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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화랑도, 그리고 지구시민정신- 한반도 및 세계평화에 주는 함의 -김광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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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국학연구원, 경북 국학원, 경주시가 공동으로 2017년 11월 25일 개최한 '제1회 청소년 화랑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을 수정한 것이다.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지구경영학과 교수

- 한반도 및 세계평화에 주는 함의 -

김광린**

Ⅰ. 서 론

Ⅱ. 화랑도의 원류: 홍익인간사상

Ⅲ. 홍익인간사상과 화랑도 1. 개전일체의 생명존중사상 2. 화랑도와 홍익인간사상

Ⅳ. 화랑도와 지구시민정신

Ⅴ.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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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요약】

특정민족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으며 그 운행원리는 무엇이며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가, 그리고 우주 속에서 나는 무엇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등에 관한 인식, 곧 그 민족의 중심철 학이며, 이를 기반으로 사상 등 정신문화와 다양한 생활문화가 발전되어 나오게 된다. 우리민족의 경우 민족사의 시원에서부터 함께 해 온 홍익인 간이라는 수준높은 중심철학이 있었다.

홍익인간사상은 우리민족이 그 시원에서부터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실 천하고 축적해온 고유한 체험이자 중심철학이며, 공동체적 삶의 양식으 로, 한민족의 유전인자 속에 자리잡고 있는 집단무의식이다.

이러한 홍익인간사상은 단군조선의 후계국가의 하나인 신라로 전승되 었다. 홍익사상에 의하면, 우주만물은 근본원리인 ‘하나(一)’로부터 갈라 져(析) 나온다. 이는 우주만물이 ‘일가(一家),’ 곧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는 사실을 말하는 것에 다름아니고, 공동체 구성원 간 상생과 조화가 당 위라는 사실을 함축하는 것이다. 또한 근원생명으로서 ‘하나’의 속성을 우 주만물이 공유함을 의미한다. 특히 사람은 근원생명인 ‘하나’의 속성을 온 전히 공유한 존재이다.

사람이 ‘하나’의 속성과 품성을 완벽하게 내재한 존재이지만 이것이 사 람이 하늘과 땅보다 우위에 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사 람이 모든 존재들 간 조화를 이루어야 할 역량과 도덕적 의무를 지닌다는 사실을 함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화로움이 교란당하고 깨질 때 우주 심을 밝힌 홍익인간이라면 분연히 떨쳐 일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조 화로움을 회복해야 하며, 그 역량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심신수련에 힘 써, 충·효·신·용·인(忠·孝·信·勇·仁)이라는 오상(五常)의 덕목 을 갖춰야 한다.

홍익인간사상을 계승한 나라의 하나인 신라의 화랑도정신을 압축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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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제시해 주는 것이 원광(圓光)의 세속오계이다. 세속오계는, 단군조선 의 오상 중 충·신·인 3개의 덕목은 완전 동일하며, 나머지 두 개의 덕 목 중 용(勇)과 임전무퇴, 그리고 인(仁)과 살생유택도 사실상 같은 것이 라는 점에서, 단군조선사회가 숭상하던 덕목인 오상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의를 상호 연마하며, 가악(歌樂)을 수단으로 감성을 개발하고, 명산 대천을 유람하며 자연과의 조화와 교감을 즐기는 등 심신수행을 중시하 였다는 점에서도 화랑도는 선도 혹은 홍익인간의 전통과 그 맥을 함께 함 을 알 수 있다. 신라의 화랑들은 대략 3년간에 걸친 수행과정에서 세속오 계의 덕을 함양하였던 것이다.

홍익인간의 이상 및 화랑도의 세속오계는 그 시대적 맥락과 강조점이라 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지닐지언정 그 기본정신 면에서는 일맥상통하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화랑도가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 게 주는 의미와 교훈은 무엇인가?

주지하듯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핵무기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은 남한을 대 화상대로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보유 하게 되면서, 북한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의 성격과 판도를 뒤바꿔 놓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였고, 한국은 이제 매우 엄중한 안보상황에 처 하게 되었다.

한반도를 무대로 하는 전쟁이 재발해서는 결코 않되지만 그렇다고 전쟁 이 두려워 전쟁을 피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해서는 평화를 지키고 유지하 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결기가 있을 때 평화 의 길을 열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기는 오상의 용, 그리고 세 속오계의 임전무퇴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죽고자 하면 살 것’이 라는 화랑도의 이러한 정신자세야 말로, 바로 ‘지금 이 시기 이 순간’ 우리 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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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반도 안보위기가 엄하고 중하기에 관심도와 우선순위가 뒷전으 로 밀려져 있지만, 지구 기후 변화와 환경훼손 문제 또한 인류문명과 지 구 자체의 존속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에 못지 않은 위 기이다. 이와 같은 인류문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과 관련하여서도 화랑 도 및 그 토대를 이루는 홍익인간사상은 큰 시사를 지닌다. 지구시민으로 서의 공통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조화와 상생의 지구공동체를 창조해 내 어야 하는 문명사적 요구에 부합하는 사상이 화랑도의 토대를 이루는 홍 익인간사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책적 및 제도적 노력들만이 아니라 이를 만들고 운 영하는 인간자체의 변화와 진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이다. 홍익 인간사상과 화랑도의 수련전통을 이어받아 국가와 종교를 극복하고 지구 를 중심가치와 기준으로 삼는 지구시민을 임계질량 이상으로 탄생시킬 때 정신과 물질이 조화를 이룬 홍익의 새 문명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주제어 : 중심철학, 홍익인간사상, 화랑도, 오상(五常), 세속오계, 지구 기후변화, 지구시민, 새 문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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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떠 올릴 때마다 늘 겸허히 자신을 되돌아 보고 많은 것을 생각게 해 주는 힘이 있다. 오늘날 이 말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절실하게 우리의 눈앞에 다가 오고 있는지 모른다. 왜 냐하면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안보상황 등 여러 현실이 매우 엄중하고, 그런 속에서 여전히 우리의 역사와 그 소중한 유산을 망각 또는 경시하거 나 훼손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이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잊어버렸다기 보다는, 잘못을 되풀이하거나 잘된 점을 계 승하지 못하는 민족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를 시작한 중국이 사실상 제2차 세 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위주의 국제질서를 중국의 힘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면서, 동북아시아 정세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혼돈의 장이 됐다.

