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기 성인박물관 강좌
목 차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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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신 표 인제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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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수 현 광운대학교 동북아대학 교수한국인류학의 역사와 전개
- 가족과 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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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태 규 영남대학교 연구교수한국 문화인류학의 역사와 전개
- 한국 민속학과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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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하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인류학, 무엇을 연구하는가?
- 현장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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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관 연 부산대학교 연구교수인류학, 무엇을 연구하는가?
- 제주도 민족지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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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미 정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연구교수인류학과 다문화주의
- 지중해 세계의 다문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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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노리코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인류학과 다문화주의
- 외국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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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명 기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교수제25기 성인박물관강좌 일정표
일 자 시 간 강 좌 내 용 강 사 비 고 10. 20 (화) 13:25~ 13:30 개 강 식 양 맹 준 부산박물관장 13:30~ 15:20 인류학이란 무엇인가?(1강) - 인류학 개론 - 강 신 표 인제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15:30~ 17:20 인류학이란 무엇인가?(2강)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 장 수 현 광운대학교 동북아대학 교수 10. 21 (수) 13:30~ 15:20 한국인류학의 역사와 전개 - 가족과 친족 - 성 태 규 영남대학교 연구교수 15:30~ 17:20 한국 문화인류학의 역사와 전개 - 한국 민속학과의 비교 - 김 정 하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 10.22 (목) 13:30~ 15:20 인류학, 무엇을 연구하는가?(1강) - 현장으로 가자!!- 조 관 연 부산대학교 연구교수 15:30~ 17:20 인류학, 무엇을 연구하는가?(2강) - 제주도 민족지사례를 중심으로 - 안 미 정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연구교수 10.23 (금) 13:30~ 15:20 인류학과 다문화주의(1강) 지중해 세계의 다문화주의 -사 토 노 리 코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 15:30~ 17:10 인류학과 다문화주의(2강) - 외국인, 외국인 노동자, 열린 사회를 향한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 -유 명 기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교수 17:10~ 17:20 폐강식 양 맹 준 부산박물관장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 개론
강 신 표
인제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Ⅰ. 시작하는 말 Ⅱ. 총론적 개관 Ⅲ. 인류학의 각론 Ⅳ. 맺음 말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 개론 9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 개론
강 신 표
(인제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Ⅰ. 시작하는 말
인류학은 사람을 연구하는 學問이다. 우리 모두가 인간(사람)이기에 인류학은 우리 자신을 연구하는 工夫이다. 학문은 배우고 묻는 과정이고, 공부는 하늘과 땅에 대하여 자기 나름대로 사람 된 도리를 깨치는 일이다. 그래서 한국의 문화적 전통에서는 학문을 존중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하여 부모들은 모든 것을 희생하며 투자하였다. 오늘날 한국이 경제적으로 세계의 10위 권 전후로 손꼽힌다는 것은 崇文사상의 결과 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인이 지난 반세기 동안에 이룩한 경제적 성과와 정치적 성숙은 놀라운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얼마 전 뉴스에 오르내리는 기사 가운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학생들이 미국학생들 보다 몇 시간을 더 공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아프리카 순방길에서도 “한국인들이 지난 몇 십년간에 이룩한 것을 본받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를 함께 한다. 교육에 대한 부모님들의 투자가 경제/정치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가져 왔지만,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을 하는 동안 우리는 다른 한편으로 잃어버린 것도 많다는 느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 우리 문화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여기서 인류학이 담당해야 할 과제가 등장 한다. 인류학이 우리 자신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어떤 점에서 본다면, 사람을 연구대상으로 하지 않은 학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인문사회과 학은 사람과 사회와 문화를 연구한다. 문학, 역사, 철학이라는 인문학의 기본 학문 이나,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경영학, 행정학 등의 사회과학도 궁극적으로 사람을 연구한다. 그렇다면 인류학은 이들 학문과 어떻게 다르고 같은가를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은 사회의 성원으로 존재하고, 생활 양식이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류학은 사회과학이요, 동시에 인문학이다.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10 여기에 더 하여 자연과학적인 측면까지도 다룬다. 인류의 진화라든가, 생태환경 속에서 어떻게 적응하여 살고 있는가를 연구하는 경우에는 자연과학적 방법을 사용 한다. 따지고 보면 인류학은 사람에 대하여 총체적인 연구를 한다고 하겠다. 다음에 좀 더 구체적으로 인류학이라는 학문의 성격을 다루게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문화를 가진 존재”로서 인간을, 인류학은 연구한다.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자국어를 모르는 사람이다”(독일 괴테)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거울”을 통해서 자기 얼굴을 본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한국인인 우리들은 외국에 나갔을 때 우리와 다른 생활양식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즉 다른 문화를 통하여 자기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흔히 이러한 점을 이야기할 때 다음과 같은 예를 드는 경우가 많다. 물고기는 물 속 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물속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물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다. 다른 문화를 접하고 난 다음에 자기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인류학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다른 나라의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
Ⅱ. 총론적 개관
1. 인류학의 정의: 인학(
), 토착화된 인류학 개념으로서.
