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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대한 자유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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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국토 제452호(2019. 6)

지도에 대한 자유 상상

업무 중간에 잠시 짬을 내어 회사 옥상에 올라가 하늘 을 쳐다본다. 초여름 기운을 머금은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올라 떠다닌다. 어릴 적 마땅한 놀잇감이 없을 때 무료함을 달래려고 구름 이름 짓기를 하던 기억이 떠 오른다. 토끼구름, 나비구름, 강아지구름…. 시시각각 바람에 실려 변하는 다채로운 구름 모습을 보며 내 마 음대로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의 나래 를 펴곤 했다.

인터넷 서핑 중에 이와 같은 행위를 일컫는 전문용 어가 있음을 발견하고 잊기 전에 메모해 두었던 것을 글로 옮긴다. 필자의 이전 글을 눈여겨 본 독자라면 눈치챘겠지만 특정 용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는 용어 는 ‘모호하고 연관성이 없는 현상이나 자극에서 일정 한 패턴을 추출해 연관된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심리 현상이나, 혹은 여기에서 비롯된 인식의 오류를 나타 내는 말’로 풀이된다(네이버 지식백과, 2019년 5월 21 일 검색)1). 쉽게 말하자면, 다양한 구름의 형태를 보 면서 동물이나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처럼 불분 명하고 불특정한 현상이나 소리, 이미지 등에서 특정 한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심리 현상, 혹은 그러한 심리

현상에서 비롯된 인간의 인지(認知)와 사고(思考)에서 의 오류와 착각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그 오류와 착각의 주체가 본인 자신으로, 본인만의 ‘주관적 해석’

이 곁들여진다. 즉, 객관적 사물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보고 듣고자 하는 대로 해석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땅의 모양을 사물이나 동물에 비유하는 방식의 파 레이돌리아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이탈리아 반도를 장 화에 비유하는 것에 대해서 정작 해당 주민들은 어떻 게 여길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통설처럼 인식된 다. 작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빗대어 만든 용어로 잘 알려져 있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역시 ‘샐 러맨더’(salamander, 도롱뇽) 모양을 본떠 작명되었 다. 산과 강의 모양 및 배치를 고려하여 각종 해석을 더하는 지관의 풍수지리도 이러한 현상이지 않을까 여겨진다. 사람들은 본인의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외 부의 것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우리 땅 한반도의 경우를 살펴봐도 될 것 같다. 한반도는 한때 아시아 대륙 끄트머리에 귀엽게 웅크려 앉아 있는 토 임영모 | (주)웨이버스 부장, ‘맵인사이트: 지도를 보는 따스한 시선’ 저자([email protected])

공간공감(空間共感) 13

1)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382203&cid=40942&categoryId=3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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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끼 형상으로 비유되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혹은 ‘백의민족’ 등 의 단어가 내비치는 느낌과 유사 하게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는 땅마저도 온순하고 조용하고 평 화를 추구하는 토끼의 이미지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이 토끼 모양의 한반도 그림을 ‘발상’한 것은 구한말 일본 지리학자인 ‘고 토 분지로’(小藤文次郞)로 알려져 있다. 그의 창의적 파레이돌리아 는 일본 제국주의의 악의적인 의 도가 다분히 담겨 있는 비유였으 나 오랜 식민교육에 의해서 한반 도 거주민들에게 확고한 식민지 프레임 형태로 각인되기도 했었다.

이에 반하는 파레이돌리아를 내세운 청년이 있었 다. 육당 최남선은 생애 후반기에 일제 말기 친일반 민족 행적으로 결국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기긴 했 지만, 변절하기 전의 초기 문학 및 언론인 활동을 보 면 반일 열의가 불타올랐었다. 그의 나이 열아홉 살에 1908년 11월 ‘소년지’(少年誌) 창간호에 기고한 ‘봉길 이(鳳吉伊) 지리공부’의 문장을 보면 토끼 모양의 한 반도가 아닌 호랑이의 기개를 담은 그의 자유 상상을 엿볼 수 있다. “우리 대한반도는 맹호가 발을 들고 허 우적거리면서 동아대륙을 향하여 나는 듯 뛰는 듯 생 기 있게 할퀴며 달려드는 모양을 하고 있으니, 그것은 곧 이 땅의 생왕하면서도 무량한 원기(元氣)와 진취 적이면서도 무한한 팽창 발전을 의미하는 것인즉, 어 찌 소년들이 이 그림을 통하여 더욱 굳고 단단한 마음 을 가지지 않겠는가” 하며 현재 호랑이 지도의 모태가 되는 삽화를 제시한다. 같은 모양의 땅에 대한 해석이

토끼에서 호랑이로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계기가 되 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은 ‘근역강산맹호기상도’처 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여 ‘한반도 = 호랑이’라는 대 중적인 인식으로 자리매김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강원도 영월의 한반도 지형은 그 땅 모양만으로 훌 륭한 관광상품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한강이 가로지르 는 서울의 지도는 웃는 사람 얼굴로 형상화하여 친밀 감을 더하기도 했다. 지도가 품고 있는 땅의 형상은 하 늘에 떠다니는 각양각색의 구름마냥 무한한 자유 상상 을 자극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매일 마주하는 지도가, 그리고 풍경이, 재미 있는 놀잇감일 수도 있겠다.

공간에 대한 자유 상상은 즐거운 놀이다.

참고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382203&cid=

40942&categoryId=31531 (2019년 5월 21일 검색).

정진석. 1998. 최남선의 호랑이 지도와 한민족의 웅비. 신문과방송 327: 120- 124.

<그림 1> 최남선이 처음 고안하여 발표한 ‘호랑이 지도’

<그림 2>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근역강산맹호기상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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