구물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 러한 연구들은 현장에서 교육을 수행하는 교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교사의 실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교와 교육과정, 제도의 맥락적 배경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있 다(Gaudelli, 2016).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에서 세계시민교육과 관 련된 현장 연구는 이론적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양이 많지 않으며, 비교적 최근

이성회(2016)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 교사들이 이해하는 세계시민교육의 개념 및 실천에서의 특징을 기술함

조대훈・조아라(2013) 면담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관점을 이해하고 수업을 분석하여 향후 연구과제 제시함

세계시민교육 실천 사례 연구

이성회 외(2015)

세계시민교육 특별지원학교로 선정된 중학교 사례 연구에서 창의적 체험활동과 비교과 활동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는 교사 및 학교 문화를 제시함

윤노아(2019)

세계시민교육에 능동적인 사회 교과(군) 교사들의 면담 및 수업 관찰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어떻게 유형화될 수 있는지 분석함 조윤정 외(2018)

세계시민교육의 의미를 재개념화하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각각 이러한 개념에 따라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사례를 분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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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루어지기 시작함을 알 수 있다. 세계시민교육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교사들의 관 심 및 관점이 모두 다르고, 세계시민교육이 실행되는 개별 학교의 실태와 환경이 상이 함을 고려하였을 때, 세계시민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육현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교사들의 실행 연구(action research), 세계시민교육의 다양한 실천 사례, 현장 교사들이 경험하는 실패 및 성공의 공유 등 다양한 경험적 연구들이 축적될 필요가 있 다(윤노아·최윤정, 2015).

Ⅲ. 연구 방법

본 연구에서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세계시민교육을 실행하는 교사들의 세계시민교육 에 대한 인식과 실천 경험을 탐구하기 위하여 사례연구방법(Case study research)을 활용하였다. 사례연구방법은 질적 연구방법 접근의 한 가지로써 ‘자유학기제에서 세 계시민교육을 실천하는 교사’와 같이 하나의 현장이나 맥락과 같은 경계를 가진 체계 내에서 하나 이상의 사례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에 좋은 접근이다(Cresswell, 2013;

Patton, 2017). 또한 사례연구방법은 연구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사건, 현상, 혹은 사회적인 단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으로 이용될 수 있다 (Merriam, 1998; Yin, 2014).

본 연구의 대상자인 교사들은 연구자가 관심을 둔 자유학기제 교육과정에서의 세계 시민교육 실천에 대해 풍부한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하거나 통찰력을 줄 수 있는 사례로 써 의도적 표집(purposeful sampling)되었다(Cresswell, 2013). 연구 참여자들은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임명한 세계시민교육 선도 교사이거나 세계시민교육 연구학교 및 지원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실행하고 있어 주변 교사 혹은 전문가로부터 추천을 받은 교사이다. 구체적인 연구 참여자의 정보는 다음과 같다.

표 2. 연구 참여자 정보

성명(가명) 교과목 학교 교직경력 수업명

윤덕수 사회 경기 A 중학교 18년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기

이승원 도덕 경기 B 중학교 20년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기

유연서 영어 인천 E 중학교 20년 BOOK으로 세상을 소통하다

하인진 영어 서울 C 중학교 17년 지속가능한 세상

설소희 사회 경기 D 중학교 27년 실천하는 세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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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교사는 총 5명으로 모두 2018년에 자유학기제 주제 선택 수업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모두 서울을 비롯하여 경기, 인천 지역의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며, 교직경력이 17년 이상이었다. 담당한 교과는 도덕, 사 회, 영어이며, 이 가운데 4명의 교사는 세계시민교육 선도 교사 활동을 하였고, 1명의 교사는 세계시민교육 교과서를 집필 과정에 참여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은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반구조화된 면담, 관찰, 문헌 자료 의 수집을 통해 이루어졌다. 면담 문항은 세계시민교육 관련 경험(교수경험, 연수, 여 행, 봉사 등), 인식(개념 및 목표, 필요성, 취지), 교수·학습과정(수업 목표, 주제 선택, 교수법, 내용 구성, 활동, 교사 역할, 학생 반응 및 변화), 지원 방안으로 구성 되었으며, 이를 기초로 약 1시간에서 1시간 15분의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윤덕수, 이 승원, 유연서, 설소희 교사의 추가 면담을 포함하여 총 9회의 면담이 진행되었으며, 모든 내용은 연구 참여자의 자발적인 동의에 따라 녹음 및 전사되었다. 이후 연구자는 총 5회에 걸쳐 윤덕수, 유연서, 설소희 교사의 수업에서 교사의 수업 주제 및 교수학 습방법 구성, 수업 실행의 모습을 관찰하였다. 또한 교수·학습 지도안, 자유학기제 수업 자료, 학생 활동 결과물 등을 함께 수집하고 이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삼각검증법 (triangulation)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의 실행 과정에 대한 통찰을 얻고 해석의 신뢰를 높이고자 하였다(Patton, 2017). 이후 면담 전사 자료와 교사의 수업 관찰자료, 교 수·학습 자료, 학생들의 활동 결과물 등을 함께 반복적으로 비교, 분석하며 ‘개방 코딩’, ‘범주화’, ‘범주 확인’ 단계를 거치며 자료 안에 내재된 의미와 패턴을 찾고자 하였다(Bogdan & Biklen, 2007).

