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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일종의 사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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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화기학회지 2004;44:109~111 □ SELECTED SUMMARIES □

본 글은 2004년 Gastroenterology 4월호에 게재된 미국 노스캐롤리나 의과대학의 소화기내과 교수이자 소화관 운 동 분야 연구의 선두 주자인 Dr. Drossman의 글로서 게재 된 이후 미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본문에서와 같이 의약분업 이후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도 현실적, 구조적 으로 내재된 많은 모순으로 인해 왜곡되었고 이로 인해 진료 의 중요성보다는 전체 사회에 있어 이득을 따지는 사회 경제 적인 점이 주로 부각되고 있다. 진료에 있어 과거와 같은 환 자와 의사 간의 긴밀한 관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이 제는 마치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계약 관계가 되고 있다. 다 음의 글은 이런 현실에 대해 통찰하는 글로서 대한소화기학 회지는 저자의 허락을 얻어 원문을 번역하여 게재한다.

의학은 일종의 사업이 되었다.

그러나 그 비용은 무엇인가?

의학에 있어 진료 행위는 그간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 의사들은 TV드라마의 Marcus Welby 처럼 침상 옆에 앉아 환자의 손을 어루만져 주고, 맥박을 재며, 보호자들과 이야기하곤 하였고 환자들도 의사들이 그렇게 해 주기를 원하였다. 일부에서는 이런 행위 자체가 치료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혹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당시는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 같은 검 사도 없었고 내시경검사도 이제 막 시작 단계였으며 치료 도 제한적이었다. 1960년대의 의과대학 교육은 환자의 병 력 청취, 신체검사와 이에 근거한 임상적 판단에 대해 중점 을 두었고 이런 점에서 임상의와 교수들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하였다. 그들은 회진을 돌면서 원인 불명의 반점형 폐 렴을 가진 환자가 조류 애호가임을 밝혀냈고, 이미 심근경 색으로 사망한 부모의 1주기 즈음에 설명되지 않는 흉통으 로 내원한 환자의 원인이 심근경색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당시 의사들은 제2심음의 모순분열을 청진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심장주기를 그릴 수 있었으며 그 생리 기전을 설명 할 수 있었다.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설사로 내원하 여 D-xylose검사와 72시간 분변검사를 시행 중인 환자의

병태생리에 대한 토론으로 회진은 뜨거웠다. 그들은 위장 관 출혈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배웠고 환자를 혈관조영술이 나 수술로 치료하기 전에 내시경을 시행하여 출혈 병소를 찾곤 하였다. 소화기내과 전임의는 임상에서는 상급자가 동석한 가운데 환자를 진료하였고 개원하여 실제 진료에 임할 때까지 수년을 상급자를 따르며 그 과정을 배웠다. 대 학에 남는 사람들은 국립보건원에서 급여의 50%까지 기금 을 보장받는 유명한 임상의와 교육자 또는 소화기내과장이 나 내과장 등 평소 매우 존경해 오던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 이 목표였다.

그 동안 많은 것이 변하였다. 의학 지식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신체검사, 환자의 침상 옆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그 리고 심지어 고의학 문서에 대한 관심 등을 포함하는 명예 로운 ‘의사상’에 관한 많은 부분이 희석되었다. 임상의는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 같은 영상검사를 판독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기존의 신체검진은 좀더 정밀한 검사를 하기 위해 미리 대충 시행하는 선별검사일 뿐이다. 여러 방면에 서 우리는 우리가 더 똑똑하고, 더 효과적이며, 좀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아기를 욕조에 던지는 것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우리가 처한 것은 아닐까? 잘 시행된 병력 청취와 신체검 사는 중요한 임상적 정보를 줄 뿐 아니라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를 좋게 하며 그 자체가 치료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

환자의 침상 옆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질환만이 아니라 환자와 그의 질병을 중요시함으로써 교육자와 학생, 환자 간의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시행되는 환자 간호는 의사가 환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 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지식 습득과 환자를 올바른 길로 안내하며 또한 환자가 희망을 가지게 하는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게 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와 같은 의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숙 련하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의학과 연 관된 인간 가치이다.