인류학을 강신표는 인학(人學)이라고 정의한다. 기독교에서 神을 연구하는 학문을 神學이라고 하듯이 사람을 연구한다면 人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서양에서 시작한 인류학은 사람(人)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하였다. 예를 들어 가음과 같은 질문들이 인류학의 연구영역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어디서 출현하였을까? 인간의 사회생활은 어떻게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렀을까? 인간의 언어는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다양한 문화는 어떻게 진화해왔고, 오늘에 와서는 또 얼마나 서로 닮아가고 있을까? 신분계층은 왜 생겨났을까? 작은 무리로 사냥하며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정착하게 되고, 다시 추장 사회(chiefdom)로 발전하고, 그 후에 강력한 국가로, 제국으로 발전하게 되었을까? (마빈 헤리스, Our Kind 라는 책에서)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 개론 11 마빈 헤리스의 이 글은 아마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탐구하는 연구영역을 집약적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인류학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의 anthropos (human, 人) 인간이라는 단어와 logia(study, 學)연구라는 두 단어를 합성하여 anthropology 인류학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그러면 왜 人學이라고 하지 않고 인 류학이라고 하였는가에 대해서는 동아시아에서, 19세기 중엽 발견된 “북경인 두개골” 이 人類인가 猿숭이類인가라는 쟁점으로 비롯된다. 인류학은 한때 인류의 진화론연 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을 때에 일본에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인학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시대의 인류학이라는 학문의 토착화 작업의 일환이다. 인간과 관계되는 모든 것은 인류학의 연구대상이다. 전지구상의 인간이 연구대상 이고, 몇 백만 전 인류의 진화가 어떻게 시작 되었는가 도 연구대상이니, 인류학은 학제적 연구가 기본이다. 특히 현대학문은 학문적 영역과 경계를 파괴하는 것이 특징 이다. 19세기 이후에 시작된 분과적 학문분과가 너무 자기 영역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연구대상을 오히려 왜곡하고 있다는 반성이 일게 된 까닭이다. 인간은 “정치적 인간”만이 아니고, 그렇다고 “경제적 인간”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역사적 인간”만이 아니며, “문학적 인간”만이 아니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문화적 인간”이다. 여기서 우리는 학문마다 고유한 입장과 전제가 깔려 있음을 알게 된다. “문화적 인간”, 이 개념은 인류학에서 인간 이해의 기본이다. 문화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인간은 동물적(생물학적)인 측면과 더불어 문화적인 측면으로 구성되어있다. 다시 말해서,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생물 유기체적인 요소와 오랜 세월 속에 축적된 언어, 역사, 지식, 신앙, 사회생활에 관련되는 요소들로 구성된 것이라고 할 때, 후자는 모두 문화적 측면으로 본다. 그렇다고 동물적인 측면도 인류학의 연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지 않다. 이른바 “몸”(신체)이 없이 정신적인 문화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인류학이야말로 종합과학의 대표적인 학문이라고 본다. 인간의 동물적인 측면은 진화론적 연구 분야인 자연인류학(physical anthropology, 형질인류학 이라 고도 하였음)이 다루는데, 여기서는 유전학, 해부학, 인종연구, 인구학, 인체측정학, 원숭이 및 침판지 연구, 두뇌 및 신경체계 연구, 등을 연구하며 일명 생물학적 인류학 (biological anthropology)라고 한다. 이는 기초 자연과학 분야와 다를 바 없다. 그러면 자연인류학이 자연과학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문화를 갖고 있는 인간이라는
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12 점을 이해하기위한 방편으로서 생물학적 내지는 자연적인 유기체(organism)가 어떻게 진화해 가고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한 때 인류학에서 인간의 연구는 문화적 존재로서 인간의 정신적 측면만 강조하면서 유기체적 측면을 무시해 버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생태 환경의 조건에 구속받고 있는 유기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자각하게 됨에 따라 자연인류학 연구는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 환경과 유기체의 상호작용 연구는 생태학이지만, 이 분야 연구는 환경이 자연환경도 있지만 사회문화적환경도 있기 때문에 생태학은 자연과학이기도 하고 사회과학으로도 분류된다. 즉 인류학이 얼마나 학제적 연구를 중요시해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인류학은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신화와 전설을 따지는 인문과학이오, 사회 조직과 계급신분, 경제, 정치, 종교를 분석하는 사회과학이다. 세상에 무슨 학문이 자연과학대학, 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등 모든 대학에 속하는 학문이 있는가? 인류학을 제외하고서. 그만큼 광범위한 학문이 인류학이라면, 인간의 실체가 그만큼 오묘하고 복잡하고, 스스로는 도저히 자기 자신을 “연구대상으로 다룰 수 없는 존재” 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부분적으로 사회문화적 측면에 한정하여 살펴본다 해도 그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앞에서 지적한바와 같이 전 지구상의 모든 인간을 연구하고, 인간역사의 모든 기간을 다 연구한다고 하니, 공간상으로 전 세계적이고, 시간상으로는 인간 출현 전후로 오늘에 이르는 인류역사의 전부를 다룬다. 예를 들면, 어떤 인류학자는 호주의 원주민의 별에 대한 전설을 연구하고, 어떤 이는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발(足)의 해부학을 연구하고, 다른 학자는 한 언어가 진화상에 어떤 소리는 왜 소멸 되고 마는가를 분석하고, 또 다른 학자는 석기시대의 흑요석 화살촉의 마모도(磨耗度) 같은 고도의 전문적인 연구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중남미 고대 마야 문명의 상형문자도 연구하고, 아프리카 피그미 족의 음악도 분석하고(민족음악학), 미국자동차회사 기업 문화나, 일본 출판사의 조직문화 등도 연구한다. 이러한 다양한 관심과 연구로 인하여, 흔히 인류학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인류 학자가 연구하는 것이 인류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모습 가운데 항상 일관된 목표는 있어 왔다. 즉 우리들(인간)은 누구이며, 우리는 어떻게 그러한 길을 걸어왔고, 또 앞으로 미래에 어디로 우리들은 가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 개론 13 “지식”을 탐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적인 것은 어떤 것이든 나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테렌스, The Self-Torturer 책에서)라는 고백을 인류학자는 하고 있다.