Ⅳ. 연구 결과

본 장에서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사 례 분석을 통해 도출된 세 가지의 주제를 중심으로 결과를 기술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학습자 중심의 변혁적 교육패러다임 실천이며, 두 번째 주 제는 전 지구적 쟁점에 대한 인지적 확장뿐만 아니라 사회·정서적 공감 및 실천을 추 구하는 세계시민교육 과정의 발견이다. 세 번째 주제는 교사의 개인적 경험과 가치관 에 따라 연성적(soft) vs. 비판적(critical)로 유형화되어지는 세계시민교육의 모습이 다.

1. 변혁적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자유학기제라는 공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시민교육의 변혁적 교육패러다임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 라 과정 및 문제해결 중심의 참여 지향적 교육과정을 지향한다(이성회 외, 2015). 본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은 자신이 추구하고 실천하는 세계시민교육을 변혁적 교육이라고 해당 개념을 명시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 실천과정에서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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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나 가치를 주입하는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느끼 고, 공감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었다. 수업 에서는 교사 자신의 관점으로 결론을 내줄까봐 주의하였고,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수 동적 학습이라 생각하고 이보다는 직접 밖으로 나가 학생들이 실제로 보고, 느끼고, 만지는 교육을 제공하고자 노력하였다.

절대로 제가 조심하는 것은 제가 가진 관점으로 결론을 내줄까봐.. 주입하는 거 라면 안하는 게 낫다. (중략) 세계시민교육이라고 해서 제가 아이들에게 뭔가를 막 가르쳐서.. 물론 지식적인 걸 가르칠 건 있지만 그런데 이렇게 해야 해, 가치 를 결정지어주지 않으려고 경계하고 있어요. (유연서 교사)

영화도 지극히 수동적이죠. 제 수업의 초점은 직접 경험하는 거죠. 너희가 세계 시민이니까 글로벌한 환경도 경험해보기 위해서.. 저는 인천국제공항에도 데리고 가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예산과 시간이 충분하다면.. 공항에 가서.. 세계화의 빛 나는 모습도 보여주고.. 외국인 노동자와 컨택이 돼서 강의하고 라포가 형성된다 면.. 그 분의 집을 방문해도 되는 거고.. 그럼 아이들은 충격 받겠죠.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파트에 사는데.. 어린 아이지만 세계화의 빛도 보고 그늘도 보고 그러 면 좋을텐데.. (윤덕수 교사)

이처럼 교사는 학생들이 전 지구적인 이슈나 문제를 스스로 파악하고 경험하도록 하 는 학습자 중심의 세계시민교육을 추구하였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제약 조건에 직면했 다. 지필 평가와 수업 진도로 인해 프로젝트 학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 는 상황, 같은 교과목을 담당하는 다른 교사들과의 내용 및 평가의 형평성 문제, 평가 에 나오지 않는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감은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가진 교사들조 차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는 세계시민교육을 자발적 으로 수행하는 교사들이 제시한 현실적 딜레마와도 일치하는 것이었다(이성회, 2016).

그런데 교육과정 혁신의 일환인 자유학기제는 교사들에게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개인 적 이상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기회 요소가 되었다. 환경, 에너지, 인권, 난민, 문 화 등 교사 스스로가 원하는 주제에 게임, 토의, 토론, 영상 제작, 플래시몹, 견학, 캠페인, 봉사활동 등의 방법들을 적용할 수 있는 틈새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유학기제에서.. 그 때는 방편으로 삼았던 게 평가로 연결할 수 없는 활동들은 자유학기제로 많이 돌렸어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자유학기제 하는 학년을 맡고 그랬죠. 이 활동을 하고 싶어서. 수업에서 하고 더 아이들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거는 자유학기제로 돌려서 하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자유학기제에서 는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유연서 교사)

