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읽기
‘ 목마와 숙녀’의 이해
< 목마와 숙녀 > 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 버어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 가 형식의 시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그 애도의 밑바닥에는 전후 박인환의 인 생에 대한 허무와 회의가 짙게 깔려 있다 .
박인환은 버어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허무감을 제시하고 그것을 전 쟁으로 인한 사랑과 인생 , 문학의 죽음이라는 우리 현실에 비유적으로 관련시 키고 있다 .
버어지니아 울프가 절망적인 현대적 상황 때문에 인간에 대한 모든 가치와 신뢰 를 상실하고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듯이 시인의 현실 역시 " 문학이 죽고 인
전후 박인환의 인생에 대한 허무와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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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마와 숙녀’의 이해
두 번째 단락은 버어지니아 울프의 삶의 지향과 절망에 대한 우리의 이해로 이 끌어간다 . 각 구절은 "― 해야 한다 " 라는 당위를 나타내는 종결어미로 끝나고 있다 . 이것은 인간적인 모든 가치가 훼손된 절망적인 상황을 다시금 인식시킴 으로써 다시는 그러한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시인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 , 처량한 목마소리 , 버어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가 서로 어울려 하나의 등가체계를 형성하며 진지하게 살고자 했지만 페시미즘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말해주 고 있다 . 절망적인 상황 때문에 인생을 버린 늙은 여류 작가와 같은 삶의 포기 에 도달치 않기 위해서 우리는 그녀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처량한 목 마소리를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들어야 하며 동면을 거쳐 비로소 새로운 청춘을 찾은 뱀처럼 눈을 뜨고 인생의 쓰디쓴 술잔을 마셔야 하는 것이다 .
마지막 단락은 인생의 통속성과 죽음의 무의미함을 말하고 있다 . 그것은 처량 한 목마소리 , 쓰러지는 술잔 소리와 대비되어 인생의 허무와 버어지니아 울프 의 죽음에 대한 서러움을 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
삶의 포기에 도달치 않기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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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마와 숙녀’의 이해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시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가 형식을 취 하고 있다 .
그러나 이 시는 동시에 전후 박인환의 인생에 대한 절망감 , 허무감을 잘 보여주 는 시라고 할 수 있다 . 표면적으로 인생은 통속적인 것인데 자살할 이유가 무엇 이냐고 묻고 있지만 실제로 절망 속에서 끝내 자살로 삶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 었던 한 여류작가와 우리 전후의 절망적인 삶이 대비되어 있는 것이다
자살한 여류작가와 우리 전후의 절망적인 삶이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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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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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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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의 이해
이 작품은 상당히 까다로운 철학적 , 관념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 그 문제란 세 상의 수많은 사물과 그 이름 및 의미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 제 1, 2 연이 특히 이 점에서 중요하다 .
세상에는 많은 사물들이 있다 . 그러나 그 사물들이 원래부터 어떤 이름과 의미 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 이름이란 누군가가 사물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것을 다 른 것들로부터 구별하고자 해서 ` 붙이는 ' 것이다 . 이렇게 이름을 붙임으로 해 서 사물과 거기에 이름을 붙인 사람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생기고 , 그 관계가 곧 그들 사이의 ` 의미 ' 가 된다 .
따라서 ,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사물은 이름이 없는 동시에 어떤 다른 존재 ( 사람 ) 에게 아직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 그것은 단지 그 자체로 존재하 는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
이 작품에서 시인이 말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생각이다 . 그것을 말하기 위하여 꽃 이라는 사물을 선택하였다 .
세상의 수많은 사물과 그 이름 및 의미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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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의 이해
제 1 연이 말하듯이 꽃은 내가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다만 저 혼자 있는 하나 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그것은 그저 수많은 이름 없는 사물의 하나였을 따름 이다 . 그런 사물에 대해 내가 ` 꽃 ' 이니 ` 장미 ' 니 ` 코스모스 ' 니 하는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그것은 ` 나에게로 와서 ' 즉 , 나와의 관계 속에서 꽃이 되었다 . 그러므로 이름을 붙이는 일은 사물이 의미를 가지도록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
이러한 생각을 이해하면 제 3, 4 연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 그 내용은 내가 어떤 사물에게 꽃이라는 이름과 의미를 주었듯이 나에게도 누가 알맞는 이름과 의미를 달라는 것이다 . 제 4 연에서 그것은 우리 모두가 서로에 대해서 무엇인 가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확대된다 . 여기서 그가 말하는 ` 이 름 ' 이란 김 아무개 , 이 아무개 하는 관습적인 이름이 아니라 , 사람들이 서로 의 참된 모습과 가치를 이해하면서 서로에게 부여해 주는 ` 진정한 이름 ' 이다 .
이름을 붙이는 일은 사물이 의미를 가지도록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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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박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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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쯤 되랴 ,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
이것이 제대로 뻗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뒤로뻗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 본데 ,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는지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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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설움이요 , 전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
아니 ,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 그것을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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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 이해
이 시에 깔려 있는 정서는 한이다 . 실제로 박재삼의 시에는 한의 정서가 여기저 기에 묻어 있다 .
1 연에서는 못 다 푼 사랑의 한이 애절하게 나타나 있다 . 이루지 못한 사랑은 ' 서러운 노을빛 ' 이다 .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깊어가는 가을 하늘빛에 매달 려 있는 감나무의 풍경 , 그것은 곧 못다한 사랑의 설움덩어리처럼 매달려 있 다 . 노을은 감나무 열매의 색채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숙과 종 말이라는 양면성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
2 연에서 사랑은 필연적으로 죽음에 귀결되고 있다 .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 린 나무는 뻗을 데라곤 저승밖에 없다 . 즉 사랑에의 절망감은 이제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 사랑이 현실적인 결실을 얻지 못했을 때 , 죽음은 한 ( 恨 )
못 다 푼 사랑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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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 이해
그러나 3 연에 이르러 이 복수의 감정은 자못 누그러지고 있다 . 비록 이루어지 지 않은 사랑의 감정이라도 생각해 보면 다시 마음이 움직여 사랑의 열매로 될 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 사랑했던 감정은 전생의 설움이요 , 전생의 소망이었을 것이라고 그 사람도 알아낼지 모르는 일이다 . 그 사람도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 아서 나처럼 설움으로 한 평생을 살았으므로 ...
결국 시적 자아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걱정을 잊지 않음으로써 원한과 그리고 복수의 감정은 다시 애틋한 그리움으로 되돌아오는 시적 상황을 획득한다 .
다시 애틋한 그리움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