미·중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될 첫번째 무대는 동북아이기 때문이다. 뿐 만 아니라 북한은 핵무력 완성에 거의 다가서고 있으며 일본은 ‘전쟁 가능 한 보통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외교안보 적 난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데 충분한 군사적 역량의 확보에 노력하는 다른 한편으로 중심을 잡고 평 화를 유지하는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과거·현재·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적 이며, 과거는 단순히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니라 살아 있고 의미가 있기 때 문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현재의 눈으로 과거 를 해석하고 교훈삼으며 미래를 그려가는 도전과 응전의 산물이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환인 및 환웅 시대 물론이요, 단군조선 이후의 장구한 민족사 의 전개과정에서 그와 같은 도전과 응전이 있어 민족적 삶의 동력원으로 작용해 왔다. E.H 카아가 적절히 언급한 바 있듯이,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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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부단한 상호 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01) 이러한 대화를 거쳐 형성된 올바른 역사를 배울 때, 진정한 자아가 형 성되며, 따라서 모든 나라에서 역사는 모든 교육에서 가장 우선하며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간주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에 의 하면, 인간에게 자아의식 혹은 주체성은 자신의 공간적 존재를 시간적 영 속성, 곧 역사의식 속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경우에만 존재할 수 있다.02)

자신의 사고와 가치관, 사회제도, 이념 등 삶과 세계전체가 과거로부터 어떠한 시간적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대해 인식하고, 이 러한 인식의 토대 위에서 현재의 의미, 향후 추구하고 실현하여야 할 가 치 및 질서에 대한 비전과 실천의지의 총체가 역사의식이다.03)

어느 때보다 진정한 역사의식이 필요한 시점에 처해 있다는 문제인식 하에 이 논문은 제Ⅱ장에서 화랑도가 우리민족의 시원사상인 홍익인간사 상과 맥을 함께 하고 있음을 고찰하고, 제Ⅲ장에서 홍익인간사상의 위상 과 내용, 그리고 홍익인간사상과 화랑도간의 내용적 연관성 등을 분석 제 시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Ⅳ장에서 화랑도가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 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의미와 의의를 살펴 본 다음 결 론을 제시하는 순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Ⅱ. 화랑도의 원류: 홍익인간사상

특정민족의 삶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 종교(宗敎)이다. 이 때 종교란 ‘절

01) 에드워드 H. 카 지음, 김택현 번역, 『역사란 무엇인가』 (서울: 까치), 2016.

02) Jean Piaget, The Child Conception of Time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1969).

03) 양승태,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10, 제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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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 존재에 대한 순종 그리고 그에 대한 댓가로 주어지는 은혜’라는 의미 의 종교가 아니라 ‘최고의 가르침’으로서의 종교이다. 즉 이 우주는 어떻 게 생성되었으며 그 운행원리는 무엇이며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그리고 우주 속에서 나는 무엇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등에 관한 인식 및 가르침, 곧 진리관으로 그 민족의 중심철학이라 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 로 사상 등 정신문화와 다양한 생활문화가 발전되어 나오게 된다. 우리나 라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민족사의 시원에서부터 함께 해 온 홍익인간이라 는 수준높은 중심철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외래종교와 사상의 토대 위에서 통치가 이뤄져 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 민족 고유의 귀중한 진리인식 및 그에 기반한 사상과 문화가 천시되고 잊혀져 왔으며 그것이 결국 여러 차례 망국 등 국난을 초래하곤 하였다.

한마디로, 우리역사는 오랜 기간 외래사상 혹은 외래종교에 의해서 우 리 민족의 정신과 정기가 잊혀져 온 과정이었다. 우리가 진정한 의미에서 독립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우리의 정신과 철학 을 되찾아야 한다. 즉 우리에게 민족정기(民族正氣)를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중요하며, 이 정기의 원천은 홍익인간사상이다. 외래 사상도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활용하여야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활용 함에 있어서 기준을 잡아줄 중심철학이 필요하며, 그 중심철학은 홍익인 간사상이어야 한다.

한 나라의 진정한 독립은 물리적 독립만이 아니라 정신적 독립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정치·군사적으로,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 독 립하였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의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참다운 의미의 독립이라 할 수 없다.

정신적 독립과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우리나라 와 민족의 출발점에서부터 홍익인간의 철학과 사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옛날에 환인의 서자 환웅이 늘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세계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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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고 싶어 하였는데 환인 이 이러한 환웅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 을 내려다 보니 가히 홍익인간할만 하기에 이에 천부인 세 개를 주 어 환웅으로 하여금 내려가 다스리게 하였다.” 04)

스위스의 의사 겸 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의 집단무의식 개념에 의하면, 역사의 출발점에서부터 우리와 함께 해 온 홍 익인간사상은 한민족의 집단무의식이다.05) 칼 융에 의하면, 사람의 마음 과 의식에는 지나온 진화의 과정이 반영되게 있고, 인간은 이러한 방식으 로 과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06) 인간은 집단무의식의 차원에서 자 신의 어린 시절, 그리고 더 깊이 거슬러 올라가 선조들의 경험과 인류의 아득한 과거, 더 나아가서는 생물진화의 까마득한 과거에도 연결되어 있 다. 이와 같은 연결에 의해 인간은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경험하며 반응하는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태어난다. 즉 인간은 태어날 때부 터 일정한 개인적 행동의 원형을 미리 규정하는 집단무의식에 따르게 된 다는 것이다. 인간이 특정패턴들을 친화적으로 지각하고, 그에 독특한 방 법으로 친밀히 반응하는 이유는 집단무의식에 그 소질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07)

요컨대, 홍익인간사상은 우리민족이 그 시원에서부터 장구한 세월을 거 치며 실천하고 축적해온 고유한 체험이자 중심철학이며, 공동체적 삶의 양식으로, 한민족의 유전인자 속에 자리잡고 있는 집단무의식이다. 홍익

04) 일연 지음, 이민수 옮김, 『삼국유사』 (서울: 을유문화사, 2013).

05) 칼 G. 융 저, 한국융연구원 C. G. 융 저작번역위원 옮김, 『원형과 무의식』 (서울: 솔, 2002).

06) 위의 책.