저는 자유학기제 좋아요. 아무리 사회교과서라 할지라도 그런 부분을 또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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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내거나 녹여내서하기가 쉽지가 않더라구요. 주제 선택은 정해진 시간이 있 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내용을 하니까 좋더라구요. (설소희 교사)

도덕 교과에도 세계시민 단원이 나와요.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나오는데 완전 히 달라요. 도덕 교과는 교육의 목적에 따라서 예를 들어 세계에 이렇게 힘든 사 람이 있어. 이 세계가 평화롭게 살게끔 해줘야 돼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면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기에서는 주도적으로 일정 부분의 가치 판단을 내리려고 하지 않고 영상 보여주고 활동 하고 소감 쓰고, 얘기해주고, 자기 팀에서 나온 의 견들 발표하고, 완전히 다르죠. 궁극적인 목적은 같지만 교과 수업은 아무래도 교 육 목적과 관련 되서 제한적이고 한계가 있고.. (이승원 교사)

자유학기제를 통해 변혁적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는 경험은 교육과정이 세계시민교 육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영어 교사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계시민성 함 양과 관련한 인권, 문화, 평화, 정의 등의 내용 및 주제를 교육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도덕 및 사회 교사들 역시 교과 수업보다는 자유학기제의 주제선택 수업 을 선호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이승원 교사의 이야기처럼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서

‘세계에 힘든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어야만 하고, 인류가 평화롭게 살게끔 해줘야 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 교사가 이를 피해서 수업하기는 어려웠다. 그렇 지만 자유학기제의 주제 선택 수업에서는 일정한 가치를 주입하는 강의는 최대한 미뤄 둔 채, ‘만약 세계에 이런 문제로 인해 힘든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라고 문제를 제 기한 다음 그와 관련한 영상을 시청하거나, 소감 쓰기, 토의, 발표 등의 과정을 거쳐 학생들이 스스로 충분히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회 교과(군) 교사들이 세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수업 시간보다 자유학기 제 주제선택 수업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서 명시적으로 제 시하고 있는 내용 및 가치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다. 국제고 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중학교로 전근 온 이후에 자유학기제에서 ‘세계시민으로 살아 가기’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윤덕수 교사는 국제고등학교에서 담당했던 ‘세계경제’,

‘세계정치’교과에서는 국제 관계에 대한 지식 전달에 집중해야만 했다고 언급하였 다. 반면 중학교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수업에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 보다는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연구자가 관찰하였던 수업에서 윤덕수 교사 는“제 3세계의 노동자를 위해서 양심적인 소비 결정을 해야만 해.”라고 가르치기 보 다는 게임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 3세계 노동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불평등한 세계 무역 체제로 인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부여받지 못해 분노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 록 수업을 구성하였다. 이후에 학생들은 “야, 우리 서로 생각 좀 해주자.”, “제도 를 바꿔야 해.”, “너도 내 입장이 되어봐.”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자유학기제를 통한 학생 중심의 변혁적 세계시민교육은 교사 스스로에게 만족도가 높았으며,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도 측면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연구자가 방문했던 A 중학교에서는 학기 말에 주제선택 수업에 관한 학생들의 만족도 평가 결과가 벽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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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되어 있었는데,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기’ 수업은 모든 주제선택 프로그램들 중에 서 학생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학생들의 소감 가운데‘다시 듣고 싶 은 수업’이라는 항목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학교에서‘실천하는 세 계시민’이라는 수업을 진행하는 설소희 교사 역시 해당 수업을 아이들이 흥미로워한 다며 “올해도 제일 먼저 마감이 됐다.”고 이야기하였다. 연구자 역시 관찰하였던 세 계시민교육 수업에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세계시민교육이 자유학기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모색될 수 있음을 기대하 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2. 사회·정서적 공감과 존중, 책임감이 강조되는 세계시민교육

자유학기제라는 기회를 통해 학생 참여 중심의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할 수 있었던 교 사들의 수업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사회·정서적 영역의 세계시민교육이 두드 러진다는 것이다(UNESCO, 2015). 물론 세계화로 인한 정치·경제적, 문화적 상호연계 성, 세계 인권 선언, 공정무역, 탄소 발자국, 문화적 다양성 등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 은 세계시민교육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런데 교사들은 개념이나 지식의 양보다 수업에 서 학생들이 세계 수준의 공동체와의 상호연계성을 느끼고, 전 세계적 이슈에 공감하 고 이에 책임감을 가지며, 서로의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 함양을 강 조하였다.

