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경제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사람 · 돈 · 정보 · 물자의 이동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 돈, 정보의 이동은 초연결 · 초고속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은 화상회의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영상으로 만 날 수 있고, 돈은 금융결제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이동한다. 정보는 4G 를 넘어 5G로, 500Mbps 속도로 전달된다. 그런데 물자(물류)의 이동은 어떠한가? 예전 보다 많이 빨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분야(사람 · 돈 · 정보)에 비해 늦다. 빠른 택배도 최소 하루는 걸리고, 다른 나라로 배송한다면 그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글로벌 리딩기업은 이러한 속도 간의 괴리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보았다.
사람, 돈, 정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물자(물류)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해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마존의 경우,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하여 일 정 비용(프라임 나우)만 부담하면, 주문 후 2시간 후에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프라임
머리말
스마트 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방향
전형필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
<그림 1> 생활물류 서비스의 수요 변화
온라인 농축수산물 거래 택배
택배 물동량(박스, 억) 국민 1인당 연간 택배이용 횟수(개) 30
20
10
0
60
40
20
0 4 3 2 1
0
2000 2005 2010 2015 2019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4
11.1
25.0 35.7
53.8
(단위: 조 원)
1.2 1.4
1.7 2.4
2.9 3.5
27.9 18.2 12.0 5.3
연평균 24.7% 증가
자료: 통합물류협회, 통계청.
제469호 2020 November
스마트 물류체계 구축방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신속한 ‘물류 서비스’에 만족하여 아마존에 서 상품을 주문하는 것이다. 이것은 ‘물류 경쟁력’이 서비스 차별화의 수단이자 기업의 핵 심 경쟁력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더해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택배 · 배달로 대표되는 생활물류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택배의 경우, 2000년만 하더라도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건수는 2.4회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019년에는 53.8회로 약 22배 증가하였고, 올해는 63회를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생활물류 서비 스가 단순 물류 서비스를 넘어, 버스 · 지하철과 같은 국민의 보편적 서비스가 된 것을 의 미한다. 이른바 ‘대중물류’ 서비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생활물류 서비스산업을 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는 한 편, 국민에게 편리한 대중물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생활물류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지난 9월 24일 개최된 국정 현안 점검회의에서 발표하였다. 이 중 스마트 물류체계와 관련되 는 주요 정책을 아래에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스마트 물류체계를 간단히 말하면, 운송-하역-보관-분류-포장-배송 등 물류처리 전체 과정을 ① 자동화(로봇 · 자동분류 · 자율주행 등), ② 정보화(물류정보 실시간 통합연계 관리), ③ 지능화(AI를 활용한 의사결정 지원)하는 것이다.
어느 한 과정, 한 분야만 스마트해서는 ‘스마트’한 물류체계를 구축할 수 없다. 물류 인 프라부터 정보 시스템, 운송수단 등 모든 분야가 첨단화되어야 하고, 각 과정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계 · 공유 · 분석 · 처리되어야 한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물류 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스마트 물류 또는 디지털 물류를 설정하고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가물류 경쟁력(LPI 지수, World Bank 2018) 기 준 선도국가인 독일은 ‘물류혁신 2030’ 전략을 통해 자율주행 · 군집주행 및 로봇 · 드론배 송을 실용화하고, 물류 인프라-운송수단-공급망 관리에 이르는 물류 시스템 전 과정을 스마트화하겠다는 도전적 전략을 수립하였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물류 분야에 대한 R&D 투자 부족, 노동 에 의존하는 영세한 산업구조 등으로 대한민국의 국가 물류기술 수준(한종민 외 2018)은 글로벌 1위 국가인 미국 대비 78.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물류기술 1위 국가인 미국과
일본 EU 미국
<표 1> 국가별 물류기술 수준
구분 한국 중국
비교할 때, 기술격차가 이미 3년 이상 벌어진 것이다.
스마트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물류 인프라도 영세한 물류창고에 머무르고 있으며, 상당 수가 노후화되어 자동화 설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아울러, 증가한 물동량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배송하기 위해서는 최종 배송지와 가까운 도시 인근에 스마트 물류센터가 확충 되어야 하지만, 물류기업은 높은 지가(地價) 및 입지규제 등으로 용지 확보에서부터 어려 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위기를 물류산업 제 2의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기 위해 스마트 물류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1. 물류·유통 시스템의 스마트화
스마트 물류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첨단 물류 시스템의 실증을 통해 세계 를 선도할 수 있는 ‘K-스마트 물류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로봇배송, 자율 · 군집주 행, 스마트 물류센터 등 다양한 요소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판 뉴딜 R&D 과제로
<그림 2> 스마트 물류 시범도시 개념도
제조
항공
기차
재난/재해물류 서비스
제조 드론 로봇
디지털 물류시설
스마트 배송 센터 배송
지하배송 선박
컨테이너
HUB
HUB
도시창고
대형트럭 자율주행 대형트럭 자율주행
중형트럭 자율주행 소형트럭 배송
로봇 드론
스마트물류
장거리배송
제469호 2020 November
선정되어 내년부터 2027년까지 7년 동안 총 약 1500억 원이 첨단 물류기술 개발에 투자 된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실제 서비스로 제공되는 실증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기존 도시보다 새롭게 조성되는 신도시가 적합하다. 이에 정부는 하남 교 산, 남양주 왕숙 등 내년부터 본격 조성하는 3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첨단 물류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해당 도시에서는 기존 도시와는 차별화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물류 시범도시’는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지역주민에게 보다 편리하고 신속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화물자동차, 물류센터가 유발하 는 환경오염 · 교통정체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계획 단 계에서부터 최적의 물류 인프라 용지계획이 토지이용계획에 반영되어야 하고, 배송망계 획은 교통계획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사업이다. 현재 교통 분야에서는 MaaS라는 개념이 보편화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MaaS는 ‘Mobility as a Service’의 약자이다. 간단히 말하 면 이용자에게 최적의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수요자와 서비스 관점’의 통합 교통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은 물류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바로 통합물류 서비스로, LaaS(Logistics as a Service)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비용, 배송시간 등 수 요자의 다양한 요구(Needs) 조건을 고려하여 보관, 운송수단 및 경로 등 최적의 물류 서 비스를 안내 ·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육상, 해상, 항공 등 운송수단과 물 류 인프라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IoT 기술 적용을 통해 실시간으로 화물의 상태 · 위치 등 배송정보와 인프라 관련 정보가 연계 · 공유되어야 한 다. 정부는 내년부터 약 140억 원을 투자하여 통합물류 서비스 구현을 위한 플랫폼 구축 을 추진한다.