07) 지난 생에서의 경험과 재능이 현재의 생에서도 발휘될 수 있다는 관념은 상단히 오래 전 부터 존재해 왔다. "모든 지식은 회상(recollection)"이라는 가르침은 플라톤에 의해서도 제시되었던 바 있다. 즉 플라톤은 "쉽게 얻어지는 지식은 영속적인 자아가 전생에서 이 미 갖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쉽게 복구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중용(中庸)은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아는 경지를 ‘생이지지(生而知之)’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전 생의 재능이 현재에서 발현된다는 생각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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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상은 한민족이 역사를 시작했던 아득한 과거 시기에서부터 실천하 고 축적해온 것들의 집단적 표현으로, 한민족 고유의 세계관을 담은 문화 적 DNA로서 우리민족의 의식 깊숙한 곳에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08)

민족사가 시작되던 그 시점에서부터 홍인인간이라는 중심철학과 사상 이 우리민족에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다수의 역사학자나 민속 학자들은 일제식민사학의 영향을 받아 우리민족 고유의 홍익인간의 이념 과 문화를 원시사회의 샤마니즘 차원으로 낮추어 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군조선이란 고대국가의 실체를 왜곡 내지 축소하는 부 당한 것임은 물론이다. 일찍이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은 우리나라에 유·불·선 삼교를 포함한 ‘현묘한 도(玄妙之道)’가 있었다고 명언한 바 있다. 불교, 유교, 도교의 삼교가 들어오기 전에 이들 외래 교보다 차원 높은 진정한 종교와 진리인식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를 상징하는 용어가 홍익인간이며, 이는 단군조선에 이르러서는 국가공동체의 통치원리가 되 어 사회의 곳곳에 스며들었고, 생활문화와 풍속으로 꽃피었다.

홍익인간의 이상은 환인으로부터 환웅을 거쳐 단군군조선의 건국이념 으로 채택된 것으로서, 동서양의 어떤 문헌에도 기록된 일이 없는 그야말 로 우리민족만의 사상이다.

이는 단군조선이라는 정치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삶을 통하 여 실현하려고 했던 정치적 비전이었다. 즉 나는 누구이며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정치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이상과 목표는 무엇 이며 이를 위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근본질문에 대한 철학 적 지향이었다.

러시아의 사학자 유 엠 푸틴은 홍익인간을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단군조 선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 바 있다.

“동북아 고대사에서 단군조선을 제외하면 아시아 역사는 이해할

08) 한민족의 문화적 DNA로 홍익인간사상을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저서로는, 한영우, 『한국선비지성사 : 한국인의 문화적 DNA』 (서울: 지식산업사, 201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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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다. 그만큼 단군조선 은 아시아 고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 지한다.” 09)

이는 사실상 홍익인간사상이 동양사상의 원류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 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우리나라에 본시 현묘(玄妙)한 도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풍류(

風流)라 한다. 이 교의 기 원에 대해서는 선사(仙史)에 상세히 실 려 있는바 이는 실로 삼교(유,불,선)를 포함하여 중생 을 교화한 다. 그리하여 그들(화랑)이 집에 들어오면 효도하고 나가서는 나라 에 충성하는 것은 공자의 가르침과 같고, 그 함이 없는 일에 처하 여 말없는 교를 행함은 노자의 가르침 그대로 이며, 악한 일을 하 지 말고 착한 일만 하라는 것은 석가의 가르침 그대로이다.” 10)

즉 우리나라에 본시 고유의 도가 있었고, 이는 유·불·선 삼교를 포함 한 차원 높은 가르침이었다. 공자의 효와 충, 그리고 노자의 무언(無言) 행, 석가의 자비 등이 모두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풍류(風流)라 했 는데, 여기서 말하는 풍류란 흔히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가 아니라 국학이 라는 의미이다.11) 그러므로 이를 다시 표현해 본다면, "우리나라에 현묘한 가르침이 있었으니 이를 국학(國學) 또는 국교(國敎)라 한다" 가 된다. 이 러한 차원높은 가르침을 세상 속에서 실천적 차원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홍익인간사상이라 할 수 있다.

환국과 배달국 및 단군조선을 관통하며 우리민족과 함께 해 온 국학으

09) 『스카이데일리』, “역사를 바르게 가르쳐야 나라가 선다, http://www.naver.com 2017년 11월 8일 검색.

10)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흥왕조.

11) 박성수, 「홍암 나철과 홍익인간사상」, 홍익문화 통일강연시리즈 02-3호 (2002년 8월23일), p.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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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서의 홍익인간사상은 그 후계국가들인 부여, 고구려, 신라, 그리고 백 제로 전승되었다. 예컨대,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은 나이 7세에 단목(檀 木) 가지 하나를 꺾어 말하기를 “이 나무는 단군 성조가 강림하신 영험스 런 나무이다, 이 나무로 활(단궁, 檀弓)을 만들어 쏘면 반드시 백발백중한 다”고 하면서 단목에 제사를 올리니 이후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등 고구 려의 명군, 명장들이 모두 단군에게 제사를 지낸 후에 거사하는 것을 관 례로 삼았다.12)

이 같은 전통과 문화는 신라로도 계승되었음은 물론이다. 신라에서 춘 추왕(무열왕)과 김유신 때까지 홍익인간으로 통치를 행한 단군을 숭앙하 여 태백산(백두산)의 산 이름을 영남으로 옮겨 태백산이라 하고 태백산에 서 천제를 지냈다.13)

이와 같이 단군조선을 거쳐 신라로 전승된 홍익인간사상의 중심내용은 무엇이며, 화랑도에 어떻게 계승 발현되었는지에 관해 다음 장에서 살펴 보기로 한다.

Ⅲ. 홍익인간사상과 화랑도

1. 개전일체(個全一體)의 생명존중사상

홍익인간사상에서 우주의 근본원리 혹은 진리 그 자체는 ‘하나’로 표현 되었고, 우주만물은 이 ‘하나’로부터 갈라져(析) 나온다고 설명한다. ‘하 나’로부터 나온 만물은 천(天), 지(地), 그리고 인(人)이라는 3개의 극으로 표현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근본원리인 ‘하나’로부터 갈라져 나온다는

12) 위의 논문.

13) 위의 논문, 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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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중대한 의미를 함축한다. 즉 천(天), 지(地), 인(人), 곧 우주내 모 든 존재가 동일한 근원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은 우주만물이 ‘일 가(一家),’ 곧 하나의 집안을 이룬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에 다름아니고, 이는 우주내 모든 존재를 공동체의 필수적 구성요소로 보는 사상으로, 공 동체 구성원 간 상생과 조화가 당위라는 사실을 함축하는 것이기 때문이 다.14) 또한 근원생명으로서의 ‘하나’의 속성을 우주만물이 다 같이 공유함 을 의미한다. 홍익사상에서 특히 사람은 근원생명인 ‘하나’의 속성을 완벽 하게 공유한 존재이다.15) 즉 한민족의 사상에서 사람은 ‘하나’의 품성과 자 유의지를 온전히 내재한 하나(님)으로서의 존재이다.