그림 1. ‘BOOK으로 세상을 통하다’수업 자료

위 <그림 1>에 나타난 동화책은 유연서 영어 교사가 ‘Book으로 세상을 통하다.’수 업 교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앉아“What does it mean to be green?”, “What does it mean to be kind?”, “What does it mean to be global?”

의 동화책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나가며 환경, 배려, 상호연계성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그림에 비해 글 밥이 적은 동화책은 동기를 부여하는 좋 은 도구로 활용되고 있었다. 유연서 교사의 동화책 읽기 수업의 궁극적 목표는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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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학생들 스스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유연서 교 사는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져야 이후에 학생들이 스스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과정이 이루어짐을 강조하였다.

하인진 영어 교사는 ‘지속가능한 세상’수업의 맨 첫 시간에 학생들이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털실을 이용하였다. 털실 뭉텅이를 한 학생이 차례차례 다른 학생에게 던지면서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털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 는 활동이었다. 마지막에 교사가 한 쪽에서 털실을 잡아당기면서 “어때? 내가 이쪽에 서 끌어당기면 그 쪽에서 아프지? 이렇게 세계도 다 연결이 되어 있는 거야.”라고 이 야기했다. 처음에 활동의 목적을 모르고 털실 뭉치를 던지며 즐거워하던 학생들은 그 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 2. ‘지속가능한 세상’에서의 인권 문제 수업지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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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 2>는 하인진 교사가 세계 인권 문제를 다루었던 수업 시간의 수업지도안 내용이다. 하인진 교사는 학생들에게 미리 장애인, 조혼을 해야 하는 어린 여성, 난 민, 대한민국 중학생, 전쟁고아, 외국인노동자 등 각기 다른 역할을 부여하였다. 교실 의 의자를 깨끗하게 정리한 후에는 학생들이 눈을 감고 교실의 맨 뒤쪽에 일렬로 서도 록 했다. 이후에 교사는 “나는 마음대로 휴가를 갈 수 있어.”, “나는 안전하게 거 리를 다닐 수 있어.”와 같이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였다. 학생들은 각기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에 따라 해당하는 행동이 가능한 사람만이 한 발 앞으로 나올 수 있었다.

10여 가지의 조건들을 교사가 모두 이야기한 후 마지막에 학생들이 눈을 떴을 때, 학 생들은 앞으로 많이 나와 있는 친구와 그렇지 못한 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교사가

“앞으로 나오지 못하는 친구가 왜 못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학생들은 “이 건 불공평해요.”, “저는 집이 없잖아요.”등 자신의 생각을 봇물 터지듯이 이야기하 였다. 활동 이후에는 자신이 역할을 맡았던 사람의 입장에서 살면서 그 사람의 뇌 구 조도 그려보고,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는 과제를 제시하였다. 학생들은 세계인권선언의 탄생 배경이나 인권 조항에 대한 강의를 듣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전혀 고려해보지 않았던 사람의 입 장이 되어 속상해하거나 울분을 터뜨리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승원 교사 역시 가난과 빈곤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른 나라의 빈곤과 아픔 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학생들이 좋아 하는 축구공 만들기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제3세계 아동들이 축구공을 만 들기 위해 겪는 노동 착취 문제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축구공을 만든 이후 겉 표면에 수업에서 깨달았던 감정과 생각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쓰면 서 표현하였다.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고 축구나 만들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축구공 을 만드는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였다. 이는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 다른 나라의 친구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감을 높이고자 한 이승원 교사의 목표가 반영된 것 이었다. 아래 <그림 3>은 이승원 교사의 축구공 만들기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결과 물이다. 학생들은 축구공 표면에‘우리가 가지고 노는 몇 십만원짜리 축구공을 노동자 들은 그에 대한 대가로 100원을 받는다.’나 ‘공정무역 합시다.’라는 글귀를 적었 다. 학생들은 전 지구적 상호연계성이라는 개념을 학습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들의 삶과 다른 나라 아동들의 삶을 이어주는 축구공을 매개로 이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 3. ‘축구공 만들기’의 수업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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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수업에서 윤덕수 교사는 학생들이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 로 손으로 음식을 먹는 활동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인도식 문화 체험에서는 학생들이 짜장 볶음 컵라면을 준비하고, 이를 맨 손으로 먹었다. 윤 교사는 “머리로 배운 것은 잊어버리지만, 체화된 경험은 잊혀 지지 않는다.”며 맨 손으로 먹는 활동을 통해 타 문화를 손가락으로 느끼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우리가 그 사람들 공감을 하려면.. 그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되잖아 요. 일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삶을 들어봐야 하는데.. 저도 아 직 외국인 노동자가 고양시에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연애하며, 어떻게 밥을 해결 하고, 어떻게 월급을 받고, 어떻게 착취당하는지에 대해서 기사로만 접하지 직접 듣지를 못했어요. 그 사람들의 굳은 기름때 묻은 손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아이들 과 보고 그렇게.. 아 이 사람들 왜 이렇게 고생을 할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져도 좋죠. 그건 글자를 읽는 것과 신문에서 보는 것과는 격이 달라요. 체험을 하면 완 전히 달라져요. (윤덕수 교사)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해당 문제에 공감하기 위해서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 한 다고 이야기하는 윤덕수 교사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사들의 수업에서는 세계 이슈의 이해나 교과 내용 기반의 개념 학습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공감, 존중, 배려, 책임감과 같은 사회적·정서적 측면의 세계시민성이 주요한 목표로 자리 잡고 있었다.

