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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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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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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안아서 서거푼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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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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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나비’의 이해

김기림은 1930 년대 중반 이후 모더니즘 시론의 수립과 시 창작에 있어서 과학 적 방법의 도입 등으로 시인으로서보다는 비평가로서의 업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 이 시에서 볼 수 있듯이 김기림의 시는 어떤 사상적 깊이보다는 순간적으 로 반짝이는 감각적 이미지만이 뚜렷하게 부각되는데 , 이것은 모더니즘 , 특히 이미지즘 계열시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시는 그가 한때 T.S. 엘리어트에 경도됨으로써 < 기상도 > 등에서 자주 나타 나던 생경한 외래어나 경박함이 사라진 대신 , 견고하고 선명한 이미지 제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적절히 표현함으로써 비교적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 삼월 바다의 푸른색과 흰나비 , 그리고 새파란 초생달의 색채의 대 비가 특히 두드러지는 이 시는 , 간결한 이미지가 ‘ - 다’로 끝나는 어조 속에서 그 냉정함의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어서 , 내용과 형식의 조화가 잘 어우러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그러나 물결 사나운 바다에 나비를 대비시킨 김기림의 상상력은 신선하다 못해 신비스럽기까지도 하지만 , 한편으로는 S. 스펜더의

< 바다의 풍경 > 3 연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감각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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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 바다와 나비’의 이해

‘ 바다’는 삼월에도 꽃이 피어나지 않는 무생명의 공간으로 문명의 무생명성 내 지 불모성을 상징한다 . 그 곳을 ‘청무우 밭’으로 오해해서 내려갔다가 ‘어린 날 개가 물결에 절어서 /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오’는 ‘흰나비’는 현실의 모진 세파 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낭만주의적 존재로 어쩌면 김기림의 청년 시절 모습일지도 모른다 .

육당의 < 해에게서 소년에게 > 이후 ‘바다’는 근대화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겪어야 할 모험과 시련 , 또는 문명에 대한 동경을 상징하는 곳일 뿐 아니라 , 1936 년 29 세의 나이로 시인으로서의 명성과 조선일보 기자라는 안정된 직장 을 버리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일개 외국 문학도가 된 그의 낭만적 기질을 고 려해 본다면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

따라서 무한한 바다와 한갓 미물에 불과한 흰나비의 대조를 통해서 시인은 역사 혹은 운명과 같은 거대한 힘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는 표현으로 형상화함으로써 힘없이 날개만 파 닥거리던 당시 식민지 지식인의 초라한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다 .

현실의 모진 세파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낭만주의적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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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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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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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13인의 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 (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 제 1 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제 2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3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3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4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5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6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7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8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9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10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11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12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제 13 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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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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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 (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

그중에 1 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 그중에 2 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 그중에 2 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 그중에 1 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

(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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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 오감도’의 이해

불안과 절망에 허덕이는 인생의 단면을 외형적 소묘로 그린 시로 주제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절망 의식이다 . 띄어쓰기를 무시한 까닭은 모든 형식에 대한 부정 이나 반발을 나타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볼 수 있다 . < 시제 1 호 > 끝 줄에서 ' 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라고 한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 자동기술법으 로 표현한 초현실주의적인 시다 .

< 시제 1 호 > 에서 시적 자아는 13 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조감하 고 있는데 , ' 조감도 ' 를 ' 오감도 ' 로 바꾼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나타난 현상 만으로만 보면 , 풍경을 조감하는 시적 화자가 자신을 새가 아니라 까마귀와 동 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그러므로 시적 화자이자 불길한 새의 표상인 까마귀가 아해들이 질주하는 풍경 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이 작품은 곧 자기 풍자의 성격을 지니게 되는 것이 다 .

역사적 현실에 대한 절망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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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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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감도’의 이해

이 작품의 감추어진 의미를 찾아내기란 매우 힘들지만 , 표면적 내용은 매우 단 순하다 . 전체의 내용은 크게 4 단락으로 요약될 수 있다 .

첫째 단락 : 13 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한다 . 둘째 단락 : 13 인의 아해 모두가 무섭다고 한다 .

셋째 단락 : 그 중의 어떤 아해가 무서운 아해든 , 무서워하는 아해든 상관없 다 .넷째 단락 : 13 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않아도 좋다 .