우주의 근본원리를 공유한 모든 존재들이 우주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유로이 상호작용하며 조화로운 우주를 실현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의 자기 현신이며, 그 중심에 조화의 주체로서 사람이 존재한다.16) 조화란 서로 다름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획일화가 아니라 이러한 다름을 상호 수용하면서 잘 어우러지는 것을 뜻한다.

홍익인간사상에서 사람은 ‘하나’의 속성을 완벽히 내재한 존재로서 세 상을 조화시키는 도덕적 책무를 지닌 주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사람이 하늘과 땅보다 우위에 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라는 삼원(三元)간 다름을 인식하지만, 이러한 다름 에 관한 인식은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비위계적이고 수평적 이며 평등의 정신에 입각한, 곧 합일과 조화의 관점에 근거한 것으로, 이 는 사람이 ‘하나’로부터 갈라져 나온 제반존재들 사이에 조화가 이뤄지도 록 해야 할 역량과 도덕적 책무를 지닌 존재라는 점을 함축하는 것이다.17) 그러므로 조화로움이 교란당하고 깨질 때 우주심을 밝힌 홍익인간이라면

14) 김광린, “‘한(하나, 一 )’과 한민족의 정체성, 그리고 홍익인간,” 『평화학논총』, 제5권 1호, 2015, pp. 13-15.

15) 김석진, 『대산의 천부경』(서울 : 동방의 빛), 2009.

16) 위의 책, p. 89.

17) 위의 책, p.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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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연히 떨쳐 일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조화로움을 회복해야 하며, 그 역량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심신 수령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즉 홍 익인간사상은 자신이 속한 국가를 포함한 모든 공동체를 사랑하는 전통 을 지니고, 이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발휘될 때 진정한 애국심으로 발현되 곤 하였던 것이다.

요약하자면, 홍익인간사상에서 핵심은 사람에게 우주운행의 근본원리 인 ‘하나’의 품성과 속성이 온전히 내재해 있는바, 사람은 이를 깨달아 진 리와의 합일을 실현하고(성통, 性通), 깨달음의 실천적 차원으로서 조화 로운 세계를 실현해 나가는(공완, 功完) 평화구현의 책임자이자 주체적 존재이다. 반대로 사람이 조화 실현의 도덕적 책임감을 망각하고 지배자 로 군림할 때 세상 및 자연질서는 크게 교란된다. 그러므로 사람은 수련 을 통하여 진리(‘하나’)와의 합일, 곤 신인합일을 이루어 도덕적 책임자로 서의 본 모습을 되찾아야 하며, 유사시에는 단호한 자세로 조화와 평화를 회복하여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닌다.

이와 같은 신인합일을 이뤄 조화심을 지닌 홍익인간들에 의해 우주운행 의 근본질서가 보편적으로 관철된 세계, 그리하여 인류문명과 자연질서 가 상호 보완하며 조화롭게 작동하는 신인합일의 세계가 이화세계이다.

이는 인간성 상실과 이로 인한 극단적 이기주의, 테러와 각종 분쟁 등으 로 평화가 보편적으로 교란당하고 있는 동시에,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21세기 지구촌 시대에 인류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다.

2. 화랑도와 홍익인간사상

화랑제도는 강력한 국력을 지닌 고구려와의 대치, 그리고 불교 등 외래 종교와 사상의 유입 등으로 안보역량 강화, 통치의 안정과 사회의 통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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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당시 신라의 시대적 필요에 부합하도록 기존의 촌락 또는 부족단위 별 청소년 조직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18)

이러한 화랑도의 정신을 압축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 원광(圓光)의 세 속오계(世俗五戒)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원광법사가 수(隋) 나라에서 돌아오자 귀산(貴山)과 추항(箒項) 두 젊은이가 원광을 찾는다. 그들이 원 광에게 청하기를 "평생의 경계가 될 한 마디 말씀을 해 주십시오"라고 한 다. 이에 원광이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불교에는 보살계 10계가 있으나 너희에게 맞지 않고, 지금 세 속에는 5계가 있다. 첫째는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는 일이요(事君 以忠), 둘째, 효로 부모를 섬기는 일이요(事親以孝), 셋째 는 신의 로 벗을 사귀는 일이요(交友有信), 넷째는 싸움에 임하여 물러서지 않는 일이요(臨戰 無退), 다섯째는 생물을 가려서 죽이는 일이니 (殺生有擇), 너희들은 이 일을 실행하는 데 소 홀히하지 말라.” 19)

이와 같은 세속오계의 골자는 사실상 난랑비서문에서 최치원이 언급한 바. 충과 효, 그리고 자비 등을 골고루 함유한 우리 고유의 가르침이 있 었다고 언급한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이러한 점에서도 화랑도가 환인 환웅 단군으로 이어져 내려 온 풍류도(국학)와 맥을 같이하는 것임 을 확인할 수 있다. 한민족 고유의 풍류도가 유불선 삼교를 포함하고 이 들을 넉넉히 포용해 낼 수 있었듯이, 풍류도의 창진적 발현인 화랑도 또 한 외래사상과 종교를 창조적으로 수용 및 융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정가능하다. 조금 특이한 것은 세속오계의 네번째 계인 임 전무퇴(臨戰無退)란 말인데, 이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사 서 『구당서(舊唐書)』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사실

18) 김종태, “화랑도에 관한 소고,” 『최고관리자과정 논문집』, 경상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1997.

19) 『삼국유사』, 4 의해 5 원광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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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신라, 고구려 그리고 백제 모두 단군조선의 후계국가들이기에 그 습속 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고구려의 습속은 서적을 매우 좋아하며 문지기, 말먹이와 같은 미천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거리마다 경당(扃堂)이라는 큰 집을 지 어놓고 자제들이 혼인할 때까지 밤낮으로 독서와 활쏘 기를 익히 게 한다.”20)

고구려에 경당이라는 학당이 곳곳에 있어서 혼인하기 전의 자제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습사(習射)케 했다는 것인데 이는 백제의 경우에도 마찬 가지였다.