3. 교사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범주화되는 연성적 vs. 비판적 세계시민교육

자유학기제를 통해 세계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던 교사들의 수업에서는 학습자 중심의 변혁적 세계시민교육 및 공감 및 존중, 책임감 함양을 위한 사회적·정 서적 영역의 중요성이 공통적으로 부각되어 나타났으나, 수업 내용 및 활동의 구성은 교사의 개인적 경험 및 가치관에 따라 연성적(soft) 세계시민교육과 비판적(critical) 세계시민교육으로 유형화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Andreotti(2006)에 따르면 연성적(soft) 세계시민교육과 비판적(critical) 세계시민 교육의 차이점은 전 세계적 상호의존성의 전제가 무엇인지, 세계 문제를 어떻게 규정 하고 있는지, 문제의 본질이 무엇에 있는지, 세계시민교육의 목적 및 전략이 무엇인지 등 의 측면에서 나타난다. 연성적(soft) 관점의 세계시민교육에서는 전 세계적 상호의 존성의 의미를 서로 동등한 연결로 보는 반면, 비판적(critical) 관점의 세계시민교육 에서는 이를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내포한 비대칭적 세계화로 간주한다. 또한 연성적 관점에서는 제3세계의 경제적 빈곤과 사람들의 무력감이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 러한 관점을 수용한 세계시민교육에서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그들의 결핍 을 공감,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 반면 비판적 관점에서는 중심부 국가의 주변국 착취, 차별적인 경제 구조로 인한 불평등과 부정의를 문제로 규정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 의 세계시민교육에서는 제3세계를 돕는 것이 아니라 체제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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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모두의 성찰과 개입이 요구된다.

위의 Andreotti(2006)의 관점에 따르면, 본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의 세계시민교육 역시 연성적 관점과 비판적 관점으로 범주화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먼저 하인진 교사의‘지속가능한 세상’, ‘세상의 모든 문화’수업과 유연서 교사 의 ‘BOOK으로 세상을 통하다’수업은 연성적 관점의 세계시민교육의 특징이 드러났 다. 연성적 관점을 가진 교사들은 세계시민교육의 목적 및 필요성을 묻는 면담에서 상 호 연대와 평화, 존중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세계시민교육은)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우리가 혼자 풀 수 없고, 다 같이 해야 한다고 하는 의식도 있어야 하고.. 그걸 하기 위한 지식도 필요하고, 기술도 필요 한 측면인 것 같고.. 국제 교류는 세계시민교육이라는 것의 일부로서 그러기 위해 서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하인진 교사)

세계시민교육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만큼 타인도 소중히 여기며, 주변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만 드는.. (유연서 교사)

상호 연대와 평화, 배려와 존중의 가치는 수업 내용에 반영되었다. 아래 <표 3>에 나타난 바와 같이‘지속가능한 세상’의 수업 주제 및 내용은 ‘세계화와 상호 연관 성, 공정무역, 인권, 탄소 발자국, 환경, 물은 누구의 것인가, 다양한 국제기구, 세계 시민선언’으로,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인식, 공감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모색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인식 및 행동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차별적인 세계 체제나 불평등, 부정의에 대한 문제의식 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례로 공정무역의 주제를 다루는 수업에서는 공정무역의 필요 성을 차별적인 세계 무역구조로 인한 불평등 문제 개선보다는‘나’의 윤리적 소비를 통해 ‘그들’을 돕는 것에 두고 있었다.