2. 인류학의 방법론
인류학을 공부 한다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인 호기심(curiosity)에서 비롯한다. 우리는 우리자신에 대하여 알고 싶고, 또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도호기심이 많다. 삶과 죽음에 대하여, 지금/여기 와 세상 다른 곳에 대하여도 궁금하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다음과 같은 “인류학적 질문들”을 던져 볼 수 있다. - 모든 사회는 혼인 풍습을 갖고 있을까? - 하나의 종(種)으로 인간은 타고 날 때부터 폭력적인가 아니면 평화로운가? - 진화의 초기 단계의 인간은 흰색 피부였을까 아니면 검은 색깔의 피부였을까? - 언제부터 인간은 처음으로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을까? - 진화상에 인간, 원숭이, 침판지 등은 서로 어떻게 연관되고 있는가? - 인간의 두뇌는 지금도 진전(進展)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아마츄어 인류학자 내지는 향토 인류학자(folk anthropologist)들이 학교교실에서 보다 다방이나 길거리에서 한담 할 때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적인 인류학자도 이런 질문들을 다룬다. 다만 “방법론”적으로 다를 뿐이다. 전자는 인류학적 질문을 잡다하게 “상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후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론적 특징을 정교하게 사용하면서 논의를 전개한다. 즉 첫째는 총체적 접근(holistic approach)이고, 둘째는 비교방법론이고, 셋째는 현지조사(field work)를 통한 민족지적 자료(ethnography data)를 수집해서 비교분석을 통한 이론을 수립하는 것이다. 총체적 접근이라 함은 인간 행동의 작은 부분도 그 행동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행동을 총체적으로 연관 지워서 이해해야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제기된 첫 번째 질문인 경우, 혼인 풍습이 모든 사회에 있는가를 “비교연구”를 통해 연구하고, “현지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해서, 혼담이나 중매가 어떻게 진행되고, 혼인절차는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며, 초대되는 손님들은 어떠한 범위인가, 경제적인 상호 부조는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14 누가 어느 정도로 참여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종교적인 의미는 무엇이고, 혼인한 뒤에 어디서 어느 기간 동안 생활하고, 자녀들의 출산은 부계인가 아니면 모계인가, 등등 많은 행위양식이 혼인이라는 풍습에 직접 간접적으로 연관되어있다. 따라서 “총체적” 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행위 내지는 행동의 총체적 맥락 (holistic context)위에서 구체적인 한 행동을 파악해야한다는 방법론이다. 여기서 몇 가지 더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 총체적 접근, 비교방법론, 현지조사로 얻은 자료로 인간행동의 밑바닥에 있는 어떤 원리(principle)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원리는 어떤 다른 사회에서도 적용되는 어떤 설명원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류학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어떤 사회의 생활의 한 측면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 사회의 잡다한 측면들을 하나의 “준거틀”(frame of reference)로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강신표는 한국문화를 “대대문화문법”(對待文化文法)으로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다. 음양적인 세계관이 의식주와 사회조직, 의례와 상징체계에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동일의 “생극론”도 상생 상극의 음양론에 연관되고 있다. 이는 한자 문화권이라는 동아시아 문화전통에서 비롯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내부자적 관점(insider's view)과 외부자적 관점(outsider's view)의 문제다. 우리는 흔히 다른 나라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의 관점에서 그들을 보기 쉽다. 좋은 예로서 우리 국악을 서양 음악 문법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오, 한의학을 서양의학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행동양식은 한국 인의 문화문법으로 설명해야한다. 반대로 우리가 일본에 대하여, 그리고 미국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 우리의 관점에서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힌 것인 가를 반성해야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은 일본이 아니요,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이 미국이 아니라는 뜻이다. 인류학은 편견으로부터 해방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문화적 상대주의 개념이 나오게 됨은 물론이다. 국제화시대에 우리들에게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상호이해요, 이를 통한 관용의 정신을 익히는 것이다. 국제화시대는 문화적 다원성을 근간으로 한다. 다른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 문화를 이해하는 길이오, 이러한 이해를 통하여 다문화적(multi-cultural) 국제사회의 성원으로서 생존과 공존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 개론 15
Ⅲ. 인류학의 각론
인류학의 중요 연구 분야는 크게 4개의 분야로 나누어진다. 사회문화인류학, 생물 (자연)인류학, 고고학, 언어인류학 등. 그러나 이 4개 분야를 다시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또 있다. 인간은 오랜 역사적 진화과정을 거쳐 왔다는 전제에 대한 연구주제다. 이 연구주제는 인간(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오늘날 우리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재하게 된 이해는 오랜 역사적 진화과정의 맥락 속에서 파악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전제가 깔려있다.1. 문화인류학
이 분과는 인류학 가운데서 가장 광범위하고 많은 인류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학에서만 인류학과이고 영남대, 한양대, 등은 문화인류학과로 되어있고, 경북대와 전북대는 고고인류학과로 되어있다. 문화인류학은 인간의 문화에 대하여 비교방법론적 접근과 진화론적 관점에서 연구 하고 있다. 문화는 지식, 가치, 전통적 세계관,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atabase)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단어나, 개념이나, 상징 등을 통해 여러 세대를 거처 전수된 내용들이다. 결코 유전자 DNA처럼 유전학(생물학)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인간을 연구함에 있어서 민족지적 방법론을 사용한다. 이 민족 지적 방법(ethnography method)이란 연구 대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고장에 들어 가서 최소한 1년간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과 똑 같은 집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그곳 사람들의 잔치판에서 웃고 울며, 희노애락을 더불어 함께 하면서 한 해 동안의 모든 년중행사를 참여적 관찰로 경험하고, 그 기간 동안 접하게 되는 모든 이웃사람들의 관혼상제의 모든 통과의례를 현장에서 견문하고, 이렇게 수집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다시 성찰적으로 재해석(일기 작성) 하면서, 인간 이해의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이 자료들은 곧 인간 이해의 준거틀이 되는 셈이다. 이리하여 문화인류학자 또는 민족지 학자(ethnographer)는 자기가 견문하고 수집한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16 자료를 다른 사회에서 수집한 다른 민족지학자의 관찰 및 견문 수집된 자료와 비교 연구하게 된다. 원래는 인류학자들이 문화를 총체적으로 보기위하여 생활양식의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서로 끼워 맞추어 보며 연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생활 양식의 극히 좁은 분야로 한정해서 연구하는 경향이 점 점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제, 정치, 종교, 예술 및 민속기술 등으로 한정해서 연구한다. 이는 현대사회의 전 문화와 관련되고, 동시에 분석 차원 심화과정에서 이미 광범위한 영역에 대한 표면 적인 민족지는 더 이상 필요 없고, 좁은 분야의 심층적인 연구 보고서 이여야 학계 에서 인정받게 되는 학계의 경향과 관련된다고 하겠다. 문화인류학자가 추구하는 또 다른 연구과제는 한 사회의 내부에 존재한다고 보는 어떤 “내재적 논리”(internal logic)를 찾아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 내재적 논리의 이해 없이는 어떤 부족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얼굴 페인팅(그림)이나 피부에 흠집 내는 치장(scarification)은 이상하고 “꼴불견”으로 보일 뿐이다. 비교연구 방법을 사용함 으로서 인류학자들은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를 피하는 길을 배우는 것이다. 자민족 중심주의는 낯선 다른 나라 풍습을 자기 자신의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한 선입견으로, 멸시하고 저급한 것으로 평가하려는 정신적 자세와 태도이다. 이같이 비교연구방법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들 자신들의 사회와 문화를 새롭게 드려다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인류학적 이해는 곧 우리 주변을 새롭게 관찰하게하고, 우리의 일상적인 환경에 대한 이해를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시 밀림지대의 브라질 숲 속에 사는 원주민들의 생활양식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은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 갈 수 있구나!”하고 감탄하고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이는 인류학자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새롭게 관찰하고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리고 이들의 연구 보고 서를 읽게 되는 우리들은 다시 우리자신을 성찰하고 감탄하는 계기로 이어진다. 인류학은 사람 사는 것을 연구하면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2. 언어인류학
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내용은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속성이다. 소리체계를 언어로 조직함으로서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을 인류가 공유하게 되었다. 생물학적으로 DNA가 세대를 넘어서 정보를 전달하듯이 말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 개론 17 (speech)은 의사전달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다시 말해 문화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언어가 있기 때문이고, 언어 때문에 인간의 지식들이 성립한다. 언어인류학은 원래 인류학의 중요한 분과이었고, 인간 언어의 역사, 진화 및 내적 구조를 연구하였다. 선사시대의 부족간의 관계를 언어연구로 규명하고, 인간의 의사 소통과 사고력에 중요한 동사 개념(verbal concept)의 사용 및 의미를 탐색하기도 한다. 이리하여 언어와 두뇌와 행동 간의 숨겨진 관계까지도 연구한다. 그러나 이제는 언어학이 독립하여 더 넓은 연구영역과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언어인류학자를 포함한 인류학자들은 문화의 역사적 측면을 많이 연구한다. 오늘 날의 현대사회를 연구한다고 할 때 현대사회의 집단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고 역사적 으로 어떻게 변천해 왔는가를 주목한다. 문헌 기록이 없는 사회의 수천 년 전의 선 사시대 사회를 어떻게 연구하는가? 여기에 고고학적 연구가 시작한다.
