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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그리고‘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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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근로기준법 상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이고, 1주일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 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토ㆍ일요일과 국경일 등 휴일에 일하는 것은 그간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법 해석에 근거하여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관 행이었다. 따라서 주 중에 최대 52시간을 근로하더라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8 시간씩 추가로 일해도 불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지난 달 24일, 연장 근로 한도 12시간을 산정하는데 그간 제외되었던 휴일근로를 포함시켜 장시간 근로 관행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고용노동부가 앞장서 근로시간 단축을 강제하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근 로시간이 긴 것은 사실이다. OECD 자료에 의하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으로 OECD 평균 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이나 길 고 OECD 국가들 중 최장이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장시간 근로하는 자영업자를 제외하고 임금근로자만 보아도 연 2111시간 근로하는 것으로 나타나 칠레의 2122 시간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이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가 나서서 근로시간을 강제로라도 단축시키고, 이를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것은 당연한 것으 로 보인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이런 조치의 이면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로 신규 고용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대통령도 고용노 동부 발표 바로 다음 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만 봐도 최 소한 이번 조치의 단기적 목적이 일자리 창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득감소 및 노동비용 상승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우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시행하려면 무엇보다도 휴일근로 단축 시 근로자의 소득 감소분에 대한 보전 요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그리고‘불편한 진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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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다. 휴일특근을 많이 하는 일부 제조업의 경우에는 최대 30% 이상의 소득 감 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반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용유연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의 하나로 휴일 특근과 같은 연장근로를 통해 경기변동에 대응해 온 기업의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 가지이다. 인력조정이 용이하지 못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량 감 소를 단순히 추가고용을 통해 해결하기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 시간 단축을 시행하기 이전에 소득 감소 및 노동비용 상승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의 이면에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 있지만 현재 고용노동부의 대응을 보면 이러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자리 나누기는 위기에 대처하는 임시방편일 뿐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은 근로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일자리 나누기는 근본적으로 노동비용 을 절감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면서 불황을 타개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노동비용 의 절감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1980년대 독일 금속노조(IG Metall)가 파업을 통 해 임금은 유지하면서 근로시간만 단축하는 요구를 관철시킨 이후 독일 완성차 생 산업체의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사례가 그러한 예이다. 따라서 노동비용 감축을 동반하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는 일단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도 록 하자.

노동비용을 감축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수단과 목적을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 형 태로 나눌 수 있다(아래 <표 1> 참조). 유형 (A)는 임금 인하를 통해 노동비용을 감축하고 이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며 불황을 타개하는 형태의 일자리 나누기로 고 용유연성이 높아 일시적 해고(layoff)가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 어 임금 인하의 여지가 있는 경우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1980년대 미국 자동 차노조(UAW)와 빅3 간에 합의를 통해 시행되었던 일자리 나누기를 들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이러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노동비용을 절감 하고 성공적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시간당 임금은 유지한 채 근로시 간을 단축하여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불황을 타개하는 유형 (B)는 미국과는 반대로 고용조정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경우에 활용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1990년대 초 독일의 폭스바겐사가 고용조정 대신 근로시간 감축으로 일자리를 나 누고 고용을 유지한 경우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생산 량이나 조업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을 유지해야하는 비효율성에도 불구 하고 대량해고로 인한 인적자본의 손실이나 경기회복 이후 신규고용 때문에 발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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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훈련비용 등을 일자리 나누기로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도 동참할 유 인이 충분히 있었다는 점이다.

<표 1> 일자리 나누기의 유형

수단 임금 인하형 근로시간 단축형

목적

고용 유지형

(A)

▪시간당 임금인하를 통한 노동비 용 감축

▪노동비용 감축으로 불황타개 및 고용유지

(B)

▪시간당 임금 및 고용 유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비용 감축으로 불황 타개

고용 창출형

(C)

▪시간당 임금인하를 통한 노동비 용 감축

▪노동비용 감축으로 신규채용여 력 확보

(D)

▪시간당 임금 유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비용 감축으로 신규채용여력 확보

“일자리 나누기”로 정규직 일자리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지금은 일자리의“량”이 아 니라 일자리의“질”에 대해 고민할 때

한편 임금 인하를 통해 노동비용을 감축하고 이를 통해 신규채용여력을 확보하는 유형 (C)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공공부문에서 많이 활용한 형태이다. 기 존 직원의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통해 노동비용을 감축하면서 동시에 인턴사원을 채용하는 형태1)로 일자리 나누기를 시행하여 경제 전체의 일자리가 급감하는 상황 을 성공적으로 방지하는데 기여한 형태이다. 그러나 창출된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인턴과 같은 임시직이란 단점이 있다. 한편, 임금인하보다는 주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유형 (D)의 대표적인 성 공 사례는 1980년대 네덜란드에서 범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한 바세나르협약을 들 수 있다. 그러나 Delsen & Poutsma (2004)2)에 따르면 바세나르협약 이후 ‘87

∼‘93년 사이 네덜란드에서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 66만2천 개 중 약 84%에 해당 하는 55만4천 개의 일자리는 주당 근로시간이 12∼36시간 이내인 단시간 일자리 또는 임시직 일자리였다.

이처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창출한 일자리들이 대부분 임시직이었던 까닭은 무 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정규직 일자리에는 임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정비

1) 한국노동연구원 (2009), 「일자리 나누기 중간평가」, 국무총리실 고용대책 TF 보고자료 2009.7.21.

2) Delsen L., & Poutsma, E., "Labor Market Institutions and Economic Performance in the Netherlands", Paper for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Flexibility and Performance", KLI, KDIS &

IEJ,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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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즉, 정규직 일자리는 일단 만들고 나면 경기가 나빠지더라 도 임시직에 비해 그 규모를 축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경기에도 유휴인력을 유지 해야 하는 일종의 고정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1980년대 네덜란드 나 지난 2009년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창출된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임시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노동비용을 절감한다 하더라도 기업입장에서는 미래에 정규직 인력을 유 지해야 하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정규직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용 조정이 용이한 임시직 위주로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를 강제하더라도 정규직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이 또한 일자리 나누기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중의 하나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의 양보를 통해 경 제위기 동안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하나의 임시방편이다. 그런데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연평균 26만7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2011년에는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연간 41만5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지난 1월에는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53만6 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위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런데 여전히 사회적 으로 일자리 문제가 큰 관심이 되는 이유는 일자리의 총량이 부족하기 보다는 눈높 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질’의 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황 에서 만약 강제로라도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누자고 한다면 문제의 근본 을 철저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강제로라도 일자리를 만들려고 애쓰 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만들 유인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 야 하는 시기이다.

참조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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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본질적인 지향점은 근로자의 건강, 고용불안, 산업재해 등 근로능력을 보호함과 동시에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