표 3. ‘지속가능한 세상’의 수업 주제 및 내용

수업 주제 내용 및 활동

세계화와 상호 연관성 털실 게임,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공정무역 바나나 게임, 공정 무역 실천하기

인권 난민 인권 변호사 특강, 인권 보호 기관 조사, 세계 인권 선언 탄소 발자국 탄소 발자국 측정하기, 저탄소 생활 계획하고 실천하기, 탄소 배출권

환경 지속가능한 환경, 지구를 살리는 방법 World cafe 물은 누구의 것인가 물 부족 이야기, 물 절약 방법 계획하고 실천하기

다양한 국제기구 세계의 많은 기념일들 알아보기, NGO 만들고 발표하기 세계시민선언 세계 시민으로서 나의 모습 알아보기, 세계 시민 여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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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중학교에서 이루어지는‘세상의 모든 문화’수업의 경우, 중립적인 인류학자와 같 은 교수전략을 활용하는 ‘지적인 여행자·방랑자’유형이 두드러졌다(나장함·조대 훈, 2017; Roman, 2003). 교육과정에서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세계시민성 담론의 유형 가운데‘지적인 여행자·방랑자’에서 학습자는 자신과 다른 타인의 일상의 문화에 여 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활동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 아래

<표 4>에서도 알 수 있듯이‘세상의 모든 문화’의 내용 및 활동은 세계의 다양한 음 악, 놀이, 문화, 화폐, 음식 등을 조사, 비교, 감상, 발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과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업은 낯선 타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데 그치고, 이미 익숙한 자신의 제국주의적 문화 관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성찰의 기 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로 이어질 수 있다(나장함·조대훈, 2017: 915).

표 4. ‘세상의 모든 문화’의 수업 주제 및 내용

한편 윤덕수 교사와 이승원 교사는 세계시민교육을 하면서 유의해야 할 지점에 대해 엘리트주의적인 입장에서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우리가 베풀고 그들은 시혜를 받는 이분법적 관계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윤 교사에게 세계시민성이란 글로벌 역 량을 가진 엘리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민주 시민에서 출발하는 것이었 으며, “영어를 잘하고, 국제적 매너를 익히는” 것을 세계시민성 함양으로 제한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승원 교사 역시 일부 NGO 단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세계시민교육이 특정 집단의 아이들을 빈곤하고 무기력한 이미지로 고착화시켜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 자 하는 방식에 저항하였다.

항상 세계시민교육하면 글로벌 역량만 얘기하는데 글로벌 역량은 공감의식이거 든요. 얼마나 민주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느냐.. 만약에 엘리트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세계문제에 접근하잖아요. 그럼 그것은 탑다운 방식이 되요. 나 는 베푸는 사람, 얘는 시혜를 받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그건 안 되잖아요. (윤 덕수 교사)

수업 주제 내용 및 활동

문화 감수성 알아보기 처음 들어보는 나라 조사하여 발표하기

세계의 모든 음악 각 나라의 민속음악 알기, REMAKE 음악의 세계 세계의 모든 놀이 1 각 나라의 민속놀이, 아시아 지역 놀이 “Tangram”

세계의 모든 놀이 2 각 나라의 실뜨기 놀이 비교하기, 놀이와 역사, 문화 관련성 알아보기

아시아 문화 탐험 아시아 문화 탐험

화폐와 역사 화폐 속의 문화적 가치 조사하여 발표하기

음식으로 알아보는 문화 다양한 파스타와 치즈의 세계, 쌀 문화의 다양한 모습 문화 다양성 지수 UP! 문화 다양성 지도 만들기 및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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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교육이라는 이름을 구호의 수단으로 도구화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거라 생 각해요.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어린이.. 말라서.. 뼈가 앙상하고 건강이 안 좋고.. 이런 걸 보여주는 거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 해요. 일정 부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편견을 고착화하는 거예요. (이승원 교사)

실제로 윤덕수 교사의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기’수업 내용 및 활동에서는 아래 <표 5>에 나타난 것과 같이 제3세계 노동 및 비정규직, 장애인 차별 등의 다양한 차별 사 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다. 공정무역의 이해 수업에서 윤덕수 교사는 학생들이 선 진국부터 이익을 취하는 무역 구조의 불평등한 상황을 경험하게 하고, 전 세계의 노동 자가 자신의 노동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가져가지 못하는 불공정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 해 등장한 거래 방식의 하나가 공정무역임을 소개하였다. 이는 세계화로 인한 무역체 제에서 비롯된 불평등 심화에 주목하는 비판적 관점의 특징이 나타나는 것이다 (Gaudelli, 2009).