“백제의 무기로는 활, 화살, 칼, 창이 있다. 그들의 습속은 말타 고 활쏘기(騎射)를 숭상하고 아울러 경전과 사서(史書)를 즐겨 읽 으니 우수한 사람은 문장을 제법 지을 줄 안다. 또한 음 양오행도 이해하였다.” 21)

이와 같은 중국측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신라의 세속오계와 유사한 사 상과 문화는 삼국 공통의 것이었으며, 이 것이 삼국시대에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삼국이 단군조선시대의 풍류도 및 이에 기반한 홍익인간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계승한 것이 확실하다 할 것이다.22)

그러기에 홍익인간의 가르침이 오랜 동안 우리민족의 사회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실천되었던 것이다.

세속오계가 유교에서 유래하지 않고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증거는 세속 오계의 다섯 덕목(忠·孝·信·無退·有擇) 가운데, 충이 제일이고 효가

20) 『구당서』, 동이전 고구려조.

21) 『周書』, 異域列傳 百濟條.

22) 박성수, 위의 논문, p.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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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 유교는 충보다 효를 더 중시한다. 그런데 그것은 후대에 바뀐 것이고 삼국시대까지는 충이 먼 저요 효가 뒤였다.23) 또 세속오계의 넷째 덕목인 임전무퇴는 유교에도 없 고 불교에도 없는 우리 민족 고유의 덕목이다. 단군조선 시대에서부터 우 리민족은 "모름지기 '문약하지 말고 강맹분발(强猛奮發)하라. 그것이 홍익 의 실(實)을 거두는 것이다" 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우리고유의 사서 중 하나인 『태백일사』에 소도의 계율로 충·효·신·

용·인(忠·孝·信·勇·仁)의 오상(五常)이 있는데, 세속오계는, 인·

의·예·지·신이라는 유교의 오상이 아니라, 용(勇)과 임전무퇴, 그리고 인(仁)과 살생유택이 사실상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단군조선사회가 숭상 하던 덕목인 오상을 따르고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이 또한 화랑도가 우리민족 고유의 홍익인간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 는 것이라 할 수 있다.24) 즉 임전무퇴는 조화로움을 유지하고 또 그것이 훼손되었을 시 이를 다시 복구하는 등 공동체에 대한 최대의 헌신을 위하 여 단군조선이래 우리민족에게 없어서는 않되는 기풍(氣風)이자 덕목이 었던 것이다.25)

또한 세속오계의 다섯째 덕목으로 살생유택이 있는데 이 것도 단군조선 이래 우리민족이 중시했던 당연한 덕목으로 인심애물(仁心愛物)하는 큰 사랑(大德/仁)의 마음이 이렇게 발현된 것이다. 즉 화랑도의 세속오계는 단군조선 시대의 홍익인간사상에 기반한 오상의 덕목이 신라 특유의 생 활문화로 진화 발현된 것이다.26)

또한 도의를 상호연마하며, 가악(歌樂)을 즐기며 감성을 개발하고, 명

23) 위의 논문.

24) 김종태, 앞의 논문, p 25.

25) 박성수, 앞의 논문. 국가와 사회가 큰 어려움에 처할 때, 발벗고 나서는 정신은 임진왜란 시 의병활동, 구한말의 독립운동과 국채보상운동, 6·25동란시 학도병, 그리고 가깝게 는 IMF 구제금융사태 시 금모으기 운동 등 우리나라의 역사전개 과정에서 다수 그 사례 를 찾아볼 수 있으며, 또 앞으로도 필요시 재차 출현하게 될 것이다.

26) 정운용, “신라 화랑제의 인문정신,” 『인문정책포럼』, 2010,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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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대천을 유람하며 자연과의 조화와 교감을 즐기는 등 심신수행을 중시 하였다는 점에서도27) 화랑도는 선도 혹은 홍익인간의 수련중시 전통과 맥 을 함께 함을 알 수 있다. 신라의 화랑들은 대략 3년간에 걸친 수행과정 에서 세속오계의 덕을 함양하였던 것이다.28)

한편 위당 정인보는 홍익인간이라는 가르침이 고려시대에 들어와 『삼국 유사(三國遺事)』나 『제왕운기(帝王韻紀)』 등과 같은 문헌에 쓰여질 정도라 면 그것은 그 이전 시대에서부터 이미 민족 공통의 가르침으로 정착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29) 그것이 고려시대에 갑자기 나 온 말이 아니라 반드시 오랜 역사적 뿌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홍익인간하라‘는 단군의 가르침은 신라, 고구려, 백제 등 단군조선의 후 계국가들을 거쳐 고려에 이르기까지 대대로 부조모계(父詔母戒)로 전승 되어 내려왔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30)

Ⅳ. 화랑도와 지구시민정신

이상에서 살펴 보았듯이, 단군조선의 후계국가의 하나인 신라가 단군 조선이 추구하였던 홍익인간의 이상과 그로부터 진화 발전된 다양한 생 활문화들을 창진적으로 계승하였으리라는 것은 장황한 논증이 필요 없는

27) 사서 『삼국사기』에 화랑들의 수련 및 교육방법으로, 도의상마(道義相磨), 가악상열(歌樂 相悅), 유오산수(遊娛山水) 등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신문화에서 도(道) 란, 홍익인간의 도를 의미하며, 의(義)란 홍익인간의 가르침과 뜻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 를 일컫는다. 위의 논문, p. 109.

28) 위의 논문.

29) 위의 논문에서 재인용.

30) 지금도 홍익인간의 교의가 고려의 항몽투쟁기에 지어낸 일종의 고려 민족주의의 소산이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일제식민주의 사학자들의 단군말살음모(檀君抹殺 陰謀)에 묵종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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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홍익인간의 이상 및 화랑도의 세속오계는 그 시대적 맥락과 강조점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지닐지언정 그 기본 정신 면에서는 일맥상통하고 있음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우선 화랑도의 원류사상인 홍익인간사상은 우주내의 모든 존재, 곧 개 인, 국가와 민족, 종교, 그리고 자연을 포괄하는 보편적 평화의 사상이다.

그리고 홍익인간사상에 의하면, 모든 존재는 동일한 근원으로부터 갈 라져 나와 우주의 근본원리를 공유하지만, 이 중에서 사람은 우주의 근본 원리를 온전히 소유한 존재라는 점에서 조화의 주체로서의 지위, 곧 자신 이 속한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과 관련하여 특별하고 막중한 도덕적 책 임을 지닌다. 책임있는 조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사람은 먼저 수행을 통 해 우주의 근본원리를 온전히 보유한 존재로서의 본모습을 찾아야 한다.