여기서 먼저 의문점이 생기는 것은 '13' 이라는 숫자이다 . 이것의 의미는 당시 우리나라의 도가 13 도였다는 것으로 식민지 조국을 상징 , 최후의 만찬에 참석 한 예수와 12 제자를 상징 , 무수의 상징 , '13 의 금요일 ' 처럼 가장 불길한 숫 자로서의 상징 , 일종의 국외적 성격을 띤 사물의 상징 등 다양하게 해석된다 . 이 작품에서의 의미는 분명하지는 않으나 ' 오감도 ' 의 까마귀의 불길함과 연관 지어 볼 때 , 이 13 이라는 숫자도 불길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한 다 .

'13' 이라는 숫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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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 오감도’의 이해

13 인의 아해 모두가 ' 무섭다 ' 며 질주하는 것은 공포심 때문이다 . 아해들이 질주하는 길이 막다른 골목이기에 그들이 공포에 떤다고도 할 수 있지만 , 마지 막 연에서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상관없다고 한 것을 보면 아해들의 공포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뚜렷한 이유가 없는 공포는 곧 불안에 가까운 것으로 도로를 질주하는 13 인의 아해는 결국 불안을 앓고 있는 셈이 다 .

그러니까 그들이 질주하는 행위는 자신들의 정체 모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 고 하는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 불안감을 갖고 있는 13 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 주하는 모습을 까마귀가 내려다 보는 풍경이란 더욱 불안하고 음산한 느낌까지 도 준다 .

'13' 이라는 숫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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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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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감도’의 이해

그런데 질주하는 13 인의 아해 중 , 무서운 아해나 무서워하는 아해가 몇이든 상관없다고 한다 . 그것은 13 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로 이 루어져 있지만 , 누가 무섭고 누가 무서워하는지 굳이 따질 필요가 없음을 암시 하며 , 동시에 13 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이자 무서워하는 아해라는 반어적 성 격을 나타낸다 . 그러므로 그들은 서로 무섭고 , 무서워하는 사이가 되어 13 인 의 아해는 더욱 불안해지는 것이다 .

따라서 그들은 스스로가 불안을 느끼는 존재요 , 스스로가 불안을 느끼게 하는 존재이므로 질주하는 곳이 막다른 골목이건 뚫린 골목이건 간에 어디에서도 불 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고 , 도로로 질주해도 결국은 불안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에 마지막 행에서는 13 인의 아해가 질주하지 않아도 좋다고 하는 것이 다 .

스스로가 불안을 느끼는 존재요 , 스스로가 불안을 느끼게 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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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 오감도’의 이해

어디를 가건 불안에 떨며 절망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그들 . 이것이 바로 시 인 이상의 눈에 비친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 그러므로 바로 삶의 의미와 방 향을 잃고 상호 불신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안 의식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13 인의 아해는 맹목적인 자신의 삶을 향해 그저 질주할 뿐이다 . 그 불안한 모습을 바라보는 까마귀 이상은 아마도 더욱 불안해하며 암울한 식민지 시대를 가슴 졸 이며 살았을 것이다 . 현대인의 소외와 불안 , 고독을 막다른 골목으로 삼아 절 망적이고 암담한 현실 상황을 보여 주고 있으며 , 뚫린 골목으로 나타난 희미한 희망의 불꽃이라도 잡아 보려고 하는 현실의 위기 의식을 도식적으로 구도화한 이 시는 , 진정한 의미에서 참다운 인간 관계를 열망하는 시인의 마음을 역설적 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 아해’는 시적 자아가 설정한 대상이며 아이를 어른들의 자아와 비교해 보면 불 안한 자아의 영상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 즉 < 시제일호 > 에서 표면으로 드러 난 대상은 아이이며 아이의 불완전한 자기확인의 지각이 시작품 전반에 흐르는 정서이다 . 이상이 중의적이고 복합적인 뜻이 많이 내포된 13 이란 상징부호를 등장시킨 것은 그가 추구하는 세계가 모호한 불확정적인 세계임을 단적으로 드 러내는 것이다 .

아마도 더욱 불안해하며 암울한 식민지 시대를 가슴 졸이며 살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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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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