표 5.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기’의 수업 주제 및 내용

설소희 교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원자력 발전의 이해라는 주제로 진행된 ‘실천하 는 세계시민’수업은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투영된 교과과정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Cho & Mosselson, 2017). 설교사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대체 에너 지 단원의 내용 서술을 비판적으로 인식하였다. 교과서에는 원자력 발전의 효율성이 제일 우수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장점에 치우친 나머지 사고 시 나타날 수 있는 환경 파괴의 영향력에 관한 서술은 축소되어 있었다. 심지어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적으로 기술한 교과서도 존재했다. 그런데 정규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원자력 사고의 원인 및 결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수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았고, 설교사는 이를 자 유학기제의 주제 선택 수업으로 구성하였다.

수업 주제 내용 및 활동

문화 다양성 인도 식문화를 통한 문화 다양성 이해(손가락으로 컵라면 먹기) 상호 신뢰 상호 신뢰 구축(인간 원 비틀기 및 눈감고 이동하기) 상호연결성 세계의 상호 연결성 이해(인간 정삼각형 만들어 보기)

환경 판야 나무 이야기를 통한 환경 교육(판야 나무 이야기 낭독하기)

공정무역 공정무역의 이해(바나나 분배 게임)

다양한 차별 사례 다양한 차별 사례 체험하기(다양한 차별 몸으로 직접 체험하기)

비정규직 문제 비정규직 문제 이해하기(영화 감상)

장애인 차별 인식 장애의 차별의 사례 이해하기(영화 감상)

세계인권선언문 세계인권선언문 낭독하기

시리아 난민 VR 렌즈를 통해 시리아 난민의 삶 체험하고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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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주제 선택 수업에서 학생들은 ‘후쿠시마의 10가지 교훈’이나 ‘우리 마을에 원자력 발전소가 생긴대요.’, ‘핵과 원자력’과 같은 책을 읽고, 원자력 발 전의 원리와 문제점에 대해 긴 호흡으로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에는 ‘후쿠시 마 원전사고 7년, 주민보호대책’이라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우리나라는 원전 사고 에 안전한가? 원전 사고에 대한 대책은? 주민들의 대처 방법은? 방사능 오염 처리 방 법은? 원전 개발을 계속해야하나?’와 같은 토의 주제를 학생들이 구성해 모둠별로 논 의하기도 하였다.

대체에너지는 환경과 지속가능성 문제를 제기하는 세계시민교육의 주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이에 환경 문제를 다각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를 고려한 학생들의 의사결 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장점만을 강조하는 교과서의 서술은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며, 한국이 우수한 원자력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관점 역시 국가주의적 담론의 영향력 아래 놓인 것이라 할 수 있다(Gaudelli, 2009). 설교사는 원자력 발전 을 주제로 환경 문제에 영향을 주는 다각적인 관점과 담론을 학생들이 심층적으로 탐 구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함으로써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우리 모두의 성찰과 개입이 요구됨을 깨닫게 하였다. 이는 세계 문제의 대상을 타자화하지 않고 스스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의 사례라 할 수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라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통해 교사들이 어떻게 세계시 민교육을 실천하고 있는지 질적 사례연구방법을 통해 탐구하였다.

연구 결과, 교사들은 세계시민교육의 실천 과정에서 특정 내용이나 가치를 주입하는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탐구하고, 해결방 안을 모색할 수 있는 학습자 중심의 변혁적 교육패러다임을 추구하였다. 또한 교사들 은 개념이나 지식의 양보다 상호연계성을 느끼고, 글로벌 이슈에 공감하고 이에 책임 감을 가지며, 서로의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정서적 영역의 목표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러한 교사들의 인식 및 수업은 교사들의 개인적 경험과 관점에 따라 연성적 세계시민교육과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으로 유형화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의 세계시민교육에 대해 다음의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세계시민교육 기회요인으로서의 자유학기제의 의미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하였으나 국가 교육과정과 평 가라는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교사들에게 자유학기제는 주요한 기회 요인으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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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고 있었다.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싶 은 교사들은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학년을 일부러 맡기도 하였다. 자유학기제에서는 주제선택활동 수업의 주제와 세부 내용을 교사가 구성할 수 있고, 평가에서 동료 교사 와의 형평성 문제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연구 참여자들이 지필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을 아우르는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할 수 있었 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시간 찾기’의 딜레마에 빠졌던 교사들 이 자유학기제라는 시간을 찾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이성회, 2016). 이를 통해 제 도적 측면에서는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의 장(field)을 보장하는 것이 세계시민교육의 활성화에 중요한 요인이 됨을 알 수 있다. 자유학기제와 유사한 모형인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에서도 수업 내용 및 방법에 대한 보다 많은 재량권의 부여가 세계시민교육의 활발한 실행으 로 이어지고 있었다(Byan & Bracken, 2011).