3. 고고학
과거 인간들이 남긴 기록이란 꼭 문자나 책에 한정되지 않는다. 동굴벽화, 상형문자, 석기 파편, 토기, 종교적 토우, 그 외 고대사회의 유적 등을 통해 고고학자들은 잊혀 진 과거의 문화와 생활양식 등을 재구성하게 된다. 300만 년 전의 인류의 기원에 대한 구석기 도구들의 파편을 수집분류하고, 당시의 사회생활을 재현해 보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고대사 연구는 주로 고고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대 한일관계, 그리고 고구려사 연구, 가야사 등은 고고학의 중요 연구대상이다. 이 분야는 국가적 정체성의 문제와 연관되기도 하고, 세계문화 유산 문제와도 결부되어 국가적인 연구지원이 많다. 여러분이 지금 자리하고 있는 박물관은 고고인류학적 연구의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박물관은 고고학적인 연구를 통하여 한국인의 역사를 밝히는데, 고고학은 인류학의 중요한 연구 분과중의 하나다. 따라서 박물관은 역사학, 고고학 등을 기본 으로 하여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는데 중요한 좌표를 제공한다. 외국에서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하여 박물관, 미술관, 자연사 박물관 등을 자주 방문하여 견문을 넓혀 준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생활방식을 길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국에도 여러 가지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18 종류의 박물관이 생기고 있다. 교육은 학교 교실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오래된 도시일수록 박물관의 숫자는 비례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 일본만 해도 각 도시마다 개성있는 독자적인 박물관, 미술관 등이 수없이 많다.
4. 생물(자연, 체질, 형질)인류학
언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었는가는 지역에 따라서 다르다.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약 400만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원류로부터 인간으로 진화되어왔을 것이라는 이론이 통용되고 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하여 침판지 등의 유인원 등의 자연생태 환경에서 어떻게 집단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가도 연구한다. 이 분야의 연구는 인간을 하나의 종으로서 생물학적인 기원, 진화, 유전적 다양성 등을 연구한다. 인간의 생물-문화적 선사 시대를 연구한다는 것은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방편이고, 궁극적으로는 두뇌와 신경체계의 진화과정을 해명하려는 것이다. 탄자니아에서 40년 이상 대를 이어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화석 발굴 작업을 하는 리키, 침판지와 몇 년을 함께 생활하면서 인류의 고대 생활을 탐구한 제인 구달, 등은 생물(자연)인류학의 대표적인 연구사례이다. 특히 생태계의 파괴는 인류 생존의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의 인간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어떻게 생존했던가를 살펴보면서 잊혀 진 지혜를 다시 찾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깊은 산속의 불교 사찰에서 스님들의 식사 방식 (바루 공양)에서 자연생태계를 가능한 한 오염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게 된다. 이에 대한 연구도 인류학의 중요한 연구 주제 중에 포함된다. 이상으로 인류학의 4개 분야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 모두는 결국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끝없는 탐구라고 하겠다.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인류학 개론 19
Ⅳ. 맺음 말
이 글의 시작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어 보았다. “인류학은 사람을 연구 하는 學問이다. 우리 모두가 인간(사람)이기에 인류학은 우리 자신을 연구하는 工夫 이다. 학문은 배우고 묻는 과정이고, 공부는 하늘과 땅에 대하여 자기 나름대로 사람 된 도리를 깨치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이러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목마른 말을 물가에 까지 인도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물을 마시는 것은 말이 하는 것이다. 선생과 학생간의 관계도 그러하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선 이러한 제목, “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라는 제목에 관심을 가지고, 이 자리에 참여하였다는 것은 중요한 시작을 말한다. 공부는 끝이 없다고 한다. 여러분 가운데는 이미 인류학을 아는 분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처음 들어보는 학문일 수도 있다. 그 어느 쪽에 속 하든 간에 오늘 들은 인류학에 대한 설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에 강의해 주실 장수현 교수는 제목 (“글로벌시대의 인류학”)에서 보는바와 같이 더 흥미롭게 설명해 줄 것이고, 이번 주 금요일까지 계속되는 이 강좌를 듣고 보면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의 강의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끝으로 한 마디만 더 부치고 나의 강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성공회대학 신영복 교수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자”고. 사람은 홀로 살 수 없다. 생명의 출발부터, 더불어 시작했고, 더불어 살다가, 더불어 끝맺는다. 만나는 인연도 쉬운 일이 아니오, 혜여 지는 일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관혼상제의 통과의례는 언제나 사람들의 “숲”속에서 진행된다. 우리의 일생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일생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농촌중심사회로 부터 도시중심사회로 어느덧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그리고 다시 외국으로 나들이 하는 일이 옛날 서울 나들이 하는 것 보다 더 쉽게 되었다. 불과 반세기만에 일어난 현상 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에 나가면 사오고 싶은 것이 많았다. 서양 산업사회가 이룩한 것이 부러웠던 것이 어제일이 되었다. 이제는 정보화 사회로 한 발작 더 나아가고 있다. 이 정보화 사회는 전 세계가 서로 “더불어 함께”살아가야 하는 사회다. 어느 시대나 변화는 있어 왔다. 이제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다. 너무나 급속한 변화에 익숙해 온 우리들 이기에 이를 의식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다원사회, 다문화가족, 등의 새로운 단어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20 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제 우리는 우리 이웃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 “‘더불어 함께’살아가는 지혜를 쌓아 가야한다.” 그 이웃은 정보화로 인하여 지구의 저 먼 곳에 사는 사람들도 포함한다. 이른바 글로발(세계화)시대에, 우리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이웃처럼 살아가야 한다. 인류학은 바로 이러한 지혜를 쌓아 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것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을 것이다.
