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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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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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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 와서 뜯어 먹어라 ,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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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 간’의 이해

1941 년 11 월 29 일 연희 전문학교 졸업반 때 쓴 작품으로 알려진 이 시가 갖 는 특수성은 각기 다른 동 · 서양의 두 고전을 형상화한 점에 있다 . 즉 , 거북이 의 꾐에 빠져 간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토끼가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여 목숨을 건지는 내용의 ' 귀토지설 ' 과 인간을 위해 제우스를 속이고 불을 훔친 죄로 코 카서스 산에 쇠사슬로 묶여 ,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다가 밤에는 그 간이 되살아나 영원히 고통을 겪는다는 ' 프로메테우스 신화 ' 를 교묘히 결합하 여 현실적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를 밝힌 작품이다 . 이 두 고전을 차용한 까닭은 ' 귀토지설 ' 에서는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의 항거 의식을 , ' 프로메테우스 신 화 ' 에서는 속죄양 의식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

윤동주는 벼랑 끝에 몰린 위기에서도 슬기롭게 자기의 ' 간 ' 을 지킨 토끼와 , 죄 아닌 죄를 짓고 속죄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프로메테우스를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을 지키며 식민지 시대를 살아야 했던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다 . 그러나 그 는 두 고전의 문면을 글자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적절히 변용하여 작품 속에 투 영시키고 있다 .

역사적 현실에 대한 절망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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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 간’의 이해

먼저 1 연에서는 거북의 유혹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 했던 토끼 , 즉 화자가 지 상 낙원이 용궁이 아니라 제가 살고 있는 산중임을 깨달은 후 , 그 곳으로 돌아 와 ' 간 ' 을 꺼내 바위 위에 말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이러한 토끼의 행동 은 바로 간의 소중함에 대한 재인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 간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보다도 간이야말로 거북에게 맞설 수 있는 가장 크고 효율적 인 무기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 간 ' 이 ' 습한 ' 것은 한때 유혹에 빠졌기 때문이며 , 그것을 햇빛에 말리는 것은 다시는 유혹에 빠져들지 않겠다 는 , 욕망의 절제를 통한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

2 연에서는 ' 프로메테우스 신화 ' 가 ' 귀토지설 ' 속에 끼어들고 있다 . 이것이 가능한 것은 두 고전에 공통적으로 ' 간 ' 이 등장하기 때문이며 , 또한 이

' 간 ' 은 모두 상대와 맞설 수 있는 ' 힘 ' 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 ' 간 ' 은 상대와 맞설 수 있는 ' 힘 ' 을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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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 간’의 이해

3 연에서는 화자가 자신이 기른 독수리에게 자기의 간을 뜯어 먹도록 요구하고 있다 . 이 독수리는 4 연에서 ' 너 ' 로 지칭되고 있는데 , ' 나 ' 가 육체적 자아라 면 ' 너 ' 는 정신적 자아라 할 수 있다 . 결국 ' 너 ' 라는 독수리는 화자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자아의 예리한 의식이 된다 . 그러므로 ' 너는 살찌고 / 나는 여위 어야지 ' 라는 구절은 자신의 육체는 희생되더라도 정신만은 지키겠다는 의미이 다 . 한편 , 끝머리의 ' 그러나 ' 는 여위어 대항할 힘은 없어도 , 정신만은 빼앗 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 뜯어 먹히더라도 간은 결코 내놓을 수 없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이다 .

5 연에서 화자는 '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 며 자신의 의지를 확인 하고 있다 . ' 용궁의 유혹 ' 에 떨어진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양심을 저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

6 연에서는 불쌍하기는 하나 , 프로메테우스처럼 화자도 인간을 위한 속죄양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 ' 목에 맷돌을 달고 / 끝없이 침전하 ' 는 것은 그 같은 거룩한 자기 희생 정신의 표현이다 .

거룩한 자기 희생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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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붉은 산

오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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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가도 , 가도 붉은 산이다 .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 이따금 솔나무 숲이 있으나 그것은

내 나이같이 어리고나 .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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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산’의 이해

이 시가 보여주는 것이 우리 해방을 직후로 한 우리사회의 모습 , 우리사회 뿐만 아니라 우리 국토의 모습 , 또 우리가 처해있었던 어떤 현실의 황폐함 이라고 할 수 있다 .

붉은 산이란 산에 나무가 하나도 없고 그냥 흙만 있는 것이다 . 이 땅의 많은 산 들이 그 당시에는 민둥산이었다 . 나무가 하나도 없는 그냥 벌건 흙만 보이는 그 산의 모습이 우리 국토 전체의 황폐화된 모습과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할 수 있 다 .

고향의 모습도 바로 이런 황폐화된 모습 , 벌거벗은 모습 , 수탈로 인해서 , 또 먹을 게 없다보니 우리 스스로 산에 가서 나무해오고 땔깜하고 거기서 이것저것 따고 이러다 보니까 더 이상 얻을 것 없는 자연이 되어버린 이것이 바로 우리 붉 은 산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우리 고향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

해방 이후 황폐해진 우리 국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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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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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 또 ,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 바로 날도 저물어서 ,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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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 누긋한 방에서 ,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

이것들보다 더 크고 , 높은 것이 있어서 ,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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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 한탄이며 ,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 무릎을 꿇어보며 ,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 그 마른 잎새에는 ,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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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읽기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이해

색다른 느낌을 주는 이 시의 제목은 편지 겉봉투에 쓰는 주소를 생각게 한다 . 이 시의 서정적 자아는 남신의주 유동에 있는 박시봉이란 사람 집에 세 들어 살 면서 , 자신의 근황과 참담한 심정을 편지 쓰듯 적어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 이 시의 시사적 의미는 , 식민지 시대에 정결한 영혼을 지닌 한 지성인이 , 그의 모 진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꼿꼿한 삶을 살려는 의지를 잘 보여 준다는 데서 찾 을 수 있다 .

내면에 깊이 침잠하는 ' 나 ' 라는 서정적 자아의 정서와 사상이 직시되고 있는 시이다 . 일제 강점기 말기에 중국 등지를 떠돌아다니면서 쓴 백석 시 말기의 대 표작이다 . 고향 상실과 방랑 생활의 숙명을 운명론적 세계관으로 얘기하고 있 다 . 고향을 떠난 한 지식인이 , 반겨 주고 의지할 곳 없는 외로움 앞에서 무기 력한 삶으로 일관하고 있다 . 그러나 ' 굳고 정한 갈매나무 ' 를 생각하며 무릎을 끓어 보며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 이것은 그 당시의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 주는 것으로 현실에 무기력한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 총 32 행의 시로 사변적인 느낌이 들지만 , 쉼표를 많이 사용하여 상황이나 사유를 분 석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모진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꼿꼿한 삶을 살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

참조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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