의학은 30-40년 전과 비교하여서 실제적으로 어떻게 변 하였는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환자에 대한 간호는 이미 우화가 되어 버렸다. 환자에 대한 간호는 침상 옆이 아니라 카메라가 돌아가고 요란한 기계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응

의학은 일종의 사업이 되었다

(Drossman DA. Medicine Has Become a Business, but What is the Cost?

Gastroenterology 2004;126:95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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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화기학회지: 제44권 제2호, 2004

급의료진이 이 환자에서 저 환자로 바쁘게 움직이는 응급 실에서 이루어진다. 교육기관에서의 하루 활동에 있어서도 의료진들은 팀 진료가 효율적이지 않고 자율성이 없다는 이유로 회진을 돌며 교육하는 것을 점차 피하고 있다. 전에 는 늘 체계적으로 시행되던 전신 신체검사는 환자의 주 증 상에 따라 부분적으로 시행되는 신체검사로 대치되었고, 의학 기술을 이용한 진단검사가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되었 다. 어느 날 회진에서 인턴이 울혈성 심근장애로 내원한 환 자를 보고하며 매우 확장된 경부정맥과 심장의 이상 소견 을 확인했고 복부검사는 정상이라고 말했다. 평소 교육에 열의가 있는 교수는 인턴이 검사 중 놓친 간비대를 지적해 주었다. 그러자 인턴은 곁에 있는 전공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초음파만 있었더라도 간이 커진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한다.

전공의들은 환자가 입원한 당일에 필요한 처방의 일부만 지시할 뿐이고 다음날 아침까지 환자를 보는 당직의사는 다음날 회진 때에는 퇴근하고 없어, 어떤 시술을 하게 될 경우 왜 이 시술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경우가 생기곤 한 다. 입원 당일 병동의 의료진은 신환들을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누고 환자의 침상 옆에서 고작 10-15분 정도를 어느 한 사람이 병력 청취를 하면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은 환자를 청 진하는 식으로 소요한다. 그리고는 컴퓨터 앞으로 가서 전 에 작성해 둔 다른 환자의 과거력과 사회력이 있는 프로그 램을 따와 환자 기록에 붙이는 작업을 한다. 환자들은 누가 자기의 진짜 주치의인지도 모르고 실습을 나온 의과대학 학생들을 주치의로 착각하기도 한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일으켰는가? 새로운 요인이 아무도 예상치 않았던 방향으로 의학과 보건 환경에 영향을 주었 고 이로 인해 결국 의학은 일종의 사업이 되어 버렸다. 즉 고가 약제의 사용이 늘어나고 보험회사와 의료보장기관으 로부터 변제되는 금액이 줄어들고 이전에는 없던 다양한 규정이 늘어나면서 보험이 없는 사람으로 유지하던 변제력 이 줄어들고 이런 것들에 대한 조절 능력의 상실과 더불어 좀더 정밀하고 세밀하지만 고비용의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비보험자의 비율을 늘려 야만 했다. 이런 재정적인 측면들은 실제적인 의료와 환자 진료에 스며들어 젊은 의료인들은 이런 점들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젠 의학 현실에서는 보건 행정에 소요되는 비용과 의료 관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근대적 의학 기술을 사용하는 속도와 효율성 이 가장 중요한 항목이 되었다.

그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의사들은 이제 ‘고객’이 되어 버린 환자의 재원 일수에 따라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보험 회사의 담당자들에 의해 이끌리는 일종의 ‘준비자’가 되었 고, 이제는 의사 가운이 아니라 정장을 입고 있는 전문가들

이 보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환자 간호에 대한 책임은 환자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질 의지나 능력이 없는 다수의 의 료공급자에게 분산되었다. 이런 점에서 의료 소송이나 대 체의학의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소화기내과의 영역에서도 점차 특수 영상의학에 의존하 는 추세로 환자에 대한 임상적인 판단은 무시되고 그와 상 관없이 바로 컴퓨터단층촬영과 같은 검사 및 시술로 들어 가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소화기내과에서 연구와 치료 의 중요한 도구인 내시경검사는 연구 프로그램과 임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수입원이 되었고 내시경을 가장 많이 하고 가장 빨리 하는 이들에게 모든 이들의 존경 이 돌아간다.