참고문헌
강신표, 1984, 『한국문화연구』, 서울: 현암사 한국문화인류학회, 2003,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 서울: 일조각 한국문화인류학회 편, 1998,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서울: 일조각미국인류학회, 2005, 『What is Anthropology ? 』, http://www.aaanet.org/anthbroc.htm 石川榮吉 外, 1992, 『文化人類學事典』, 日本 東京: 弘文堂
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장 수 현
광운대학교 동북아대학 교수Ⅰ. 타문화 연구를 통한 인간 이해 Ⅱ.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23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장 수 현
(광운대학교 동북아대학 교수)Ⅰ. 타문화 연구를 통한 인간 이해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사물을 분류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우리가 속한 문화에 의해 형성된다. 심지어 우리의 상상력까지도 우리 사회의 문화적 틀 속에서 만들어진다. 인류학은 우리와 다른 문화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삶의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인간의 가능성이 얼마나 폭넓은지를 알 수 있게 해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문화를 낯설고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이해의 지평을 넓힌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문화에 길들여지고 익숙해 있어서 우리와 다른 삶의 방식을 접할 때 어딘지 이상하다거나 부자연스럽다거나 불편하다는 느낌을 갖기 쉽다. 그러나 다른 사회의 문화적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본다면 이상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된다. 인류학은 이처럼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다양한 삶의 방식 들을 연구하고, 그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추구한다. 인류학이 인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1. 사모아섬의 사춘기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 1901-1978)는 사모아섬, 뉴기니, 발리섬 등에서 여러 차례의 인류학적 현지조사를 수행했는데, 그녀의 주된 관심은 보통 인성(personality) 이라 불리는 개인의 행위 특성이 그 문화에 의해 주조되는 방식을 밝히는 데 있었다. 그녀는 한 사회의 특정한 육아 관행이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인성을 형성하며, 그렇게 형성된 인성은 다시 그 사회에 본질적 특성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이런 주장은 “사모아섬의 사춘기”(Coming of Age in Samoa)라는 책에 아주 분명하게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24 나타나 있다. 사춘기는 인간의 생물학적 발달과정의 한 단계로서, 사춘기의 소년소녀들이 보이는 행동상의 특징들, 다시 말해서 극심한 감정상의 기복이나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 및 도전, 심한 스트레스와 갈등 등은 보통 모든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해 왔다. 미드는 바로 이와 같은 생물학적 결정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녀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보이는 행동상의 특성이 모든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각 사회의 문화패턴(특히 육아관행)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드는 자신의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사모아의 인접한 세 마을에 사는 8세 에서 20세 연령층에 속한 68명의 소녀를 대상으로 인류학적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로부터 미드가 얻은 결론은 사모아섬 소녀들에게는 사춘기가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모아 아이들의 성장은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고 간단하다. 서구사회의 청소년 들과는 달리 이들은 그렇게 힘든 사춘기를 보내지 않는다. 감정적인 기복이 심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도 않는다. 남녀 간의 관계 때문에 갈등을 겪는 일도 드물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사모아가 전체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모아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아주 심각할 정도까지 개입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큰 판돈을 걸고 놀지 않는다. 아무도 큰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자신의 믿음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해 죽음을 각오 하고 싸우는 일이 없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식이 길 건너편으로 이사 가면 그것으로 문제는 해결된다. 어떤 마을에서 한 남자가 갈등을 야기할 때는 그를 다른 마을로 쫓아 버리면 된다. 어떤 여자의 남편과 그 여자의 정부 사이의 분쟁은 몇 개의 좋은 멍석을 주고받는 걸로 해소될 수 있다. 개인 간의 관계 에서 상대를 극진히 돌봐주는 일은 아주 드물다. 사랑과 미움, 질투와 복수, 슬픔과 사별을 잊는 데 몇 주만 있으면 된다. 어떤 개인에 대해 아주 깊은 정을 쏟지 않는 사모아 사람들의 이와 같은 특징은 아이들을 양육하는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두세 살이 될 때까지 아이가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기 전에는 먹이지 않으며, 젖을 뗀 후에는 예닐곱 살밖에 안된 여자아이에게 아이를 맡겨 돌보게 한다.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는 사모아 사람들의 특징은 그 가족구조와도 연관된다. 사모아의 가구는 양변친족들로 이뤄지며 확대가족의 형태를 띌 때가 많다. 핵가족 형태도 있지만 구성원의 수가 15명에서 20명까지 되는 규모가 큰 가구들도 많다. 이런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25 가구들은 혈연, 혼인, 입양, 친분 등으로 연결된 사람들로 구성된다. 또, 사모아에서는 거주 형태의 융통성이 크기 때문에 가족구성원 간에 충돌이 발생하면 분쟁 당사자가 다른 친척의 집으로 옮겨가서 살 수 있다. 이 사회에서는 사춘기 청소년들 사이에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일이 잦고, 보통 그로 인해 분쟁이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없다. 사춘기에 있는 30명의 조사 대상자 가운데 17명이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한 경험이 있었고 22명은 동성애를 경험했다. 처녀성을 유지하고 있는 여자들은 대부분 기독교 목사의 집에 사는 아이들이었다. 이들이 밀회하는 장소는 바닷가일 수도 있고 때로는 애인이 집안으로 몰래 숨어 들어 오기도 한다. 강간사건은 아주 드물었다. 사생아를 낳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여자들은 낙태를 선택하기도 했다. 결국, 미드의 이 연구는 보통 인간의 타고난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생성된다고 믿어온 사춘기 청소년의 감정적 어려움이 그 사회의 문화가 어떠냐에 따라 거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 주었다. 어떤 사회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바는 그 문화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엄격 하게 성적인 순결을 강요한다거나 여러 가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부과하는 사회와, 그렇지 않고 사모아섬처럼 성과 관련된 도덕적 기준이 강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적은 사회 사이에는 사춘기 청소년의 행동 특성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