통합물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물류 표준화도 필요하다. 특히 통합물류 서비스의 핵심 요소인 공유가능한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는, 물류요소 전반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총 4년간 다양한 제조사의 장비를 활용하는 물류센터에서 장비 간, 장비와 운영 시스템 간 호환성을 높이 는 표준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 스마트 물류 인프라 확충
최종 배송지와 가까운 도시 인근에 스마트 물류센터 등 첨단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 므로, 우선 구리 · 화성 · 의정부 등 수도권에 e-커머스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첨
· IT · 제조 등
년
1 지축 9,100 2020
2 도봉 10,000 2021
3 모란 5,000 2022
4 천왕 10,000
2023 이후
5 수서 10,000
6 방화 4,000
7 신내 7,800
8 고덕 10,000
9 신정 4,000
10 군자 1,000
2022년 물류단지계획 승인을 거쳐 차질 없이 착공할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할 계획 이다. 미군기지 반환사업과 연계된 의정부 물류단지는 미군기지 반환 시점에 맞춰 사 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아울러, 준공 이후 20년 가까이 지난 군포 IFT(Integrated Freight Terminal, 복합물류 터미널)와 의왕 ICD(Inland Clearance Depot, 내륙 컨테이너 기지) 등 노후된 내륙 물류기지를 디지털 물류허브로 탈바꿈시 키기 위해 내년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2023년이면 소유권이 공공으로 환 원되는 의왕1기지는 반환 시점에 맞춰 즉시 디지털화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2022년 까지 계획 수립을 완료한다.
다음으로, 전국적으로 스마트 물류센터를 확충한다. 천안 물류단지, e-커머스 물류단 지, 철도 차량기지, 고속도로 IC 부지 등 다양한 부지를 활용해 물류기업이 공유하여 사 용하는 물류센터를 전국적으로 30개소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철도 차량기지에 조성하는 물류센터의 경우, 서울 주변 진입로에 있어 서울권 배송 용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물류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내년부터 시행되는 스마트 물류센터 인증제와 연계하여 스마트 물류센터로 인증 받은 물류센터에 대해서는 정부의 이자 지원을 통해 시세 대비 2%p 저렴하게, 매년 약 5천 억 원 규모로 설비자금을 지원(융자)할 계획이다.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정책금융기관 (산업은행 등) 펀드 등 다양한 공공자금을 활용하여 스마트 물류센터 및 관련 기업에 대 한 공공 마중물 투자도 추진한다.
<그림 3> 철도 차량기지 공유형 물류센터 조성계획
기지명 부지면적(㎡) 시기(년) 연번
1
지축5
수서3
모란9
신정10
군자4
천왕2
도봉6
방화7
신내8
고덕제469호 2020 November
스마트 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의 물류산업 은 민간 고유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다. 물류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은 부족했고, 정부 정책은 화물시장의 질서유지를 위한 규제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택배, 배달로 대표되는 생활물류 서비스는 국민의 보편적, 필수적 서비스가 되었다.
‘대중물류’ 서비스가 시작된 지금의 상황에서, 국가는 국민이 편리하고 안전한 물류 서비 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법제도적 근거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10월 8일 생활물류 관련 사업자 · 종사자 단체 등 핵심 이해당사자, 국회,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마련된 ‘생활물류 서비스 산업발전법’이 발의되었 고, 연내 법 제정을 다짐하는 협약식도 개최되었다. 이 법이 제정되면 배달과 같은 기존 의 전통적 산업물류와는 다른 새로운 물류 서비스가 제도화되는 한편, 정부는 이를 체계 적이고 조화롭게 지원 · 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아직 화물업계가 법 제정 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 법은 생활물류산업의 제도화 및 관리를 통해 다른 산업과 상생하 며 성장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법이다. 정부도 끝까지 화물업계와 소통 하고, 이해당사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디 이 법이 연내에 반드시 제정되어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전체가 성장하고, 다른 산업 과 상생하는 산업구조가 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