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토 시 론
경쟁력 있는 국토를 위해
국토이용체계의 골격을 바꾸자
황희연｜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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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경쟁력 약화 주범 - 난개발
지자체에 따라 전체 공장의 94% 이상이 개별입지로 건설되고 있다. 자동차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예외 없이 이런저런 시설들로 시야가 어지럽다. 1990년 대 말 준농림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국토난개발이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되 어, 난개발을 잡겠다고 2002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데도 우리 국토는 더욱 파행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난개발은 환경과 경관을 훼손시키고 기반시설 등 사회비용을 증가시키는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국토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논밭 가운데 건축물 몇 개만 들어오면 주변 일대의 지가가 상승하고 계획개발 시에 미리 들어선 건축 물 등에 대한 보상비까지 가중되어, 난개발은 계획개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 거나 개발비용을 높이는 주범이 된다. 난개발이 성행하는 상태에서는 국토 경 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경쟁력 있는 계획개발 토지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 라도 난개발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한계 드러낸 우리나라 지역지구제
국토난개발의 근원은 우리나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지역지구제에 아직도 매달리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지구제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 리의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특정 토지이용행위를 제한하거나 유도하는 제도 적 장치다. 그러나 지역지구제는 개발허용 여부를 관리하는 수동적이고 정적 인 규제수단이지 수시로 변화하는 여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동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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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능동적인 토지관리수단은 되지 못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지역지구제는 서양에서 처음 사용하던 20세기 초의 기본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용도지역별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완화되 는 등 많은 부분이 왜곡되어 있다. 생산녹지지역에 새로운 시가지가 형성되고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건축행위의 허용범위가 넓혀 져 있는 우리나라 지역지구제는 이미 국토를 체계적 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였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누더기가 되어 있는 지역지구제를 정상 으로 돌려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 사회 의 성숙도를 감안할 때 선을 그어 놓고 건축행위의 허용여부를 규정하는 이분법적 토지이용관리도 적 절하지 않다. 혼란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 국토관리 체계를 현재의 지역지구제 중심으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계획허가제 중심으로 국토이용체계 개편
체계적 국토관리는 개발과 보전 간의 균형, 개발용 량과 기반시설 간의 균형, 성장과 형평성 간의 균형 등이 유지될 때 가능하다. 이러한 동태적 균형의 유 지는 개발의 위치 및 시기, 개발에 따른 공공서비스 시설의 설치 등에 관한 결정이 자치단체의 정책과 조화를 찾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도시개발이 지자체의 정책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서는 지역지구제를 보완할 새로운 제도 도입이 요구 된다. 그 대안으로 영국식 계획허가제(planning policy guidance)를 제안한다. 용도별로 건축행위의 허가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별·지구별 개발행위의 허가조건을 상세한 지침으로 만들어 운
영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국토이용 체계의 골격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지구제에 의한 경직된 관리가 아닌 정책지침 에 의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국 토이용정책을 바꾸자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계획정 책지침(일종의 planning policy guidance)을 제시하 고, 각 지자체는 계획정책지침에 근거하여 지역특성 에 맞는 개발허가지침(일종의 development permit guidance)을 마련하여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개별 건축행위에 대해서는 미국의 스마트성장 정책과 획지분할제도를 참조하여, 현행 개발행위허 가제를 정상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국토이용규제 완화 방향은?
새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각 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토지공급 확대를 위해 국 토이용규제 완화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토 지공급의 확대는 난개발 방지책이 확고하게 마련된 상태에서 계획개발 토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 다. 토지규제완화가 난개발 확대로 나타나면 우리 국토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덧붙여 선진화된 국민의식 없이 어떠한 선진화된 제도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음을 경계하지 않 을 수 없다.