2. 인도의 암소 숭배
인도 힌두교도들에게 암소는 살아있는 모든 것의 상징으로서 기독교의 마리아처럼 고귀한 존재이다. 이들에게 소를 죽이거나 먹는 것은 신성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된다. 이런 신앙 때문에 인도의 소는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면서 교통과 위생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하고, 소 양로원과 같이 낭비성이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며, 때로는 무슬림과의 전쟁처럼 엄청난 재난을 발생시키는 요인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는 외부인들에게는 낯설고 이상해 보일 수 있는 암소 숭배 풍습이 결코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원전 1800-800년까지 북부 인도를 지배했던 베다인의 경전에 따르면, 당시에는 소를 제물로 바치는 의례와 쇠고기 소비가 성행했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점차 많은 초지가 경작지로 전환되었고 그에 따라 소의 수가 감소하고 값이 비싸졌다. 브라만과 크샤트리아 등 높은 카스트에 속한 사람들은 계속 쇠고기 소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26 낮은 카스트 사람들은 비싼 쇠고기를 소비하기 힘들게 되었다. 기원전 600년경 전쟁, 가뭄, 기근 등으로 인해 대중의 생활이 엄청나게 궁핍해졌다. 이 시기에 불교, 자이 나교 등과 같이 동물 살생을 금지하는 종교가 발생하였다. 이 종교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들에게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닌 소를 브라만과 크샤트리아에게 바쳐야 했던 가난한 대중들에게 큰 호소력을 발휘하였다. 힌두교가 불교와의 주도권 다툼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불교의 동물 살생 금지 원리를 받아들여 자신들을 소의 보호자로 설정하였다. 그 결과 쇠고기 대신 우유가 힌두교의 주요 제사음식이자 브라만 계급의 동물성 단백질의 주요 원천이 되었다. 인도의 암소 숭배 신앙이 외부인들의 관점에서는 별다른 현실적 효용이 없는 이상한 문화일지 모르지만, 인도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여러 가지 생태적, 경제적 효용을 갖는 합리적인 문화이다. 인도 농민들에게 암소는 매우 요긴한 동물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숫소가 필요한데, 숫소는 암소 없이는 나올 수 없다. 소의 분뇨는 천연비료로 사용되고 말려서 연료로 쓰며 집을 지을 때 바닥재가 되기도 한다. 암소가 낳는 송아지를 팔아서 얻는 현금 수입은 고리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농민 들이 파산하는 것을 막아준다. 자연재해와 같은 극한상황이 벌어지면 농민들은 소를 잡아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갈등하게 되는데, 암소 숭배는 소를 잡고 싶은 유혹을 최대한 늦춰주는 작용을 함으로써 농민들의 장기적인 생존에 기여한다. 그리고 죽은 소는 불가촉천민에 의해 소비된다. 환경적으로도 암소 숭배는 도움이 된다. 소가 먹는 풀, 농작물 찌꺼기, 시장터 쓰레기는 허비되지 않고 인간에게 유용한 우유와 다른 식품으로 전환된다. 인도의 암소 숭배 신앙은 이처럼 여러 가지로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는 문화인 것이다. 마빈 해리스는 인도 암소 숭배에 대한 연구 결과를 미국 문화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 삼는다. 미국인이 선호하는 식품인 쇠고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대규모 소 사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고기 이외의 소의 산물들이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소의 분뇨는 쓸모없이 폐기되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주거문화는 엄청난 에너지 소비를 초래하여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해리스가 볼 때 미국인의 자 동차 숭배야말로 정말로 문제가 많은 문화이다. 자동차는 빠르지만 에너지 소비가 비효율적이다. 바깥에 시동을 켠 채 세워놓은 자동차를 생각해보면 분명해진다.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27
3. 음식금기
구약의 레위기에는 음식 금기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나온다. 「레위기」 11장 2. 땅 위에 있는 모든 네 발 짐승 가운데서 너희가 먹을 수 있는 동물은 이런 것 들이다. 3. 굽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새김질하는 짐승은 먹을 수 있다. 4. 새김질 하는 짐승이나 굽이 갈라진 짐승이라도 다음과 같은 것은 먹지 못한다. 5. 오소리도 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6. 토끼도 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7. 돼지는 굽은 두 쪽으로 갈라졌지만 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8. 이런 동물의 고기는 먹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주검에 닿아도 안된다. 이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한 것들이다. 9. 물에 사는 것 가운데 너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물에 사는 것 가운데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것은 바다에서 사는 것이 든지 개울에서 사는 것이든지 먹을 수 있다. 10. 그러나 물에서 우글거리며 사는 것 가운데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은 바다에서 사는 것이든지 개울에서 사는 것이 든지 너희에게 더러운 것이다. 11. 이런 것들은 너희에게 더러운 것들이다. 그 고 기를 먹지 말라. 그리고 그 주검을 더러운 것으로 여겨야 한다. 12. 물에 사는 것 가운데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은 모두 너희에게 더러운 것이다. 13. 새 가운데 너희가 더러운 것으로 여길 것은 이런 것들이다. 이것들은 더러운 것이니 먹지 말아야 한다. 독수리, 수염수리, 흰꼬리수리. 14. 검은 솔개, 각종 붉은 솔개. 15. 각종 까마귀. 16. 타조, 올빼미, 갈매기, 각종 매. 17. 