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진실 (1)
연극과 사회
연극은 사회의 거울이면서 현미경이다.
연극은 변전하는 세계의 현상을 거울처럼 반영한다.
복잡다기한 현상, 때로는 질서정연한 듯하고 때로는 종잡을 수 없는 세상의 문제들에 대해 궁금해 하고 의문을 던지며 그 답을 구하려 하거나 새롭게 인식하려 한다.
문제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그 근저에 인간의 삶과
사회의 진실이 감추어져 있다.
사회와 진실 (2)
연극의 본질에 있어서는 세계의 현상을 현미경처럼 확대시켜 내부를 보여준다. 연극은 표면에 흐르는 현상을 꿰뚫고 들어가 심연의 본질을 간파한다.
위대한 연극은 진실과 대면한다.
그리고 관객은 진실과 직접 만난다. 그러나 그 진실이
하나인지, 여러 개인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지, 관념
속에 존재하는지, 수학의 공리처럼 자명한 것인지,
모호한 것인지 한 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다.
호모세파라투스
줄거리
남한을 상징하는 ‘이쪽의 도시’는 개인과 언론의 자유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한다. 반대로 ‘저쪽의 도시’는 박제화되고 폐쇄적이다. 이곳에 부임한 시장은 이 도시와 저 도시의 전체 화합을 성취하려고 하나, 그 방법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박제사로부터 듣게 된다.
언론은 공정성과 여론의 관심을 내세워 양쪽의 화합을 외치면서도 유가족들의 적대감에 동조하거나 이쪽 남자와 저쪽 여자의 사랑을 무시하는 모순된 입장을 보인다.
기업가는 남녀의 사랑과 두 도시의 화합보다는 시장을 독점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데에 급급하다.
호모세파라투스
진리의 전당이자 학문적 지성의 터전인 대학은 진실을 알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실천적 양심을 포기한다.
이러한 상황은 남남북녀(南男北女), 이쪽의 남자(長子)와 저쪽의 여자가 나누는 진정한 사랑을 불가능하게 한다.
장자와 여자의 결혼식이 이루어지나, 저쪽의 여자는 꼭두각시가 되어 장자를 증오한다고 말한다. 박제사의 조언대로 저쪽을 증오했던 차자의 행동에 의해 여자를 박제화한 것이다. 그것은 박제화된 저쪽의 세계와는 달리 이쪽 세계에서도 박제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뜻한다.
남자와 여자의 결혼식은 파탄이 나고 만다. 이야기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돌아가게 된다.
호모세파라투스
극의 구성
-’이쪽’ 도시 위주의 내용전개 -’이쪽’과 ’저쪽’의 대립
분단 이후 지속되고 고착된 남북한 상황의 대립을 상징
’이쪽’과 ’저쪽’의 사이에 있는 늪 – 죽음의 늪, 상호 고립과 단절 심화
-처음과 마지막이 동일한 순환적 구조
상황의 지속적인 반복 암시, 역사의 정체나 답보 상황 -이원구조: 풍자 심화
-’저쪽’ 도시의 이야기는 박제사의 대사로만 알 수 있음
호모세파라투스
인물
호모세파라투스: 나뉘어진 사람들. 분단 이후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보이는 남북한의 상황을 상징하는 인물
시장: 장밋빛의 화합 플랜을 가지고 이쪽 도시에 와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뿌리깊은 대립에 의해 자신의 뜻을 실현하지 못하는 인물
박제사: ‘저쪽’ 도시의 상황을 말해주는 인물. 시장의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으며 실현 불가능 하다고 말하고, 저쪽을 증오했던 차자의 행동에 의해 여자를 박제화시키는 인물. 저쪽은 이미 자신이 모두 박제화시켰고 이쪽에서의 화합도 방해하는 강력한 힘의 소유자.
가족 – 아버지, 어머니, 장자, 차자
저쪽과의 싸움에서 자식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 유가족의 논리는 이성이 아닌, 감정상의 증오 논리로 무장하고 반복 강화. 장자는 저쪽의 여자와 사랑하나 차자의 반대로 무산. 화해의 내부적 씨앗마저 제거당함.
호모세파라투스
작품의 의도
- 겉으로는 화합을 추구하고 진실을 말하지만,대립적인 상황의 이해관계 속에 기득권을 누리며 대립 논리로 이익을 챙기려 하는 ‘이쪽’ 도시의 기득권층(기업, 언론, 대학) 의 내부 비판
- 박제사가 마지막 통합의 희망인 여자를 박제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잠재된 박제 가능성과 우려 상징
- 분단과 그 대립으로 인해 이쪽 사회에서 고착되어가는, 저쪽 사회에 대한 적대적 대립과 증오만이 아니라, 내부의 갈등과 균열, 부패, 거짓된 진실, 음모 등 우리 사회 총체적인 문제 비판
참고문헌
이강백. 이강백 희곡전집 1～6. 평민사. 1982～1999.
이상우. ｢이강백의 극작 세계와 <봄날>｣. ‘연극 속의 세상 읽기’. 내일을여는책. 1995.
김성희. ｢이강백의 비유극과 연극적 상상력｣.
기념논총간행위원회 편. ‘한국희곡작가연구’. 태학사.
1997.
사회와 진실 (1) 연습문제
1.
<호모 세파라투스>에서 당시 한국 사회의 분단 문제 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과 태도를 토론해보자.
2.
<호모 세파라투스>에서 쓰여진 여러 가지 상징들에 대해 토론해보자.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