이 때 수행은 심신 양측면에 걸쳐 이뤄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충·효·

신·용·인의 다섯 가지 덕목들을 내면화하게 된다. 자신의 본모습을 회 복하고 다섯가지 덕목들을 내면화 한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조화 로운 발전에 큰 관심을 갖고 필요시 최대의 헌신을 함은 물론, 더 나아가 우주를 공동체적 차원에서 인식하면서 모든 생명을 존중한다.

이와 같은 홍익인간사상의 기본 정신과 이상을 화랑도 또한 계승 공유 하였다. 그러면 이와 같은 화랑도가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 는 의미와 교훈은 무엇인가?

21세기의 초입에 서있는 우리의 앞에 다양한 과제와 난제들이 놓여 있 다. 우선 국내사회적으로 계층과 세대 간 갈등과 마찰이 중첩적으로 얽혀 있는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외교안보적 긴장, 인 접국가들과의 역사 분쟁 등 간단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우리의 의지 와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핵무기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은 남한을 대 화상대로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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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되면서, 북한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의 성격과 판도를 뒤바꿔 놓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였다. 한국은 이제 핵무기라는 요소를 배제한 기존의 외교안보 패러다임으로는 대응 및 해결할 수 없는 매우 엄중한 안 보상황에 처하게 되었다.31)

한반도를 무대로 하는 전쟁이 재발해서는 결코 않되지만, 전쟁을 무조 건 무서워 하며 전쟁을 피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서는 오히려 평화를 지 키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불 사하겠다는 결기가 있을 때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기는 오상의 용, 그리고 세속오계의 임전무퇴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화랑도의 이러한 정신자세야 말로, 바로 ‘지금 이 시기 이 순간’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 볼 때, 한반도에서 발생되는 전쟁 또는 안보적 사 건은 당대의 국제적 사건으로 비화하였으며, 현재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위기 또한 그러한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임전무퇴의 결 기로 반드시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어야 하며, 이것이 현시대 우리민족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32)

한편 한반도 안보위기가 매우 엄중하기에 그 관심 및 우선순위가 뒷전 으로 밀려져 있지만,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 또한 이에 못지 않은 위기라 할 수 있다. 이미 지구기후변화와 연관된 각종 천재지 변 및 환경관련 재난으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생명 과 건강과 재산을 잃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 명약관화 하다. 심지어 이러한 상황이 방치되는 경우 지구 자체의 파멸마저 우려된 다는 전망들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류문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과 관련하여서도 화랑도의 토대를 이루는 홍익인간사상은 큰 시사를 지닌다.

31) 김광린, “한반도 안보위기와 한국의 평화선도 역할: 홍익인간의 전통과 이상을 기반으 로,” 『평화학논총』, 제7권1호, 2017.

32) 위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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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인류사회는 고도 첨단과학문명에 의해 긴밀 한 상호의존상태에 놓여 있으며,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물 등 생활의 기 본필수품은 물론 지구의 기후와 환경 등 모든 면에서 공동운명체 시대에 진입하였다. 특히 지구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는, 인류문명의 지속은 물론 지구 자체의 존속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다다른 문제라는 점에서 유 사 이래 최고로 심각한 문제이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로 대표 되는 지구환경의 위기는 통상의 환경보전 운동 차원으로 해소될 수 없는 문제로, 철학과 문명의 패러다임 자체를 포함하는 근본적 변화를 필요로 하는 긴급 당면과제이다.

이와 같은 지구촌 공동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민족과 국가, 그리고 종교 등을 뛰어넘어 인류전체가 수용가능한 보편의 철학과 사상, 그리고 둘째, 이에 터한 전인류사회의 공동정체성으로서의 지구시 민 의식의 함양이 필수적이다. 곧 특정한 나라의 국민이거나 혹은 특정종 교의 신앙인인 동시에 이를 초월가능케 해줄 출발점이 지구촌의 공동 구 성원이라는 지구시민 의식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지구시민 의식을 고양 하는 일은 21세기 인류사회 중대 과제이다.33)

부연하자면, 지구시민이란 지구적 관점에서 행동하는 주체로서의 인 간을 일컫는다. 근대이후 국민을 아이덴티티(identity)의 축으로 삼는 것 이 관행이었으나, 핵무기의 등장은 인류 공멸(共滅)의식을 낳게 되었고, 지구환경문제의 심각화는 생태계에 대한 전지구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 다. 이로 인해 지구는 하나라는 사고가 생겨났고, 1970년대부터 인종·

민족·종교·국가를 초월한 지구적 관점에서 행동하는 주체로서의 지구 시민 개념이 등장하였다. 이와 같은 개념과 의식이 앞으로 국가나 국민의 의미나 존재 양식을 변화시켜 가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러 나라들은 각기의 종교에 기반한 세계관 또는 국가 이념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외피만 보편의 형태를 띤 평화비전상과 사

33) 김광린, “홍익인간, 지구시민, 그리고 지구경영,” 『선도문화』, 제23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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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들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지구촌의 긴급 당면과제로 떠오른 지구온난화 현상 및 원인을 둘러싸고도 나라별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린 해석을 가하면서 국가이기주의적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인류는 공동운명체화 한 지구촌을 뒷받침할 보편철학과 윤리를 구비하 지 못하고 있으며,34) 지구촌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시민으로서의 연대의식 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삶의 기본적 토대와 조건 면에 서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로서의 상황에 놓여 있지만, 철학과 윤리 면에 서는 분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지구촌의 중요한 과제는, 우주운행의 원리에 기반한 보편의 철학과 사상, 그리고 생활문화를 지닌 지구시민을 임계질량을 넘는 수준 으로 양성하는 것이며,35) 바로 이점에서 수련을 중시했던 화랑도가 우리 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즉 지구시민으로서의 공통의 가치관 혹은 윤리규범을 바탕으로 연대의 식을 갖고 조화와 상생의 지구공동체를 창조해 내어야 하는 문명사적 요 구에 부합하는 사상이 화랑도의 토대를 이루는 홍익인간사상이다. 홍익인 간사상은 우주운행의 기본원리에 토대한 사상으로 모든 존재 간 공존공영 을 추구하는 보편적 평화의 사상이며, 이를 계승한 화랑도 또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살생을 엄격히 금하는 생명존중의 평화사상이다.