부엉이, 사다새, 따오기. 18. 백조, 펠리컨, 흰물오리. 19. 고니, 각종 푸른 해오라기, 오디새, 박쥐 등. 20. 네 발로 걸으며 날개가 돋친 곤충은 다 너희에게 더러운 것이다. 21. 그러나 네 발로 걸으며 날개가 돋친 곤충 가운데서도 발뿐 아니라 다리도 있어서 땅에 뛰 어오를 수 있는 것들은 먹을 수 있다. 22. 그러니 곤충 가운데서 너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각종 메뚜기, 각종 방아깨비, 각종 누리, 각종 귀뚜라미이다. 23. 네 발로 걸으며 날개가 돋친 곤충은 다 너희에게 더러운 것이다. 24. 이런 것들의 주검에 닿는 사람은 저녁때까지 부정하다. 25. 그 주검을 가지고 다닌 사람은 옷을 빨아 입어야 한다. 그는 저녁때까지 부정하다. 26. 짐승 가운데 굽이 있어도 갈라지지 아니하고, 새김질하지 않는 것은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누구든지 그 주검에 닿으면 저녁때까지 부정하다. 27. 네 발로 걷는 동물 중 발바닥으로 걸어 다니는 것은 모두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누구든지 그 주검에 닿으면 저녁때까지 부정 하다. 28. 그 주검을 가지고 다닌 사람은 옷을 빨아 입어야 한다. 그는 저녁때까지 부정하다. 이런 것들이 너희를 부정타게 한다. 29. 땅을 기어다니는 길짐승 가운 데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은 두더지, 쥐, 각 종 큰 도마뱀. 30. 수궁, 육지 악어, 모래 도마뱀, 카멜레온 등이다. 31. 모든 길짐승 가운데서 이런 것들이 너희에게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28 부정한 것이다. 누구든지 그 주검에 닿으면 그 사람은 저녁때까지 부정하다. 32. 무엇이든지 그 주검 위에 떨어지면, 나무그릇이든, 옷이든, 가죽이든, 자루든, 사람이 쓰는 모든 물건은 부정을 탄다. 이렇게 부정을 탄 것은 물에 담가야 한다. 이런 것은 저녁때까지는 부정하지만 그 뒤에는 정하다. 41. 땅 위를 기어다니는 길짐승은 더러운 것이니 먹지 말라. 42. 배로 기어다니든, 발이 넷이든, 그보다 더 많든 간에 땅 위를 기어다니는 모든 길짐승은 먹지 못한다. 이런 것은 더러운 것이다. 구약에서 왜 위의 동물들을 먹지 못하게 했는지는 하나의 큰 수수께끼였다. 어째서 낙타와 토끼, 오소리가 불결하다고 했을까? 왜 개구리는 깨끗하고 쥐와 물소는 불결 한가? 무엇 때문에 도마뱀과 두더지와 악어가 회피되어야 할 음식의 범주에 같이 들어 있을까?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여러 가지 각도에서 바라본 나름대로의 해석을 제시했었다. 마빈 해리스처럼 생태적 요인을 중시하는 학자는 음식 금기가 그 금기를 가진 사회의 자연생태조건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예를 들어, 돼지를 먹지 못하게 한 성경의 계율이 중동의 생태적인 조건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소, 양, 염소 등과는 달리 돼지는 중동지역의 덥고 건조한 기후에 적합한 동물이 아니며, 따라서 다른 동물들에 비해 늦게 가축으로 사육되기 시작했다. 목축과 농경이 결합된 경제를 가졌던 중동지역의 고대사회에서 소나 양이나 염소는 젖, 치즈, 피혁, 분뇨, 단백질, 고기 등을 공급하는 주요 원천이었기 때문에 그 근본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돼지고기의 경우는 오로지 살코기만 제공하는 사치성 식품이었다. 돼지고기가 아주 귀하고 맛있었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컸다. 그러나 돼지는 이 지역에서 사육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으므로 돼지 사육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고 종교적인 금기는 바로 이런 필요성을 반영했다. 그러나, 메리 더글라 스라는 학자는 음식 금기와 관련된 성경구절들이 신의 성스러움이라는 관념과 직결 되어 있다고 본다. 신이 성스러울 수 있는 것은 완전성을 갖추었을 때이며, 따라서 신을 모시는 인간 역시 완전하지 않으면 신의 축복을 받기 힘들다. 성스러움은 개인들이 각자 속한 범 주에 일치할 것을 요구한다. 서로 다른 범주의 사물이나 속성이 뒤섞여 있을 경우에는 성스러움이 파괴된다. 천지창조의 시간에 모든 것이 명확한 범주에 따라 구분되었을 때 성스러울 수 있었던 것처럼 정확한 정의와 구분, 그리고 질서가 있을 때 비로소 성스러움이 성립된다. 결국 성스러움은 완전하게 하나가 되는 것, 그리고 통일성과 완벽성을 의미한다.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29 위의 구절들에서 회피해야 할 것들로 지목된 동물들은 모두 완전성을 결여한 것들 이다. 하나의 범주에 완전하게 속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하게 여러 범주들의 속성들을 함께 가지고 있는 동물들은 모두 부정하다고 간주되고 있다. 먼저 가축 가운데 소와 달리 되새김질을 하지 않거나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것들은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소는 신의 질서 속에 있으면서 가장 정결하고 축복 받은 동물로 여겨진다. 가축이면서 소의 주요 속성인 되새김질과 갈라진 발굽을 갖추지 못한 것들은 따라서 부정하며 성스러움과 반대된다. 그래서, 토끼와 낙타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것들, 돼지처럼 발굽은 갈라졌으나 반추하지 않는 것들은 모두 부정한 동물로 분류되었다. 또, 동물들의 부정함은 물과 공중과 땅이라는 세 가지 요소 속에서 그것들이 각각에 적절한 방식으로 사느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원래 성경에서 묘사하고 있는 완벽한 세계는 천지창조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인데, 그곳은 대지와 바다와 창공이라는 세 범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에 적절한 종류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창공에는 두 다 리를 가진 새들이 날개로 날고, 물에서는 비늘 있는 고기들이 지느러미로 헤엄을 치고, 땅 위에서는 네 다리를 가진 짐승들이 걷거나 뛴다. 이 각각의 활동영역에서 사는 데 필요한 본래의 운동능력을 갖추지 못한 동물들은 성스럽지 못하고 부정한 것들이다. 따라서 물에 사는 동물이면서 지느러미나 비늘이 없는 것들은 부정하다. 곤충들처럼 하늘을 나는 네발동물 역시 부정하다. 두 다리와 두 손을 갖고 네발동물처럼 걷는 모든 생물은 부정하다. 네 발 동물이지만 그 앞발이 마치 손처럼 보여 기분 나쁜 족 제비, 쥐, 악어, 들쥐, 도마뱀 등과 같은 동물도 부정하다. 또 기어다니거나 구물거 리거나 기어오르는 동물들, 다시 말해서 동물의 적절한 움직임이라 간주되기 힘든 불확정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들은 모두 부정하다. 뱀장어와 물벌레들은 고기는 아니지만 물 속에 산다. 파충류는 네발동물은 아니면서 땅에 산다. 어떤 곤충들은 새는 아니지만 하늘을 난다. 이런 동물들은 질서에 맞지 않게 살아간다. 완전성에서 벗어나는 동물들을 먹을 수 없다고 규정하는 성경의 계율들은 결국 신의 성스러움을 일상 속에서 떠올리게 한다. 다시 말해서, 성스러움의 비유를 동물과 음 식에까지 확장시킴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신의 통일성과 정결함, 그리고 완전성에 대해 매번 명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성스러움의 관념은 회피의 계율이 있음으로 해서 사람들이 동물들을 접촉하거나 식사하는 가운데 매번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이상의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학은 비교문화적 연구를 통해 자문화중심주