그 중에서 미래의 의사, 교수, 그리고 연구자가 교육받고 있는 교육기관이 가장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부하 직원들 과 투명한 관계를 유지하고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던 과장 들은 현재는 예산을 균형 있게 정립하고 학장에게 인정받 는 뛰어난 시장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에 의해 평가된다. 마 지못해 부하 직원들의 경력을 홍보하고 도와주던 분과장들 은 그들이 재직하는 동안에 과를 위해서 최소한의 기금을 모금할 것을 요구당한다. 채용 정책도 변해 희망찬 경력을 쌓아가는 젊은 교원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이미 기금을 확 보한 사람이나 임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일주일에 4일씩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교원 (faculty)에게 있어 교육은 연구 계획서나 논문을 작성하거 나 임상에서 자신의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투자 사이에 끼 어있는 보상받지 못하는 일종의 배부른 사치가 되어 버렸 다. 더욱이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공식적으로 시행 되는 교육적 회진의 감소, 외래 방문 횟수의 감소, 그리고 의학자문(consult)의 증가 때문에 점차 감소하고 있다. 실제 적으로 후학들에 대한 교육과 조언, 환자 간호의 가치는 각 각의 임상의나 분과가 학문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독립되기 위한 필요성에 의해 대치되었다.

보건 행정이 효과적이어야 하며 최소한 재정적으로 중립 적이어야 함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며 불가피한 것이다. 그 러나 우리는 우리를 의사와 교육자로 구분시켜 주는 명예 로운 가치들, 예컨대 효과적인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정립 하는 것, 동지애를 쌓아가면서 전공의와 전임의를 교육하 는 것,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보람을 찾는 것 등이 재정적 인 관리와 적절히 융화되는 것이 아니라 재정적인 면이 강 조됨으로써 우리의 전문성이 사라지는 상실감에 빠지는 것 이 염려된다. 환자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 고 젊은 의사들의 교육을 위해 마음 깊이 고민하던 의사들 도 차차 돈을 더 많이 버는 것과 정시에 퇴근하는 것에 마 음을 빼앗긴다. 의학 기술은 우리의 경험과 지식에 도움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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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의학은 일종의 사업이 되었다

주는 도구가 되기보다는 임상적 판단을 가능케 하는 전부 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많은 환자를 빠르게 보는 것과 더 불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로 시행되는 의학 기술은 오 히려 환자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비용을 늘린다. 반면에, 환 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임상적 정보를 얻을 경우 오진을 줄이고 환자의 만족도, 치료에 대한 의지, 심지어 예후도 좋게 할 수 있다. 이런, 시간이 흐른다고 배울 수 없 는 요령들이 우리 학생들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면 결국 언 젠가는 이런 비법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럼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이 있는가? 몇 가지 가 능한 방법이 있다. 우리는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의사들로 부터 혜택을 받았던 부유층이 일정 부분의 재정적 지원을 함으로써 학문에 전념하는 임상의와 교수가 보상받아야 한 다고 믿는다. 교육기관의 지출에 대한 재배당과 부유층에 대한 적절한 세금, 그리고 가능하다면 직접적인 교육기금 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훌륭한 교육적 기술들은 반드 시 이어져야 하며 강조되어야 한다. 모두들에게 인정받는 기관에서 교육에 관한 일반적이고 좋은 지침을 마련할 수 있으며 그 지침들은 기초 임상 기술, 근거 중심 의학, 임

상적 원인 규명, 생리정신학적 문진, 그리고 진단검사를 효 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의 학 분야에서만큼은 그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 에 대한 신뢰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교부받을 수 있는 전문증은 일정한 경쟁을 통해야만 재교부를 받을 수 있음 을 감수하여야 한다. 의과대학에서 학장은 훌륭한 교수를 위해 기금을 배부할 수 있고 그들의 학업적 성과에 대해 충 분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사립재단은 더 많은 전임의가 교육받도록 지원하며 임상 교수들에게 충분한 안식을 주어 야 한다. 정부의 의학 관련 부처들은 적절한 정책을 세움으 로써 보건 행정을 이끌어 가는 이들에게 올바른 영향을 줄 수 있다. 궁극적으로 교육자를 개발하고 이런 역할 모델을 만듦으로써 의학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결국 진 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런 해결책에 투자할 시간이 결코 많지는 않지만 우리 동료 전문가들과 사회는 그것을 바라고 있다.

역: 정용우(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11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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