화랑도의 토대사상인 홍익인간사상은 모든 존재간 상호 유익을 추구 하는 지구공동체의 사상이다.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인간과 자연간 의 공존공영을 지향하는 조화의 사상이다. 홍익인간사상의 이와 같은 포 괄성은 특정종교나 민족 등이 아니라 ‘인간(人間)’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사람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말의 본래적 의미에서 단순히 사람

34) 이홍구, 「세계화의 윤리 문제와 전망」” 『유네스코 주최 제1회 공동가치포럼 발표 논문집』

(서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02. 4.26.

35) 그렉 브레이든 외 저, 이창미 외 역, 『임박한 세계 대변혁 시나리오』(서울 : 쌤 앤 파커 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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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을 의미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관계적으 로 얽혀서 이뤄지는 세상을 의미하였었다.36) 이는, 하늘과 땅, 그리고 사 람이 동일한 근원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것으로, 우주내 모든 존재가 이상적인 세계의 필수적 구성요소들임을 전제하는 단어이다.

지구전체가 단일 생활권화한 가운데 지구 자체의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 에서 개별국가 홀로 평화를 구가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인류평화 의 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시민 의식이 필요하며, 이를 화랑 도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사상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다.

다만 홍익인간사상이 크게 가치있는 사상이라 할지라도 ‘사람들 사이에 널리 확산 공유’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지구 위기를 초래한 것은 사람이며, 따라서 위기해결의 관건도 임계질량 이상의 사람들이 홍 익의 가치관과 생활문화를 지닌 존재로 변화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 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본래부터 내재되어 있는 조화심 및 평화지향적인 인성을 효과 적으로 개발하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져 생활 속에 구현되도록 하기 위 해서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진정한 자아를 체율체득하는 수련전통 을 오늘에 맞는 형태로 되살려 내고 이를 활성화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러한 점에서도 화랑도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를 던져준다고 생각 한다.

현재 인류문명은 깊은 위기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 람들이 여전히 일상적 안락에 관성적으로 안주하며 위기를 위기로 인식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위기를 해소하는 방법은 인간의식을 진화시키고 이를 통해 가치관과 생활문화를 변화시키 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정책과 및 제도적 노력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자

36) 유창돈, 『李朝語辭典』(서울: 연세대학교 출판부, 1985), p.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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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곧 인간의 의식의 진화이다. 우리민족에게는 그리고 동양사회에는 사 람을 우주운영의 근본원리, 곧 진리를 내재한 소우주라든지 혹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류의 철학과 사상 및 인간관, 그리고 이에 토대한 세계관, 인생관, 행복관 등의 가치관 등은 물론, 이를 가능케 해주는 수련법이 존 재했었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계승되어 오고 있다. 수련을 통하여 자신에 내재하는 진리 혹은 신성을 발현시킨 사람, 곧 신인합일을 이룬 사람이 바로, 인간완성과 홍익을 최우선시 하는 새 가치관을 토대로, 국 가와 종교를 뛰어넘어 지구를 모든 판단의 중심가치와 기준으로 삼는 지 구시민이다. 지구촌의 안녕과 조화를 삶의 기준으로 삼는 지구시민의 숫 자가 임계질량에 달하게 될 때, 국가와 종교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정신 과 물질이 균형을 이룬 새로운 문명시대 개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한반도 안보위기 및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 이슈는 공히 범지 구적 파급효과를 지니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으며, 현재 한국은 이러 한 양대 범지구적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도전은 기 회이며, 따라서 도전에 잘 대응하는 경우 한국은 평화를 선도하는 나라로 새로운 활로와 경지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결기를 갖고 적극적으로 응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차제에 항구적 평화를 한반도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냄 은 물론, 나아가 인류평화에도 의미있는 기여를 하겠다는 결기를 가질 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우리민족의 현시대적 과제 와 관련하여 화랑도는 유의미한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Ⅴ. 맺는 말

이상에서 살펴 보았듯이 민족사가 시작되던 그 시점에서부터 홍인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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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중심철학과 사상이 우리민족에게 있었다 그리고 환국과 배달국 및 단군조선을 관통하며 우리민족과 함께 해 온 국학으로서의 홍익인간 사상은 그 후계국가의 하나인 신라에 전승되었다.

화랑도의 세속오계는 그 시대적 맥락과 강조점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 이를 지닐지언정 그 기본정신 면에서는 홍익인간사상과 일맥상통하고 있 음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우선 화랑도의 원류사상인 홍익인간사상은 우주내의 모든 존재를 포괄 하는 보편적 평화의 사상으로,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그리고 인간과 자연간의 화해와 공존을 지향하는 사상이다.

그리고 홍익인간사상에 의하면, 모든 존재는 동일한 근원으로부터 갈 라져 나와 우주의 근본원리를 공유하지만, 이 중에서 사람은 우주의 근본 원리를 온전히 소유한 존재라는 점에서 조화의 주체로서의 지위, 곧 자신 이 속한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과 관련하여 특별하고 막중한 도덕적 책 임을 지닌다. 책임있는 조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사람은 먼저 수행을 통 해 우주의 근본원리를 온전히 보유한 존재로서의 본모습을 찾아야 한다.

이 때 수행은 심신 양측면에 걸쳐 이뤄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충·효·

신·용·인의 다섯 가지 덕목들을 내면화하게 된다. 자신의 본모습을 회 복하고 다섯가지 덕목들을 내면화 한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조화 로운 발전에 큰 관심을 갖고 필요시 최대의 헌신을 함은 물론, 더 나아가 우주를 공동체적 차원에서 인식하면서 모든 생명을 존중한다.

이와 같은 홍익인간사상의 기본 정신과 이상을 화랑도 또한 계승 공유 하였다. 그러면 이와 같은 화랑도가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 는 의미와 교훈은 무엇인가?