이러한 특징은 자유학기제 세계시민교육 수업에서 학생 중심의 교수학습방법의 활용 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실천과 참여를 도모하는 변혁적 세계시민교육의 실현으로 나타 났다. 이는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방법과 과정 중심의 평가를 지향하는 거시적인 교육과정의 흐름이 자유학기제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 수업에서의 변혁적 세계시민교육 실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세계시민교육의 활성화 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세계시민성 함양 을 위한 주제와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다(김경은·이나라, 2012; 이윤주, 2016). 그러 나 국가 교육과정과 내용은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담론을 폭넓게 수용하지 못 한다는 한계 역시 가지고 있다(Subedi, 2010). 본 연구의 결과는 교사들의 다양한 세 계시민교육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한 교육과정과 변혁적 교육패러다임으로의 변화 가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2. 연성적 관점과 비판적 관점 사이의 간극

본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의 인식과 수업에서는 Andreotti(2006)가 제시한 연성적 관 점과 비판적 관점의 세계시민교육의 간극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타인에 대한 존중, 배려, 공감, 보편적 인류애와 같은 사회적·정서적 세계시민성 함 양을 추구하였으나, 세계 문제에 대한 정의와 주체, 해결방안의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 를 드러내었다.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수업 가운데‘세상의 모든 문화’와 같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둔 세계시민교육은 타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이를 이해, 존중하기 위한 기회는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익숙한 스스로의 제국주의적 문화 관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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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나장함·조대훈, 2017; Roman, 2003).

‘BOOK으로 세상을 통하다’, ‘지속가능한 세상’수업에서는 환경, 인권과 같은 세 계의 다양한 문제를 인식,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보다는 ‘그들’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나’의 노력, 지원, 인식 변화를 통 해 ‘그들’의 빈곤,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시도하였다. 이와 같은 문제해결 방식은

‘우리’와 ‘그들’의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를 나 눔으로써 의도치 않게 이러한 불평등을 지속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Andreotti, 2006; Cho & Mosselson, 2017). 세계 체제의 불평등과 부정의 문제들, 교육과정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주변화된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없이 세계화에 따른 상호연계성과 도 덕적 윤리만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세계시민교육은 자칫 서구 중심 의 제국주의적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 통로로 잘못 활용될 수 있다(Andreotti, 2006).

동시에 본 연구에서는 수업 주제 및 내용에 대한 자율성이 큰 자유학기제의 수업이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투영된 신자유주의적, 국가주의적 담론에서 벗어나 비판적 세계 시민교육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교사들은 자신의 신념이 나 교육관에 따라 국익이나 개인의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교육적 풍토와 교육과정 이념 에 따르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에게 내재된 차별적 문화를 성찰하거나 중심부 국가에게 이득이 되는 환경문제의 불평등한 해결 방안과 무역 체제의 문제점을 탐구하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이는 현장 교사들이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우세한 또는 제한된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다각적 관점의 세계시민교육의 주제와 문제를 절감할 수 있는 경험과 교육의 장을 확 대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제공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자유학기제라는 틈새가 교사들 에게 세계시민교육 실천 가능성을 제공하였듯이, 세계시민교육의 다양한 이론적 담론 을 경험하고 허용할 수 있는 틈새는 교사들이 연성적 세계시민교육과 더불어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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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본 연구는 세계시민교육의 가치를 인정하는 중학교 교사들이 자유학기제에서 학생들의 세계 시민성 함양을 위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탐구하였다. 질적 사례연구방법을 통해 교사들의 교수 목표와 교수 실행 방안 및 세계시민교육의 실천 동기를 조사하였다. 자유학기제에서 세계 시민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다섯 명의 교사들과의 반구조화된 면담, 수업 관찰, 교수 지도안과 학생들의 활동 결과물과 같은 문헌 분석을 통해 연구자는 교사들의 실제적 실천에서 (1) 학습 자 중심의 변혁적 교육패러다임 추구, (2) 사회·정서적 영역 및 실천적 행동의 촉진, (3) 연 성적 vs 비판적 세계시민교육으로의 범주화라는 특징이 나타남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 과는 현재까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던 경험적 연구를 통해 자유학기제에서의 세계 시민교육의 실천 과정에 대한 실증적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어: 비판적 세계시민성, 세계시민교육, 사례 연구, 자유학기제, 교사의 인식과 실천

교신저자: 윤노아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과

03760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길 52 Email: noah07@ewha.ac.kr

논문투고일: 2020년 1월 10일 심사완료일: 2020년 1월 22일 게재확정일: 2020년 1월 28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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