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30 의적 사고를 비판하고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이해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이해와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매우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인류학이 제3세계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투와 지배의 도구로서 일정한 기여를 해왔다는 사실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식민지를 연구한 인류학자들이 대부분 선교사나 식민주의자들과 여러 가지 점에서 대립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 연구과정에서 식민지 상황을 외면하고 전통문화에만 관심을 보인 경우가 많았고 식민당국의 동화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운 경우들도 있었다. 아프 리카에 대한 영국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대해서는 식민통치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정치구조와 친족구조의 모델을 발전시킴으로써 식민정책의 도구가 되었다는 신랄한 비판이 가해지기도 한다. 식민지를 연구한 모든 인류학자들을 제국주의의 도구로 몰아 붙이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개별 인류학자들이 식민지 주민에 대한 보호와 식민지배에 대한 기여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연구를 수행한 것인지를 세밀하게 따지고 그에 근거하여 정당한 비판을 가해야 할 것이다. 인류학을 포함한 지역학 연구들과 식민주의 간의 공모 가능성에 대한 의심과 비판은 과거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제 그 화살은 지역연구를 수행하는 한국의 인류학자들을 비롯한 지역학 전문가들을 향해서도 날아가고 있다. 타문화, 타지역에 대한 연구가 양날의 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Ⅱ.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레나토 로살도는 <문화와 진리>(아카넷, 2000)라는 책에서 인류학자의 고전적 이 미지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옛날 옛적에 <고독한 민족지학자>는 <그의 원주민>을 찾아 석양 속으로 말을 타고 떠났다. 그는 많은 시련을 겪고 아주 먼 나라에서 원하던 대상을 만났다. 그곳에서 <현지조사>라는 궁극적인 시련을 감내하면서 통과의례를 치렀다. <자료>를 수집한 뒤에 <고독한 민족지학자>는 본국으로 돌아와서 <그 문화>에 대한 <참된> 설명을 써 냈다. 인류학자의 정형화된 이미지는, 그것이 북미나 남미의 원주민이든 아프리카의 원주민이든, 문명세계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자신의 원주민으로 선정하고 그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그 삶에 관한 자료를 수집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31 한 뒤 그것을 민족지의 형태에 담아 자신이 속한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사람이다. 고전적 인류학자들은 식민지배라는 냉엄한 현실이 있는 곳에서도 그로 인한 갈등과 변화에 주목하기보다는 조화롭고 내적으로 동질적이며 일정한 패턴과 법칙성을 갖는 문화를 그려내곤 했다. 이들에게 문화는 경계가 뚜렷하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우리와의 문화적 차이를 부각시키고 자신 만이 알고 있는 그 사회의 특수성을 강조하면 할수록 그 사회와 외부세계 간에 존재 하는 연결점들은 감춰졌고, 사회적 경계선들을 넘어 이뤄지는 문화적 교차와 수렴의 양상들은 모호해졌다. 이런 고전적 인류학으로 지구 전체가 하나의 경제체계로 묶인 글로벌시대의 복합 적인 문화적 양상들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고전적 인류학자들이 애써 강조했던 경계가 뚜렷하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문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글로벌시대에는 인류학자와 원주민을 구분하던 경계선과 거리가 대폭 축소되어 양자 는 더 이상 분리된 세계에 살지 않는다.
박물관에서 인류학을 만나다 32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제는 완전히 외부와 고립된 채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발견하기 힘들다. 우리는 어디에서건 영어 문구가 인쇄된 티셔츠나 나이키 운동복 같은 것을 입은 원주민을 보는 것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물건들이 원 주민들의 삶의 방식과 아무 연관 없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나이키 운동복을 예로 들면, 이것은 여러 관련 산업과 복잡한 자본-노동관계가 뒤얽혀 있는 국제분업 체계 하에서 아마도 제3세계 어느 국가의 저임금 노동자들에 의해 생산된 후 다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인 원주민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 역시 이 글로벌한 체계의 한 부분으로서 외부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이키 운동복을 구입한 원주민의 취향과 욕구는 지역 차원의 패션 기준들과 지구적 차원의 기준들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글로벌시대의 인류학은 이처럼 지역적 차원과 지구적 차원에 걸친 힘들이 동시적으로 작용하여 형성하는 다층적이고 역동적이며 내적 체계가 불명확한 접경지대의 문화들을 포착해낼 수 있는 새로운 이론과 연구방법론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시대는 국가와 민족을 비롯한 갖가지 경계를 가로질러 움직이며 떠돌이의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배태하고 있다. 자크 아탈리는 <호모 노마드>라는 책에서 유목적 삶을 사는 사람의 엄청난 증가를 강조하면서, 현대의 인류를 정착민, 비자발적 노마드(인프라노마드), 자발적 노마드로 구분한다. 정착민으로는 농민, 상인, 공무원, 엔지니어, 의사, 교사, 고정직 노동자, 장인, 기술자, 은퇴자, 어린이 등이 있다. 인프라노마드는 대물림에 의해 유목민이 된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노마 드가 된 사람들, 즉 주거가 없는 사람, 이주노동자, 정치망명객, 경제적 추방자, 트럭운전수나 외판원 같은 이동 근로자 등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자발적 노마드는 하이퍼노마드와 유희적 노마드로 나뉘는데, 전자는 창의적 직업을 가진 사람, 고위 간부, 연구원, 음악가, 통역사, 안무가, 연극배우, 연극 연출가, 영화감독, 짐 없이 여행하는 사람 등을 포함하고 후자는 관광객이나 운동선수, 게이머 등을 가리킨다. 글로벌시대는 이처럼 다양한 노마드들이 문화적 경계들을 가로지르는 삶의 양식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유동적인 문화적 접경지대(borderland)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느 하나의 공간이나 문화적 자기장 속에서 포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폐쇄된 공간 속에 존재하는 통합된 문화체계를 그리는 데 치중한 고전적인 인류학적 접근방식으로는 결코 이 혼성적이고 역동적인 문화 접경지대를 제대로 그려낼 수 없다.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이에 대해 살펴보자.
인류학이란 무엇인가? - 글로벌시대의 인류학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