국제사회의 비난과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 할 의사가 없으며, 핵무기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은 남한을 대화상대로 조 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서, 북한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의 성격과 판도를 뒤바꿔 놓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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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체인저로 부상하였고, 한국은 이제 핵무기라는 요소를 배제한 채 추구 되던 기존의 외교안보 패러다임으로는 접근 및 해결할 수 없는 매우 엄중 한 안보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결단코 않되겠지만 그렇다고 전쟁이 두 려워 전쟁을 피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해서는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결기가 있을 때 평화의 길을 열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기는 세속오계의 임전무퇴의 정신과 일맥 상통하는 것으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화랑도의 이러한 정신자세야 말로, 바로 ‘지금 이 시기 이 순간’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한반도를 둘러싸고 발생되는 전쟁 또는 안 보적 사건은 당대의 국제적 사건으로 비화하였으며, 현재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위기 또한 그러한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임전무 퇴의 결기로 반드시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어야 하며, 이것이 현시대 우리 민족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한편 한반도 안보위기가 매우 엄중하기에 그 관심 및 우선순위가 뒷전 으로 밀려져 있지만, 지구 기후 변화와 환경훼손 문제 또한 이에 못지 않 은 위기라 할 수 있다. 이미 지구기후변화와 연관된 각종 천재지변 및 환 경관련 재난으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생명과 건강 과 재산을 잃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와 같은 인류문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과 관련하여서도 화랑도의 토 대를 이루는 홍익인간사상은 큰 시사를 지닌다.

지구온난화로 상징되는 지구환경 위기는 단순한 환경보전 운동 차원에 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철학과 문명의 패러다임 차원까지 포괄하는 근본적 전환을 요하는 긴급한 문제이다.

이와 같은 지구촌의 당면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1) 전인류사회가 수용 할 수 있는 보편의 철학과 사상 및 윤리, 그리고 2) 이에 입각한 지구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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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서의 공동정체성 함양이 이뤄져야 한다.

즉 현시점에서 인류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주의 근본원리에 뿌 리를 둔 인류보편의 철학과 사상, 그리고 이에 기반한 가치관과 생활문화 를 지닌 지구시민을 임계질량 수준 이상으로 함양하는 것이며, 바로 이점 에서 화랑도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시사해 주고 있다.

즉 지구시민으로서의 공통의 가치관 혹은 윤리규범을 바탕으로 연대의 식을 갖고 조화와 상생의 지구공동체를 창조해 내어야 하는 문명사적 요 구에 부합하는 사상이 화랑도의 토대를 이루는 홍익인간사상이다. 홍익 인간사상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우주운행의 기본원리에 토대한 사 상으로 우주 내 모든 존재 간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보편적 평화의 사상이 며, 이를 계승한 화랑도 또한 불가피한 최소한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살생 을 엄격히 금하는 생명존중의 평화사상이기 때문이다. 지구 자체의 존속 이 위협받게 된 상황에서 개별국가 홀로 영속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인 바, 더불어 살아가려는 지구시민 의식의 확산이 필요하며, 이를 화랑도의 토대를 이루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사상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다.

하지만 홍익인간사상이 보편적 삶의 원리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인간에 본래부터 내재되어 있는 평화지향적 인성을 계발하고, 그것이 생활 속에 실천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내재하는 진아를 체율체득하는 수련전통을 오늘에 맞는 형태로 되살려 내고 이를 활성화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에서도 화랑도는 현재를 사는 우리 에게 시사를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수련을 통하여 자신에 내재하는 신성을 발현시킨 사람이 바로, 홍익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 새 가치관을 토대로 살아가는 지구시민이다. 이러한 지구시민이 임계질량을 넘어가게 될 때만이 홍익의 새 문명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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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Hong-Ik-In-Gan, Hwa-Rang-Do, and Earth Citizenship

- Implications for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nd of the world -

Kim, Kwang-rin(Prof., Dpt. of Earth Mgt, UBE)

The most important thing in a nation's life is the view of truth concerning the origin and the operation principle of cosmos, one's identity in the cosmos etc., from which thoughts, spiritual cultures, living cultures originate. We, the Korean people, have had profound Hong-Ik-In-Gan thought from the very start point of national history.

Hong-Ik-In-Gan thought, Dangun Chosun's ruling ideology, was succeeded to Shilla, one of its successor state.

According to Hong-Ik-In-Gan thought, the whole creation originated in Ha-Na(一), which is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cosmos. This connote that all things in the universe are coordinative members of cosmopolitan community and that the whole creation share the attributes of Ha-Na(一).

Especially human shares the attributes in its entirety.

However, the thorough sharing the attributes of Ha-Na(一) by human does not mean that human predominate over the other creation. Rather, it implies that human have the moral duty to maintain harmony in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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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e with its shared attributes.

Thus, in case the harmony of community which he belongs to is disturbed seriously or destructed, human should recover harmony with a resoluteness. And human, by training the mind and the body, cultivate 5 virtues(五常 : loyalty, filial duty, fidelity, bravery, and love), the qualifications which are needed for performing the role.

Se-Sog-O-Gye, by Buddhist monk Won-Gwang, sums up the Hwa- Rang-Do spirit of Shilla. Se-Sog-O-Gye's 5 virtues are loyalty, filial duty, fidelity, no retreat at a battlefield, and selective taking of life. In that no retreat at a battlefield coincide with bravery and selective taking of life with love, we know Se-Sog-O-Gye of Shilla is actually identical with Dangun Chosun's 5 virtues(五常) based on Hong-Ik-In-Gan ideal.

What lessons and meanings can we learn from Hwa-Rang-Do spirit of Shilla in the age of global village?

As everyone knows, North Korea affirms that it has no intention to discard its nuclear bombs. North Korea, a virtual nuclear state, became a game changer concerning security paradigm in and around the Northeast Asia. And South Korea is facing serious security reality to deal with a nuclear state.

Of course, another Korean war should not break out on the Korean Peninsula, however, being scared of war does little to contribute to keep and maintain peace. Rather firm stand that we will not hesitate to wage war against any state who attacks our country will be a great help to preserving peace. This kind of decisive attitude is in line with the spirit of 'no retreat at a battlefield' of Se-Sog-O-Gye, which is an acutely needed virtue to us at the very this time.

Meanwhile, the ongoing ecocrisis of planet earth is a critical threat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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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le mankind as well as we Korean people in that the crisis may destroy both earth and human civilation.

For overcoming this ecocrisis of earth, the spirit of Hwa-Rang-Do based on Hong-Ik-In-Gan thought, which pursuits co-prosperity and harmony of the whole creation on earth.

Finally, inheriting the tradition of training the mind and the body of Hwa-Rang-Do, it is important to increase the number of human who leads a life with a value of Hong-Ik-In-Gan thought, that is, earth human, to critical mass.

Key Words : Hong-Ik-In-Gan thought, Hwa-Rang-Do, 5 virtues, Se- Sog-O-Gye, co-prosperity and harmony of the whole creation on earth, ecocrisis of planet earth, earth human

논문투고일 : 2018년 01월 15일 심사완료일 : 2018년 01월 31일 게재확정일 : 2018년 0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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